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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들의 당나귀 귀 2 : 고루한 세계를 돌파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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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을들의 당나귀 귀〉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기획하고 임윤옥, 김지혜 활동가와 페미니스트 문화비평가 손희정이 여러 게스트들을 초대해 ‘대중문화’에 관해 대담을 나누는 팟캐스트이다. 이 대담을 바탕으로 2019년 출간된 『을들의 당나귀 귀』(부제: 페미니스트를 위한 대중문화 실전 가이드)에 이어, 『을들의 당나귀 귀 2』(부제: 고루한 세계를 돌파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가 3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에 나온 『을들의 당나귀 귀 2』는 에세이스트 김혼비, 배윤민정, 은하선과 극영화?다큐멘터리영화 감독 전고운, 이경미, 김일란, 윤가은, 문학?인류학 연구자 장영은, 허윤, 김현미가 참여해, 그들이 창작과 비평의 현장에서 길을 내면서 축적한 ‘페미니스트 지혜’를 나눈다. 기획자이자 저자 손희정은 여성들이 구축한 세계를 공유하고 언급하고 인용하는 것, 연결하고 이어 가는 작업이 중요하다면서, 『을들의 당나귀 귀 2』가 당대를 주름잡은 책, 영화, 운동을 깊이 읽고 대화 나눔으로써 한국 페미니스트 대중문화 유니버스에 “반드시 다시 찾아볼 것”이라는 인덱스를 남기는 책이라고 소개한다.

출판사 서평

〈을들의 당나귀 귀〉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기획하고 임윤옥, 김지혜 활동가와 페미니스트 문화비평가 손희정이 여러 게스트들을 초대해 ‘대중문화’에 관해 대담을 나누는 팟캐스트이다. 이 대담을 바탕으로 2019년 출간된 『을들의 당나귀 귀』(부제: 페미니스트를 위한 대중문화 실전 가이드)에 이어, 『을들의 당나귀 귀 2』(부제: 고루한 세계를 돌파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가 3년 만에 출간됐다.
앞서 출간된 『을들의 당나귀 귀』가 TV 예능, 드라마, 케이팝, 영화, 소설, 게임, 인터넷 커뮤니티 등 미디어와 대중문화 속 ‘성평등’ 이슈를 관통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기획이었다면, 이번에 나온 『을들의 당나귀 귀 2』는 에세이스트 김혼비, 배윤민정, 은하선과 극영화?다큐멘터리영화 감독 전고운, 이경미, 김일란, 윤가은, 문학?인류학 연구자 장영은, 허윤, 김현미가 참여해, 그들이 창작과 비평의 현장에서 길을 내면서 축적한 ‘페미니스트 지혜’를 나눈다. 기획자이자 저자 손희정은 여성들이 구축한 세계를 공유하고 언급하고 인용하는 것, 연결하고 이어 가는 작업이 중요하다면서, 『을들의 당나귀 귀 2』가 당대를 주름잡은 책, 영화, 운동을 깊이 읽고 대화 나눔으로써 한국 페미니스트 대중문화 유니버스에 “반드시 다시 찾아볼 것”이라는 인덱스를 남기는 책이라고 소개한다.


