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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 7인 7색 연작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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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신의 무료한 여름밤을 시원하게 위로할, 한순간의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그리움
좋아서 시작한 7인 7색 에세이 연작집!

김민섭, 김혼비, 남궁인, 문보영, 오은, 이은정, 정지우… 일곱 명의 에세이스트가 에세이 연작집 『내가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로 올여름 독자를 찾아왔다. 찬란했던 순간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기억의 한 조각이 되어 우리 안에 오롯이 남는다. 언젠가 고양이를 구하지 못했던 그 안타깝고 돌이키고 싶은 순간부터, 친구가 되기로 한 설레는 순간, 나의 세상이 딱 캐리어 하나만큼 넓어졌던 순간까지. 계절처럼 이따금씩 돌아오는 기억 속 ‘언젠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책은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작가 초대 플랫폼 북크루’에서 진행한 ‘에세이 새벽 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를 통해 주 7일 새벽 6시마다 구독자들의 메일함을 두드렸던 총 63편의 글을 모은 연작 에세이집이다.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가 되었던 에세이 연재는 작가들의 찬란했던 과거의 한 순간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 언젠가 느꼈을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그리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지친 일상을 위로해주던 라디오 DJ의 클로징 멘트처럼, 할머니가 한 알씩 꺼내주던 ‘사랑방 알사탕’처럼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일곱 명의 작가들과 소곤소곤 수다를 나누는 독서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출판사 서평

★북튜버 김겨울, 이다혜 기자 추천!
언제나 내 삶엔 기쁨과 슬픔, 그리고 나를 만든 첫문장이 있었다!
좋아서 시작한 에세이 연작집,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 출간

김민섭, 김혼비, 남궁인, 문보영, 오은, 이은정, 정지우… 일곱 명의 에세이스트가 에세이 연작집『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로 독자를 찾아왔다. 찬란했던 순간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기억의 한 조각이 되어 우리 안에 오롯이 남는다. 작가들은 그때 그 시절 우리를 웃게 하기도, 또 울게 하기도 하는 기억 속 이야기들을 한 편 한 편의 글로 길러 이 한 권의 책에 모았다. 어떤 글에선 ‘와하하-’ 웃음을, 또 다른 글에선 ‘또르르-’ 눈물 몇 방울을 흘리게 하는 이들의 글맛은 당신의 지친 하루를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일곱 명의 작가들은 자신의 삶에 깊게 새겨져 있던 기억들을 하나둘씩 길어 올려 주었습니다. 서로가 꺼내든 이야기에는 모두 자신만의 힘과 매력이 있었습니다.”
- 서문 중에서

세상을 거닐며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진솔하게 담아온 작가 김민섭, 우아하고 호쾌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들을 내어 보여온 작가 김혼비, 생과 사의 경계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절실하게 어루만져온 의사 남궁인, 재기발랄한 언어로 세상과 맞서고 삶을 다정하게 움켜쥐는 방식을 이야기해온 시인 문보영, 우리의 세계를 돌아보게 만들어온 은은한 시인 오은, 모든 이의 마음 깊이 흐르는 슬픔과 눈물의 언어를 빚어내온 소설가 이은정, 고요하고 단단한 내면을 바탕으로 누구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글을 써온 작가 정지우. 이 일곱 명의 작가가 길어 올린 예순세 편의 이야기에는 일상에 지쳐 돌아보지 못했던 추억 속 장면들이 어려 있다. 나이도, 써왔던 글도, 살아가는 모습도 서로 다른 일곱 작가가 재미, 감동, 눈물, 다정함, 반짝임으로 가득한 글들과 함께 충만한 여름밤을 보내길 바란다.

