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세대를 뛰어넘는 감성 글쓰기를 파헤치다

“장르의 벽이 느슨해지고, 전지적 시점보다는 다른 시점을 채택함으로써 현실감을 증대시키며 독자의 상상력을 중시한다. 마지막에 약간의 여운을 남겨두고 독자를 생각하게끔 하는 것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독자가 능동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위키백과)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진수를 고스란히 작품에 녹여내며 1990년대 한국 X세대 독자들의 감성을 휩쓸었던 무라카미 하루키. 특정 세대의 취향으로 그치지 않을까 싶었던 하루키적 문장과 스토리는 Y세대를 넘어 Z세대의 감성까지 무난하게 파고든다. 분명 동양, 그것도 일본의 작가인데도 하루키의 글은 서구의 낯선 문화가 세련되게 느껴지듯이 감성을 꿰뚫는다. 미국의 콜라 대신 바나나쉐이크와 먹어야 하는 햄버거 쉐이크?과 달걀이 폭탄처럼 흘러내리는 샌드위치 에그슬럿을 먹기 위해 브레이크타임인 3시에도 100미터 긴 줄을 서듯이 독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다. 마치 쉐이크와 햄버거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서 신선함을 느끼듯이, 질질 흘러내리는 샌드위치 속의 달걀을 혓바닥으로 핥아 먹는 것조차 멋처럼 느껴지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40년 넘게 유효한 문장력과 스토리가 가지는 힘의 비결은 무엇일까? 심플하고 음악처럼 리드미컬하며, 번역체 같기도 한 특이한 문체로 장황하게 묘사하는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파고든 나카무라 구니오는 하루키 특유의 규칙을 발견했다.

■ 뭔가 있어 보이는 하루키식 표현의 비밀
나카무라 구니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밝혀낸 규칙에 따라 매력 넘치는 문장과 말의 특징을 자신의 문장에 적용해서 작가가 되었다. 자신이 발견한 하루키 문장의 비밀을 적절한 인용과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가지고 당장 따라 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낸다.
단순한 줄임말이 신조어로 고유명사가 된 ‘소확행’은 하루키의 기묘한 덧셈 조어법(A+B=AB)으로 탄생했다. ‘작다’와 ‘확실한’이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새로운 세계관까지 만들어낸 것은 역시나 하루키식 조어의 힘이다. 전 세대가 하루키가 만든 ‘소확행’의 세계관을 자신의 일상에 녹여내고 있지 않은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하루키의 장치 중 하나는 ‘혹은’이라는 접속사다. “소리를 없애든지 뽑든지 혹은 보드카 라임처럼 휘휘 젓든지”와 같이 ‘A 혹은 B’ 식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장을 ‘혹은’이라는 접속사로 이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독자들이 상상하게끔 한다.
하루키 문장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일상의 디테일에 있다. 세탁, 다림질, 요리, 청소와 같이 단조로운 집안일도 다채롭고 특별한 이야기로 되살리는 문체의 힘이 바로 디테일한 표현이다. “매일 바닥을 쓸고 3일에 한 번은 창문을 닦고 일주일에 한 번은 이불을 햇빛에 말리는”, “걸레를 6장이나 사용해서 아주 꼼꼼하게 왁스칠을 하는” 청소에 주인공의 어떤 세계관이 들어 있는 듯 느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구체적인 지명을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면서 허구의 작품 속에 자신의 실제 생활을 드러내 독자들이 하루키의 일기를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SNS에서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것과 같다.
그 밖에 수수께끼 같은 긴 제목으로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암시를 주는 법, 구체적인 연도로 독자들의 기억력을 상기시키는 법, 강한 키워드로 독자의 상상력을 소환하는 법, 색으로 감정과 이미지를 표현하는 법, 명작을 인용해 격조를 높이는 법 등으로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읽으면서 글 쓰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하루키의 문장 레시피
하루키의 문장을 배우는 것은 맛있는 요리의 레시피를 익히는 것과 같다. 접속사 하나, 즐겨 사용하는 재료를 문장과 이야기 속에 어떻게 버무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설탕 1/2티스푼, 밀가루 10그램 차이로도, 재료를 넣는 순서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듯이 하루키의 문장은 정교하다. 정교한 것일수록 규칙을 띤다.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하면 같은 맛을 낼 수 있다. 그다음에는 나만의 방법과 재료를 덧입혀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내가 만든 요리에 독특한 제목을 붙여보자. ‘코카콜라를 부은 핫케이크’, ‘마침 집에 있던 재료로 만든 스파게티’, ‘결국 먹지 못한 햄 스파게티’과 같이 신선하고 인상적이며 뭔가 의미 있는 듯한 요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매력적인 제목을 붙이는 방법,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노력, 망상을 확대하는 방법 등등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의 매력을 뼛속까지 느끼고 문장을 써보는 즐거움을 만끽해볼 수 있다.

