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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글쓰기를 배우다 : 고대부터 현재까지 구술과 문자에 관한 생각[양장]

원제 : The muse learns to 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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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연구의 선구자
에릭 A. 해블록의 빛나는 저작

구술 시대의 표상인 뮤즈는 역사의 뒷방으로 밀려난 것이 아니다.
뮤즈는 글쓰기를 배웠다.

“인간 의식이 구술 중심에서 문자 중심으로 옮겨간 것을 오랫동안 연구해왔고 이제 그 방대한 학식과 혜안으로 우리 자신의 시대를 짚어보고 있는 학자가 고대 그리스에서 있었던 그 변화에 대해 내놓은 새로운 시각. 이 책은 광범위한 독자층을 상대로 하며, 고전학, 현대 철학, 인류학, 탈구조주의에서 언어와 생각과 사회를 바라보는 지금의 관점을 철저히 재고하도록 요구한다.” _월터 J. 옹

구술문화가 문자를 익힐 때 인간의 의식은 어떤 식으로 달라질까? 또 이 새로운 소통 형식은 글의 내용과 의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종이에 인쇄하는 물리적 형태의 발행 방식이 쇠퇴하고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으로 대체되는 오늘날, 인류는 저 옛날 그리스인이 경험한 문자 혁명과 비슷한 차원의 의식변화를 거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에릭 A. 해블록은 이 책에서 고전 시대에 구술이 문자로 탈바꿈한 것을 설명하면서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짚어본다.

출판사 서평

고대 그리스 고전 연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예리한 사상가로 꼽히는 에릭 A. 해블록의 저서 『뮤즈, 글쓰기를 배우다』가 문학동네 인문라이브러리 열여덟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오래전 구술문화에 익숙했던 인류가 문자를 익히기 시작했을 때 인간의 의식이 어떤 식으로 달라졌는지, 또 이 새로운 소통 형식이 글의 내용과 의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문제를 다뤘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연구의 선구자로 월터 옹의 연구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해블록은 고대 그리스에서 구술문화가 문자문화로 바뀐 과정과 그것이 현대 서양 사상과 사고에 미친 영향을 토대로, 고전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내놓았다. 이 책은 해블록이 생전 마지막 펴낸 저서로, 그의 모든 연구를 집대성하고 동시에 확장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이를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 플라톤의 사상을 통해 미디어 혁명의 원류를 찾아낸 유명한 저서인 『플라톤 서설』 등 해블록의 다른 저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문자문화에서 비롯되는 우리 자신의 편견을 바로잡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뮤즈, 글쓰기를 배우다』는 인간의 의사소통 역사에서 있었던 고비, 즉 그리스 구술성이 그리스 문자성으로 탈바꿈한 때를 하나의 그림으로 통합하여 보여준다. 해블록에 의하면 우리 인류사에서 그리스 문학과 그리스 철학은 문자로 적힌 말이 최초로 빚어낸 쌍둥이에 해당하는 활동이다. 그는 이 두 가지가 최초인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둘이 독특한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그리스 문자 혁명이라 불리는 사건의 맥락 안에서 가장 잘 대답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해블록은 ‘뮤즈’를 이 책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뮤즈는 호메로스와 아리스토텔레스를 가르는 3세기 반이라는 세월 동안 지중해에 살면서 구술-문자 방정식에 관여하게 된 소수 민중의 목소리다.
구술 시대의 표상인 뮤즈는 문자 시대가 시작되면서 곧장 과거의 유물이 되어 역사의 뒷방으로 밀려난 것이 아니다. 뮤즈는 글쓰기를 배웠다. 고대 그리스의 문자 혁명은 혁명이라는 말이 은연중 암시하는 것과는 달리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난 일이며,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구술과 문자는 서로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 그렇게 문자가 맡는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뮤즈가 역사학자와 철학자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인간의 의식 변화가 그 뒤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양 사상에 깊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 책의 시간적 범위는 단지 고대 그리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뮤즈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2장을 지나면 독자들은 한동안(3~7장에 걸쳐) 고전 시대를 벗어나 현대 학자와 비평가의 연구에 관해서 듣게 된다. 해블록은 그의 구술-문자 방정식을 그리스 시대에 국한시키지 않고 현재까지 확장시킨다. 가령 라디오에 관해 이야기하며, 그는 그것이 우리의 관심을 차지하려는 새로운 유형의 압박이자 나아가 마음에 작용하는 새로운 힘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고래로 인간의 목소리가 지니는 힘의 한계는 물리적으로 그 자리에 있는 청중의 규모로 결정됐다. 그러나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그 한계가 완전히 사라졌다. 한 번에 한 무리의 청중에게 들려주던 하나의 목소리가 이제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지구 전체 인구를 상대로 들려줄 수 있게 됐다. 이는 문자가 완전히 자리잡은 현대에 구술문화가 부분적으로 부활한 한 가지 예로 볼 수 있다. 이렇듯 해블록에 의해 구술-문자 방정식은 현대 세계에서 지금도 작용하고 있는 조건이 되었으며, 그의 영향은 인류학, 사회학, 비교문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로 퍼져나가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말과 글, 유보된 생각의 시대

