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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는 그야말로 백가쟁명의 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는 역사적 예수의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예수가 더 이상 교회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청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시대적 맥락을 읽지 못한다면 오늘날 예수 연구는 현학적 관심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예수에 대한 많은 연구 서적들이 그 울타리 안에 있다면 그 반대로 적잖은 예수 관련 서적들이 자본주의적 마케팅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수의 미스터리 그리고 성서』는 그 양극단을 거부하고 그간의 신학적 성과를 일반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은 책이다. 기독 사상에 대한 어떤 식의 배타적인 관점도 현재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교회의 현실을 두고 봤을 때 그리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객관적 사실이 전제된다면 그 나머지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소유를 모두 팔아서”(마가복음 10:21)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고, 자신을 부정하고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야 하며, 가족과도 멀어짐을 각오하여야 한다. 그러면 그를 따르는 방법이 신으로 경배하고 모든 것을 바치는 것 이외에는 없는가?
공관복음서를 살펴보면 예수는 자신을 신으로 경배하라고 결코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큰 사랑을 믿고,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자신의 형제요 어머니라고 말한다. 또 가장 큰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수의 ‘사랑의 계명’과 ‘정의를 위한 비판정신’이 너무나 좋지만, 종교적 믿음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성서에 답이 있다.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부유한 세관장 삭개오는 자기 소유의 절반을 내놓음으로써 예수께 구원을 약속받는다. (〈에필로그〉중에서)

노동자인 예수의 말에 호응해 줄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것이 갈릴리에서 그가 치유 활동과 악령 추방 활동을 벌인 이유였다!

현대 신학은 예수와 예수의 시대에 대해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를 쌓아놓았다. 이로써 예수가 실존 인물이야 아니냐 하는 문제는 사라지게 되었다. 이제부터 남는 것은 예수의 말(케리그마)과 그의 활동이다. 그런데 여기서 도저한 간극이 좁혀지질 않고 있다. 오죽하면 이제 예수의 실체는 ‘해석된’ 예수일 뿐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이 같은 사태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예수는 역사적으로도 그리고 텍스트적으로 열린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집단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교회’이다.
이 책의 저자가 [머리말]에서 “중세시대와 같이 예수와 복음서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학문적 진실을 목회자들만이 독점하고 대중들에게는 ‘문자 그대로’ 복음서를 믿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신자들에게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현상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기독교는 특히 한국에서 집중적인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예수의 ‘진실’에 대한 학문적 업적을 신자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오로지 신앙의 대상이기를 강요해서 벌어진 일이다. 지금까지 신학자들에 의해 드러난 최소한의 예수의 삶을 전파한다 해도 예수가 신앙의 대상에서 격하되는 일은 없을 터인데 말이다. 어떻게 보면 예수에 대한 ‘진실’을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목회자들일지도 모른다. 예수를 천상에 고이 모셔놓아야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예수와 성서에 대한 ‘객관적 사실’이 중요하다.

그런데 예수의 행적과 말을 기록해 놓았다는 복음서마저도 사실 초기 예수공동체의 신앙적 혹은 현실적 필요에 의해 채택된 관점에 의해 씌어졌다. 저자는 그 사실을 여러 연구물의 섭렵을 통해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저자는 그것을 이렇게 말한다.

신학적 해설보다는 이것을 권력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다. 정경의 개념은 2세기 말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명확한 확정은 4세기에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 신앙을 허용한 후에 이루어졌다. 그 후 복음서의 채택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알렉산드리아의 감독이었던 아타나시우스(Athanasius)가 367년 부활절 편지에서 권고한 27권의 신약 목록이 세 번의 공회의를 통해 인준되었다.

물론 이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독자적 관점은 아니다. 이 책의 특장은 지금껏 누적된 역사적 예수와 신학 연구를 일반 독자들에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저술 목적을 이렇게 분명히 밝혔다.

