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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학자의 기독교 이야기』는 오늘날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이웃종교인들에게 '다른 기독교'도 있음을 알리고, 기독교인들에게는 '대화' 자체를 선교의 과제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 개신교의 대표적 종교철학자 이정배 교수의 이웃종교인을 위한 기독교 이야기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종교 간 대화 위원장이자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종교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정배 교수가 이번에는 이웃종교인들을 위해 기독교를 설명한 책을 펴냈다.
이번 책 『이웃종교인을 위한 한 신학자의 기독교 이야기』는 이 교수가 원불교 재단의 원음방송 라디오에서 2012년 1월부터 9개월에 걸쳐 이웃종교인들을 위해 기독교를 풀어 설명한 방송 원고를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래서 이 교수가 그간 펴낸 학술 서적들과 다르게 방송 DJ와 게스트의 대화를 연상시키는 질문과 대답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2. 교리적 기독교가 아닌 한국적, 생명적 기독교를 말하다
본 서의 특징은 기독교 신학자가 원불교 재단의 방송국에서 기독교를 선교했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생명적’ 기독교에 대해 말한 것이다. 이웃종교인들이나 무종교인들이 기독교라 하면 가지기 쉬운 교리적 편견(예수천국 불신지옥)에 사로잡힌 독선적 기독교가 아니라 한국민들의 주체적 수용으로 다시 태어난 한국적 기독교에 대해서 이 교수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기독교 토착화 1세대인 유영모, 함석헌, 김교신, 이용도, 김재준, 이신 등 이웃종교인들에게 낯설지만 중요한 한국 개신교인들을 소개한다.
또한 21세기 들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는 환경 문제 역시 그 원인과 해법을 모색하는데 있어 기독교가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 교수는 기독교가 서양 문명의 환경 파괴를 정당화시켜 준 이념적 기재였다는 비판에 대해 한 편으로는 수용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기독교에도 환경을 지키고, 생태계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상이 존재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환경 문제에 기독교 역시 기여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것은 저자인 이정배 교수는 이 책의 시작을 저자 자신의 신앙 경험을 술회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저자의 자서전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저자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에 대해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또한 최근의 현안인 WCC에 관한 입장에 있어서도 다소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소신이 피력한 대목은 눈여겨볼만하다.

책을 펴내며
첫재 마당 종교에 대하여
둘째 마당 한국 기독교 역사를 개관하다
셋째 마당 한국 기독교 역사 속의 위대한 사상가들 : 유영모 함석헌 김교신 이용도 김재준
넷째 마당 기독교인은 무엇을 믿는가 Ⅰ : 기독교 신앙의 학문 체계에 관하여
다섯째 마당 기독교인은 무엇을 믿는가 Ⅱ : 기독교 신앙의 학문 체계에 관하여
여섯째 마당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종교 간 대화
일곱째 마당 기독교와 과학의 대화는 가능한가
여덟째 마당 기독교는 생태적 종교인가 : 기독교와 생태학의 관계에 대하여
아홉째 마당 토착화 신학자들 : 기독교는 과연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겠는가

1.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사실 이웃종교인을 위해 기독교를 말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이 지금껏 거의 없었다. 있었다면 상대방을 선교의 대상으로 여기는 시도들뿐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웃종교인들 뇌리 속에는 기독교에 대한 일천한 이해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독교 신학의 심오한 멋과 맛을 느낄 기회가 그들에게 거의 부재했다. 이는 모두 기독교 내지 교회가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한 탓이다. 그럴수록 이 땅의 신학자들이 얼마나 민족, 문화, 생명의 주제를 부여잡고 힘겹게 살았으며 기독교를 조선 혼을 지닌 종교로 만들기 위해 힘썼는가를 알리는 것이 필요했다. 따라서 본 책은 이웃종교인들에게는 ‘다른 기독교’도 있음을 알리는 기회로, 기독교인들에게는 ‘대화’ 자체를 선교의 과제로 인식하는 새로운 기회로 읽혀졌으면 큰 기쁨이 될 것이다.
p. 6-7

