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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는 대중들에게 항상 위험을 '경고'하지는 않는다. 아니 더 정확히는 대중들은 이런 위험에서도 자신만은 '안전'할 것이라 믿는다. 이런 현상은 위험의 악영향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저자는 이런 상존하는 위험에 대해서도 대중들은 다신은 위험과 무관하다고 믿으며, 그 위험을 야기한 것은 다른 외부의 존재라 여기는 독특한 반응. 즉 '나 아닌 타자'라는 독특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근대사회는 위험사회다. 전쟁과 같은 폭력을 비롯하여 체르노빌 사고나 미국의 9·11 테러,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등은 역사성을 담지 못한 근대화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위험이 상존하는 사회가 대중들에게 항상 위험을 경고하지는 않는다. 더 정확하게는 대중들은 이러한 위험 속에서도 자신만은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의 저자인 헬렌 조페는 이런 상존하는 위험에 대해서 대중들 스스로는 자신은 위험과 무관하다고 믿으며, 그 위험을 야기한 것은 다른 외부의 존재라 여기는 반응, 즉 '나 아닌 타자'라는 독특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저자는 위험이 대중들에게 전달되고, 대중들이 그 위험에 대해 반응하는 양식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최근 세계사적을 대중에게 가장 큰 위험으로 인지되고 있는 AIDS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타자라는 표상이 가지는 권력작용보다는 이러한 대중적 표상들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의미와 기능에 있다. 문제 있고 사악한 외부집단과 위험을 결합시키는 것은, 자신은 그 위험에 책임이 없으며 따라서 자신은 위험 자체로부터도 안전할 수 있다는 자아의 안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메커니즘이다. 자아의 안전은 위험의 책임을 누군가에게로 전가함으로써 보호된다. 이것이 저자가 지적하는 '나 아닌' 반응, '타자가 비난받아야 한다'는 현상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내가 아닌 타자' 현상을 만들어내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이 주로 근거하는 심리학만이 아니라, 정신분석학, 문화이론, 사회학 및 인류학 이론들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주류 심리학에서는 관심이 거의 소멸되고 있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이다. 무의식 이론은 인간 발달과정에서 일생 동안 영향을 미치는 고착화된 요인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표상의 변화를 위해서는 이런 무의식이론은 극복되어야 한다. 때문에 저자는 무의식을 통해 발현되었지만 현실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중들의 표상에 주목하며, 그래서 문화이론이나 사회학적 연구를 통해 대중의 표상을 형성하는 데 작용하는 미디어의 역할과 과학적 담론에 천착한다.

결국 대중들이 위험에 대해 가지는 표상이란 미디어 등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고 일상 속에서 발화되는 과학적 단편들이며, 이 담론들은 실제 과학자 집단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가지지 않은 채 주관적으로 채택된 특정한 담론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표상은 개인의 정서적 삶이라는 독특한 차원과 연결되며, 이 때문에 저자는 감정의 이해에 기초한 위험 예방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보여주는 문제의식과 접근방법은 분과 학문의 경계를 넘는, 위험에 대한 간학문적 연구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또한 이 연구는 우리의 삶을 포위하고 있는 위험이 대중의 반응 속에서 표상되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천적인 함의를 갖는다.

1. 서론: 위험에 대한 반응들
2. 위험에 대한 인간의 반응 : '내가 아닌', '타자가 비난받아야 한다'
3. 위험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 : 영국과 남아프리카의 HIV/AIDS 사례
4. 위험에 대한 반응의 두 심리학적 모델의 평가
5. 위험과 '타자'를 연결하는 원천 : 대상을 '선'과 '악'으로 분리하기
6. 위험의 사회적 표상
7. 감정적 삶: 사회이론의 신개척지
8. 변화하고 있는 위험의 사회적 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