신학이나 사상보다 ‘객관적 사실’이 우선한다. 역사적 상황과 문헌적 근거에 기초하여 모든 대상들을 비교·판단한 이후에야 비로소 ‘주관적 견해’인 신학과 사상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객관적 사실에 중점을 두고자 했다. 정통주의 또는 비평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 상식’에 기초하여, 현대인들에게 폭넓게 공감을 얻을만한 내용들로 지면을 구성했다.

그러나 기독교인을 포함한 예수에 대한 “일반적 상식”은 예수의 전승된 말씀(로기온)에 기초한다. 저자는 각 복음서를 두루 검토하고 예수에 대한 신앙고백인 케리그마(kerygma)를 ‘비신화화’하자는 불트만의 주장에 무게를 조금 더 두는 듯하다. 일단 이 ‘비신화화’의 단계를 거쳐야 예수에 대한 진실에 더 가깝게 다다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저자가 추구하는 것은 예수의 ‘활동’인데 이 책의 출간 목적도 궁극적으로 그것에 닿아 있다.

예수가 교회 ‘밖으로’ 나와야 하는 이유

예를 들어 [머리말]에서 “거대 기업과 천문학적 규모로 움직이는 투기자본이 세상을 휩쓰는21세기의 세계 현실은 예수가 살았던 로마제국 시대와 매우 유사하다. 두 시대는 모두 생산과 상업의 세계화로 일반 민중들의 생존권을 무참히 파괴하는 고난의 시기다“라고 진단한다든지, [에필로그]를 자신의 재산을 내놓고 예수의 제자가 된 삭개오의 예로 마무리하는 것에서도 그 점은 명확하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예수의 ‘사랑’과 ‘정의’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예수의 삶과 메시지를 요약한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는 그야말로 백가쟁명의 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는 역사적 예수의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예수가 더 이상 교회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청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시대적 맥락을 읽지 못한다면 오늘날 예수 연구는 현학적 관심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예수에 대한 많은 연구 서적들이 그 울타리 안에 있다면 그 반대로 적잖은 예수 관련 서적들이 자본주의적 마케팅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수의 미스터리 그리고 성서』는 그 양극단을 거부하고 그간의 신학적 성과를 일반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은 책이다. 기독 사상에 대한 어떤 식의 배타적인 관점도 현재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교회의 현실을 두고 봤을 때 그리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객관적 사실이 전제된다면 그 나머지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교회 안에 갇힌 예수다.

머리말 * 잊혀진 메시아를 위하여 ...7
프롤로그 ...13

제1부 하나님의 아들

1장 빈 무덤 ...19
2장 빌라도의 진실 ...25
3장 가난한 자들과 예언자 ...35
4장 하나님 나라의 누룩 ...51
5장 복음서 읽기 ...67
6장 막달라 마리아의 눈물 ...128
7장 역사적 예수 ...151
8장 예수, 당신은 누구시기에 ...176

제2부 일곱 가지 미스터리

1장 세례 요한 ...199
2장 동정녀 탄생 ...208
3장 예수의 기적 ...221
4장 바울의 회심과 예수 ...233
5장 사해문서의 ‘사악한 사제’는 누구인가? ...245
6장 부활 ...255
7장 예수 그리스도 ...268
에필로그 ...281
참고문헌 ...287

