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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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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아영
  • 출판사 : 라임
  • 발행 : 2019년 06월 24일
  • 쪽수 : 15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9208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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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내가 너의 버디가 되어 줄게!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건
    내가 선택한 것도, 나의 잘못도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례한 질문을 퍼붓거나
    지레 나를 불편해하며 피한다.
    하지만 바닷속에서는 우리 모두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한다.
    그곳에서는 나도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다!

    두려움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발짝 내딛어
    ‘지금’을 지나 ‘다음’으로 향하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

    출판사 서평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세상의 편견과 경계를 뛰어넘는 이야기!
    소년들의 좌충우돌 대륙 횡단 모험기인 《난생처음 히치하이킹》으로 제13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한 김아영 작가가 이번에는 청각 장애를 가진 제주 소년 오한라의 이야기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일상을 벗어나 확장된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의 큰 줄기를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는 힘이 느껴지는 작가 특유의 구성력과 필력이 이번 작품에서도 믿음직스럽게 발휘되었다.
    《제멋대로 버디》는 청각 장애를 가진 열여섯 살 소년 한라가 운명처럼 스쿠버 다이빙이라는 세계를 만나 경험하게 된 뜨거운 성장의 길목을 그려낸 작품이다. 세상 속에 섞여 들어가 살기 위해서 장애를 극복하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한라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바닷속에서 난생처음 자유와 안정감을 느낀다. 이런 한라의 삶 속에 수상한 소문을 달고 다니는 전학생 해나, 그리고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딱히 잘하는 게 없어서 고민인 앞집 친구 소민이가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여름 방학 동안의 기적 같은 시간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청각 장애인이 주인공이지만 단순히 장애를 대하는 세상의 각박한 태도나 장애인으로 사는 일의 고충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진 미덕이다. 스쿠버 다이빙이라는 소재를 통해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세상의 보이지 않는 편견을 낯설고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소리’만으로는 결코 전달되지 않는 진심이 담긴 ‘소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장애를 가진 당사자인 한라가 사람들을 ‘항상 웃으며 예의 바르게 대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수많은 불편과 사람들의 무례를 감내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 줌으로써 장애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편견이 그 자체로 하나의 소극적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 준다.