“당신의 첫문장은 어떤 모습인가요?”
3개월간 주고받은 작가들의 교환일기
기억 속에서 길어 올린 내 삶의 첫문장과 마주하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라는 말처럼 힘든 일상 속에서도 우리를 버티게 하는 것은 지금껏 나를 만들어온 아주 작은 기억들이다. 이 책 속 예순세 편의 이야기도 바로 이런 것들이다. 돌이켜보면 이불을 차고 싶을 만큼 부끄럽고 유치했던 순간들, 그러기에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나의 내면을 잘 보여주는 그런 이야기들. 단언컨대, 이 책 속에는 지금껏 당신이 사랑했던 작가들의 이제껏 숨겨왔던 기억과 내밀한 이야기 들이 가득하다.
무엇이 이 작가들을 이토록 쓰고 싶게 만들었을까? 작가 일곱 명은 에세이 새벽 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를 통해 월화수목금토일 주 7회 에세이를 구독자들에게 배송하기 위해 매주 한 편의 원고를 마감하는 마라톤을 뛰었다. 작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한 명도 지치지 않고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었던 힘은, 작가들이 서로 주제를 하나씩 던지며 마치 ‘교환일기’를 쓰듯이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재미에서 비롯되었다고. 매주 다가오는 마감의 고통 속에서도 동료 작가의 존재 자체가 서로에게 힘이 된 것이다.
이렇듯 ‘교환일기’ 같은 예순세 편의 글들에는 작가들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 담겨 있다. 언젠가 고양이를 구하지 못해 미완으로 남은 김민섭 작가의 20대가, 마트에서 자신의 첫문장을 찾아낸 김혼비 작가의 순간이, 최초로 공개한 ‘남궁재간체’로 써 내려간 남궁인 작가의 청춘이, 뇌이쉬르마른이 전하는 문보영 작가의 이야기가, 오은 작가를 시인으로 만든 그 작은 공간이, 아직 인생의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은정 작가의 시절이, 어떤 날씨들과 함께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정지우 작가의 추억이 담겨 있다. 이렇게 그들이 꺼내놓은 이야기들에는 내가 잠시 잊고 지냈던 그 시절 나의 기억까지도 소환하는 힘이 있다.

“그렇게 나의 한 시절도, 내가 사랑했고 나를 구해 냈던 어느 돌덩이도, 모든 시절과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내게서 떠나갔다. 평생 잊힐 것 같지 않은 방 안의 어떤 풍경을 남기고서.”
-정지우, 〈한 시절 나의 돌다리였던〉 중에서

“유난히 커피를 좋아했던,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먼 길 떠난 언니가 떠올라서 그날의 커피는 잘 넘어가지 않았다. 커피에서는 향불내가 났고 맛은 썼다.”
-이은정, 〈마실 수 없는 커피〉

유난히 무료하고 더운 2020년 여름,
답답한 마음속 시원한 바람이 되어줄 한 권의 책!
“계속 다정하게, 그 순간의 첫문장을 마주할 수 있기를”

7인 7색 연작 에세이집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는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작가 초대 플랫폼 북크루’의 에세이 새벽 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를 통해 주 7일 새벽 6시마다 독자들의 메일함을 두드렸던 총 예순세 편의 글을 모은 작가 7인의 연작 에세이집이다. “에세이 어벤저스”(한국일보 2020년 3월 2일자)로 불리며 빈틈없는 라인업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번 연재는 어느 것 하나 남 주기 아까운 종합선물세트처럼, 단 하나의 글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오색찬란한 힘이 있다. 언젠가 지친 일상을 위로해주던 라디오 DJ의 클로징 멘트처럼, 할머니가 한 알씩 꺼내주던 ‘사랑방 알사탕’처럼 당신에게 기쁨과 위로가 필요할 때 이 책의 글들은 꺼내 읽어보기를 바란다.

“독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어느 작가의 첫문장이 완성되는 것을 지켜보았고, 작가는 이에 호응해 자기 삶의 문장들을 끌어냈습니다. (…) 계속 다정하게, 당신의 첫 문장이 되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문 중에서

독자들은 이미 마음속에 들어온 한 명의 작가로 이 책을 시작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은 아마도 좋아하는 작가 목록에 또 한 명의 작가를 추가하게 될 것 같다. 일곱 명의 일곱 빛깔이 담긴 이 책에는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반가움이 가득하다. ‘언젠가 고양이, 언젠가 작가, 언젠가 친구, 언젠가 방, 언젠가 나의 진정한 친구 뿌팟퐁커리, 언젠가 비, 언젠가 결혼, 언젠가 커피, 언젠가 그 쓸데없는.’ 이 아홉 가지의 주제에서 시작된 추억하고 싶었지만 바쁜 삶에 치어 그만 잊고 살았던 과거의 언젠가를, 그리고 찾아올 미래의 언젠가를 함께 그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추천사