“그라운드를 넓게 쓸 때 벌어질 수 있는 일”
편견, 제한, 고정관념을 넘어

문학연구자 장영은은 나혜석의 삶의 궤적을 그가 쓴 글을 중심으로 들여다보면서 가부장제 담론이 만들어 낸 ‘신여성’ 프레임을 꼬집는다. 나혜석은 ‘부르주아 여성’ ‘최초의 화가’ ‘길에서 죽었다’는 세간의 편견 어린 이미지 너머, “자기 스스로에 대해 말하고 쓴 최초의 여성 지식인”이었으며, 페미니스트, 독립운동가, 계몽주의자, 작가, 엄마, 가정주부, 여성 노동자 등 다양한 정체성 안에서 매 순간 “말과 글로 사건을 정면 돌파한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김혼비는 여자가 축구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람들, 특히 “내가 해봐서 안다”라는 남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축구를 시작해 “몸을 쓰는 재미를 알게 된 여자들”이, “그라운드를 넓게 쓸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보호’라는 명목으로 오랫동안 여자 축구 경기에만 있었던 성차별적인 제한 규정을 소개하고, 운동장에서 격렬하게 부딪치고 팀플레이를 하며 느낀 쾌감과 연대감을 생생한 에피소드와 함께 전한다. 또 페미니즘 관점에서 글을 쓰려던 것이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었음을 인지하며, 여성주의 글쓰기와 다른 운동에 대한 전에 없던 관심을 표하기도 한다.
전고운 감독은 연출작 〈소공녀〉에, 영화감독이자 독립영화 제작자로서 영화를 계속 만들고 삶을 영위하는 데 따르는 고민들을 연결 짓는다. 그는 집 대신 기호품인 담배와 위스키를 충당하기로 결정하고 친구의 집을 전전하는 극중 미소의 이야기가 “살수록 희망이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대한” “슬픈” 이야기인 동시에, “자기가 좋아하는 걸 지키고 사는” “뜨거움을 유지하는 한 명의 인간”을 보게 되는 “희망적인” 이야기라고 말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페미니즘을 담는 다양한 그릇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보건교사 안은영〉 등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이경미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만들 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만든다”. 제도에 순응하지 않는 인물(〈잘돼가? 무엇이든〉), 끝내 ‘나는 내가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미쓰 홍당무〉), 자기 욕망에 충실하게, 되는 순간까지 진실하게 가는 캐릭터(〈비밀은 없다〉) 등이 그 예다. 이경미는 “여자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 때” 자신감이 차오른다. 여성 영화, 여성 감독이라는 편견 없이 시장에서 좀 더 정확하게 평가받고 싶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미디어 활동가인 김일란은 여성 주체나 여성 문제를 다루는 것만이 아니라, 페미니스트 관점을 다루고 그에 따른 질문을 만들어 가는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는 페미니즘을 통해 이분법을 벗어나 질문하고 사건을 보는 사유, 섬세하게 들여다봐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보기 위해 노력하고 시야를 넓히는 동시에 세밀하게 보는 태도, 누가 왜 배제되는지, 그걸 이루는 힘이 무엇인지 질문하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에,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을 구상하고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마음은 능력, 갈등은 역동”
관계를 위한 노력들

‘우리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6)과 〈우리집〉(2019)은 인물(배우)과 공간(촬영지)을 이어 가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연결된 세계관을 체험하게 하는 영화다. 윤가은은 〈우리들〉의 인물들을 〈우리집〉에도 나오게 한 것을 두고, “격한 시기를 보냈더라도 인생이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 “그러고 나서도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정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는 하나의 노력을 두고, “다른 사람을 챙기려는 마음은 하찮은 것이 아니”며, 이 “마음 자체가 재능”이라고 말한다.
호칭에서 드러나는 가족 내 부당한 위계에 맞서 싸운 배윤민정 작가는 비시각장애인들이 보는 묵자 도서를 점자 도서로 만드는 점역사 일을 했던 경험을 나눈다. 초등학생 아이가 이웃을 대하는 그림이 있을 때, 이웃의 직업에 따라 어떤 직업명에는 ‘선생님’, 다른 직업명에는 ‘아저씨’가 붙게 된다는 것. 그는 가족 내 한 사람이 불만을 참고 나머지 사람들만 웃는 상황이 “사랑을 지키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관계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말하며,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고, ‘역동’의 에너지로 삼자고 제안한다.


“이 싸움들은 연결돼 있다”
백래시의 시대, 페미니즘의 전진을 꿈꾸며

은하선은 대학 재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페미니스트이자 성소수자로서 싸워 온 일련의 경험을 나눈다. 이 이야기들은 “성의 이해” 수업 폐강 운동에서 섹스 칼럼집 『이기적 섹스』 출간,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미투 운동, 〈까칠남녀〉 문자 사건, ‘나무위키’ 자기 항목 최초 수정에 이르기까지, 별개인 듯하지만 절묘히 연결되며, 페미니즘과 성소수자에 대한 작금의 백래시와 만난다. 이 이야기들은 지극히 사적이면서 지극히 정치적이다.
문학연구자이자 젠더연구자 허윤은 ‘소녀’와 ‘할머니’의 이미지로만 재현돼 온 ‘위안부’ 서사의 계보를 훑으면서, 역사적 남성 인물들이 중년의 신체로 재현되는 반면 “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그들이 싸우면서 역사를 바꾸고 있을 때에도 소녀의 신체로 재현되어야 하는지” 묻고, ‘소녀’와 ‘할머니’의 이분법을 넘어서야만 강제동원과 자발적 성매매를 둘러싸고 얽힌 논의들을 진보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이영훈의 『반일종족주의』와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 같은 역사수정주의적 시도들을 비판적으로 살피면서, 제국주의, 가부장제, 식민주의, 군사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지점을 분석해 내야 한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이주민?난민 문제를 연구해 온 문화인류학자 김현미는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와 페미니즘 진영 내 반난민 기조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난민들의 성별, 종교, 복장이나 소지품에 대해 무책임한 보도를 하고 여론을 호도한 언론, 여러 정권에 걸쳐 난민법과 난민 협약을 이루고 필요할 때마다 ‘인권 국가’임을 과시해 놓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정부, 외국인 이주자를 저임금 노동력 부족이나 결혼 시장의 불균형 문제, 돌봄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만 바라봤던 한국 사회의 낮은 인권 감수성이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또 민주화 운동 중에 군인에게 성폭력당한 미얀마 소수민족 여성이 정치범으로 인정받지 못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를 전하면서, 페미니스트들이 ‘무슬림 남자니까 쫓아내자’가 아니라, ‘난민법에 결여된 젠더 관점을 살펴야 한다’로 초점을 옮겨서 난민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이뤄내야 했다고 말한다.