2. 저자가 기독교 신앙을 가지게 된 계기
서울서 제법 큰 사업을 하던 부친의 갑작스런 실패로 어머니 고향인 충북 보은의 한 시골 마을로 초등학교 1학년 말 이주하게 되었다. 그곳에 살면서 들로 산으로 뛰놀며 공부와 무관하게 살던 어린 필자를 어머니는 4학년 초 무작정 서울 학교로 전학시켰다. 무너진 가계를 다시 재건하려면 서울 가서 공부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모진 마음 덕분이었다. 방학이 되어 고향에 내려가면 어머니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손사래 치며 서울로 어서 가라고 필자를 내몰았다. 어린 자식을 홀로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눈물을 보고 그녀 역시 너무 마음이 아팠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서울로 올라와서 며칠 동안 외로움의 눈물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헤아릴 수 없다. 그런 외로움이 필자의 발길을 동네 교회로 옮기게 한 것 같다. 그 시절, 주변 친구들과 어울려 교회 다니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 이후로 교회가 익숙해졌고 후일 중?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하는데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기독교 학교로 진학한 이후 열심을 다해 학교생활을 했고 영락교회에 적籍을 두었으며 기독교적 가치 실현을 삶의 목표로 삼게 되었다.
p. 13

3. 한국을 대표하는 기독교 사상가들
물론 한국 기독교를 대표할 만한 사상가들이 이분들 외에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여기서 위 다섯 분을 열거한 이유는 이분들 모두가 한국적 기독교를 수립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다석 유영모는 다른 네 사람보다 출생이 10여 년 빠르며 함석헌, 김교신의 직접 스승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석을 제외하곤 이들 네 사람이 모두 1901년 생으로 동갑내기이다. 이들이 활동한 1930년대는 일본의 문화 식민주의 정책이 심화되던 시점이었다. 그때부터 이들은 조선 혼을 기독교적 방식으로 이 땅에 심고자 노력했다. 요절한 이용도, 김교신 그리고 비교적 오랜 세월을 산 김재준, 함석헌은 저마다 방향은 조금씩 달랐으나 성서를 한국인의 마음으로 읽고 예수를 한국적 심성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선각자들이었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이들을 따를 사람이 없다고 판단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1930년대에 활동했던 이들의 문제의식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 한국 기독교에 미래는 없다고 믿는다. 이런 자각을 최초로 심어준 분이 요즘 세계 철학자로서 크게 주목받는 유영모이다.
p. 60-61

4. 기독교는 과연 환경 파괴의 주범인가?
린 화이트란 역사학자는 이미 《생태학적 위기의 역사적 뿌리》란 논문을 통하여 기독교가 반反생태적 종교임을 천명했다. 오늘의 생태적 위기는 기독교의 책임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큰 반향을 일으켰던 본 논문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전적으로 긍정하기에도 문제가 있다. 기독교가 인간 중심적 종교로 발전했기에 인간 이외의 피조물을 함부로 다스렸고 자연의 물화物化에 기초하여 자본주의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기독교는 생태적 책임을 면할 길 없다. 기독교가 자본주의와 짝을 같이 해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오늘과 같은 다(초)국적 기업의 지배가 공공연한 현실에서 기독교를 후견했던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반생명적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자본주의를 이겨본 종교, 이념, 사상 등이 존재하는가?’라고 물을 때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비록 특정 종교에 그 원인이 있긴 하지만 현실에서 그 실상을 극복할 수 없다면 생태계 문제는 인류 모두의 공통된 과제라 인식하는 것이 옳다. 더구나 기독교는 자연 속에 함몰된 인간을 자연 그 이상의 존재로 자각시킨 점에서 그 공헌이 적지 않다. 인간의 위치를 우주 속에서 독특하게 인정한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인간중심주의로 변질시킨 것은 기독교가 고쳐야 할 일이다. 기독교는 결코 인간중심주의를 말하는 종교가 아닌 까닭이다.
p. 184-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