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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도시에는 그리스 신전이 있다 : 근대성의 문을 연 그리스 신전 이야기[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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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임석재
  • 출판사 : 한울
  • 발행 : 2020년 10월 28일
  • 쪽수 : 20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4606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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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리스 신전, 근대의 길목에 서다
그리스 건축이 세계의 도시로 뻗어나가기까지


그리스 문명은 서양 문명의 뿌리다. 곧 그리스 건축은 서양 건축의 뿌리다. 많은 이들은 그리스 건축이 수천 년간 서양 문명사에서 도도히 흘러내려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리스 문명은 의외로 근래에, 그러니까 18~19세기에 유럽인들에게도 새삼스럽게 ‘재발견된 문명’이다.

이 책은 무려 2300년 전에 사라졌던 그리스 건축이 어떻게 근대에 다시 발견되어 우리가 사는 현대 도시 건축의 주류로 부상했는지 설명한다. 18~19세기 혁명의 분위기 속에서 유럽의 낭만주의자들, 엔지니어들, 도시 건축가들은 각각 그리스 신전의 폐허, 신전의 기둥, 신전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아크로폴리스) 형태에 주목했다. 이들이 남긴 유산은 오늘날 파리, 베를린, 런던,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모습을 이루었다.

그리스 건축의 영향은 서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비단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을 닮은 덕수궁 석조전 같은 건물에서만은 아니다. 전통고전·종교·문화 공간을 알차게 품은 서울의 모습은 아크로폴리스를 물려받은 현대 도시 구조의 산물이다. 저명한 건축사학자인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가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강의한 방송 원고를 책으로 엮었다.

출판사 서평

우리 주변의 그리스 신전들

“우리가 그리스 문명을 서양 문명의 뿌리라고 하잖아요? 그리스 신전, 파르테논 신전은 서양 건축의 뿌리라고 하고요. 그런데 ‘과연 어떤 점에서 뿌리냐’라고 물어보면 선뜻 답하는 사람이 없어요. 심지어 건축사 전공자들까지도요.” _25쪽, 2장 그리스 신전과 유럽의 18~19세기

우리 주변의 멋진 모양새의 건축물들을 한번 떠올려 보자. 우리 전통의 한옥도 좋지만 여기서는 서양식 건물을 떠올려 보자. 아마 많은 이들이 건물 외부에 기둥이 줄지어 늘어선 광경을 생각할 것이다. 덕수궁 석조전이나 경희대학교 본관 같은 건물을 보면 외부에 늘어선 하얗고 미끈한 기둥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간의 심미안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지 이런 사정은 서양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프랑스 루브르 궁전, 독일 구(舊)박물관, 미국 링컨 기념관이 모두 이렇게 멋진 기둥식 구조다.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사랑받는 기둥식 건물의 원형은 다름 아닌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이다. 현대 서양 문명의 뿌리가 그리스 문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현대 문명에서 서양이 차지하는 위상만큼 그리스 건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건축이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서양 건축에, 더 나아가 우리 건축에까지 영향을 끼친 이유는 뭘까?

18~19세기 유럽에서 그리스 건축이 부활한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임석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프랑스 계몽주의 건축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건축사학자다. 건축, 인문학, 예술을 융합하는 저자의 독특한 글쓰기는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여러 폭넓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의 건축 사조를 이해하려면 고대 그리스를 부활시킨 18~19세기 서양 건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대 유럽은 바로 고대 그리스가 현대 세계로 넘어오는 통로였다는 이야기다.

18~19세기 유럽은 혁명 중이었다. 산업혁명, 프랑스대혁명, 과학·지성 혁명이 이때의 일이다. 혁명기답게 건축 분야에도 여러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본래 유럽 건축은 로마제국이 사라진 뒤에도 수천 년간 로마 스타일을 고수해 왔다. 당신이 서양 건축사의 문외한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비잔틴, 로마네스크,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가 모두 로마 건축을 기반으로 한 양식이다. 그러했던 유럽이 혁명의 분위기 속에서 바뀌기 시작했다. 그때그때 로마 스타일을 고쳐 쓰던 유럽인들의 눈에 2000여 년 전의 고대 그리스가 들어왔다. 먼저 오랜 세월 그리스·로마로 뭉뚱그려 이해되었던 그리스주의와 로마주의가 이 시기에 각각 구분되었다. 때마침 발칸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이 물러나며 그리스가 기독교의 영역으로 돌아온 것도 유럽인들의 ‘그리스 재발견’을 부채질했다. 그리스의 재발견은 곧 그리스 건축의 재발견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폐허로 버려졌던 파르테논 신전이 다시 유럽 건축의 중심에 우뚝 선 것이다.

낭만주의자들의 폐허낭만주의, 엔지니어들의 구조합리주의,
도시 건축가들의 이상도시 운동 ……


그럼 구체적으로 그리스는 누가 어떻게 재발견했을까? 크게 세 가지 흐름이 일어났다. 18세기 유럽 낭만주의자들의 폐허낭만주의, 같은 시기 엔지니어들이 주도한 구조합리주의, 19세기 도시 건축가들의 이상(理想)도시 운동이 그것이다.

