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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에서 출발해서 상식으로 돌아오는 하르트만의 철학. 그는 당대의 보편적인 철학적 경향이었던 후설적 현상학이나 실증주의, 신칸트주의, 인간학, 실존 철학, 네오토미즘, 마르크스주의 등을 조소했었다. 그는 오히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대 철학과 칸트와 헤겔을 주축으로 하는 독일 고전 철학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이 책은 하르트만의 생애보다는 그의 사상의 핵심 요체와 의의를 현대 철학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칸트와 헤겔에 정통했던 독일의 대표적인 철학자 니콜라이 하르트만에 관한 책이다.

하르트만은 독일 관념론 철학자로서 초기에는 막스 셸러와 후설의 영향을 받아 신칸트주의를 신봉하다가 후기에는 객관적 관념론적 존재론, 즉 신(新)존재론을 창시한 철학자이다. 이 신존재론은 부르조아 철학 내에서 주관주의, 비합리주의, 신비주의에 대립하는 ‘실재론적’ 조류에 속한다. 하르트만은 막스 셸러와 더불어 도덕 철학에 있어서 “내용적 가치 윤리학”을 중시한 대표자로서 이 윤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니체에로 되돌아가고 칸트 윤리학의 “형식주의”와 비판적으로 대결한다.

먼저 저자는 서론에서 하르트만이 위대한 철학 체계가였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철학자들과는 달리 체계 사유에 앞서 문제 사유의 우선성을 강조한 사람이라고 밝힌다. 하르트만이 말하는 체계 사유란 철학적 문제들을 단 하나의 근본 이념에 의해서 지탱되는 사변적 체계로써 성급하게 강제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근본 이념에 들지 못하는 것은 철학적으로 하찮은 것으로 취급당하여 한쪽 구석으로 밀려난다. 이와는 달리 문제 사유란 철학적 문제들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미리 선취된 결과를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을 의미한다.

하르트만이 볼 때 이제까지의 모든 철학은 말하자면 인식을 ‘무엇에 대한 파악’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존재 개념을 해석할 수 없었다. 하르트만의 사유는 자연주의적인 근본 태도를 보여준다. 이 태도는 비단 최후의 형이상학적인 물음에 대한 회의에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가 존재론에 대한 새로운 정초를 시도하는 방식에도 나타난다. 말하자면 그는 철학을 인식론으로 환원시키는 일을 결단코 거부하는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 형이상학을 존재론으로 환원시킨다. 그는 고대의 신학적으로 채색된 형이상학의 선험적 문제를 참된 철학적 문제의 범위에서 배제시킴으로써 형이상학적 문제를 자연화 또는 존재론화하고자 한다.

여기서 그의 사유는 언제나 헤겔의 정신으로 돌아가 유지할 수 있는 모든 입장의 핵심을 밝혀내고 일면적인 입장을 피하려는 노력에 의해서 규정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헤겔의 위대한 체계 개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그의 웅대한 철학 체계를 밝힘에 있어서 하르트만은 전체 철학사에 잠재된 논법을 주도적으로 이용한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하르트만의 철학 세계를 보다 깊이있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
명성이란 본래적인 사실을 말해준다. 생전에는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후에 비로소 발견되었던 니체나 키에르케고르와 같은 사상가가 있다. 그러나 생전에는 유명했으나 사후에는 거의 망각되었던 18세기의 크리스찬 볼프나 19세기의 에두아르트 폰 하르트만과 같은 사상가도 있다. 아쉽게도 독일 철학자인 니콜라이 하르트만도 이 후자에 속한다. 20세기의 전반부에 하르트만은 오랫동안 마틴 하이데거 그리고 칼 야스퍼스와 나란히 당대의 가장 주목할 만한 독일 사상가로 여겨졌다. 그러나 하이데거가 이미 오래 전에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약진하였고 야스퍼스는 계속해서 커다란 인정을 받고 있는 반면에 니콜라이 하르트만은 1950년에 서거하자마자 철학 논의의 뒤안길로 멀리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확신하건대 니콜라이 하르트만은 20세기의 위대한 철학자로 꼽힌다. 그 의미는 무엇보다도 세 분야에 있다. 그는 우선 인식론적 사실주의의 탁월한 대표자이다. 그는 신칸트 학파 출신이며 그러기에 관념론적 논법들을 매우 정확하게 알았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사실주의라는 철저한 방어를 제공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하르트만은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형이상학과 존재론에 대한 새로운 정초를 기획하였다.

그러나 그는 전혀 과학에 기대거나 경험적 요인 없이 논법을 전개해 나아가고자 하는 낡은 사변적 형이상학을 갱신하지 않고 “범주 분석”을 위하여 과학의 성과를 이용하는, 칸트에 기인하는 “비판적 존재론”을 전개한다. 하르트만은 이러한 방식으로 그 중심에 사실 세계의 성층(물질, 생명, 심령, 정신) 사상이 있는 철학적 세계상에 도달하였으니 이 사상에 의하면 높은 것은 낮은 것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낮은 것은 높은 것으로 환원할 수 없다. 특히 단지 정신층에만 속하는 목적의 범주를 전체 자연으로 옮겨 놓는 “목적론적 사유”는 하르트만에 의해서 “형이상학의 원죄”라고 날카롭게 비판받는다.