    세상 어디에서나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
    한라는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엄마의 기대와 강요 때문에 청음 훈련을 받고 구화를 하는 방법을 배워 일반 학교에 진학한다. 이 세상에 혼자 남을 자신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깰 정도로 걱정을 안고 사는 엄마의 마음을 잘 알기에 한라는 묵묵히 연습을 하고 또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신경하게 또는 무례하게 수군거리거나 놀려 댈 때면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해진다. 평범하게 태어나지 않았는데 왜 다른 사람들처럼 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지, 대체 평범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째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 수는 없는지……. 열여섯 한라의 삶은 답이 없는 질문과 선택할 수 없는 애매한 문항만이 가득한 어려운 시험지 같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도, 선택도 아니지만 줄곧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지내던 한라 앞에 어느 날, 전학생 해나가 나타난다. 당차게 자기소개를 했던 첫날과는 달리 학교에 통 적응을 못하며 결석을 밥 먹듯이 하는 해나 또한 한라처럼 어디에서나 불편하게 도드라지는 이방인일 뿐이다. 접점이 전혀 없어 데면데면하기만 했던 두 아이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찮게 바닷속(!)에서 만나게 된다.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바닷가를 배회하던 한라가 남방큰돌고래 떼에 둘러싸인 해나를 우연히 목격하고는 도움을 요청하는 줄 알고서 무작정 바다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오해와 호의에서 비롯된 이 작은 해프닝으로 한라는 스쿠버 다이빙이라는 세계를 만난다. 물속에서는 다른 사람들도 소리를 듣지도, 말을 하지도 못하며, 누구나 서로의 눈을 보고 손을 움직여 대화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한라는 엄청난 해방감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의 가능성과 미래를 보다 선명하게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의 해녀복을 들고 ‘체험 스쿠버 대환영’이라는 문구가 적힌 해나네 가게를 다시 찾은 한라는 그곳에서 자신을 해마 강사라고 소개하는 정체 모를 아줌마를 만난다. 해마 강사의 제안을 수락해 수어를 가르쳐 주는 대신 비밀리에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던 한라는 소민이에게 주인 없는 가게에 몰래 들어가 복습을 하는 현장을 들킨다. 그리고 스쿠버 다이빙을 배운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실전 연습도 하지 않은 상태로 장비를 차고 혼자 바닷속에 들어가는 무리수를 두고 만다.
    한라는 이 일로 해마 강사에게 크게 혼이 나고, 마을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켜 감당할 수 없는 갈등에 불을 지피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와중에 해나의 엄마인 해마 강사가 사고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여기에 평생 물질을 하며 살았던 한라의 할머니가 바다에서 끝내 물숨을 들이켜는 사고가 일어나고 마는데……. 한라는 죄책감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토록 좋아하던 바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따뜻한 연대와 공존의 힘!
    《제멋대로 버디》는 한라를 비롯해 그와 영향을 주고받는 해나와 소민이의 눈부신 변화 또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조난자를 구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 뒤 사고로 의식을 잃은 채 돌아온 엄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으로 속이 곪아가던 해나는 한라의 버디가 되어 줌으로써 엄마가 행동으로 써 내려갔던 삶의 지침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자기 가족이 받은 상처에만 마음을 쏟으며 다른 사람을 밀어내기에 급급했지만, 작품 말미에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선뜻 마음의 자리를 내어 주고 먼저 손을 내밀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늘 불편한 죄책감에 마음이 짓눌려 있던 한라의 앞집 친구 소민이는 여름 방학을 보내는 동안 ‘수화 통역사’라는 꿈을 찾은 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보다 예민하게 벼리며 타인의 문제를 자신의 삶 속으로 가져와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세 명의 아이가 따로 또 같이 공존하고 연대하면서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인간의 다정함이 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힘찬 동력이 된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건네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라는 해마 강사를 만난 뒤부터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버디인지…….’ 지금까지 한라에게 쏟아지던 질문은 청각 장애인으로 사는 것의 불편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한라 역시 자신의 미래와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바닷속에서 자신이 살아 있는 소리를 느끼고, 버디인 해나의 망설임 없는 도움을 받고, 두려움을 마주 보며 ‘다음’을 시도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진심을 담은 질문은 우리의 인생에 새로운 문을 열어 준다. 한라와 해나에게 스쿠버 다이빙이 그런 계기가 되었듯이, 독자들 또한 이 책을 통해 ‘큰 파도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가슴이 울렁거리는’ 소중한 경험을 만날 수 있기를!
    여기에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느껴지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스쿠버 다이빙이라는 짜릿한 신세계에 대한 생생한 묘사, 그리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해녀들의 무해하고도 지혜로운 삶의 방식 등…….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다채롭고 풍성한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하길 바란다.

    목차

    여름 방학
    남두항의 검은 그림자
    해마 스쿠버 다이빙
    중요하지 않은 일
    남방큰돌고래
    한라는 왜 바다에 뛰어든 걸까?
    체험 다이빙 대환영
    영웅에게 닥친 사고
    살아 있는 소리
    거짓말
    침입자
    제멋대로 버디
    물숨
    샛바람이 불던 날
    해마 강사의 정체
    태풍이 지나가고
    할망 바당
    사라진 할머니
    주경미, 주꾸미
    오해와 이해
    공존
    모두의 바다

    본문중에서

    남두항의 검은 그림자
    한라는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엄마의 바람 때문에 어릴 때부터 청음 훈련을 하며 구화를 필사적으로 배워 일반 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입 모양을 읽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어렴풋이 추측하고, 수만 번 연습한 발음을 어눌하게 입 밖으로 내어 보아도 사람들과의 거리감은 좁혀지지 않고 더욱 외로워질 뿐이다. 여름 방학을 맞아 잔뜩 들뜬 아이들 속에 섞여 들지 못한 한라는 좋아하는 바다를 바라보며 남몰래 수어로 혼자만의 대화에 몰두한다.