김민섭
〈책장위고양이〉의 구독자들은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글을 쓰는 한 개인의 과정을 응원하고 위로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이전과는 다른 글이 나왔습니다. 다시, 계속 다정하게 당신의 첫 문장이 되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혼비
매주 정해진 주제어를 받아 그에 관한 에세이를 한 편씩 쓰는 건 처음 해보는 작업인데요. 어쩐지 발표된 시제에 맞춰 글을 쓰는 과거시험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그렇게 9주간 과거를 치르고 나서보니 결국 치렀던 건 과거(過去)였던 것 같아요. 과거의 여러 시간들에 머물다 올 수 있어서, 그 일부를 손이 움직이는 대로 자유롭게 꺼내볼 수 있어서 즐거웠던 휴식 같은 작업들이었습니다. 독자 분들께도 이 글들이 그렇게 다가가면 참 좋겠습니다.

남궁인
조금 다른 원고였으면 했습니다. 다른 작가들과도, 이전의 저와도.

문보영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로 시작하는 문장을 쓰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버거웠나 봅니다. 뭔가 필요했어요. 이를 테면, 나로부터 도망. 그러자 뇌이쉬르마른이라는 상상의 친구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 친구 덕분에 제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었고, 멀리 도망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호흡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숙면하세요!

오은
쓰는 사람보다 읽는 사람의 마음이 더 컸던 시간이었다. 동료 작가들의 멋진 글 덕분에 요일별로 기뻤다.

이은정
〈책장위고양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올해 저의 봄은 끔찍했을 거예요. 유일한 숨통이었습니다. 이 책이 올여름의 숨통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어요.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빛나는 작가님들, 그리고 따뜻했던 독자분들, 모두!

정지우
어느 날, 그저 이런 일 해보면 재밌겠다는 상상이 들어 시작해본 일이었는데, 무척 뜻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매번 새롭게 던져지는 주제들에 때로는 당황하기도, 막막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어떤 글을 쓰게 될지 궁금해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쓰곤 했네요. 즐겁게 글 썼던 봄을 언젠가 그립게 기억할 것 같습니다.

김겨울(작가, 유튜브 <겨울서점> 주인)
〈책장위고양이〉 첫 번째 시즌에 섭외를 받았을 때, 당장 새로운 연재를 시작할 여유가 없어 거절했다.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읽고 보니 그때 거절하지 말고 어떻게든 끼어서 묻어갈 걸 그랬다. 어쩜 이렇게 글이 다 다른지, 어쩜 이렇게 다 각자의 색이 살아있는지, 어쩜 이렇게 모인 모양새가 오밀조밀하고 알찬지. 그냥 잠깐만 살펴보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접시에 덜어 놓은 디저트를 집어 먹듯 이 책을 계속 읽고 있었다. 역시 배신하지 않는 라인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아주 상쾌하다. 묵직한 초콜릿이며 상큼한 당절임에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까지 딱 끝낸 기분이다. 음, 생각해보니 그때 끼어서 글을 쓰지 않길 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명의 독자가 되어 읽은 이들의 글이 이렇게 재미있는 걸 보면.

이다혜(작가, <씨네21> 기자)
언젠가의 사건사고와 언젠가의 꿈과 희망을 돌아보는 글이 주는 충만함이 좋다. 글눈 밝은 7명의 작가들이 고양이, 작가, 친구, 방, 결혼을 비롯한 화두를 놓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런 즐거움과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현재를 잘 사는 사람들이 갖는 건강함이 이런 것이리라. 다 읽고 나니 친구 몇이 생긴 느낌이다. 연락처는 교환하지 못했지만 그리울 때면 이 책을 펼쳐 읽을 일이다.

목차

프롤로그
계속 다정하게, 첫문장의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_김민섭 · 4

언젠가, 고양이
그때 그 고양이를 구했더라면_김민섭 · 14
잠자는 동안 고양이는_김혼비 · 18
기승 고양이 전결_남궁인 · 23
노력성 호흡_문보영 · 28
그 고양이는 괜찮을 거야_오은 · 32
고양이 상(相)_이은정 · 36
한 시절 나의 돌다리였던_정지우 · 40

언젠가, 작가
831019 여비_김민섭 · 46
마트에서 비로소_김혼비 · 52
‘남궁 작가’가 사인하러 갔다_남궁인 · 57
네가 한 뭉치의 두툼한 원고 뭉치로 보일 때_문보영 · 63
작가의 말_오은 · 68
다만, 꿈을 꾸었다_이은정 · 73
작가가 되는 일에 관하여_정지우 · 78