머리말

이 책은 신약성서를 부정하기 위해 씌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서에 대한 흥미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성서를 읽을 만한, 또는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느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2000년 전의 이스라엘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고대 문헌을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읽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예수와 그 시대 사람들은 근대적 역사관과 세계관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신화와 설화의 세계에서 씌어진 신약성서도 그러한 관점에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로 믿어라’고 요구하는 것보다는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성서에 접근하는 방식이 ‘시대와의 불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신학이나 사상보다 ‘객관적 사실’이 우선한다. 역사적 상황과 문헌적 근거에 기초하여 모든 대상들을 비교·판단한 이후에야 비로소 ‘주관적 견해’인 신학과 사상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객관적 사실에 중점을 두고자 했다. 정통주의 또는 비평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 상식’에 기초하여, 현대인들에게 폭넓게 공감을 얻을만한 내용들로 지면을 구성했다.
?「잊혀진 메시아를 위하여」 중에서
기원전 20년경에 시작된 성전 공사는 서기 64년경에야 비로소 완공되었다. 요세푸스에 의하면, 성전 건축이 끝나자 1만 8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실직하였고, 실업대책으로 새 건물을 짓기로 결정하자 1만 명의 수공업자들과 1천 명의 교육받은 사제들이 고용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별다른 농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척박한 환경의 예루살렘에서 성전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예수는 성전을 저주했다는 죄명으로 고발되었고, 실제로 그러한 발언을 하였다.
― 1부 제2장「빌라도의 진실」, 30~31쪽.

농토가 파괴된 농민들에게 과중한 조세가 부과되었다. 로마의 공세는 12.5% 정도로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에다 제사장들에게 내는 십일조와 성전세, 갈릴리의 분봉왕(태수)이었던 헤롯 안티파스 왕가를 위한 징세가 추가되었다. 세금의 총액은 생산물 수입의 1/3 이상을 초과하여 발생했을 것이다. 그리고 1세기 이전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지배자의 왕궁을 위한 공사가 두 개의 수도 세포리스와 티베리아스에서 벌어지면서 노동력과 공물을 강요당하게 되었다.
이러한 민중들의 고난을 배경으로 하는 예수의 주기도문은 의미심장하다.
― 1부 제3장 「가난한 자들과 예언자」, 47쪽.

지금까지 우리가 검토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복음서의 저자들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편집 과정을 통해 그들의 책을 작성한 것을 알 수 있다. 때로는 본문에 과감한 수정과 삽입도 시도하였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들의 목적이 ‘역사적 진실’에 있었던 게 아니라 그들의 ‘신앙고백’에 있었기 때문이다! 신약성서 저자들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예수는 그리스도시다!’라는 것을 선포하는 데 있었다. 여기서 ‘선포’라고 말한 단어가 바로 그리스어 ‘케리그마(kerygma)’다.
― 1부 제5장「복음서 읽기」, 93쪽.

모든 유대인들이 세례를 받기를 원한 것을 보면, 요한은 분명 명문가의 자손이며 수준 높은 교육을 수행한 권위가 인정된 인물이었을 것이다. 누가복음에 의하면 그는 제사장 가문의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1:5)
반면에 예수는 유대 사람들이 땅의 사람들(Am ha'araz)이라고 부르며, 율법을 모르는 백성들이라고 무시했던 갈릴리의 이름 없는 노동자였을 뿐이다. 그런 그가 세례를 준다고 하면 그 누가 호응할 것인가?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예수는 갈릴리에서 치유 활동과 악령 추방 활동을 먼저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람은 자라난 환경과 사회적 신분에 의해 지배적인 영향을 받는다. 기득권층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했던 요한은 ‘사회정의의 회복’을 강조했고, 엘리트 종교인들에 의해 죄인으로 낙인 찍힌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공감할 수 있었던 예수는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용서와 하나님 나라 구현을 강조했다.
― 1부 제7장「역사적 예수」, 167쪽.

후대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예수의 죽음 이후 사흘 만에 막달라 마리아에게 나타나는 요한복음 20장12절~18절의 장면은 ‘부활의 몸’에 대한 심한 오해를 불러오는 것들 중의 하나다. 부활 현현의 일반적인 특징은 그 존재가 지상적인 몸과는 다르게 표현된다는 데 있다.
예수는 십자가형 전에 뼛조각과 쇳조각이 박힌 가죽채찍으로 매질을 당했고, 손목과 발목에 못이 박혔으며, 요한복음에 의하면 창에 의해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런 치명상을 입은 예수가 사흘 만에 건강하게 서서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인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전혀 가능한 일이 아니다.

― 2부 제6장「부활」, 2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