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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개별 국가들에서 정치의 역할이 더욱더 강화되는 요즘의 상황은 정치를 단순히 '필요악' 정도로 치부하여 조롱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그것에 대해 좀 더 냉철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이를 위한 학문 분야에 '정치학'이 있지만, 인간의 다른 활동들과 마찬가지로 정치라는 것도 대부분의 경우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학제 및 융합적인 관점에서 정치에서의 언어 사용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에서는 비평적 담화분석이라는 접근법의 관점에서 한국의 정치담화를 언어학적으로 분석한다.

무엇인가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허덕이고도, 많은 경우, 실망과 좌절, 그리고 모순으로 귀결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의 이런 간극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인간의 영역은 정치 분야인 것 같다. 국민들의 안녕과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기대되고, 또 그런 것들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비난과 경멸의 대상이 되는 것도 정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예외적일 정도로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냄으로써 선진국의 문턱에 다가섰다는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와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개별 국가들에서 정치의 역할이 더욱더 강화되는 요즘의 상황은 정치를 단순히 '필요악' 정도로 치부하여 조롱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그것에 대해 좀 더 냉철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이를 위한 학문 분야에 '정치학'이 있지만, 인간의 다른 활동들과 마찬가지로 정치라는 것도 대부분의 경우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학제 및 융합적인 관점에서 정치에서의 언어 사용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에서는 비평적 담화분석이라는 접근법의 관점에서 한국의 정치담화를 언어학적으로 분석한다.

비평적 담화분석은, 2장에서 상세하게 소개되겠지만, 담화를 사회적 실행의 하나로 보아 텍스트 자체뿐만 아니라 텍스트가 생성되고 이해되는 사회 및 정치적 맥락 등을 함께 고려하고, 힘/권력, 이념, 불평등, 인종차별 등 사회악, 지배권 같은 사회 구조의 문제들과 연결시킴으로써 텍스트의 의미를 해석 및 설명하는, 그 자체로서 학제적인 성격을 띠는 접근법이다. 이 접근법은 여러 가지 하위 접근법으로 세분되어 구체적으로는 이질성도 보이지만, 정치인들처럼 '힘/권력이 있는 자들'이 언어를 통해 '은밀하게' 자신의 힘/권력과 지배권을 행사 및 재생산하거나 자신의 이념을 표현 및 확산시키는 (부정적인 모습의) 과정들을 들춰내어 사람들에게 인식시킨다는 공통의 관심사도 갖고 있다. 한국처럼 시민들의 정치의식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새삼스럽게 정치(인)의 부정적이거나 위선적인 성격을 상기시킬 필요는 없겠지만, 국외에서 많은 학자들에 의해 채택되고 있는 이 접근법을 한국의 정치담화에 적용시킴으로써 크게는 한국의 정치, 작게는 한국의 정치인들에 의한 정치적 행위들이 미시적, 상호작용적 차원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언어학적으로 보여 주는 것도 학문적으로 의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모두 9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1장에서는 연구의 배경과 목적, 연구 주제에 대해, 그리고 2장에서는 '이론적 배경'으로서 '정치담화'와 '비평적 담화분석'에 대해 전반적으로 소개한다. 3장부터 8장까지는 실제 '자료 분석'으로서, 국외에서의 정치담화에 대한 화용론적, 문체론적 분석이나 비평적 담화분석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여섯 가지 주제/문제를 다룬다. 우선, 3장에서는 정치를 포함하여 모든 인간의 활동에 대한 분석에서 근본적인 개념인 '행위성'과 '책임'을, 그리고 4장에서는 현대의 정치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정당'의 '정치적 정체성'을 다룬다. 5장에서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필수적 절차인 '선거'에 항상 수반되는 '이념' 문제를, 그리고 6장에서는 (이렇게 '정당'에 소속되어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행위들을 '합법화'하는 모습을 분석한다. 7장에서는, 이 '합법화'에서 좀 더 나아가, 권위주의 정권들이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하는 과정에 숨겨져 있는 언어의 '조작적' 사용 측면을, 마지막으로, 8장은 부정적인 모습의 정치(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과 관련하여 한국의 독특한 정치적 행위/장르로 자리잡은 '시국선언(문)' 문제를 다룬다. 9장에서는 이 연구의 요지를 정리한 후, 향후 연구 과제를 제시한다.

