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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심리학자 디디에 앙지외가 들려주는 상상 그 이상의 피부 이야기 『피부자아』. 책에서 디디에 앙지외는 ‘자아는 피부다’라는 전복적인 사고를 제시하고 있다. 앙지외는 이런 일련의 주장들을 프로이트의 ‘심리 장치’ 이론뿐만 아니라 페데른의 ‘자아에 대한 느낌’, 볼비의 ‘애착이론’ 등 다양한 정신분석이론들을 아우르며 차근차근 전개해나가고 있다. 또한 지구의 지표면, 빅뱅이론, 구어체 표현 등 다양한 은유들을 제시하는가 하면 카자레스의 모렐의 발명, 셰클리의 실험 모델 등 수많은 문학작품, 그리고 성서, 그리스 신화 등, 폭넓은 자료들을 흥미롭게 제시함으로써 이해를 돕고 있다.

실제 정신분석 사례로 풀어본 '피부'의 진실!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기관이며, 우리의 몸 전체를 감싸고 있는 하나의 싸개이다. 누군가 나의 피부를 만지고 내가 누군가의 피부를 만짐으로써 비로소 '나'는 탄생된다.피부가 너와 나, 그리고 세상과 나를 구별하게 하는 경계선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계가 혼동되고 무너지는 곳으로부터 현대의 정신병리들이 비롯된다.

세계적인 정신분석가이자, 라캉과의 기묘한 악연으로 유명한 디디에 앙지외는 풍부한 실제 정신분석 사례와 수많은 정신분석 이론, 문학, 예술작품 등을 흥미롭게 제시하면서 가장 표면에 있으면서도 가장 내밀한 피부의 진실들로 우리를 이끈다.

출판사 리뷰

“자아는 무의식의 변형이다.” _프로이트
“자아는 거울이미지다.” _라캉
“자아는 피부다.” _앙지외

정신분석학의 거목, 디디에 앙지외에 대하여
정신분석가이자 심리학 교수였던 디디에 앙지외(Didier Anzieu)는 1923년 파리근교 믈룅(Melun)에서 태어나 1999년 파리에서 사망했다. 그의 부모는 둘 다 우체국 직원이었는데 앙지외가 태어나기 전, 첫딸을 임신한 그의 어머니는 우울증 증세를 동반한 피해망상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고, 아기는 태어나면서 탯줄에 목이 감겨 질식사한다. 앙지외를 임신했을 때에도 그의 어머니는 우울증을 겪었지만, 무사히 태어난 앙지외는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자란다. 그러나 앙지외 어머니의 ‘보살핌’은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녀는 아기에게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다가 금방 그를 내버려두는 무관심으로 돌아서기를 반복했다. 어떤 때는 아들에게 토할 정도로 너무 많이 젖을 물리기도 하다가 또 어떤 때는 젖 주는 시간을 잊어버리기도 했으며, 바깥바람을 못 쐬게 한다는 이유로 어린 앙지외를 배내옷으로 꽁꽁 싸놓기도 했다. 나중에 앙지외는 자기가 여러 겹으로 싸여 있는 양파 같았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결국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격리된 뒤로 어린 앙지외는 어머니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되었고 아버지와 이모 밑에서 성장하게 된다.
그의 어머니는 그 후 유명한 프랑스 여배우인 위게트 뒤플로가 자신을 박해한다는 망상에 시달린 끝에 그녀를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감옥에 투옥되었다가 피해망상증 진단을 받고는 파리 생트-안느(Saint-Anne)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여기서 그녀는 그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을 만난다. 자크 라캉과 디디에 앙지외, 정신분석학의 두 거목 사이의 기묘한 인연이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라캉은 그녀를 치료하기보다 그녀의 사례를 자기 논문에 이용하기 위해서 그녀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데 골몰했고, 그 결과 앙지외의 어머니에게 갈등과 적대감만을 남긴 채 1년간의 치료를 마치게 된다. 라캉이 ‘에메(Aimee)사례’로 이름붙인 이 사례는 그의 유명한 박사학위 논문인「인격과의 관계 속에서 편집증적 정신증에 관하여」(1932)의 기초가 된다. 수년 뒤에 앙지외는 파리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 Superieure)에 입학하여 대학교수자격시험을 준비했고, 소르본 대학교에서 임상 심리학을 프랑스에 처음으로 도입한 정신분석가 다니엘 라가슈(Daniel Lagache)의 지도를 받아「프로이트의 자기분석」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임상심리학자로서 사이코드라마, 피부병학, 투사검사법과 로르샤흐 검사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 앙지외는, 1949년에 정신분석가가 되기 위해 파리정신분석협회(Societe Psychanalytique de Paris(SPP))에 소속되어 라캉의 분석 수련생이 된다. 라캉과 자신의 어머니와의 관계는 전혀 모른 채 말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게 되기 전부터 앙지외는 라캉과의 분석에 깊은 불만을 품었고, 라캉은 앙지외에게 자기와의 분석에서 일어난 일들을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하며, 불편했던 4년간의 분석을 마치게 된다. 앙지외는 라캉과의 분석이 끝나고 나서야 자기 어머니가 라캉의 환자였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그리고 1964년 라가슈와 함께 또 다른 정신분석협회(프랑스정신분석협회 Association psychanalytique de France(APF)) 창설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반라캉 운동에 몸담게 된다. 비록 앙지외의 반라캉 운동은 정신분석에 대한 이론적, 임상적 견해의 차이로 비롯된 것이지만 둘 사이의 이런 악연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는 호사가들의 말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쨌든 앙지외는 구조주의, 언어학, 철학 등의 영역을 정신분석에 도입한 라캉주의 흐름과는 달리, 분석 받는 사람들 각각의 독특한 필요에 따라 해석의 기법과 분석 기법들을 변형하는, 실용적인 영미권의 정신분석이론들을 프랑스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또한 그는 정신분석이 대학 교육의 학문적 영역에서 토론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정신분석을 대학에 도입한 선구자들 중 한 사람으로서, 스트라스부르그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와 파리 소르본 대학교의 교수를 거쳐, 파리 10대학교(Nanterre) 인문대학의 창설자 중 한 사람이 되어, 이 대학에 심리학과와 교육학과를 개설했다.