    소민이도 한라랑 잘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노트 필기를 대신해 주고 한라가 물어보는 것에 일일이 대답해 주다 보면,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쉬는 시간이 끝나 버리곤 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으니 몇 번씩 다시 묻게 되고, 그래도 알아듣지 못하면 괜히 미안해져서 알아들은 척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는 것이다.
    소민이와 반 아이들이 긴장한 얼굴로 한라의 대답을 기다렸다. 한라는 보기만 해도 입 안에 침이 고이던 새빨간 떡볶이를, 혓바닥을 노랗게 물들이던 오렌지 맛 슬러시를 떠올렸다. 점심 급식으로 나온 미트볼 스파게티는 이미 다 소화가 돼 아까부터 허기가 졌다. 한라도 같이 떡볶이를 먹으러 가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가도 될까?
    한라는 눈치를 살피다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같이 가고 싶었는데 아쉽다.”
    하지만 소민이의 표정은 조금도 아쉬워 보이지 않았다.
    (중략)
    한라는 바다가 좋았다. 바다는 한시도 똑같은 적이 없다. 어스름이 내려앉은 새벽 바다는 짙은 물빛을 띠고 물결도 잔잔하다. 그러다 수평선 아래에서 태양이 고개를 내밀면 바람도 깨어난다. 바람은 파도를 일으키고 파도는 쉼 없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한라에게 말을 걸어온다.
    ‘한라야, 저 수평선 너머에는 말이야. 네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단다.’
    태풍이라도 오면 바다는 또 다른 얼굴을 했다. 한라는 궁금했다. 하늘과 바다를 가르며 번쩍거리는 천둥 번개 소리는 얼마나 크기에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걸까? 비는 정말 주룩주룩 내릴까? 전깃줄 위에 앉은 저 제비가 날아오를 땐 어떤 소리를 내지?
    (/ pp.16~18)

    남방큰돌고래
    엄마는 위험하다고 바다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지만, 온통 바다뿐인 제주에 살면서 물속에 들어가 누리는 자유 시간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한라는 엄마 몰래 물에 들어갔다가 들키는 바람에 호되게 혼이 난 뒤, 남두항을 배회하던 중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해나를 목격한다. 그러나 해나가 물속에서 남방큰돌고래 떼에 둘러싸여 오도 가도 못 하며 허우적거리는 걸 보고는 도움을 요청한다고 생각해 무작정 바다에 뛰어든다. 무사히 바닷속에서 나온 두 아이는 해나네 스쿠버 다이빙 가게 앞에서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다. 한라는 위험하게 왜 바다에 뛰어들었나며 질책하는 해나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는 다이빙 장비를 보면서 눈을 빛내며 질문을 마구 퍼붓는다.

    수면 위로 동그란 물거품이 부글거리더니 해나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돌고래 떼가 물살을 가르며 해나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남방큰돌고래들에게 둘러싸인 해나는 물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파도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도와 달라고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만약 해나가 도와 달라고, 살려 달라고 소리치고 있는데 듣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한라의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수영복을 입고 오느라 휴대폰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하긴 이렇게 더운 날 바닷가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한라는 저도 모르게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바다에 몸을 던진 후였다. 수영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너울거리는 파도 때문에 바닷물이 자꾸만 입 안으로 밀려들었다. 조류까지 빨라 몸이 파도를 따라 이리저리 요동쳤다.
    그렇게 얼마나 헤엄을 쳤을까? 해나가 마스크를 벗고 물 위에 둥둥 뜬 채 한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해나가 놀란 얼굴로 한라에게 물었다.
    “너, 괜찮아?”
    그건 한라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 pp.38~39)