목차

프롤로그 | 손희정

아직도 짐만 싸면 신이 나 | 장영은
우리가 몸속에 품은 수많은 동사들 | 김혼비
이 세계의 스테레오타입은 너무 지루하지 않은가 | 전고운
익숙하지 않은, 예상되지 않는 | 이경미
페미니스트 감각이 다큐멘터리가 된다면 | 김일란
마음의 능력을 믿는 영화 | 윤가은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 질문한다 | 배윤민정
내 ‘이야기’가 정치적 ‘담론’이 될 때 | 은하선
‘소녀’와 ‘할머니’의 이분법을 넘어 | 허윤
‘여기’를 확장하는 정치를 꿈꾸며 | 김현미

본문중에서

안녕하세요, 여러분. 『을들의 당나귀 귀』 이후 3년 만입니다. 그사이 이런저런 일이 많았네요. N번방 성착취 사건이 폭로되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상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안티페미니즘이 표가 된다고 믿는 정치인들이 여성 혐오 자체를 정책으로 내세우는, 한심하고 위험한 장면 역시 목격하고 있지요. 꽤 답답하고 지치는 시절이에요. 이 시기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을들의 당나귀 귀’ 팀은 책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페미니스트 자긍심을 다시 만났고, 그 에너지를 한 권의 책에 끌어모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을들의 당나귀 귀 2』를 여러분께 드립니다.
-- 손희정, “프롤로그”(5쪽)

여자가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면 ‘길에서 죽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세상,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이 낙인이 되고 공격의 좌표가 되는 이곳에선, 여성들이 차근차근 구축해 놓은 세계를 공유하고 언급하고 인용하는 것, 그리고 연결하고 이어 가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한국 페미니스트 대중문화 유니버스에 인덱스를 붙이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당대를 주름잡은 귀중한 책과 영화, 운동을 깊이 읽고 대화 나누면서 무지갯빛 인덱스로 “반드시 다시 찾아볼 것”이라고 표시해 놓은 책이니까요.
-- 손희정, “프롤로그”(10쪽)

저는 특히 나혜석의 호기심과 낙관주의가 드러나는 글들을 좋아해요. 「신생활에 들면서」라는 글에 보면 “어지간히 내가 짐을 싸봤지만, 아직도 짐만 싸면 신이 나”란 표현이 나와요. 아직도 짐만 싸면 신이 난다니. 새로운 세계에 대한 그 호기심이 너무 좋아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내 삶에 펼쳐질 새로운 사건들에 대한 기대. 그런 걸 보면 나혜석은 늘 주저함이 없었던 사람이죠.
-- 장영은, “아직도 짐만 싸면 신이 나”(43쪽)

어느 정도로 걱정들을 해줬냐면, 1970년대에 축구 규정 중에 꽤 오랫동안 ‘보호 손’이라는 규정이 있었어요. 오직 여자 축구 경기에만 있던 별도의 규정인데요. 여자들은 경기 중에 가슴을 가릴 수 있고, 그때 공이 손에 맞아도 핸드볼로 인정하지 않는 규정이에요. 그러니까 가슴으로 날아오는 공은 손으로 잡아도 되는! 그것뿐만 아니라 가슴 보호를 위한 특별 규정들을 도입하려고 계속 토론하고 그랬어요, 남자들끼리 모여서.
-- 김혼비, “우리가 몸속에 품은 수많은 동사들”(51-52쪽)

저는 사실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살수록 희망이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할까요? 엔딩도 그런 세계에 대한 스케치였던 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슬픈 이야기죠. 하지만 반대로,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지키고 사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그런 뜨거움을 지닌 미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또 해피엔딩일 수도 있겠죠. 전 제가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제 안의 뜨거움을 발견할 때거든요. 그런 뜨거움을 유지하는 한 명의 인간을 보는 건 희망적인 것 아닐까 싶기도 해요. 미소는 끝까지 지키죠.
-- 전고운, “이 세계의 스테레오타입은 너무 지루하지 않은가”(101쪽)