글은 쓸 줄 아는 사람뿐 아니라 읽을 줄 아는 사람을 전제로 한다. 알파벳이 발명된 뒤에도 한동안은 대중에게 전할 내용을 지을 때 소수에 지나지 않을 독자보다는 절대다수인 청중을 염두에 두고 지었을 것이다. 글은 또 물리적 표면을 필요로 한다. 전하려는 내용이 짧다면 목판이나 석판에 새겨 사람들로 붐비는 곳에 둘 수 있겠지만, 내용이 길면 파피루스나 양피지, 헝겊 등에 작은 글씨로 여러 장에 걸쳐 기록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쓴 글은 동시에 읽을 수 있는 독자 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많은 사람이 읽을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광장이나 극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구술로 전달하는 방식에 비해 내용 전달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공터에 모인 수백 명 청중에게 이야기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는 데는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같은 내용을 적은 글을 같은 수의 청중이 읽게 하려면 사본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다 해도 이야기로 들려줄 때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구술문화가 문자문화로 정착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구술로 전해지던 문학은 점점 문자의 탄생 이후 시대의 모습으로 변화해갔다. 해블록이 여러 차례 지적하는 것처럼 구술은 엄밀히 말해 글이 아니므로 근본적으로 문학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구술 사회에 관한 모든 것을 문자 기록을 통해 추적할 수밖에 없는데다, 문자 기록을 오랜 세월 문학으로서 연구 분석하다보니 오늘날에는 그것이 문학이라는 관념으로 단단히 굳어버렸고, 따라서 그 관념을 스스로 의식하고 녹여가며 상상해야만 그 본모습을 제대로 짐작해볼 수 있다. 구술서사시는 원형을 잘 유지하는 편이라고는 해도, 구송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구송시인이 자리나 청중에 따라 의도적으로 다르게 이야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운율과 내용에 맞는 여러 표현 중 그 순간에 떠오르는 것을 골라 읊는다는 구술 자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문자인인 우리는 그것들을 사본과 원본으로 구별하려 하지만, 원본과 사본은 문자적 개념이어서 구술 작품에 적용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이런 모든 생각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구술 사회를 경험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문자 사회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문자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데 필요한 도구도 수단도 이제는 영영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

현대는 정보의 홍수의 시대다. 문자문화는 종이책이라는 둑을 넘어 인터넷 속에서 가상 발행 형태로 범람하고 있다. 글꼴이나 배경색, 쪽의 크기 등의 설정도 자유롭고, 특정 낱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시 내용 전체를 살필 필요 없이 검색 한 번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검증되고 확증된 정보에 가까웠던 종이책과는 달리, 인터넷에서 발행된 문서들은 수시로 수정되고, 삭제된다. 가상 발행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을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발행물이 언제든 바뀌거나 사라질 수 있으며, 미래에 같은 주소에서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사실 또한 자리잡고 있다.
또한 문자 이외에도 기술의 발전으로 다시 싹트고 있는 청각 정보와 시각 정보 역시 우리의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눈은 한 치 앞만 보지 않으며, 우리의 귀는 주변의 소리만 듣지 않는다. 기술을 도구 삼아 점점 확장되어가는 인식의 지평 속에서 문자는 어떤 식으로 변화해갈지 우리는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문자가 발명되면서 구술은 말을 고정하는 역할을 문자에게 맡기고 오락으로 남았다. 문자가 쓰이기 시작한 뒤로 수천 년 동안 말과 생각은 물리적 형태의 글에 기록되었으나, 오늘날에는 이 역시 흔들리고 있다. 어쩌면 현시대 우리 인류는 저 옛날 그리스인이 경험한 문자 혁명과 비슷한 차원의 의식 변화를 거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뮤즈, 글쓰기를 배우다』는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흥미로운 지도로서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목차

감사의 말 9

1 탐구 과제 11
2 뮤즈를 소개하다 34
3 현대에 발견되는 구술성 40
4 라디오와 수사의 재발견 47
5 문화 충돌 51
6 글이 말을 할 수 있을까? 63
7 저장된 말 75
8 원시 구술성에 관한 일반 이론 85
9 그리스 구술성에 관한 특수 이론 103
10 그리스 문자성에 관한 특수 이론 126
11 시험대에 오른 두 특수 이론 149