피부자아에 대하여
이 책은 정신분석학과 임상심리학 분야의 필독서로서 널리 읽히고 있는 앙지외의 대표작 Le Moi-peau(피부자아)를 번역한 것이다. 이 책에서 디디에 앙지외는 ‘자아는 피부(皮膚)다’라는 당시로서는 전복적인 사고를 제시하고 있다. 일찍이 프로이트가 형이상학의 영역에서 ‘자아’를 끌어내려 신체와의 연관성 속에서 정신분석학을 창시했듯이, 앙지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피부’라는 구체적인 명칭으로 ‘자아’를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즉, 누군가가 나의 피부를 만지는 것을 느끼고, 내가 누군가의 피부를 만짐으로써 ‘자아’는 탄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피부’는 피부 그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하나의 은유로서 그 의미가 확장된다. 피부가 신체를 감싸듯이, 자아가 심리 전체를 감싼다는 의미에서 앙지외는 자아를 피부에 비유하고, 그러한 특성을 강조하여 ‘피부자아’라는 용어와 개념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앙지외는 피부자아를 ‘심리적 싸개(enveloppes psychiques)’의 개념으로 확장한다. 다양한 감각들로부터 비롯된 이런 심리적 싸개들이 서로 끼워 맞추어지고 포개어져서 일종의 심리 장치의 표면으로서의 자아를 구성하고, 이 표면은 나 자신과 세상의 ‘경계’가 된다. 우리는 여기서 ‘경계’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 정신분석학에서 ‘경계’는 의미심장하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경험한 앙지외는 오늘날 정신분석을 받는 환자들은 프로이트가 주로 다루었던 히스테리, 강박증, 공포 신경증을 겪는 환자들이 아니라 대부분 경계선 장애와 성격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간파해낸다. 경계선 장애의 환자들에 직면한 앙지외는 기존의 정신분석 이론으로 이들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이론에 기반을 둔 분석 기법의 필요성을 수용했다. 이러한 임상 경험들이 앙지외의 피부자아 이론의 토대가 된 것이다.
디디에 앙지외는 이런 일련의 주장들을 프로이트의 ‘심리 장치’ 이론뿐만 아니라 페데른(Federn)의 ‘자아에 대한 느낌’, 스피츠(Spitz) ‘입원장애’, 볼비(Bowlby)의 ‘애착이론’, 멜라니 클라인(M. Klein)의 ‘편집성-분열성 태도’, 위니콧(Winnicott)의 ‘중간 단계’, 라캉의 ‘거울단계’등 다양한 정신분석이론들을 아우르며 차근차근 전개해나가고 있다. 또한 지구의 지표면, 세포막, 빅뱅이론, 구어체 표현 등 다양한 은유들을 제시하는가 하면 카자레스의 모렐의 발명, 자허-마조흐의 모피를 입은 비너스, 셰클리의 실험 모델 등 수많은 문학작품, 그리고 성서, 그리스 신화, 에스키모인들의 육아법, 르네상스의 미술작품, 제나키스의 전위음악 등등, 폭넓은 자료들을 흥미롭게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더불어 앙지외는 풍부한 실제 정신분석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일반 독자들은 정식분석이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고, 정신분석, 정신의학, 심리치료, 상담분야, 유아교육, 특수교육, 가족치료 등을 연구하는 이들과, 이런 직업군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앙지외의 피부자아 이론은 경계선 장애와 성격장애뿐만 아니라 아동 정신병과 자폐증, 중독, 우울증, 도착, 정신신체질환, 히스테리, 그룹 및 가족치료 등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