언젠가, 친구
나를 읽어 주세요_김민섭 · 84
문 앞에서 이제는_김혼비 · 90
시인 K와 시인 A와 뮤지션 P의 출연 _남궁인 · 97
슬픈 사기꾼_문보영 · 103
벗이라고 부르자. _오은 · 110
한때 나의 친구였던 소녀들아_이은정 · 114
친구란_정지우 · 118

언젠가, 방
하루를 사는 연어처럼_김민섭 · 124
안방극장_김혼비 · 129
그냥 오달지게 추웠다_남궁인 · 135
담 잘 넘으세요?_문보영 · 141
정리와 정돈과 정렬과 고립과 고독과 고통과_오은 · 145
최고의 풍수_이은정 · 150
방에 있는_정지우 · 155

언젠가, 나의 진정한 친구 뿌팟퐁커리
못난 남친 대회 1등_김민섭 · 160
뿌팟퐁커리의 기쁨과 슬픔_김혼비 · 165
나의 진정한 친구 뿌팟퐁 그는 누구인가_남궁인 · 174
ㅃ_문보영 · 180
푸와 팟과 퐁과 커리, 커리, 커리…_오은 · 185
혹시, 뿌팟퐁커리를 아세요?_이은정 · 190
현실을 잊게 하는_정지우 · 194

언젠가, 비
너와 같이 우산이 쓰고 싶었어_김민섭 · 200
그런 우리들이 있었다고_김혼비 · 206
그해 오달지게 비가 많이 왔다_남궁인 · 212
비가 오면 의자에 앉을 수 없으니 걸어야 해요_문보영 · 220
언젠가 비, 언제나 비_오은 · 226
비 오는 날의 루틴_이은정 · 231
비가 불러오는 날들_정지우 · 236

언젠가, 결혼
보고 계신가요, 타로 아버님_김민섭 · 242
합쳐서 뭐가 될래?_김혼비 · 250
시인 A와 뮤지션 P와 작가 K와 뮤지션 L과 고양이 S가 나오는 결혼 이야기_남궁인 · 257
고래 알아보기_문보영 · 262
곁에 두고 싶어서_오은 · 269
결혼도 독신도 미친 짓_이은정 · 273
결혼이 취향_정지우 · 278

언젠가, 커피
저는 커피를 싫… 아닙니다_김민섭 · 284
커피와 술, 코로나 시대의 운동_김혼비 · 291
커피를 사용하는 방법_남궁인 · 296
그녀가 살면서 만난 커피 중 가장 빠르게 사라진 커피로 기억된다_문보영 · 301
나는 늘 한발 늦는다_오은 · 308
마실 수 없는 커피_이은정 · 312
미신에 기대어_정지우 · 316

언젠가, 그 쓸데없는
모두의 쓸데없음을 존중하며_김민섭 · 322
캐리어만큼의 세계_김혼비 · 330
내 쓸모없었음에 바쳐_남궁인 · 338
비변화_문보영 · 345
난데없이 쓸데없이_오은 · 352
내 인생은 점심시간_이은정 · 356
그 쓸 데 있는 시간들 속으로_정지우 · 360

본문중에서

그때 내가 비상등을 켜고,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고, 뒤차에 손을 흔들어 양해를 구하고, 고양이를 안고, 다시 차에 타서, 식당이 아닌 병원으로 갔다면, 나의 인생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마도 10초면 충분했을 일이다. 그 고양이를 구하는 일이 20대 후반 끝자락의 나를 구하는 일이 되었을 것임을 그때는 몰랐다. 그 이후로 나에 대한 혐오감이 커져 갔다. 그 대상이 고양이라서가 아니라, 한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보다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자괴감이 찾아왔다. 한동안 내 인생은 회전교차로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계속 맴돌기만 했다. 그 친구에게도 나의 민낯을 보인 것 같아서 민망했고 그만큼 못난 이유로 멀어지고 말았다.
- 김민섭, 〈그때 그 고양이를 구했더라면〉

