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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의 용, 공정한 교육은 가능한가 : 사회적 교육정책을 위한 경험적 소론[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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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성수
  • 출판사 : 공명
  • 발행 : 2021년 09월 23일
  • 쪽수 : 240
  • ISBN : 9788997870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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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교육부 정책을 담당해온 저자가 대한민국 공정 교육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사회적 교육정책론. 김누리 교수가 “교육의 변화를 열망하는 독자라면,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과 함께 읽어 볼만한 역작”이라고 추천한 책이다.

출판사 서평

세상의 화두는 ‘공정함’이다. 2021년의 대한민국은 그동안 묵인되어 왔던 불공정의 민낯을 하나씩 걷어가며 한 발자국이라도 더 공정한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공정한 세상의 핵심에는 ‘교육’이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신분 상승으로 향하는 사다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오랜 기간 교육부 정책을 담당해왔던 저자는 교육 공정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으며, 어떤 대안을 내놓을까. 이 책은 이러한 주제로 현재 우리의 교육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각해야 할 교육 현주소는 무엇인지, 오지선다형 답안과 국영수 공부로 입시교육에 올인하며 그 결과가 교육의 결론이 되는 우리 교육에 공정과 미래를 묻는다. 또한 개천의 용과 미래 인재를 양성해내기 어려운 현재의 입시교육에서 사장되는 아이들 각각의 소질과 재능, 꿈을 어떻게 공적 노력으로 되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화두에 집중한다. 현실적으로 ‘돈이 실력’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공적 교육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개천의 용 살리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어야 한다

“돈도 실력이야!”라는 말 한 마디로 전국이 들썩이던 ‘정유라 입시비리 사건’,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조사하며 그 이상의 현실에 직면해야 했던 ‘로스쿨 자소서 파동’, 그 한복판에 있던 교육부 담당자가 있다. 그는 이후 두 사건이 교육의 공정성 논의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개천의 용이 탄생할 수 있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대한 담론적 재구조화를 고민했고 그 결과물로 이 책을 썼다.
현실을 정확히 들여다보면, ‘돈이 실력’이 되어버린 우리나라 교육 상황에서 누군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혹은 이용하고, 혹은 포기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보기 위해 고민한다. 그 고민들이 더해질 때, 상황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이 책을 쓰게 했다.
책의 첫머리에 소개되는 ‘개천의 용’은 희망을, 혹은 이 시대의 좌절을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엘리트가 되기를 희망하는 부유한 집안의 ‘바다의 용’도 있다. 또 누군가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는 ‘행복한 가붕개(가재ㆍ붕어ㆍ개구리)’도 있다. 이들 모두를 배려하며, 각자의 꿈을 응원하고 성장시키는 교육이란 있을 수 있을까. 이 원대한 꿈을 위해서는 개인의 힘을 넘어 선 공적 노력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사회적 교육정책으로 공정 교육의 사다리 놓기

저자는 “사회적 교육정책은 경쟁은 인정하되 그 경쟁이 유의미한 지적인 경쟁이 되어야 하고, 그 결과가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경쟁을 유도하고 관리하는 교육정책”이라고 정의한다. 본문 ‘개천의 용을 위한 사회적 교육정책’에서는 “우리 사회의 번영ㆍ발전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적 생각실험이다. 국가의 역할은 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에서 교육격차를 완화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도모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교육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정당성은 여기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 구체안으로 학기제 등록 대신, 이수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내는 방식인 학점당 등록제, 중간 계층 이하에 대한 사회복지정책이 될 수 있는 국립대학 무상화, 목적별 사업예산의 문제를 극복하고 대학의 효율적인 예산의 편성과 사용을 위해 검토되어야 하는 고등교육 교부금제도, 지역 주민의 대표가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주적인 교육행정 시스템인 교육자치 강화, 사회적 소외 계층 예방을 위한 중요한 사회복지 정책이 될 수 있는 대안학교형 농산어촌 학교 육성 등을 제안한다. 또한 현재 학교의 기능에 대해 “중상류층 가정의 학생들에게 학교는 출석 의무나 내신을 위한 통과의례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문화적 결핍 상태의 학생들에게는 학교가 마지막 희망이 된다. 학교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곳이 되려면 현재의 학습 위주 기능을 크게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학교는 학습 코칭, 복지, 상담, 다문화 교육 등으로 그 역할을 넓혀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교사를 전문교사로 전환하여 운영하는 전문교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부모나 교사 이외에 멘토링이 가능한 전 사회적인 세대 간 멘토링 시스템구축을 주장한다.
여기저기서 학교 무용론이 대두되는 지금, 저자는 ‘학교는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앞으로도 학교는 학생들을 사회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하는 기관으로서 그 중요성을 더해갈 것이다”고 전망하며 “학교는 이제 ‘제2의 가정’ 또는 ‘사회적 가정’이 되어야 한다. 미래 세대의 지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복지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 다문화, 학습 코칭을 담당하는 다양한 전문교사들이 배치되어 소외 학생들을 돌보아야 한다. 도시 지역은 도시 지역의 특성에 맞게, 농촌 지역은 농촌지역의 특성에 맞는 학교의 기능적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마다 교육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수준 높은 공교육, 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교육이 공정한 교육이다