■ 추천 리뷰
★★★★★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배우는 재미있는 말 사용법!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말의 보물 상자다. 하루키는 문장의 달인이다. 간결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쓴다. 이런 문장 쓰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이제까지 놓쳤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언을 접해봤으면 좋겠다. 재미있고 도움이 되는 책이다.

★★★★★ 가볍게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론
문학론이기도 하고 문장론이기도 하고 문체론이기도 하다. 엄밀히 정의를 내리고 논의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특징을 추출해서 시원시원한 문장으로 전개해나간다. 글쓰기에 더해 ‘무라카미 하루키’론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 에디터의 픽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엔 무라카미 하루키가 정성스레 차려놓은 다채로운 문장이 각양각색의 요리로 독자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잘 차린 한상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서양식 코스가 제격이다. 에피타이저로 문장의 식욕을 돋우고, 메인 요리로 본격적인 문장의 본질을 깊이 음미하며, 디저트로 아름다운 문장의 아쉬움을 달래면 제대로 하루키 요리를 음미한 것이다.

프롤로그_ 말은, 액체다. 문장이란 음료일지도 모른다

제1장 33가지 작법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읽기
1 수수께끼 같은 긴 제목을 붙인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웰컴 투 세계의 끝 혹은 세카이계 원더랜드
2 제목에 강력한 키워드를 넣는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 아름다운 과거
3 말을 가지고 논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자연스러운 하루키 씨
4 구체적인 ‘연도’를 쓴다
《1973년의 핀볼》 : 언제든 울 수 있지만, 함부로 울지 않는다
5 잘 이어지지 않는 말을 이어본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위트 있는 하루키 씨
6 참신한 조어를 사용한다
《스푸트니크의 연인》 : ‘나’와 타인들
〈칼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유 입문〉 : 요리편
7 등장인물에 ‘기묘한 이름’을 붙인다
《기사단장 죽이기》 : 작가는 진실을 밝히는 사람이다
8 ‘일상의 작은 일과 시간에 의식을 집중하는 생활’을 묘사해 본다
9 ‘장소’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한다
10 이상한 말투를 사용한다
11 몇 번이고 같은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빵가게 재습격》 : 일하긴 싫었으니까
12 갑자기 소중한 무언가가 사라진다
13 ‘동물’ 또는 ‘동물원’이 등장한다
《도쿄기담집》 : 이상하고 아름다운 상실의 세계
〈칼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유 입문〉 : 문학편
14 갑자기 전화가 걸려온다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 빙글빙글 돌아라, 생의 이야기들
15 100퍼센트의 ○○라고 말해본다
《노르웨이의 숲》 : 그 시대를 잊지 마
16 철학적인 말을 사용해 본다
17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를 똑같이 흉내 내어본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상실의 헤테로토피아
18 미스터리한 숫자를 숨겨둔다
《애프터 다크》 : 나와 너와 우리
19 구체적인 숫자를 사용한다
20 나이를 구체적으로 표시한다
〈칼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유 입문〉 : 영화편
21 기묘한 음식(음식 먹는 방법)이 등장한다
《해변의 카프카》 : 나와 너의 삶이 겹쳐질 때
22 음식에 비유해 본다
23 술의 종류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묘사한다
24 몇 번째인지에 대해 묘사한다
25 팝적인 키워드를 여기저기에 써넣는다
26 유명한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
〈칼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유 입문〉 : 건축편
27 색에 주목한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과거, 신화, 순례, 치유
28 명작으로 손꼽히는 문학 작품을 글 군데군데 인용한다
《1Q84》 :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나는 진짜 나일까?
29 무언가에 대한 페티시즘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30 애너그램을 잘 활용한다
31 반자전적으로 자신의 분신을 묘사한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다
32 고전음악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표현한다
33 작가로서의 글 쓰는 태도를 피력한다
〈칼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유 입문〉 : 미술편