뇌이쉬르마른은 카펫이 많은 곳이나 먼지가 있는 곳을 몹시 두려워한다. 털이 천식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털이 많은 인형도 무서워한다. 좌우간, 뇌이쉬르마른은 무게감과 놀고 돌아온 날에는 천식이 심해진다. ‘얘를 사랑해서 내가 아프다. 얘가 내 호흡기와 기관지에 염증을 일으킨다. 얘를 향한 사랑이 나의 기관지에 근육 수축, 점액 분비, 발적 부종, 쌕쌕거림, 기침, 가슴 답답함을 일으킨다. 사랑 때문에 나는 노력성 호흡을 한다.’ 뇌이쉬르마른은 중얼거린다.
-문보영, 〈노력성 호흡〉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다.”
그래, 이거였다. 나는 갑자기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어졌다. 지구상의 중요도에 있어서 김도 못 되고, 김 위에 바르는 기름도 못 되고, 그 기름을 바르는 솔도 못 되는 4차적인(4차 산업혁명적 인 것도 아니고 그냥 4차적인) 존재이지만, 그래서 범국민적 도구적 유용성 따위는 획득하지 못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그 잉여로우면서도 깔끔한 효용이 무척 반가울 존재. 보는 순간, ‘세상에 이런 물건이?’라는 새로운 인식과 (김솔처럼) 잊고 있던 다른 무언가에 대한 재인식을 동시에 하게 만드는 존재. 그리고 그 인식이라는 것들이 딱 김에 기름 바르는 것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 김솔통. 드디어 찾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두괄식을 만들어 줄 첫 문장.
- 김혼비, 〈마트에서 비로소〉

서로를 잊고 어디서 무얼 하며 살아가든 한때 내 친구였고 때론 내 슬픔이었던 소녀들아, 나보다는 행복해라. 내가 만져 보지 못한 유아차도 끌어 보고, 내가 가져 보지 못한 행복한 가정 안에서 평화롭길 바란다. 지긋지긋한 가난에 찌들지도 말고, 예고 없이 가족을 잃지도 말고, 밥 먹는 시간이 외롭지도 않길 바란다. 정말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면 옛 친구와의 악수나 포옹이 버겁지 않을 만큼 별일 없이 늙었으면 좋겠다. 누가 먼저 떠났건 누가 먼저 잊었건 그건 그 시절의 사정일 테고, 부디 서로의 부고로 만나지는 말자. 언제든 파전에 막걸리는 내가 살 테니, 너희는 한 잔 술 받아 마실 멀쩡한 간만 챙겨 오너라.
- 이은정, 〈한때 내 친구였던 소녀들아〉

그 방에서 나는 딱 한 달을 ‘생존’했다. 그야말로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연속된 투쟁이고 시고 불행이고 나발이고 그냥 오달지게 추웠다. 물을 떠서 두면 당연히 얼었다. 음료수도 밥도 라면도 다 얼었다. 방에 들어와도 외출복을 벗을 수 없어서 외출복 차림으로 24시간을 살았다. 대신 더럽게 큰 창문 덕택에 바깥 광경이 그대로 보였다. 운치가 있기보다는 그냥 바깥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중국이나 인도 유학생이 살고 있는 방이 조금 더러워도 차라리 따뜻해서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이나 인도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도 그리워졌다. 중국인과 인도인이 부러웠다. 중국과 인도라는 국가까지 부러웠다.
- 남궁인, 〈그냥 오달지게 추웠다〉

어느 날 나는 방 안의 방 안의 방 안의 방에 갇혀 있다는 생각 이 들었다. 그리고 이 감정을 어떻게든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하나둘 쌓아 탑을 완성하는 마음으로, 틈을 발견하고 그 안에 책과 신문을 집어넣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때 썼던 글들의 제목은 「은둔하는 말에 관하여」, 「그 작은 동굴에서 한 여자」처럼 고립과 고독과 고통을 담고 있었다. 정리와 정돈과 정렬처럼, 고립과 고독과 고통도 어렵긴 매한가지였다.
- 오은, 〈정리와 정돈과 정렬과 고립과 고독과 고통과〉

종종 내가 있고 싶은 미래를 상상한다. 그곳에 내가 혼자 있는 일은 없다. 이상적인 곳에서든, 아름다운 시간에서든, 그곳에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기꺼이 사랑과 선을 베풀며, 나에게 호의적이고,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다. 내가 얻고 싶은 것, 지키고 유지하고 싶은 것, 이루어 가고 싶은 것은 모두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오래전, 계란프라이를 하나 구워서 내 방에서 같이 나눠 먹으며 책을 읽던 여동생이 있었던 시간,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깔깔대고 기웃거리며 방해하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시간, 같은 것이다. 그저 그런 시간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나에게, 내 방에, 나의 어느 공간에 그렇게 존재하길 바란다.
- 정지우, 〈방에 있는〉