우리 사회를 되돌아본다. 본문에서 저자는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는 개인의 재능과 노력에 따르는 불평등의 정당성을 수용하는 것을 근대적 민주성의 특징으로 들고 있는데(2014), 우리 사회는 이런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특히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인 성적에 의한 학력의 배분과 나아가 사회적 지위의 배분이 정당하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문제는 시험이라는 단일한 도구를 능력 지표로 사용하는 시험능력주의라는 것이다” 라고 분석했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누구에게 유리한가? 상류층에 유리하다. 한마디로 돈이 실력이 되는 사회인 것이다. “이제 신분은 세습되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는 관건은 신분이 아니라 학벌이다. 학벌경쟁은 신분세습 경쟁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계층에 유리한 선발제도가 계속 유지된다면 개개인에게는 공정할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심각하게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이 이 책의 논지다. 상위 계층은 자신의 우월적인 사회경제적 지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적인 경쟁 시스템과 대학입시제도를 선호한다. 오지선다형 정시의 비율을 높이는 것만이 공정성을 높이는 길인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또한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을 공식적으로 부여받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교육의 질은 그에 걸맞은 것인지도 되물어야 한다. 국영수, 오지선다형, 대학입시 교육으로 대변되는 우리 공교육의 질을 대폭 끌어올려야 부와 상관없는 수준 높은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이미 발생한 지역 간, 계층 간 교육격차를 보정할 수 있는 사회적 선발 시스템과 사회적 보정장치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한다. “훈련에 의한 객관식 성적의 총합계보다는 개개인이 갖고 있는 실재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 계층과 관계없이 잠재적인 역량이 있는 진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서울대학을 비롯한 몇몇 엘리트 대학의 학생 선발에 대한 ‘사회계약’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사회 전체를 위한 사회계약이 필요하듯 대학입시를 위한 미래형 사회계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 간 학력 경쟁을 인정하면서도 그 경쟁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지성의 축적이 되어야 하고, 개개인의 사적 자본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며 공교육을 통한 성취와 결과가 선발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형평성을 보정하는 공적 개입을 허용하는 것을 지향하는 사회적 계약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추천사

하연섭(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부총장)
지난 27년 동안 교육부와 교육현장에서 한국교육을 부대껴온 교육행정가의 우리 교육에 대한 고뇌와 혜안이 진솔한 문체 속에 담뿍 담겨 있는 책이다. 교육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분들께 일독(一讀)을 권한다.

김누리(중앙대학교 교수)
이 ‘헬조선’의 발원지는 교실이다. 이 나라의 교실은 성숙한 민주시민이 아니라, 오만한 승자와 굴욕감에 시달리는 패자를 길러낸다. 지난 1년 우리 교육의 ‘전교 1등들’이 보여준 행태는 한국 교육이 파탄에 이르렀음을 생생히 증언한다. 여기, 놀랍게도, 오랜 기간 교육정책의 현장에서 활동해온 교육부 관료가 ‘사회적 교육정책’을 외친다. 사회적 정의의 관점에서 교육정책을 바로잡을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교육의 변화를 열망하는 독자라면,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과 함께 읽어 볼만한 역작이다.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PARTⅠ 누가 ‘용’이 되는가?
1장 바다의 용
로스쿨 자기소개서의 배신 | 돈도 실력이야! | 미국판 바다의 용
2장 개천의 용
시험능력주의 사회 | 인재 선발권은 누구에게 | 바뀌어가는 인재관
3장 새로운 교육의 미래 : 고교학점제
고교학점제의 의미와 미래 | 고교학점제 운영 사례
4장 개천의 용을 위한 사회적 대학입시제도
진로(進路) | 사회적 대학입시제도

PART Ⅱ 교육정책의 경험적 단상
5장 대학 정책
대학 입학금을 폐지하라 | 학사제도 개혁과 대학 혁신 | 대학 재정지원은 콩나물시루에 물주기?
6장 교육복지정책
고교 무상교육은 공교육의 기본이다 | 대안교육의 대안