다른 언어학 이론이나 접근법들과 마찬가지로 이 비평적 담화분석도 완벽한 것은 못되어서, 그동안 이 접근법의 여러 가지 약점이나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자료 해석의 타당성' 문제와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 문제인데, 근본적으로 질적 분석을 지향하는 이 접근법의 기본 입장 때문에 생기는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양적 분석을 통한 연구도 시도되고 있다. 원론적으로, 질적 분석과 양적 분석은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이런 대안적 분석의 등장은 바람직한 것임에 틀림이 없지만, 최대한 정확한 질적 분석이 선행되지 않은 양적 분석은 의미 없는 숫자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 접근법의 질적 분석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어떤 새로운 정치적 사실을 발견하여 제시하기보다는, 일반인들도 (적어도 어느 정도) 이미 인식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한국 정치에서의 객관적인 사실이나 과정들이 담화 및 언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 및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자료 해석의 타당성 문제와 관련하여, 각 자료의 정치적 맥락을 최대한 제공한 후 이를 분석 과정에서 텍스트와 연결시킴으로써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해석이 되도록 노력하였다. 정치담화분석에서 가능한 많은 주제/문제들 가운데, 기본적인 것들만 다루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국내의 정치담화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은 2010년부터 3년간, 한국연구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저술 출판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연구의 결과물이다. 우선, 연구비를 지원해 준 한국연구재단과 이 책을 출판해 준 한국출판사에 감사드린다. 필자가 학자의 길을 가는 데 소중한 계기와 기회를 마련해 주신 손한 교수님과 김남길 교수님, 학자로서의 모범과 지도교수로서의 관심을 보여 주신 이익환 교수님, 조철현 교수님을 비롯하여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보은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그리고 무한한 사랑과 희생으로 오늘의 필자를 있게 해 주신 부모님과 아내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서문
차례

제1장 서론: 연구의 배경과 목적

1. 연구의 동기
2. 한국의 정치적 맥락
3. 연구 주제와 책의 구성

제2장 이론적 배경: 정치담화와 비평적 담화분석

1. 정치와 정치학
2. '정치담화분석'의 정의와 범위
3. 정치담화분석의 연구 주제와 선행 연구
4. 정치담화의 언어학적 분석
4.1. 학제 및 사회ㆍ문화적 성격
4.2. 정치담화의 담화분석
5. 이론적 바탕: 비평적 담화분석
5.1. 기본 성격
5.2. 주요 세부 접근법
5.2.1. Fairclough의 변증법적ㆍ관계적 접근법
[그림 1] 담화의 3차원적 개념
5.2.2. van Dijk의 사회인지적 접근법
5.2.3. Wodak의 담화ㆍ역사적 접근법
5.2.4. van Leeuwen의 사회적 행위자 접근법
5.3. 대안적/비판적 입장

제3장 청문회에서의 정치인들에 의한 행위성 표상과 책임 회피

1. 서론
2. 이론적 배경
2.1. 행위성: '물리적 행위성'과 '도덕적 행위성'
2.2. 논항구조와 의미적 역할
2.3. 타동성
2.4. 담화행위모델
3. 자료와 정치적 맥락
4. 자료 분석
4.1. 물리적 행위성의 축소/부정
4.1.1. 의미적 역할의 전환
4.1.2. 피동화
4.1.3. 타동성의 약화
4.1.4. 행위자 기술
4.1.5. 사건/행위의 성격화
4.2. 도덕적 행위성의 강조
4.2.1. '의무 수행'으로서의 행위성
4.2.2. '절차 준수'로서의 행위성
4.2.3. '합리성 추구'로서의 행위성
4.2.4. '대의 실천'으로서의 행위성
5. 결론

제4장 군소 정당 '친박연대'의 혼성적 정치 정체성

1. 서론
2. 이론적 배경
2.1. 정체성과 언어/담화
2.2. 비평적 담화분석에서의 정체성 표현
3. 자료 및 정치적 맥락
3.1. 자료: '정치 논평'
3.2. 정치적 맥락
4. 자료 분석
4.1. '친박연대'의 혼성적 정치 정체성
4.2. '친박연대' 정치 정체성의 비평적 담화분석
4.2.1. '박근혜 당'으로서의 정체성
4.2.1.1. 핵심 가치와 주요 화제
4.2.1.2. 언어적/담화적 전략
4.2.2. '야당'으로서의 정체성
4.2.2.1. 핵심 가치와 주요 화제
4.2.2.2. 언어적/담화적 전략: 비합법화
4.2.3. '보수여당'으로서의 정체성
4.2.3.1. 핵심 가치와 주요 화제
4.2.3.2. 언어/담화적 전략
5. 결론