    살아 있는 소리
    스쿠버 다이빙을 접하게 된 한라는 난생처음 무언가를 간절하게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창고를 뒤져 엄마의 해녀복을 찾아낸 뒤 가게로 찾아가지만, 해나는 없고 자신을 해마 강사라고 소개하는 의문의 아줌마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해마 강사의 뜻밖의 제안으로 한라는 수어를 가르쳐 주는 대신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게 된다. 지금껏 사람들이 자신에게 물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질문을 하는 해마 강사 덕분에 한라는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내면에 한층 더 다가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해마 강사가 가만히 한라 눈을 들여다봤다.
    “한라야,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니?”
    한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속에서 부력을 조절하는 중성 부력인가? 아니면 감압?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
    해마 강사의 말에 한라가 씩 웃었다. 그것만큼은 누가 뭐래도 자신 있었다. 한라는 바다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난 바다가 무섭다. 근데 바다를 보지 않고는 살 수가 없어.”
    해마 강사가 쪽방에서 한라산 그림이 있는 소주 한 병과 요구르트를 들고 나왔다.
    “오늘은 축하주를 한잔해야지. 내가 아는 이론은 다 가르쳤어. 문제는 실전이지.”
    해마 강사는 바닥에 앉더니 종이컵에다 소주를 따랐다. 한라에게는 요구르트를 내밀었다. 한라는 요구르트를 단숨에 시원하게 들이켜고는 빈 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니 조금 용기가 생겼다.
    한라가 수어로 물었다.
    “바닷속에서는 어떤 소리가 들려요?”
    해마 강사는 종이컵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한라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고는 한라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이렇게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지. 바닷속에선 내가 살아 있는 소리가 들려.”
    (/ pp.62~63)

    물숨
    이론 교육이 다 끝난 뒤에도 실전 연습을 하자는 말을 않는 해마 강사 때문에 한라는 답답함을 느낀다. 어서 빨리 바다에 들어가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주인 없는 가게에 몰래 들어가 장비를 차는 연습을 홀로 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앞집 친구인 소민이에게 그 현장이 발각되자 스쿠버 다이빙을 배운다는 말을 증명하기 위해 혼자 바다에 들어가는 무모한 짓을 벌이고 만다. 한라의 경솔한 행동은 해마 강사의 화를 돋우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켜 큰 갈등의 씨앗이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와중에 할머니까지 사고를 당하고 마는데…….

    한라는 할머니의 흐릿한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늘 본 바닷속을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한라가 소리 없이 가만가만 입술을 움직였다.
    “할망, 이건 할망만 알고 있어야 해. 엄마한테는 절대 비밀이다. 약속할 수 있지?”
    재차 다짐을 받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할머니가 껄껄 웃으며 손가락을 걸었다.
    “할망, 스쿠버 다이빙 알지? 나, 오늘 공기통 메고 바닷속에 들어갔다 왔다. 내가 이제 공기통 메고 들어가서 전복이랑 문어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알려 줄게.”
    “한라야, 바당속에선 항상 물숨을 조심해야 되는 거라. 네가 가진 숨만큼만 있다 와야 된다이.”
    ‘물숨’은 물속에서 더 이상 숨을 참을 수 없을 때 들이켜는 숨이다. 해녀들은 첫 물질을 시작한 아기 해녀들에게 항상 물에서 쉬는 숨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 빨리, 더 많은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욕심을 부렸다가는 ‘물숨’을 먹게 된다고 했다.
    한라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할머니는 검게 그을린 손으로 한라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한라가 언제 영 커신고. 착허다, 착해.”
    할머니는 오랜 물질로 귀가 어두웠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한라가 하는 말은 다 알아들었다.
    ‘할망, 바닷속에선 말이야. 다른 사람들도 듣지도, 말을 하지도 못해. 나도 그곳에선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아!’
    할머니에게 이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다 안다는 듯 소리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 pp.84~85)

    저자소개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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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험가, 탐험가를 꿈꿨다. 지금도 아무도 찾지 않는 길, 낯선 길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 연극을 했고 방송, 광고 등에서 목소리로 연기하는 일도 했다. [난생처음 히치하이킹]으로 제13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으며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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