확실한 건 제가 인물을 만들 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거예요. 그래서 〈잘돼가? 무엇이든〉에서는 주인공 여자가 제도에 순응하지 않고 생각하는 여자였어요. 그 인물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미쓰 홍당무〉의 주인공은 비록 사랑받기 힘든 사람이지만 끝내 ‘나는 내가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런 엔딩이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비밀은 없다〉의 주인공이야말로 정말 저의 이상형인 여자죠. 자기 욕망에 충실하고요. 재밌는 건 이 여자도 제도 속에 들어가고 싶지만, 동시에 자기 욕망과 제도가 서로 맞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본인이 더 충실하게, 되는 순간까지 진실하게 가는 과정을 그렸어요.
-- 이경미, “익숙하지 않은, 예상되지 않는”(126쪽)

저에게 페미니즘은 정체성이기도 하고 삶의 지향이기도 하고, 또 계속 훈련해 온 인식론이거든요. 무엇보다 질문을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두 개의 문〉을 구상할 수 있었던 건 페미니즘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었어요. 왜냐하면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을 넘어서 보려고 했기 때문에 국가 폭력의 문제가 눈에 들어온 거니까요. 그런 이분법을 벗어나서 질문을 하고 사건을 보게 하는 사유, 섬세하게 들여다봐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넓게 보는 시야와 세밀하게 보는 태도를 함께 갖추는 것, 이런 것들이 페미니스트로서 훈련받은 태도였어요. 게다가 페미니스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특정한 공간에서 누가, 왜, 어떤 이유로 배제되고 있는가, 그를 배제하는 권력과 힘은 무엇인가, 같은 것들을 질문하도록 계속 훈련받잖아요. 용산 참사라는 사건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경찰은 어떤 위치였나, 경찰과 철거민이 서로 적대 관계인 게 맞나, 경찰은 과연 가해자인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던 거죠. 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두 개의 문〉이 나왔어요.
-- 김일란, “페미니스트 감각이 다큐멘터리가 된다면”(161쪽)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이 가고, 뭔가 도움을 주고 싶고,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그런 마음 자체가 하나의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종종 “너부터 챙겨!” 하는 말을 듣곤 했는데, 사실 다른 사람을 챙기려는 마음은 하찮은 것이 아니잖아요?
-- 윤가은, “마음의 능력을 믿는 영화”(196쪽)

한 사람이 불만을 꾹 참고 나머지 사람들만 하하호호 웃는 모습이 사랑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한 사람의 어떤 절망이나 자포자기를 딛고 이뤄지는 게 가정의 평화라면, 그것은 기만이고 억압일 뿐이죠. 그러니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도 누군가 저랑 관계를 맺을 때 “말해 봤자 아무 소용없어” 이러면서 꾹꾹 참고 있다면, 저는 너무 미안할 것 같아요. 심지어 그렇게 참고 있는 사람이 제가 사랑하는 배우자라면 더욱 가책을 느끼겠죠. 저는 그런 행동이 사랑을 지키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관계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는 갈등을 너무 두려워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저는 이런 것을 ‘갈등’ 대신에 ‘역동’이라는 말로 바꾸고 싶어요. 이런 역동은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고 집단에 있어서도 그렇고, 굉장히 건강한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 배윤민정,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 질문한다”(222-223쪽)

나무위키에 서술된 은하선은 있지도 않았던 성폭력을 지어내서 미투 운동에 가짜로 동참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사람이었다. 온갖 가짜 뉴스로 점철된 서술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뛰어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 후 편집 지침을 꼼꼼하게 읽어 가며 하나씩 고치기 시작했고 바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 일은 나무위키에서 본인이 직접 자기 항목을 고치는 데 성공한 첫 사례이다. 나무위키 본사의 제안으로 이와 관련된 자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나무위키는 파라과이에 위치한 회사로 한국 경찰에 협조하지 않는다. 명예훼손 관련 소송은 파라과이에서 하라는 입장이다. 여전히 자신에 관한 내용을 내리고 싶어서 나무위키에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는 재벌, 연예인, 정치인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신남성연대 대표가 나무위키에 자신의 문서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글을 보았다. 여성 혐오에 앞장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도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는 참기가 어려운가 보다.
-- 은하선, “내 ‘이야기’가 정치적 ‘담론’이 될 때”(267-268쪽)