하르트만은 막스 셸러와 더불어 도덕 철학에 있어서 “내용적 가치 윤리학”의 주요 대표자이다. 이 윤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니체에로 되돌아가고 칸트 윤리학의 “형식주의”와 비판적으로 대결하는 가운데 윤리적 가치에 관한 내용적으로 충만한 체계를 전개한다. 이 윤리학은 “정서적 가치 선천성”에 의해서 윤리적 가치의 엄격한 타당성을 보증하려고 함으로써 회의와 상대주의의 위험을 우회하고자 한다. 이에 따르면 윤리적 가치는 도덕 감정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통찰된다.

하르트만의 사유는 우주적 근본 분위기에 의해서 특징지어진다. 이 분위기는 실존 철학에 대해서 특성적인 것과 같은 인간의 근본적 경험이 가지는 “극화”와 합치될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서 그의 사유는 언제나 헤겔의 정신으로 돌아가 유지할 수 있는 모든 입장의 핵심을 밝혀내고 일면적인 입장(“주의”[Ismen])을 피하려는 노력에 의해서 규정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헤겔의 위대한 체계 개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그의 웅대한 철학 체계를 밝힘에 있어서 하르트만은 전체 철학사에 잠재된 논법을 주도적으로 이용한다. 그는 특히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칸트와 헤겔에 대하여 어느 누구보다도 정통하다. 그러므로 그의 저술들은 역사적·체계적으로 언제나 교훈적이고 매력적이다.

내가 이 책에서 제시하고자 했듯이 하르트만의 사실주의와 존재론은 포퍼의 비판적 합리주의, 진화적 인식론 그리고 대체로 마리오 붕헤에 의해서 대표되는 체계론적 층이론과 같은 현실적인 철학적 입장들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포퍼와 붕헤는 하르트만이 전적으로 부당하게도 하이데거의 “존재 사유”의 뒤켠에서 망각의 수렁에 빠져 있다는 나의 의견에 대해서 서신상으로 동의해주었다. 하르트만이 새로운 세기에 아마도 다시 드러나게 될 것인지를 고대하는 일이 남아 있다!

나는 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됨으로써 20세기의 독일 철학자들 가운데서 마치 하이데거만이 형이상학과 존재론에 대하여 의미있는 무엇인가를 기여한다고 여기는 인상을 좀 뒤바꿀 수 있기를 희망한다. 양우석 선생에게 특별히 감사드리는 것은 그의 정열과 집요함 그리고 부지런함이 이 책으로 하여금 한국에서 빛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1999년 12월 쌍트 벤델에서
마틴 모르겐슈테른

Ⅰ. 서론 ...23
1. 하르트만의 철학 개념 ...23
2. 하르트만의 저작과 현실적 철학 논의에서 나타난 근본 문제들 ...26
3. 방법 절차 ...33

Ⅱ. 비판적 사실주의 ...35
1. 인식론의 개념 구상 ...36
2. 인식 현상 ...44
3. 인식의 일반적 난문제 ...51
4. 인식의 이론 ...53
5. 하르트만과 현대의 사실주의적 인식론 ...72

Ⅲ. 선천주의 ...79
1. 선천적 인식의 "현상" ...80
2. 선천적 인식의 난문제 ...87
3. 선천적 인식의 이론 ...90
4. 선천성의 가변성 ...97
5. 하르트만과 생물학적 선천성 ...101

Ⅳ. 층지어진 사실성 ...109
1. "비판적 존재론"의 개념 구상 ...110
2. 근본 사실로서의 사실성의 성층 ...126
3. "범주적 버칙들" ...132
4. 층에 대한 발생론적 해석 ...146
5. 하르트만과 체계론적 층이론 ...151

Ⅴ. 실체 ...157
1. 과정과 실체 ...158
2. 지속적 기체로서의 실체 ...160
3. "상대적"실체로서의 물질과 에너지 ...172
4. 기체 없는 지속성 ...175
5. 의식 범주로서의 과정과 실체 ...180
6. 하르트만과 철학적 실체 문제의 소멸 ...182

Ⅵ. 인과성 ...187
1. 인과성의 개념 ...188
2. 인과성과 층지어진 결정성 ...194
3. 인과 원리의 타당성 ...200
4. 응용된 결정성 범주들 ...208
5. 의식 범주로서의 인과성 ...216
6. 하르트만과 붕헤의 결정성 유형설 ...218

Ⅶ. 유기적 결정성 ...223
1. 사실로서의 유기적 합목적성 ...224
2. 목적론에 대한 비판 ...227
3. 선택과 변이 ...233
4. "유기체의 연쇄" ...241
5. 하르트만과 목적론 문제에 대한 과학 철학적 분석 ...246

Ⅷ. 정신적 존재 ...251
1. 사실성의 최고층으로서의 정신 ...252
2. 주관적 정신 ...255
3. 객관적 정신 ...265
4. 객체화된 정신 ...277
5. 하르트만의 "정신적 존재"와 포퍼의 "제3세계" ...289

Ⅸ. 의지의 자유 ...297
1. 의지 자유의 개념 ...297
2. 자유의 이율 배반들 ...302
3. 윤리 현상의 증명력 ...308
4. 자유의 존재론적 가능성 ...319
5. 하르트만과 포퍼의 자유론 ...330

Ⅹ. 평가:과학적으로 정위된 철학에로 돌진하는 하르트만 ...337

참고 문헌 ...353
이름 찾기 ...361
내용 찾기 ...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