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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의 철학을 특정한 분야에 한정된 철학이 아닌, 깊이 있고 포괄적인 사유의 결실로 다룬 책. 저자는 육구연, 진량 등 당시대인들과의 논쟁을 검토하면서 이들과 주희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고 주희 사유의 고유성을 구명하고 있다. 주희의 사서를 분석하면서 주희철학의 입각점을 명확히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현대 논쟁의 오류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기존 학계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또한 주희의 철학을 이기론이나 심성론의 틀보다는 공부론 혹은 수양론의 시각에서 살펴보며 주희 사유가 지닌 구체성과 현실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자학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대체로 주자학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정치적으로 주자학은 ‘봉건사상’이고 주희는 그것을 완성한 이론가라는 레테르를 붙이는 현대의 비판적 연구 경향이 있다. 유학 그 중에서도 주자학의 명분론적 사고가 근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였는데, 그것은 강상윤리만 고집하고 실용이나 과학을 등한시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색당쟁을 통한 권력의 쟁탈에 불과했다는 일제 식민사관의 규정도 이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마르크스와 마르크시즘을 구분하듯이, 주희와 주자학을 구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주자학을 비판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주자학을 옹호하기 위해서든 주자학이 아니라 주희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어떤 의도에서든 주자학이 아닌 주희로 돌아가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우리는 주희에게서 주자학이 결코 포괄하지 못했던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배우게 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주자학 연구는 내용적으로도 주희의 문제의식으로부터 주자학을 이해한다기보다는 그가 자신의 문제를 풀기 위해 사용된 한정된 영역과 개념들에만 치우쳐 있어, 전체적인 시각에서 그의 철학적 문제의식과 해법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도서출판 태학사에서 나온 조남호 교수의 [주희: 중국철학의 중심]은 이러한 의미에서 매우 의미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로 이 책은 주희의 철학을 특정한 분야에 한정된 철학이 아니라 포괄적인 깊이 있는 사유의 결실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우선 육구연, 진량 등 당시대인과의 논쟁을 검토하면서 이들과 주희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면서 주희 사유의 고유성을 구명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사서를 분석하면서 주희철학의 입각점을 명확히 한다. 그리고 각 장의 말미에는 이와 관련된 현대 논의의 오류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기존 학계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둘째로 이 책은 주희의 철학을 ‘이기론’이나 ‘심성론’의 틀보다는 ‘공부론’ 혹은 ‘수양론’의 시각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기존의 연구는 주로 이, 기, 성, 정 등의 개념 분석에만 집중하였는데, 이러한 사고는 주희의 철학을 일면적으로만 파악하고 입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주희에 따르면 삶의 세계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며, 그 관계는 올바른 것 혹은 적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올바른 관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주희는 이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주희철학 전체를 나, 타인 그리고 이라는 구도로 조망함으로써, 주희 사유가 지닌 구체성과 현실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주희철학은 개인의 인권과 이익이라는 층위에서 사유했다기보다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맺음을 사유했다. 다시 말해 그는 원자론적 개체에 입각한 철학자가 아니라 관계에 입각한 사유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독립적인 개인, 자족적인 개인이란 근대의 이념 자체는 지금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이런 논의는 사실 구체적이라기보다는 너무나 추상적인 논의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기적인 개인, 고독한 개인으로 인해 생기는 많은 문제점들은 사실상 인간이 자족적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주희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우리의 하루하루의 삶은 환원불가능한 다양한 관계들을 통해서 영위될 뿐만 아니라 그런 관계들을 위해서 영위되고 있음을 가르쳐주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아직도 주희철학을 버릴 수 없는 이유이며, 나아가 그의 이야기를 다시 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중국철학 해석과 비판 총서를 발간하며
　
1. 들어가는 말
2. 주희의 생애와 저작
3. 호남학 비판 - 이발미발설
4. 주희 형이상학의 구조와 의의 - 인설
5. 육구연 비판 - 황극변
6. 진량비판 - 왕씨속경설
7. 격물치지론 - 대학
8. 충서론 - 논어
9. 성선론 - 맹자
10. 인심도심론 - 중용
11. 결론과 더 읽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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