먼저 당시 낭만주의자들은 그리스 신전 폐허에서 ‘낭만성’을 발견했다. 서양에서는 뒤늦게 17세기가 되어서야 회화에서 풍경화가 등장하는데 당시 유럽인들은 신전 폐허를 자연 풍광과 함께 낭만주의 풍경화의 소재로 즐겨 차용했다. 폐허의 미학은 20세기에 파괴의 미학으로, 21세기에는 해체주의 건축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관광객들로 붐비는 스페인 구겐하임미술관이나 미국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건물이 해체주의 건축의 대표작이다.

다음으로 엔지니어들은 그리스 신전의 기둥에서 ‘합리성’을 발견했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 진행된 과학혁명의 세례를 듬뿍 받았고, 최신 과학 지식으로 무장한 공학도들답게 당시 심각한 재료 낭비 양상을 보였던 로마식 건축에 비판적이었다. 건축의 구조 방식은 하중을 받는 부재에 따라 크게 벽체 구조와 기둥 구조로 나뉘는데, 로마식 아치 벽체 구조는 벽체 면적이 너무 넓어 재료가 많이 낭비되었다. 엔지니어가 주축이 된 구조합리주의자들은 로마식 벽체 구조 대신 그리스식 기둥 구조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화려한 만큼 낭비도 심했던 로마교황청 건물을 호되게 비판했다. 이들은 그리스 기둥 구조와 기독교 고딕 양식을 통합해 그레코-고딕 아이디얼 양식을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 구현된 걸작이 바로 오늘날 프랑스 파리 판테온이다.

이상적인 도시를 향한 고민, 즉 이상도시 운동은 셋 중 가장 늦은 19세기에 출현했다. 이전의 낭만주의자나 구조합리주의자들이 그리스 신전이라는 단일 건축물에 집중했다면, 이상도시 운동을 이끈 도시 건축가들은 시야를 넓혀 그리스 아크로폴리스라는 ‘도시 자체’에 주목했다. 아크로폴리스는 종교 공간(신전)을 도시의 중심에 놓고 도시를 설계한 모델이다. 여기에 이상도시 운동가들은 박물관, 공연장, 미술관, 도서관과 같은 문화 공간을 근대 도시의 중심에 추가했다. 덕분에 오늘날 세계적인 도시들을 보면 종교와 문화 양대 축이 정신적인 공간으로 도시 중심을 이루는 형태가 되었다.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 거리, 독일 베를린의 박물관 섬, 영국 런던의 트래펄가 광장이 이상도시 운동의 후예이다.

우리의 도시, 우리의 서울을 돌아보다

지금까지 서양의 건축, 서양의 도시를 둘러본 이유는 결국 우리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기 위해서다. 우리가 근대화를 이루며 서양의 사례를 많이 참고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들과의 직접 비교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이 충분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도시, 우리의 서울은 어떠한가?

한때 서구 선진국의 도시를 부러워하며 우리 스스로를 깎아내리던 시절이 있었다. 근대화와 산업화를 서두르며 서양을 배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될 때 특히 그러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임석재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당장 우리 서울을 보면 전통 고전 공간, 종교 공간, 문화 공간 등 정신 공간이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훨씬 균형 있게 마련되어 있다. 먼저 전통 고전 공간으로 종묘와 문묘, 여러 왕릉이 있다. 종교 공간으로는 명동성당과 조계사를 들 수 있다. 남산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문화 공간은 서울 곳곳에 숱하게 많다.

현대 도시 서울은 놀랍게도(!) 이미 적지 않은 정신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서구의 주요 도시와 비교해 부족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무턱대고 부러워할 만큼의 차이는 결코 아니다. 다만 현대 한국인들이 서울의 정신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고 향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당장 이번 주말에 당신은 지인들과 어디에서 만날 계획인가?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정신적인 휴식처보다 명동, 신촌, 홍대앞, 강남 테헤란로 같은 상업 공간에서 여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서울에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정신 공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목차

1부 인트로
1장 오프닝과 강연자 소개
2장 그리스 신전과 유럽의 18~19세기
3장 18세기까지 금단의 땅이었던 그리스
4장 혁명의 세기, 18세기의 모델이 된 그리스 신전

2부 18세기 폐허낭만주의 운동
5장 픽처레스크 미학과 숭고미
6장 폴리, 일상으로 들어온 신전
7장 빙켈만의 그리스주의와 원형의 미학
8장 폐허의 미학에서 파괴의 미학으로

3부 18세기 구조합리주의
9장 데카르트 키즈의 교황청 대성당 건물 공격
10장 이신론 성직자 로지에의 원시 오두막 주장
11장 그레코-고딕 아이디얼과 파리 판테온
12장 화해와 합리성: 기술의 발전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4부 19세기 메트로폴리스 운동
13장 19세기 대도시의 등장과 중심 공간의 문제
14장 정신적인 공간이 여전히 도시의 중심 공간이어야 한다
15장 파리, 베를린, 런던의 중심 공간

