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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교사로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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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한평생 학교와 교육의 변화를 위해 살아온 한 교사가
    부처와 같은 ‘인간의 교사’로 살고자 공부해 온 문학과 도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는다.

    교사로 살아온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는 에세이이며, 시와 소설을 음미하고 평가하는 비평문이며, 불가의 도道와 선禪을 추구하는 명상이기도 하다. 한국 현대사 속에서 정의를 추구하며 세상의 교사로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와 삶의 진리를 포착하고 설파해 온 선각자들의 메시지가 만나 우리 사회와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출판사 서평

    저자 윤지형은 1985년 교직 생활을 시작해 부산YMCA중등교육자협의회에 가입하며 교육운동에 투신, 1989년 전교조의 태동을 함께하며 해직의 고난을 겪었다. 5년 뒤 복직하여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며 전교조와 전교조 교사들의 삶을 기록하기 위한 글을 줄곧 써 왔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글쓰기가 교육운동으로부터 주어진 사명인 동시에 힘겨운 굴레였다고 털어놓는다. 2019년 올해 정년퇴임을 맞은 그는 교사로서의 삶을 돌아보며 문학에 대한 탐구와 불가佛家의 도에 대한 사유를 풀어놓는다.

    〈이 ‘알 수 없음’은 어찌할 것인가〉부터 〈5월이여, 오라〉는 공통적으로 시와 소설을 불가의 선禪적인 관점으로 해석하고 여러 강설과 법문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일곱 편의 에세이다.

    〈35m 고공 크레인에 뜬 ‘달’을 궁구함〉은 한진중공업 사태가 진행 중이던 2011년, 부산 영도조선소에 세 차례 희망버스가 오간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당시 고공농성 중이던 김진숙을, 사시사철 변함없이 세상을 비추지만 사람들은 쉽게 잊고 사는 ‘달’에 비유했다. 계속해서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허공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기에 8년이 지난 지금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간다고? 갈 곳이 있긴 있단 거야?”-어쩌다 보니 ‘어린 왕자’와 나누게 된 이야기 단막 3장〉은 저자의 짧은 회고록이다. 각 장마다 어린 왕자에게 교사로서 겪은 삶의 격동과 문학으로부터 얻은 영감, 불가의 도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차례로 털어놓는다. 수수께끼 같은 제목에 책을 대표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파랑새를 찾겠다며 집을 나서는 소년을 향해 언제나 소년과 함께 있었던 집안의 파랑새가 일갈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분투해 온 삶의 궤적과, 그러면서도 그 또한 아집이라는 반성과 더불어 불변의 진리를 바라는 저자의 흔들림을 좇으며 우리는 삶의 의미와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책이 가는 실바람처럼 조용히 지금, 여기의 당신 곁을 스쳐 가기를 바란다.

    목차

    이 ‘알 수 없음’은 어찌할 것인가
    만해 선사의 〈알 수 없어요〉 앞에서

    일본의 하이쿠가 가리키는 ‘그것’과 함께
    ‘지금’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 ①

    무, 자유, 사랑, 도를 동무 삼아
    ‘지금’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 ②

    여름날의 ‘공포와 전율’ 순례기
    〈벌레 이야기〉에서 《적지와 왕국》까지

    ‘허무의 심연’ 혹은 ‘칼날 위’에서
    ‘말로써 말을 넘어선다’는 말에 대한 말, 말, 말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고갱에서 황지우로, 원효에서 임제로……

    5월이여, 오라
    저/이 ‘불타는 집으로서의 세상’에서 이/저 ‘작은 것’들은 무엇인가

    35m 고공 크레인에 뜬 ‘달’을 궁구함
    김진숙과 ‘희망버스’의 날들 속에서

    “간다고? 정말 갈 곳이 있긴 있단 거야……?”
    어쩌다 보니 ‘어린 왕자’와 나누게 된 이야기 단막 3장

    본문중에서

    전교조의 길에 동참해 온 것도 그렇거니와 문학과 예술, 그리고 동서양의 많은 현자들의 가르침, 그중에서도 불가의 선禪에 관심을 쏟은 것도 자유인으로서 ‘인간의 교사’로 존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무엇일까?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인 ‘인간의 교사로 살다’는 내겐 민망한 것이다. ‘인간의 교사’는 내가 ‘탐구’하고 사랑하고 존경했던 선생님들께 헌사하고 싶은 이름일 따름이다. 그렇긴 해도 또 하나의 ‘교사를 위한 변명’으로서 이 책은 ‘인간이고자 하는 교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공부를 하며 사는지 그 한 속내를 보여 주기는 할 것이라 믿는다.
    ( '책머리에' 중에서 / pp.9~10)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 한용운, 〈알 수 없어요〉 중에서

    선사의 대답은 ‘알 수 없어요’지만 이것은 대답이랄 수도 없고 대답이 아니랄 수도 없는 무엇이다. 요컨대 내게 만해 선사의 질문은 단 하나로 수렴되는데 나는 그것을 종내 외면하지 못한다. 그것은 이렇다.
    지금 여기,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 '이 ‘알 수 없음’은 어찌할 것인가' 중에서 / p.25)

    올해가 불기 2562년. 이 같은 긴긴 세월이 흘렀지만 결국 모든 중생을 구제해 주진 못했다고 말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도-진리란 무엇인가? 거기로 가는 길이 있기는 한 건가……? 푸르스름한 새벽하늘, 샛별이 반짝 빛나는 것을 보는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는 싯다르타에게서 터져 나온 첫 일성은 다음과 같았다고 전해진다.