소녀상이 너무 동시대적인 이미지,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군 ‘위안부’의 모습인 거죠. 말 그대로 현재화된 기억인 것이지, 그 당시 기억을 재현한 건 아닌 셈이거든요. 그러면 도대체 이런 기념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역사적 인물 중에 남성들을 생각해 보면,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등은 다 중년의 신체로 재현하거든요. 이런저런 과업을 다 이루고 난 뒤, 성공한 상태의 신체를 재현해서 기념하죠. 그런데 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그들이 싸우면서 역사를 바꾸고 있을 때에도 여전히 소녀의 신체로 재현되어야 할까요?
-- 허윤, “‘소녀’와 ‘할머니’의 이분법을 넘어”(287쪽)

생각해 보세요. 한국에서 전쟁이 터지거나 환경 재앙이 닥치면 우리 모두 살기 위해 난민이 되지요.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보호를 신청할 거예요. 예컨대, 부유층은 좋은 옷을 입고 두둑한 돈을 갖고 가족이 모두 한국을 떠나겠지요. 자원이 없는 집은 가족 구성원 한 명이라도 내보내려 하겠지요. 예멘의 경우 무슬림 국가이니 여성의 이동은 제한되어 있고, 무엇보다 징집당하면 죽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청년 남성을 내보냈겠지요. 이 남성이 해외에서 안전하게 자리를 잡게 되면 다른 가족을 데리고 가리라 생각했겠지요. 무슨 옷을 입었는지 돈이 많은지 적은지 등은 난민 사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예요.
-- 김현미, “‘여기’를 확장하는 정치를 꿈꾸며”(312-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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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손희정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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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크리틱. 논문 〈21세기 한국영화와 네이션〉으로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페미니즘 리부트》와 《성평등》을 썼고, 《을들의 당나귀 귀》와 《그런 남자는 없다》를 책임 편집했다. 함께 쓴 책으로는 《대한민국 넷페미史》, 《페미니스트 모먼트》, 《그럼에도 페미니즘》, 《소녀들》,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X민주주의》, 《누가 여성을 죽이는가》 등이 있다. 《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사춘기 소년》, 《호러 영화》, 그리고 《다크룸》을 번역했다. EBS 〈까칠남녀〉에 전문가 패널로 출연했다. 프로그램이 강제종영된 후에는 퀴어 유튜브 채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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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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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연구자. 여성들이 글을 쓰며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분석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자서전, 회고록, 일기, 편지, 기행문, 연설문, 소설, 대담 등 다양한 양식의 자기서사에 주목하고 있다.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2018)을 엮고,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2018),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2019)를 함께 썼으며,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2020), 『여성, 정치를 하다』(2021)를 썼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아시아 근대문학과 여성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일, 공부, 글쓰기로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모아 널리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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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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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혼비는 오랜 시간 축구를 보며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가 한번 직접 해 볼까? 싶어 덜컥 축구를 시작하는 바람에 지금은 축구를 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오랜 시간 온갖 주제로 잡다한 글들을 쓰다가 한 번 제일 좋아하는 것을 써 볼까? 싶어 덜컥 축구 일기를 쓰기 시작하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빠른 것 하나로 버티는 축구하는 사람이자 마감 잘 지키는 것 하나로 버티는 글 쓰는 사람. 계속 축구하고 글 쓰고 축구 보고 글 읽으며 살고 싶다.

전고운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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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내게 사랑은 너무 써〉(2008), 〈배드신〉(2012) 등의 단편으로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영상원 동기들과 독립영화 제작사 ‘광화문시네마’를 설립하고, 〈1999, 면회〉(2012),〈족구왕〉(2013), 〈범죄의 여왕〉(2016), 그리고 〈소공녀〉(2017) 등을 제작했다. 광화문시네마의 김태곤 감독의 장편 데뷔작 〈굿바이 싱글〉(2016)에 각색과 스크립터로 참여했다. 장편 데뷔작 〈소공녀〉로 제39회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 제55회 대종상영화제 시나리오상과 신인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가수 아이유를 주인공으로 네 명의 감독이 연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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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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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겸 각본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으로 만든 단편 영화 <잘돼가? 무엇이든>이 2004년 미장센 단편 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을 맡은 <미쓰 홍당무>로 장편 영화 데뷔, 그해의 신인 감독상을 휩쓸었다. 8년 만의 공백을 깨고 미스터리 스릴러 <비밀은 없다>를 선보였으며, 이 작품으로 제36회 영화평론가상 감독상, 2016 올해의 여성 영화인 각본상 등을 수상했다. 독보적인 여성캐릭터와 독창적인 상상력, 장르의 전형성을 탈피한 디테일하고 탄탄한 시나리오로 마니아층을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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