제2장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의 힘
34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배우는 ‘리믹스력’
35 《1973년의 핀볼》에서 배우는 ‘망상력’
36 《양을 쫓는 모험》에서 배우는 ‘국제력’
37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배우는 ‘오마주력’
38 《노르웨이의 숲》에서 배우는 ‘인용력’
39 《댄스 댄스 댄스》에서 배우는 ‘단념력’
40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서 배우는 ‘장치력’
41 《태엽 감는 새 연대기》에서 배우는 ‘다층력’
42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 배우는 ‘대화력’
43 《해변의 카프카》에서 배우는 ‘캐릭터력’
44 《애프터 다크》에서 배우는 ‘실험력’
45 《1Q84》에서 배우는 ‘엔터테인먼트력’
46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배우는 ‘스타일링력’
47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배우는 ‘재구성력’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목록

에필로그_ 혹은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인생
에디터의 픽_ 무라카미 하루키를 맛있게 읽는 법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는 ‘BMW’, ‘창유리’, ‘소모’, ‘고찰’이라는 강한 느낌이 드는 키워드가 군데군데 들어가 한 줄의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상상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20p)

‘연도’는 독자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마법 같은 스위치인 것일까? 이 이외에도 조지 오웰의 근미래소설 《1984》, 청춘소설 《1980 아이코 16세》, SF소설 《세계를 구하는 초대국 일본, 2041년》처럼 연도가 들어간 작품을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에서 100만 부 이상이 팔린 화제의 소설 《82년생 김지영》도 주인공을 ‘82년생’으로 한정하여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35p)

이 ‘혹은’이라는 단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특별한 접속사 중 하나다. ‘A 혹은 B’라는 형식의 제목은 두 가지 요소를 하나의 작품 속에 배치하여 위화감을 즐길 수 있 도록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39p)

하루키는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소확행을 찾기 위해서는 많든 적든 자기 규제와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참고 또 참 으면서 운동을 끝낸 후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와 같은 것으로 “그래, 그렇지. 바로 이거야!” 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내 뱉어 버리는 감각, 그것이 바로 ‘소확행’의 묘미라고 말한다.(45p)

소설에서도 요리는 연출의 소도구로 사용된다. 《태엽 감는 새 연대기》는 주인공인 ‘내’가 스파게티를 삶고 있을 때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스파게티가 앞으로 일어날 ‘혼란’을 예고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양을 쫓는 모험》의 ‘명란젓 스파게티’나 《댄스 댄스 댄스》의 ‘결국 먹지 못한 햄 스파게티’ 등 초기 작품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요리다.(136p)

사실 하루키 문학의 매력은 신구의 명문이 뒤섞인 리믹스력에 있다. 마치 인기 디제이가 클럽에서 마니아적인 레코드를 틀어서 손님을 춤추게 하는 것처럼 하루키도 외국문학, 고전, 명작 가운데 아름다운 말을 발굴하여 잘게 잘라 한데 섞어서 독자를 춤추게 한다.(206p)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는 소설 속 중요한 전환시점에 예외 없이 등장해 독자들을 옛 추억의 향수에 물들게 한다. 추억의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런 장치들은 작가가 그리는 ≪1Q84≫의 세계가 어떠한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확인하게 해준다.(25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