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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와 천황제를 살펴보는 책. 일본의 저명한 역사학자들이 같이 쓴『天皇制と民衆』(東京大學出版會)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좌에서 발표된 원고를 토대로 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전해준다.

이 책은 개인으로서의 천황이 아닌 국가 기구 내지는 그것과 관련된 제도로서의 천황제를 각 시대별로 살펴보고, 이러한 천황제가 민중 지배의 핵심으로서 어떤 기능을 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천황과 황실과 천황제가 변화된 역사적 과정을 추적하면서, 일본의 정치와 사회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천황제에 대한 역사적 고찰,
그리고 일본인에게 천황이 어떤 존재인지를 살펴본다!

『천황의 나라 일본―일본의 역사와 천황제』은, 개인으로서의 천황이 아닌 국가 기구 내지는 그것과 관련된 제도로서의 천황제를 각 시대별로 살펴보고, 이러한 천황제가 민중 지배의 핵심으로서 어떤 기능을 했는지를 면밀히 검토한 책이다. 그동안 천황제에 관한 책은 많이 출간되었지만, 천황(천황제)을 통치 기구 그 자체로 다룬 책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면에서 이 책은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고 하겠다.
이 책은, 일본사를 전공한 고토 야스시(後藤 靖) 교수 등 일곱 명의 저명한 역사학자들이 같이 쓴 『天皇制と民衆』(東京大學出版會)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원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좌에서 발표된 원고를 토대로 출판된 책이므로, 그 내용이 학술적이거나 고답적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지금도 일본에서 꾸준히 읽히고 있다.

민중 지배의 핵심으로서의 천황

일본의 역사서를 보면, 기원전 660년에 초대 천황(진무[神武] 천황)이 즉위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후 6세기 초 게이타이(繼體) 천황에서부터 현 천황에 이르기까지 만세일계萬世一系의 황통 계승을 유지해 오고 있다(그러나 최근에 고이즈미 총리 내각이 왕실전범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등 만세일계의 황통 계승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 천황은 인간 사회의 모든 관계와 법적·정치적인 제도를 초월하는 신神적인 존재로 민중들에게 인식되었으며, 이러한 뿌리 깊은 인식은 수많은 세월 동안 천황제가 유지되어 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7세기경에는 일본 내에 공민제 및 율령제의 선언이 이루어진 것을 계기로 천황이 정치적인 실권을 가지고 일본을 지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9세기 이후부터는 귀족이나 막부가 실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당시의 실권자는 천황으로부터 대권을 받는 형태를 취했다. 그것은 비록 천황이 실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나 천황이 일본을 수호하는 신으로서의 민중의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권력을 장악한 이들이 함부로 천황을 제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귀족과 막부는 천황을 앞세워 그 보호막 아래에서 민중을 지배하였다.
이처럼 천황은, 천황 개인이라기보다는 민중 지배를 위한 국가 기구로서 역할을 했으며, 이 책에서는 바로 이 점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의 내용은, 천황 개인이나 황실의 변천 과정이라는 역사의 일부분을 언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천황·황실·천황제가 변화된 역사적 과정을 추적하면서 일본의 정치와 사회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피는, 말하자면 일본의 역사 전체를 살펴보는 거대한 작업이기도 하다.

상징천황제―존재하나 군림하지 않는 왕

1868년의 메이지유신을 계기로 천황은 다시 통치권을 행사하기 시작했으나, 그것은 행정·입법·사법의 3권분립이 이루어진 입헌군주제의 형태였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새로운 형태의 천황제 즉 ‘상징천황제’가 확립되었다.
이 책에서는 상징천황제가 천황의 정치적 역할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 근거로 진무 천황에서부터 시작된 천황제의 역사적 연속성과 또한 독도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 등에서 감지할 수 있는 천황을 정점으로 한 보수세력의 결집을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천황과 천황제의 문제를 거시적인 역사적 배경에서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고대 천황과 천황제의 성립 이후 상징천황제에 이르기까지의 천황과 천황제, 그리고 민중과의 관련성에 주목하여 일본의 천황제가 일본의 역사와 정치, 그리고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일본 역사 속에서의 천황의 존재와 역활, 그리고 일본 국민이 숭배하는 정신적 지주로서의 천황제의 실체를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들어가면서
옮긴이의 말

[제1장] 고대 천황제의 성립

1. ‘일본’ 및 ‘천황’ 호칭의 성립 시기
1) ‘일본’이라는 국가 호칭의 성립
2) ‘천황’이라는 군주 호칭의 성립
2. ‘천황’이라는 호칭의 성립과 역사적 의의
1) ‘아마타라시히코’ 칭호와 신화
2) 천자·황제와 천황
3. 율령국가의 권력기반
1) 스이코조의 권력기구
2) 스이코조의 국가 성격
3) 공민제의 역사적 특징과 천황제
4) 율령체제에서의 투쟁
4. 고대 천황제의 역사적 특질
1) 율령천황제의 구조: 성姓과 위계
2) 율령천황제의 특색: 법과 관제
3) 동아시아에서 본 고대 천황제 국가의 성립

