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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 가부장제의 역사를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읽어본다. 이 책은 전통적 역사학에 대한 '공백 메꾸기'가 아닌 역사서술의 전 영역에 걸친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과, 남성 중심적 사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료를 찾아내는 일 뿐 아니라 사료의 재해석을 시도하며 역사의 담론화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 전기 가족과 사회구조를 면밀히 고찰한 학제적 성과 조선시대는 유교적 통치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기 위해 가족을 기초단위로 하는 가부장적 지배구조가 매우 강조되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 당시 가족의 의미는 ‘사적’ 영역으로서의 가족이라기보다 정치제도의 일부로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 가족과 여성을 이해하는 일은 곧 그 당시의 지배구조를 파악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역사에서 가부장제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한 대답을 할 수는 없으나, 대체로 유교적 가부장제가 조선 중기 이후 정착했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 전기 가부장적 지배구조를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조선시대 유교적 가부장제의 형성과정의 단초를 살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역사학/사회학/가족학/문화인류학/역사인류학 등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조선 전기 가부장적 사회를 조명한 학제적 연구성과로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특히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친족제도의 변천 양상 및 친족의 용어와 개념을 면밀히 분석하여 조선 전기 부계제 원리와 그 과정을 실제적으로 규명해 냈으며, 조선 전기 왕위계승 과정에서 적장자 상속과 권력강화의 문제, 그리고 유교적 이데올로기에서 효사상의 기능과 사회적 영향을 실증적 사례를 통해 검토했다. 또한 여성의 정치참여 형태에서 가장 실질적 효과를 발휘한 수렴청정의 정치적 의미를 정희왕후와 문정왕후의 사례를 비교분석함으로써 여성사적 의미와 시대적 특성을 살펴보기도 했다. 또한 여성의 지위 문제와 관련하여 재산상속에서 부인권의 약화와 모권의 강화 양상을 여러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밝혀내고, 신량역천이라는 계층의 구성을 신분과 성이라는 두 변수를 통해 검토하여 성이 신분결정의 중요한 구획선이었음을 규명하고 있다(이 책의 구체적 내용소개는 총론 참조). 이와 같이 필자들은 조선 전기 가부장제 형성과정 속에서 특히 가족과 여성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가족과 여성이 가부장적 통치구조로 편입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미세한 사회구조와 권력투쟁의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유교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가 어떻게 가족제도와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살피고 있는 이 책은 조선전기 역사를 살펴보는 데 새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이다.

총론 : 조선 전기 가부장적 질서화와 여성
제 1부 가족, 친족제도의 변화와 유교 가부장제
1 친족제도의 유교화 과정
2 친족 개념과 친족제의 성격
3 적장자 개념의 도입과 왕권의 강화
4 효시상의 확대와 노인복지
제 2부 가부장적 질서화와 여성
5 여성의 정치 참여와 수렴청정
6 가부장적 질서화와 부인권의 약화
7 신랑역전을 통해 본 신분과 여성
8 유교화와 여성의 신앙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