    “기이하도다. 모든 중생이 이미 부처의 덕성을 고루 갖추고 있구나!”

    이미 당신은 부처다……! 이 선언이야말로 붓다가 우리에게 전해 준 가장 아름답고 자비롭고 강력한 복음이다. 어떤 뛰어난 전륜성왕도 어떤 위대한 부처도 모든 중생을 다 제도해 줄 수 없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진정 붓다가 걸었던 깨달음의 길은 아무도 가 보지 않았던 전혀 다른 길, 자신도 깨닫기 전에는 몰랐던 길이었다. 그러기에 그도 “기이하도다” 놀라며 찬탄했으리라. 내일도 모레도, 1시간 후도 1초 후도 아닌 바로 ‘지금’ 당신이 부처임을 확인하지 못하는 한 부처도 구원도, 역사조차도 영영 없으리라는 것이다.
    ( '일본의 하이쿠가 가리키는 ‘그것’과 함께' 중에서 / p.40)

    그는 우주의 축처럼 그날 그 방 그 자리에 좌정해 있었고 가끔 묻는 말에만 답 할 뿐 종내 조용히 경청할 뿐이었다. 나와 내 반 아이들은 그를 중심축으로 천천히 운행하는 별과도 같았다. 나는 승려 친구에게 논쟁을 걸곤 했었다. 이 굶주리는 세계에서 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수많은 중생 이 고난과 고통에 신음하는 이 세계에서 도-깨달음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질문에 친구 승려가 딱히 뭐라고 대답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날 그 자리의 나는, 혹은 우리는 무언가를 어렴풋이나마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가만히 수박을 먹는 동안만큼은 나의 질문은 달리 대답이 필요 없는 질문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내 질문은 어쩌면 해가 뜨면 절로 사라지는 새벽안개와도 같이 허망하다면 허망하고 아름답다면 아름다우며, 무겁다면 무겁고 가볍다면 가벼운 무엇이라서 결국 아무래도 좋다는 것을.
    ( '무, 자유, 사랑, 도를 동무 삼아' 중에서 / pp.49~50)

    지난 5월 18일 나는 광주를 갔다. 마침 토요일이었고 ‘민들레’라는 부산 시민단체의 전세 버스에 동승할 기회를 얻었다. 5.18 민주묘지. 그곳에 도 작은 것들의 세상은 펼쳐져 있었다. 거기에 가기 전 한동안 나 홀로 일련의 지옥도를 순례해서였을까? 꽃과 바람과 비구름과 무덤과 비석들. 그 비석에 새겨진 이름과 헌정된 짧은 추모의 글들은 왠지 더없이 환하게 살 아 거기에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 그날은 간간이 비도 내렸지.

    죽은 이를 마음속에 살리며 사는 사람들은 밝고, 죽은 이를 잊어버린 사람들은 어둡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리라.

    이렇게 말을 한 이는 일본 오키나와의 한 섬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한 아름다운 ‘작은 것’으로서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 나는 그를 묘소와 비석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한 번씩 떠올렸다. 산 자와 죽은 자, 빛과 어둠, 학살의 역사라는 큰 것의 엄연한 진실과 작은 것들의 소소한, 실재하는 진실에 관하여.
    ( '5월이여, 오라' 중에서 / p.131)

    당신을 멀리서, 멀리서, 멀리서 확인하는 순간 나는 내가, 우리가, ‘희망버스’가 김진숙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김진숙이 우리를 구하기 위해 거기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저 어둔 밤하늘에 박혀 빛나는 달이었습니다. 달이 있으므로 우리는 달을 봅니다. 아, 그 달은 낮이고 밤이고 하늘에 떠 있었습니다. 고공 크레인에 매달려 있었고, 겨울을 견디며 공중에 떠 있었고 봄이 가도 떠 있었고 여름이 와도 저토록 매달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렇게-우리는 그것을 잊고서 마치 그 달이 없는 듯 살아가고 있었던 것인데 당신은 내내 달이 되어, 달처럼, 그렇게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 '35m 고공 크레인에 뜬 ‘달’을 궁구함' 중에서 / p.154)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대구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와 부산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공부했다. 1985년 부산진여자고등학교에서 교단에서 첫발을 디뎠다. 작품으로 교육 장편소설 <선생님>(실천문학)과 청소년 성장소설 <예수, 모란여고에 부임하다>(동녘)가 있으며, 일간신문 신춘문예 희곡으로 데뷔, 몇 편의 창작 교육극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전교조 조합원이며 주로 신문 편집국에서 일하는 것을 보람으로 삼았다. 현재 항구도시 부산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한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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