그 시기도 넘어 나는 전문의를 취득했고 작가도 되었다. 어머니는 그간 내 책에 많이 출연하셨다. 자식을 따뜻하고 멋진 말로 위로하는 자애로운 어머니 역할이었다. 어머니는 작가 아들을 키웠더니 참 좋다고, 다른 사람에게도 신경 써서 말해야겠다며 웃으신다. 하지만 이렇게 웃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견디신 걸까. 진짜 웃고는 계신 걸까. 40년 가까이 아들을 키웠지만 어머니는 아직 걱정이 더 많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짓을 벌이던 아들을 지켜보았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 이 글은 결국 나의 평범했던 어머니에게 바쳐지고야 말았다.
- 남궁인, 〈내 쓸모없었음에 바쳐〉

가끔씩, 이를테면 앞의 문장 같은 걸 쓰기 위해 결혼한 지 몇 년이 흘렀는지 따져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벌써 7년이라고? 진짜? 아무래도 우리의 하늘이 겹쳐져 만들어진 작은 우주, 점성학의 세계에서는 진작에 파국을 맞았을 우리가 그에 맞서 개척해 낸 평행우주 속에서 유영하듯 살다 보니 지구의 시간을 자꾸 잊어서 그런 것 같다.
- 김혼비, 〈합쳐서 뭐가 될래?〉

가지지 못했던 예쁜 아침을 보았고 아직 오지 않은 여유로운 저녁을 만난 나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내가 쥐고 태어난 명줄의 절반쯤 살았다고 가정했을 때, 절반씩이나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날을 쓸데없음과 함께했을까 곰곰 곱씹어 보았다. 곱씹은 기억들을 하나하나 나열했다가 서둘러 지워 버렸다. 살면서 내가 저지른 쓸데없는 말이나 행동은…, (실제로는 넘치고 넘쳐서 취합하기도 힘들지만)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지 않은 순간은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모든 멍청했던 나도, 모든 아팠던 나도, 이제는 소중한 나만의 역사가 되었다. 지나 버린 언젠가를 떠올린다는 것은 내 것이라 한들 100퍼센트 믿을 것이 못 되고 특정한 기억에 대한 감정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므로 단정하는 순간 그런 과거로 남기 마련이다. 내 인생은 이제 겨우 점심시간인데 쓸데없는 회상으로 채우기엔 햇살이 너무 뜨겁다.
- 이은정, 〈내 인생은 점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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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83

1983년, 서울 홍대입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현대소설을 연구하다가 2015년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쓰고 대학 바깥으로 나왔다. 대리운전이라는 새로운 노동을 시작했고, 2016년에 『대리사회』를 쓰며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했다. 2017년에 동네의 서사를 담은 에세이집 『아무튼, 망원동』을 쓰고, 지금은 이런저런 노동을 하고 글을 쓰며 지낸다. 글 마감이 바빠도 요일마다 웹툰은 꼬박 챙겨 본다.

생년월일 -

저자 김혼비는 오랜 시간 축구를 보며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가 한번 직접 해 볼까? 싶어 덜컥 축구를 시작하는 바람에 지금은 축구를 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오랜 시간 온갖 주제로 잡다한 글들을 쓰다가 한 번 제일 좋아하는 것을 써 볼까? 싶어 덜컥 축구 일기를 쓰기 시작하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빠른 것 하나로 버티는 축구하는 사람이자 마감 잘 지키는 것 하나로 버티는 글 쓰는 사람. 계속 축구하고 글 쓰고 축구 보고 글 읽으며 살고 싶다.

생년월일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취득, 현재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읽기와 쓰기를 좋아해 그 틈바구니 속에서도 무엇인가 계속 적어댔으며, 글로 전해지는 감정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믿는다.

생년월일 1992

저자 문보영은 1992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 《책기둥》 《배틀그라운드》와 산문집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준최선의 롱런》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 《일기시대》 등이 있다. 제36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손으로 쓴 일기를 독자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는 ‘일기 딜리버리’를 운영하고 있다.

생년월일 1982

오은은 198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현대시』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가 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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