[제2장] 남북조 내란기의 천황과 민중

1. 중세의 개요와 당면 과제
1) 개관
2) 분석해야 할 과제
2. 겐무 정권의 수립
1) 악당惡黨의 봉기
2) 악당과 충신
3) 천황의 모반
4) 밝은 임금, 성스러운 군주에의 기대
3. 내란 속의 천황과 민중
1) 황위 계승
2) 무사와 천황
3) 천황과 민중
4. 맺음말에 대신하여
1) 왜구
2) 외교의 성립

[제3장] 막번제 시기의 천황과 막부

1. 머리말
2. 천황과 쇼군
1) 동시대인들의 천황·쇼군 인식
2) 천황의 전통적 권위
3. 천황의 존재 의의
1) 조의朝儀의 부흥과 신분제 질서
2) 반잔에서 게이잔으로
4. 막번 권력의 동요와 ‘천황과 민중’
1) 조권朝權 회복의 기운
2) 이세 신앙과 백성들의 잇키
5. 천황과 민중: 맺음말을 대신하여

[제4장] 메이지 시기의 천황제와 민중

1. 메이지 국가의 특질
1) 메이지 국가를 보는 시각
2) 메이지 국가의 특질
3) 연구에 있어서의 어려움
4) 천황제 국가의 여러 단계
2. 천황제의 형성
1) 개관
2) 천황제 형성의 제1단계
3) 천황제 형성의 제2단계
4) 천황제 형성의 제3단계
3. 천황제의 확립
1) 개관
2) 헌법체제의 출발
3) 헌법체제의 모순
4) 청일전쟁으로의 길
4. 전망

[제5장] 다이쇼 시기의 천황론

1. 시대의 개관
1) 국가기구
2) 민본주의
2. 천황제 기구와 정당
1) 원로와 관료
2) 군부
3) 다이쇼의 정변
4) 정당
3. 제1차 세계대전과 민족운동의 고양
1) 독점자본
2) 민족운동
3) 민중운동의 고양
4) 쌀 소동
4. 정당 정치
1) 보통선거
2) 공황
3) 중국 침략
4) 초연주의의 부활

[제6장] 전쟁과 파시즘 시기의 천황제

1. 근대 천황제 국가의 변질
1) 여러 견해의 검토
2. 일본 파시즘의 성립과 천황제
1) 일본 파시즘의 특질
2) 천황제와 파시즘
3. 천황제 파시즘의 민중 지배
1) 국체명징운동의 추진
2) 치안유지법의 개악
3) 이단에 대한 탄압: 대본교의 경우
4) ‘국체교육’과 교육의 군국주의화
5) 대정익찬회와 국민통제
4. 맺음말: 천황의 전쟁 책임

[제7장] 상징천황제의 정치적 역할

1. 상징천황제의 재검토
2. 상징천황제의 확정 과정
1) 포츠담선언과 지배층의 ‘국체유지’
2) 헌법개정안과 민중의 천황제 인식
3) 연합국의 천황제 인식
3. 상징천황제의 헌법적 의의
1) 천황의 상징기능과 그 지위
2) 국사國事 행위자로서의 천황의 권능
4. 상징천황제의 정치적 역할
1) 상징천황(제)의 반헌법적 이용의 문제점
2) 2차 대전 이후 상징천황제의 정치적 역할
5. 맺음말

에도(江戶) 시대는 일본사에 있어서 천황이 정치상의 실권을 가장 갖지 못한 시대였다. 이 점에 대해서 이론異論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그러나 에도 시대의 천황이 어떤 정치적·사회적 역할을 수행했는지, 또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 존재였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론이 분분하다. 제2차 대전에서 패배함으로써 근대 천황제의 중압감으로부터 해방되어, 상징천황象徵天皇의 출현을 보게 된 지도 이미 몇십 년이 지났다. 정치적 실권을 갖지 못한 천황이 어떤 존재인가 하는 점은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피부로 느끼고 있는 그대로이다. 그 같은 상징천황에서 유추하고 대비시키거나 혹은 강대한 근대 천황제 권력 하에서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천황이 갖는 모든 기능과 측면 등을 고찰할 수 있게 된 오늘날의 시대는 에도 시대의 천황에 대해서 2차 대전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은 통찰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에도 시대의 천황에 관한 2차 대전 이후의 연구는 화려한 고대 천황제의 연구 등에 비해 뒤떨어져 있으며, 2차 대전 이전의 연구를 그다지 넘어서 있지 않다. 즉 실증實證은 충분치 못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식으로 대충 언급하고 있지만, 2차 대전 이전에는 명확하지 않았던 상징천황의 시대에 대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시각이 제시되어 있기는 하다. (1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