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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속에 숨겨진 여성들이 들려주는 전혀 새로운 성서 이야기

여자라서 행복해요? 모든 여자가 광고 속 그 모델처럼 여자라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다시는 여자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다시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사람보다 많은 것을 보아도 그렇다. 아직은 여자라서 행복을 맛보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다 마르지 않은 시절이다. 그러므로 이 글들에는 그들의 눈물을 말리고, 그들과 함께 희망을 나누고, 그들과 함께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를 열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 있다.

아무리 역사적 현실이 냉혹하다고 하더라도, 역사는 그것을 뚫고 나아간 많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듯 냉정한 역사의 현실과 넘쳐나는 꿈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보고(寶庫)가 성서이다. 성서 속에는 여자들에 대한 뿌리 깊은 억압의 역사와 여자들의 당찬 자유의 역사가 함께 들어 있다. 이 책은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나오는 여자들의 삶의 족적들을 찾아나섬으로써, 역사 속에서 그들이 위치한 삶의 의미들을 들추어냄과 동시에 우리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쓰였다. 이 책을 통해 성서가 여자들에게 부여하는 자유와 구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금기를 깨고 새로운 역사를 꿈꾸다 모세, 요셉, 다윗, 솔로몬, 사무엘…마태, 마가, 누가, 요한, 사도바울…… 이들의 공통점은? 정답은 모두 ‘남자’라는 것이다. 구약성서에서부터 신약성서에 이르기까지 성서에 나타난 수많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대부분 남자였다. 여자들은 그 남자들의 이야기에서 잘해야 조연, 대개의 경우는 이름도 언급되지 않는 엑스트라로 처리됐다. 심지어는 남자들의 일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드러낼 때도 많았다. 물론 이러한 악조건을 뚫고 몇몇 이야기에서는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이야기의 흐름 상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직하게 말해서 성서는 결코 여자들에게 후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정말 하나님의 긴 역사 속에서 여자들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을까? 성서는 미미한 활동 외에는 여자들에 대해서 말할 것이 없었을까? 사실 여자들의 반응과 역할이 성서에 기록된 대로 보잘것없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모든 역사 기술이 그렇듯, 성서 속 이야기 역시 남성 중심적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여자들의 이야기는 역사 속으로 묻힌 것이다. 이 때문에 성서 속 여자들은 감춰지고, 가려지고 숨겨졌다. 이 책은 성서 속의 여자들, 남자들의 냉혹한 역사 속에 감춰지고 가려지고 숨겨진 여자들을 찾아내어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의 삶을 새롭게 조명한다. 책을 읽고 있으면 이제까지 우리가 성서를 읽으면서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여자들에게도 ‘삶’이 있었으며 그 삶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음을 알게 된다. 또한 남자로 상징되는 기득권의 시선을 따라 이해해온 여자들의 역사가 얼마나 왜곡된 것인가도 깨닫게 된다. 성서 속 여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수동적이지 않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때로 무릎을 꿇어야 할 때도 있었지만 자신들의 희망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불의에 침묵하지도 않았다. 남자들의 질서에 맞서 새로운 질서를 꿈꾸기도 했다. 그들이 보여준 열정적인 꿈들은 오늘날도 여전히 닫혀 있는 많은 문들을 향해서 소리를 질러댄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문을 두드리게 하고 그들의 희망과 꿈에 동참하여,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이 제대로 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다. 이 책의 제목인 ?여자, 성서 밖으로 나오다?는 성서 속 여자들을 우리의 삶 속으로 불러내려는 의도를 내포한다. 역사 속에서 그들이 위치한 삶의 의미들을 들추어내고 혹 그들이 못 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을 대신 전해주고, 그 이야기의 빛에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여자들은 성서에서 외면당했다. 성서가 상당부분 가부장적인 문화 안에서 기록되었고 또 가부장적인 시각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남자들에게 주어진 자유와 구원의 은총이 여자들에게도 주어졌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성서 속 여자들은 여자뿐만 아니라 여자로 상징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약자들에 대한 성서적 관심과 사랑을 성서 속 여자들은 권력구조의 가장 하층에 위치한 비천한 자들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는 성서가 가진 자, 기득권 세력을 넘어 세상의 모든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한다는 증거이다. 이 책은 가부장적인 문화에 길들여진 그리스도인들-남자와 여자 모두-의 심기를 조금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서 밖으로 나온 여자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내용이 매우 쉽고 편안하게 읽히며 우리의 실제 삶과 잘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두꺼운 얼음장을 깨고 높은 담을 넘고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던 성서 속 여자들을 이제 만나보자.

프롤로그- 냉정한 역사와 열정적 꿈

제1부 동상이몽(同床異夢) - 세상에 서다

간음하다 잡혀온 여인 - 세상의 돌에 맞서다
레위인의 이름없는 첩 - 이름 없이 사라지다
입다의 딸 - 죽음으로 저항하다
다말 - 불의한 성적 위협 앞에 서다

제2부 불인시대(不仁時代) - 담을 넘다

하갈 - 인간의 도구화를 거부하다
기생 라합 - 종족을 버려 종족을 살리다
유다의 며느리 다말 - 남자들의 질서를 뒤엎다
마리아 - 비천함을 뚫고 성모가 되다
뵈뵈 - 역사 속에 가려지다

제3부 변동천하(變動天下) - 빛을 보다

사마리아 여인 - 냉정한 질서 속에 열정을 피우다
마리아와 마르다 - 금기에 도전하다
향유 부은 여인 - 역사의 금기를 깨다
리브가 - 새로운 희망을 꿈꾸다

에필로그- 나의 여성신학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