PART Ⅲ 개천의 용과 국가
7장 구한말 학부
학부의 출발
8장 해방 이후 교육부(문교부)
대한민국의 교육 이념
9장 미국 연방 교육부와 교육자치
국가주의 교육의 억제: 연방 교육부 | 주민들이 운영하는 공립학교
10장 개천의 용을 위한 사회적 교육정책
미래를 위한 제언

PART Ⅳ 공정한 교육은 가능한가
사회적으로 공정한 교육

에필로그
부록 : 아일랜드 전환학년제

본문중에서

‘가붕개(가재ㆍ붕어ㆍ개구리)’니 ‘개천의 용’이니 하는 말들이 교육에 대한 사회적 쟁점을 논의할 때 사용되곤 합니다. ‘개천의 용’이라는 말은 어려운 사회경제적 배경에도 계층 상승을 위한 통로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바다의 용’은 탁월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엘리트 반열에 들게 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니 ‘행복한 가붕개’라는 말도 있습니다.
가재든 용이든 각자의 소질과 능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갖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제도이고, 이를 위해 공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일 것입니다. 이러한 국가의 책무를 미력하나마 담당해온 교육부 공무원으로서 정책 현장에서 부딪히고 고민해온 몇 가지 주제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직 공부가 부족하여 교육에 대한 사회철학적 담론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막연하게나마 ‘사회적 교육정책’이라는 주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교육정책은 ‘경쟁은 인정하되 그 경쟁이 유의미한 지적인 경쟁이 되어야 하고, 그 결과가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경쟁을 유도하고 관리하는 교육정책’으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교육경쟁을 통해 국가 경쟁력이 향상되고 사회적 형평성이 촉진되며 개개인의 민주적ㆍ사회적 품성이 함양된다면 우리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좋은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런 탐색 과정의 첫발이 될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교육부 학생복지정책과장, 진로교육과장, 학술장학정책관, 국립대학교 사무국장, 해외 직무연수 동안의 직ㆍ간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로스쿨제도의 도입은 법조인뿐 아니라 미래 지도자 후보들을 선발하는 방식의 큰 변화이며 중대한 사회적 결단이었다. 그러나 로스쿨의 자기소개서는 이런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 아무리 선진국과 같은 명예 준칙(honor code)에 대한 신뢰가 약하다고 해도 ‘지원서에 대놓고 집안 자랑을 할 정도의 의식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정의로운 법조인이 되고 미래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굳이 어린 시절부터의 성장 배경을 알고자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지원자의 대학 시절의 열정과 활동을 보면 충분했을 것이다. 어이없게도 한 로스쿨은 지원 서류에 보호자 이름과 직장명을 적도록 했다. 이 대학의 한 지원자는 보호자 란에 관계가 ‘장인’이라고 표시하고 그 이름과 법률사무소 명칭을 보란 듯이 기재했다. 부모ㆍ형제가 있다면 기가 찰 노릇이다.
대학은 묵시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법조 배경을 가진 지원자에 대한 기대가 있었거나 적어도 중산층 이상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대한 잠재적 선호를 갖고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분별을 가능케 한 것이 어릴 적부터 성장 배경을 적도록 한 자기소개서였다.
로스쿨 재학생의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을 분석한 〈국민일보〉 기사(2016. 11. 24.)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소득순위가 9분위 이상이거나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고소득층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싼 등록금과 3년간의 매몰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장벽이 높은 결과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로스쿨이 선발 과정에서 중상류층을 선호한 결과일 수도 있다. 고소득층이 아니면 지원에 엄두를 내지도 못할 뿐 아니라 로스쿨이 저소득층을 선호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 대학은 지원서에 장학금 지원이 필요한지 여부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는 저소득층을 식별하기 위한 장치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로스쿨이 누려왔던 자율성은 우리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뒤따랐다. 매 3년마다 로스쿨은 선발을 공정하게 하고 있는지 점검받게 되었다. 로스쿨뿐 아니라 정성적인 서류전형 절차가 있는 약대 편입, 의전원이나 의대 편입, 그리고 특목고 선발 등에서도 부모 신상 기재를 금지하는 제도개선이 이루어졌다. 사법시험이 ‘개천의 용’에 대한 상징으로 사회적 신뢰를 받았던 것처럼 로스쿨이 이러한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본문 〈배신의 결과로〉 중에서