역자의 글

제1부 피부자아 개념의 발견
1장 인식론적 전제들
일반적인 원칙들/촉각과 피부의 세계
2장 4개 분야의 기초 자료들
비교행동학의 자료들/그룹 활동에서의 자료들/투사 검사법의 자료들/피부병학의 자료들
3장 피부자아의 개념
젖가슴-입 그리고 젖가슴-피부/피부자아의 구상/공통의 피부에 대한 환상과 자기애적, 피학적 변형
4장 그리스 신화의 마르시아스
사회 문화적 측면/신화의 첫 번째 부분/신화의 두 번째 부분: 여덟 개의 신화적 테마
5장 피부자아의 심리발생학
어머니-자녀의 이분자적 시스템에서의 이중 피드백/인지론적 관점과 정신분석적 관점의 대립/경계면(INTERFACE)이 되는 피부자아의 특수성/두 가지 임상 사례 -쥬아니토 사례 -엘레오노르 사례

제2부 구조, 기능, 초월
6장 피부자아의 선구자들: 프로이트, 페데른
프로이트와 자아의 지형학적 구조 -언어 장치 -심리 장치 -접촉 차단기 -경계면으로서의 자아 -심리 장치의 지형학적 도식의 완성 /페데른: 자아에 대한 느낌들과 자아 경계의 파동들 -페데른의 독창성 -자아에 대한 느낌들 -자아 경계에 대한 느낌들 -에드거 사례 -자아 경계의 파동의 느낌들 -자아의 상태에 대한 억압
7장 피부자아의 기능들
피부자아의 여덟 가지 기능들/피부자아에 대한 공격/다른 기능들/도착성 피학증의 사례-M씨 사례/축축한 싸개 -팩(PACK) -세 가지 지적
8장 기본적인 감각-운동성의 구분 장애
-비어있는 상태와 가득 찬 상태의 호흡에 대한 혼동에 관하여 -판도라 사례
9장 자기애적 성격장애와 경계선 장애의 피부자아 구조의 변질
자기애적 성격장애와 경계선 장애의 구조적 차이/문학작품에 나타난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예: -카자레스의『모렐의 발명』/이중으로 된 벽의 환상/믿음의 장애들과 경계선 장애 -세바스띠엔 사례
10장 만지는 것의 이중의 금지, 피부자아를 초월하는 조건
프로이트에 의해 암시된 만지는 것의 금지/그리스도에 의해 명시된 금지/만지는 것과 관련된 세 가지 문제제기/금지와 금지의 네 가지 이중성 -쟈네뜨 사례/피부자아에서 사고하는 자아(MOI-PENSANT)로/상호 감각성으로의 접근과 공통 감각성의 구성