옮긴이의 말 | 말과 글-유보된 생각의 시대 161

참고문헌 170
찾아보기 178

본문중에서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로부터 가져와 다듬어지고 있던 원시 이론 언어는 소크라테스 전 철학자들이 물리 세계에 적용하고자 한 언어였다. 그들이 추구한 용어는 주로 천체, 공간, 운동, 변화, 질, 양 등과 그 비슷한 물리 용어로서 (우리가 보기에) 기본적이고 비교적 단순했다. (14쪽)

나는 철학 언어로써 설정된 시각을 확장해나가다가, 초기 그리스 문학 전체에 걸쳐 시의 뮤즈가 독점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듯 보인다는 문제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현대라는 차원에서 볼 때 이것은 하나의 수수께끼였다. 우리가 우리 문화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 아니라 어떤 문화에든 존재하고 있을
산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19쪽)

논리적으로 볼 때 전하는 내용이 소리 내 부르는 노래나 시구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문자로 적힌 문서라면 그것은 사람에게 노래를 들려주지 못한다. 그러나 이 대사에는 이쪽이 아니면 저쪽이라는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대사는 본질적으로 충돌과 대립에 해당하는 문화적 변천 과정이 들여다보이는 창을 열어준다. 노래하고 읊고 암기하는 역할을 맡은 구술성의 뮤즈가 읽고 쓰기를 배우고 있고, 그러는 한편으로 노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38쪽)

인간의 마음, 또는 의식, 또는 어떤 말로 표현하든 그것은 인류사에서 변치 않는 상수에 해당할까, 아니면 역사가 변화함에 따라 변화했을까? 더 간단히 표현하자면, 과거에 인간은 지금 우리와는 다르게 생각했고 또 지금 우리는 미래에 우리가 생각할 방식과는 다르게 생각할까? (44쪽)

구술성의 원천 자료로서 보는 성서 본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설이다. 신앙심을 뒷받침하는 성서의 역할로 보면 제의와 규칙과 신학이 점점 불어남에 따라 그에 발 맞춰 원본을 계속 고쳐 쓰는 것이 장려됐다. 그러나 정전이 자리를 잡고 자료가 동결되는 시점에, 아마도 우연이겠지만 이전의 개정 과정에서 살아남은 구술의 자취가 이제 영구히 생존을 보장받았다. (69쪽)

언어는 본래 집단 활동이며, 언어 규칙은 규모가 어떻든 집단 또는 사회가 전체적으로 공유하고 나서야 그 사회에 속하는 개인들이 무엇이든 그 ‘의미’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말이라는 것은 개인으로서 개인적 관심사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것이 분명한 반면, 말의 일차적 기능은 집단의 목적에 부합한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75쪽)

구술성 사회의 시인은 자신이 교육 기능을 맡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들이 안내자로 삼고 있던 뮤즈가 그들의 스승이자 그들의 청중을 가르치는 스승이었다. 그들은 시와 음악을 활용하면서 그것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잘 의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것으로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즐거움은 가르침에 꼭 따라붙어야 하는 요소였다. (99쪽)

청중은 예술가를 지배한다. 여전히 예술가는 작품을 지을 때 청중이 들은 것을 암기할 수 있게끔 할 뿐 아니라 일상에서 쓰는 말에서 그것을 흉내낼 수도 있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고전 시대 그리스 극장 언어는 그 사회의 오락이었을 뿐 아니라 그 사회를 떠받치기도 했다. (120쪽)

저자소개

에릭 A. 해블록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Eric A. Havelock
1903~1988. 하버드대학과 예일대학 교수를 역임한 세계적인 고전학자.
영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수학한 뒤로는 주로 캐나다와 미국에서 활동했다. 1929년 토론토대학 교수가 됐고, 1930년대에 캐나다에 있는 동안 점점 더 정치에 깊이 관여하면서 캐나다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하여 활동했다. 1947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 교수가 됐고, 나중에는 고전학과장이 되어 1963년까지 재직했다. 『플라톤 서설』을 펴낸 직후 예일대학의 고전학과장으로 8년 동안 일했고, 그뒤 한동안 뉴욕주립대학에서 가르친 다음 1973년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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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루시안 [역]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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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책을 독자에게 아름답고 정확한 번역으로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카데르 코눅의 『이스트 웨스트 미메시스-터키로 간 아우어바흐』, 이반 일리치·배리 샌더스의 『ABC, 민중의 마음이 문자가 되다』, 이반 일리치의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잭 웨더포드의 『야만과 문명』, 데이비드 크리스털의 『언어의 죽음』 등이 있다. www.ultrak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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