2017년 기준으로 국립대학 전체의 등록금 수입액은 1조 4천억 원 정도다. 국가장학금 등 공적인 지원액이 이미 8천3백억 원이다. 여기에 5천7백억 원만 추가하면 국립대학 등록금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사회적인 필요성만 인정되면 공적 재정 투자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고등교육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사회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공적 교육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고등교육의 혜택은 우리 사회 전체가 누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 산업화 동안에 우수한 대학 졸업자들이 선진 산업국을 따라잡는 핵심 인력으로 큰 기여를 했다. 성큼 다가온 AI 시대에도 고등교육 인력의 경쟁력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대학교육의 혜택은 우리 사회 전체가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립대학만이라도 이런 공공성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의 계층적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무상화는 필요하다. 중간 계층의 완전한 학비 부담 경감은 고등교육의 계층 격차를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방 국립대학의 국가장학금 수혜율은 50% 정도로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방 국립대학이 고등교육 기회 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립대학 무상화는 중간 계층 이하에 대한 사회복지정책이다.
국립대학이 등록금에서 자유로워지면 교육의 질적 차원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게 된다. 대학 재정이 학생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교육의 내용과 평가 그리고 졸업생의 질 관리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이다.
엄격한 학사관리와 수월성 추구가 가능해질 것이다. 유럽의 대학은 들어가기는 쉬워도 졸업이 어렵다. 프랑스를 예로 들면 바칼로레아 합격자는 프랑스 전역의 85개 국립대학에 모두 입학할 수 있지만, 1학년 학생 중 40% 정도만 2학년에 진급을 하고 3년을 마치는 비율은 27% 정도에 불과하다. 대학 재정이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국립대학은 서울대학교를 제외하면 모두 지방에 있다. 지방대학 육성과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 국립대의 육성은 국가적 과제다. 국립대학의 무상화는 지역대학 성장의 가장 기초가 되는 우수 인재의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가 전액을 지원하는 국립대학으로서의 위상 강화는 지방 국립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백약이 무효’인 지방대학 육성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본문 〈미래를 위한 제언-국립대학 무상화〉 중에서

우리 사회는 학습 경쟁을 선한 경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누구나 열심히 공부하면 ‘개천의 용’이 될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이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의사나 법조인이 된 것은 그저 ‘열심히 공부를 한 결과’라고 본다. 오롯이 ‘공정한 경쟁에서 승리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 사회의 엘리트로 진출하는 것은 개인적인 영광이자 가문의 영광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런 학습 열기가 우리 공교육의 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선한 경쟁이 유지되려면 그 경쟁 자체가 공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선발 방식을 갖추기 위해 정부의 강한 공적 개입이 정당화되었다. 객관성 보장이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인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 공정성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적인 차원, 즉 사적인 차원에서의 공정성이다. 각 개개인의 입장에서 불리하거나 유리하지 않는 공정한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다.
공적 공정성, 사회적 공정성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바로 상류층에 유리한 경쟁 시스템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개개인의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했는데, 그 결과가 상류층에게 유리하다면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단순히 사회계층 격차라는 추상적인 논의가 아니라 사교육비 투자의 격차라는 가시적인 현상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만약 모든 학생들이 플라톤이 제안한 것과 같이 사교육 없는 완전한 경쟁을 한다면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경쟁 시스템은 사회적으로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각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 경쟁의 사회적 결과는 불공정한 것이다.
가용 자원을 최대한 투자하여 사교육을 동원한 학력 경쟁을 하는 개개인을 비난할 수는 없다. 시장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선을 다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고 이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사적 자유의 영역이다. 그러나 공교육의 결과가 사회적 계층에 의해서 결정된다면 이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자아를 실현한다는 민주공화국의 이상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충돌을 조정하고 완화시키는 것이 향후 교육에 대한 국가의 핵심적인 역할이 될 것이다. 그 첫걸음은 사회 계층과 사교육비의 영향력이 최소화될 수 있을 만큼 공교육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교사 한 명에 학생 한 명을 담당시킨다면 사교육을 능가하는 가장 완벽한 공교육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까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사교육의 영향을 완충할 만큼의 충분한 공교육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공교육 강화론에 대해 상류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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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세상이나 교육이나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얼음 덩어리는 망치로 내리치는 것보다 작은 바늘로 틈을 낼 때 더 잘 깨진다. 난마 같이 얽힌 교육문제도 어디엔가는 결정적인 틈새가 있을 것이다. 이를 찾는 것이 과제다. 그 답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이다. 학부모들의 카페 담소에서, 학생들의 재잘거림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대학 현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65년 전북 익산의 작은 동네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를 나오고 1994년 행정고등고시(38회)에 합격하여 대한민국의 고위 공무원이 되었으니 시골 기준으로는 개천의 이무기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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