제3부 싸개의 주요 형상들
11장 소리의 싸개 -마르시아스 사례/젖먹이의 청취와 발성 작용/프로이트와 소리/세미오포니/소리의 거울 -마르시아스 사례(결론)
12장 열 현상에서의 싸개
따뜻함의 싸개/차가움의 싸개 -에로네 사례
13장 후각적 싸개
피부의 모공에 의한 공격성의 분비작용 -겟세마니 사례
14장 미각의 혼동
쓴맛의 애호와 소화기관 및 호흡기의 혼동 -로돌프 사례
15장 근육의 2차적 피부
에스더 빅의 발견 -알리스 사례 -메리 사례/셰클리의 소설들 -제라르 사례
16장 고통의 싸개
정신분석과 통증/심각한 화상을 입은 사람들 -아르멍 사례 -폴레뜨 사례/중단된 신체에서 고통의 신체로 -팡숑 사례
17장 꿈의 필름
꿈과 꿈의 필름/꿈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론 -제노비 사례/모든 신경증의 히스테리적인 토대인 자극의 싸개/수면에 대한 뇌 생리학과 꿈의 자료의 다양성
18장 요약과 보충
싸개와 심리적 피부 개념의 기원 -프로이트의 용어에 나타나는 싸개 -에스더 빅의 심리적 피부 개념 -디디에 앙지외의 심리적 싸개의 개념 -기하학적인 모델/심리적 싸개의 이론과 관련된 몇몇 진술들(구성, 발달, 변형)/심리적 싸개의 장애들 -두 가지 심리적 싸개의 끼워 맞추기에서 나타나는 주된 장애들 -자극막이와 등록의 표면의 특수한 장애들 -경계선 장애에서의 두 싸개의 연속성/불연속성/심리적 싸개의 구성 -형식적인 기표들 -심리적 싸개와 자아 구성의 층위들 -노래하는 피부

제2판 원서수록 서문 /사례찾기 /참고문헌 /용어찾기 /인명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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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장애 환자는 심리적 자아와 신체적 자아, 현실의 자아와 이상적 자아, 자기에게 소속된 것과 타인에게 소속된 것 사이의 경계들을 확신하지 못하고, 이러한 경계들이 심한 우울증과 함께 급작스럽게 변동되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또한 성감대를 다른 신체부위와 구분하지 못하거나, 기분 좋은 경험들과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혼동하고, 자신이 느끼는 욕동들을 잘 식별하지 못한다. … 더불어 약화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리적 싸개로 인해서 자기애적인 상처를 받기 쉽고, 불쾌감이 퍼져나가는 느낌, 자신의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느낌, 자신의 신체와 사고가 작용하는 것을 외부에서 보는 듯한 느낌, 자신의 존재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신의 존재가 아닌 어떤 것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동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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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의 결정적인 전환점은 쥬아니토가 벽에서 종이판을 떼어낸 순간이었다. 그것은 아이들이 벽에 자유로이 색칠할 수 있도록 벽에 붙여놓은 세척 가능한 접착성의 종이판이었는데, 쥬아니토는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큰 종이판을 벽에서 떼어내서는 그 판을 여러 조각들로 작게 잘랐다. 그리고 옷을 다 벗고서, 심리치료사에게 이 조각들을 눈을 제외한 그의 몸 전체에 붙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두 가지를 꼭 지켜달라고 했는데, 첫 번째는 모든 조각들을 다 사용해 달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눈 부위를 제외한 몸 전체를 빈틈없이 덮어 달라는 것이었다. 다음 심리치료 시간에 그는 심리치료사와 함께 피부 전체를 감싸는 이 놀이를 반복했고, 이후에는 자신이 아니라 옷을 벗긴 셀룰로이드로 된 인형에게 이 놀이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