제5장 선거 관련 정치 논평에서의 이념 구조와 언어적 실현

1. 서론
2. 이론적 배경
2.1. '이념'의 정의와 성격
2.2. 이념의 언어 및 담화적 표현
3. 방법론
3.1. 분석틀
3.2. 자료
3.3. 정치적 맥락
4. 자료 분석
4.1. 거시적 차원
4.1.1. 핵심 가치/과제
4.1.2. 논평의 제목: 화제
4.2. 미시적 차원: '긍정적 자기 제시'와 '부정적 타인 제시'
4.2.1. 담화전략
4.2.1.1. 정체성 의심/요구하기
4.2.1.2. 동일시하기
4.2.1.3. 근접화
4.2.1.4. 대조시키기
4.2.1.5. 비합법화하기
4.2.2. 언어적 기제: 의미, 화용, 그리고 수사
4.2.2.1. 개념적 측면
4.2.2.2. 텍스트적 측면
4.2.2.3. 대인적 측면
5. 결론

제6장 정치적 행위의 합법화: 담화 및 언어적 전략과 변화

1. 서론
2. 이론적 배경
2.1. 정치담화에서의 합법화
2.2. 합법화를 위한 언어/담화전략과 선행 연구
3. 방법론
3.1. 자료와 정치적 맥락
3.2. 분석 방법
4. 자료 분석
4.1. 설득적 텍스트: 합법화를 위한 전개구조
4.2. '문제'의 제시와 비합법화
4.2.1. '문제'의 의미적 성격과 부정적 제시
4.2.2. '문제' 제시 과정에서의 담화전략
4.2.2.1. 이분화
4.2.2.2. 배제하기
4.2.2.3. 긴박감 조성
4.2.2.4. 근접화
4.2.2.5. 위협/경고하기
4.2.2.6. 희생양 만들기
4.3. 정치적 행위의 합법화
4.4. (비)합법화를 위한 언어 및 수사적 자질들
4.4.1. 개념적 측면
4.4.2. 텍스트적 측면
4.4.3. 대인적 측면
5. 결론

제7장 권위주의 정권에서의 정통성 확보를 위한 언어의 조작적 사용

1. 서론
2. 이론적 배경
2.1. '조작'의 정의
2.2. 담화에서의 조작과 비평적 담화분석
2.3. '정통성'의 정의와 요소
3. 자료 및 정치적 맥락
3.1. 자료
3.2. 정치적 맥락
4. 자료 분석
4.1. '정통성 확보'를 위한 조작으로서의 거시적 담화전략
4.1.1. 핵심 가치 및 목표의 제시
4.1.2. 도전과 과제의 언급
4.1.3. 도전/과제에 대한 '태도'와 임무 수행에 대한 '의지'의 표명
4.1.4. 국민의 참여와 협조 요청
4.2. 미시적 차원에서의 조작을 위한 담화 및 언어전략
4.2.1. 담화전략
4.2.1.1. 긍정적 자기 이미지 제시하기
4.2.1.2. 민족/국가 정체성 강조하기
4.2.1.3. 관여하기
4.2.1.4. '부정적 과거'와 '긍정적 미래' 제시하기
4.2.1.5. 문제화하기
4.2.1.6. 긴박감 조성
4.2.1.7. 책임 전가하기
4.2.1.8. 정의하기
4.2.2. 언어 및 수사적 자질
4.2.2.1. 부재/배제
4.2.2.2. 암시적 표현과 단어의 오용
4.2.2.3. 거짓/왜곡
4.2.2.4. 과장
4.2.2.5. 정치 구호
4.2.2.6. 전제
4.2.2.7. 은유
4.2.2.8. 의무서법
4.2.2.9. 인식서법
4.2.2.10. 통사구조/의미적 역할/행위성
4.2.2.11. 정형화 주제
4.2.2.12. 논증 오류
5. 결론

제8장 '정치적 저항 담화'로서의 시국선언문: 담화구조와 언어적 실현

1. 서론
2. 이론적 배경: 비평적 담화분석에서의 힘/권력과 저항
3. 정치적 맥락과 자료
4. 자료 분석
4.1. 담화구조: 전개구조와 수사구조
4.1.1. 동기/배경 제시하기
4.1.2. 문제 제시하기: 극대화하기
4.1.3. 의지/태도/입장 표명하기
4.1.4. 해결방안 제시/요구하기
4.2. 비합법화 전략
4.3. 언어 및 수사적 실현
4.3.1. 개념적 측면
4.3.2. 텍스트적 측면
4.3.3. 대인적 측면
4.4. 사회언어학적 변이
5. 결론

제9장 결론: 연구의 요지와 향후 연구 과제

1. 연구의 주요 내용과 결과
2. 연구의 의의와 이론적 함축
3. 연구의 한계와 향후 연구 과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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