5부 서울의 도시 상황과 마무리
16장 그렇다면 서울의 중심 공간은?
17장 짧은 마무리, 슬기로운 도시 생활을 위하여

본문중에서

과학혁명은 17세기 후반에 데카르트의 후예들이 그의 과학 연구와 합리주의 철학을 이어받아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며 시작했어요. 이게 18세기에 오면서 지성혁명으로 무르익게 되죠. (……) 그다음이 영국에서 1760년대 시작된 산업혁명인데 이게 지금의 과학기술 문명의 기초가 되었고요. 1789~1799년의 프랑스대혁명은 우리가 사는 현대의 정치사회 체제인 시민민주주의의 기초가 되죠. 그래서 18세기는 신석기혁명이나 철기혁명에 맞먹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문명 변혁기예요. 이 세 가지 혁명이 다 몰려 있는 시대니까요.
(/ p.34)

유럽의 많은 건축가들은 물론이고 지성인과 예술가들도 그리스 신전을 보며 새로운 변혁기의 이상 모델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자신들이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던 새로운 시대 가치의 내용이 그리스 신전에 녹아 응축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겠죠. 그러면서 그리스 신전을 여러 각도에서 해석하게 되고 그 해석하는 시각 자체가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20세기 문명의 근간을 이루게 됩니다.
(/ p.36)

근대성이라고 하면 보통 기술하고 자본만 생각하는데 낭만성도 근대성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건축도 마찬가지예요. 17세기까지 유럽 건축은 왕궁과 교회 같은 건물에 웅장함이나 기념비성 같은 특징만 표현했는데, 낭만주의를 거치면서 ‘아, 우리가 건물에서도 뭔가 자연적인 아름다움이나 낭만적인 걸 찾을 수 있구나’ 하게 된 거죠.
(/ p.58)

노블 심플리서티(noble simplicity)를 건축으로 환산하면 기둥 건축이 됩니다. 그 전까지 2500년간 유럽 건축을 지배해 온 건 벽체 건축이었어요. 그래서 기둥 건축과 벽체 건축의 분화가 일어나고 그리스주의와 로마주의의 분화가 일어나는 거죠. 여기에서 앞서 말한 그리스 건축과 로마 건축의 차이가 나옵니다. 그리스 건축이 기둥 건축이고 로마 건축이 벽체 건축이라는 거죠.
(/ p.77)

부르주아라는 경제 권력을 가진 새로운 계층이 등장해요. 순전히 내 기술과 내 비즈니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도시 자유 상공인 계층이죠. 이 사람들은 권력층이 아니기 때문에 내 집의 벽을 화려한 그림으로 채울 필요가 없었죠. 모든 사물을 비즈니스 모델로 보는 사람들인데,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야, 이것을 액자에 그리면 들고 다니기 편하고 사고팔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어요. 그러면서 그림이 건물 벽체에서 액자로 넘어가게 됩니다.
(/ p.100)

18세기 그리스 건축이 현대 기둥 구조의 뿌리가 되었어요. 요즘 우리가 짓는 건물은 대부분 철근콘크리트와 철골을 사용한 기둥 구조잖아요. 이게 로마주의와 벽체 구조가 붕괴되고 그리스주의가 부활하면서 시작된 걸로 볼 수 있죠.
(/ p.134)

‘기술이 발전한다’라는 게 뭘 뜻할까요? 보통 세상 사람들은 기존 것을 다 없애고 무조건 새것으로 가는 뜻이라 생각하기 쉬워요. 옛날 것은 쓸모가 없어졌으니까 전부 새것으로 싹 바꾸는 게 잘살게 되는 걸로 생각하기 쉽다는 말이에요. 역사학자인 제가 볼 때는 그렇지 않아요. 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거라고 봐요. (……) 이전 게 없어지지 않고 지금 시대에 등불이 되는 교훈의 내용으로 압축되어 남아 새것과 옛것이 함께 가는 거죠.
(/ pp.138~139)

우선 중심 공간이라는 말부터 설명하면 어느 시대에나 도시에는 항상 중심이 있게 마련이에요. 이건 인간 사회의 본능 같은 거로 볼 수 있지요. 도시의 대표 건물을 염두에 두고 중심 공간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심적으로 안정이 되고 도시도 잘 돌아가죠. 고대 전제주의 시대에는 왕궁이 그런 곳이었고 중세에는 성당이 있는 광장이 그랬죠.
(/ p.145)

이제는 서양과 비교해서 우리 것을 무조건 부족하다고 자책만 하는 시기는 분명히 지났습니다. 우리가 가진 게 무엇인가를 되돌아볼 때예요. 그 결론은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걸 가지고 있다’로 나는 거고요. 그 증거 가운데 하나가 지금 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다양한 정신적인 공간들이죠. 우리가 지난 20세기를 굉장히 열심히 살아온 결과 서울에 이런 것들을 갖추게 된 거예요.
(/ p.19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1.11.29~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48종
판매수 6,172권

건축사학자이자 건축가로,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프랑스 계몽주의 건축에 관한 연구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에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를 창설하며 1호 교수로 부임한 이래 현재에 이르고 있다.
건축을 소재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로 지금까지 모두 57권의 단독 저서를 출간했다. 탄탄한 종합화 능력과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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