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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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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버라이어티쇼, 드라마, 출판, 영화, 연극, 음악, 스포츠……
    한국 문화산업의 현 상황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우리가 신경 쓸 것은, 우리 문화를 성공적으로 산업화하여 얼마나 수출할 것이냐가 아니라, 생산자든 기획자든 문화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 끼 밥을 제대로 챙겨먹는가, 그리고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자살을 고민하지는 않는가…… 그런 것들이 아닐까. 맨 앞줄의 선수들도 세 끼 밥을 보장할 수 없다면 재생산이 어려워져서 대를 잇기도 어렵다. 우리는 문화를 팽창의 논리로만 보았지, 재생산의 눈으로는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띄우려는 선단은 수송선이나 군함이 아니라 바로 유람선 아닌가?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문화정책으로 유람선을 수송선이나 군함처럼 쓰려고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문화 생산자들은 국민경제의 부속품으로 전락해 화물이나 군인처럼 움직여야 했던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문화’로 청년을 살리고 나아가 사회와 환경을 살린다!

    생태학과 20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발한 저술, 강연 활동을 해온 경제학자 우석훈이 이번엔 ‘문화’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왜 갑자기 문화인가? 물론 저자가 개인적으로 다양한 문화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이 책은 저자의 주요 전작들의 문제의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책에서 제기하는 핵심적인 물음은 두 가지이다.
    1. 지금보다 딱 2배만 더 많은 청년들이 문화로 먹고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 한국사회는 과연 토건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한 문화 생태계를 가꿀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수출지향과 토건중독으로 한계에 부딪힌 한국의 사회경제가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화 부문을 키우고, 이 분야에서 청년들이 더 많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2006년경부터 문화 관련 산업의 현황에 관한 자료들을 연구해왔다.
    저자는 방송, 출판, 영화, 연극, 대중음악, 고전음악, 스포츠 등 방대한 영역을 다루면서도 놀라운 통찰로 핵심적인 성공 요인이나 문제 상황들을 짚어내고, 정책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업계 내부적으로든 획기적이고 재기발랄한 대안들을 쏟아낸다. 또 다양한 분야들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상호 비교하고 대조하는 방식은 문화산업 종사자들이나 관련 정책들을 고민하는 사람들조차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이해의 틀을 만들어낸다. 상상력으로 가득 찬 이 제안들을 우리 사회가 모두 수용할 수 있든 없든 그 자체로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 틀림없다. 또 여태까지 우리가 문화에 대해 한 번도 이런 통합적인 이해를 시도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될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문화에 대한 관심은 적지 않다. 대중적으로든 학술적으로든 정책적으로든 우리는 늘 문화에 대한 분석을 하거나 들으며 살아간다. 이런 내용을 담은 출판물 역시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건강한 전환을 위해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문화를 ‘숫자’로 따져보는 작업은 이 책이 최초다. 생태학자, 경제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문화이기 때문에 비평과는 전혀 결이 다르지만, 그 어떤 비평이나 평론보다도 각 분야에 대해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분량에도 막힘없이 읽히는 문장들 속에서 독자들은 다양한 문화 분야 속에 숨겨진 우리 시대의 삶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국 각 문화산업의 문제와 가능성, 대안을 한눈에 살펴본다

    * 버라이어티쇼와 드라마

    방송은 한국에서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문화 분야가 되었다. GDP 규모에 비하면 방송국의 연간 예산 규모나 방송 관련 고용 규모는 미미한 편이지만(10억당 취업계수 3.8명으로 반도체 2.9명보다 약간 상회), 그 영향력은 수적인 면을 훨씬 넘어선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약진하고 있는 분야를 뽑아보라면 단연 ‘예능’, 곧 버라이어티쇼라 할 수 있다.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이나 중독성이 더 높거나 강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가장 크다. 저자는 예능 프로그램의 힘과 가능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그 원천을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한다. 1. 공중파의 공신력 2. 계속된 혁신을 통해 탈계몽주의적인 시대에 어울리는 대중 언어를 선도해낸 점. 그렇기 때문에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며 공적인 신뢰를 외면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오히려 퇴보하리라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또 지금처럼 검열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자유로운 혁신의 시도들이 줄어들어 이제 거의 화석화된 개그 프로그램의 뒤를 이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도 덧붙인다.

    문화를 일종의 생태계로 본다면 버라이어티쇼가 한국 문화생태계의 최상위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버라이어티쇼에는 노래, 춤, 무용, 연기, 때로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일상까지 총동원된다. 노래든 영화든 혹은 책이든, 뭔가 자기 밑천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버라이어티쇼의 초청장은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 p.51)

    한국에서 공중파가 가진 힘은 뉴스와 보도 그리고 교양방송에서 나오는 공신력인데, 버라이어티쇼는 이걸 등에 업은 상황에서 일종의 후광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한국에서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은 패션시장이나 텍스타일시장 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1시장’과 ‘2시장’ 혹은 후시장 같은 관계를 형성한다. 이미 케이블과 IP텔레비전 등 공중파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의 프로그램 보급률이 80퍼센트를 넘었기 때문에 단순히 수신율만으로 따지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공중파 방송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사회적 공신력으로 설명하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 방송이 지나치게 연성화되면 버라이어티쇼의 힘도 빠질 개연성이 높다. 오락 프로그램만을 내보내는 방송국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공신력이라는 공중파 방송이 가진 매우 특별한 요소 때문이다.
    (/ pp.54~55)

    드라마는 방송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분야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폭 넓은 층에게 사랑받는 분야기도 하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드라마에도 ‘막장’이라는 딱지가 붙고, ‘쪽대본’에 ‘당일 촬영’이라는 용어들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는 것도 현실이다. 저자는 드라마시장을 시청률과 열성도(본방 사수율)라는 두 함수로 분석하는데, 기본적으로 전체 광고시장 자체가 GDP 증가에도 불구하고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파생상품이나 부가소득이 제작비 마련에 점점 중요한 변수가 되리라고 예측한다. 더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너무나 부족해 전형적인 ‘정글 방식(약육강식)’으로 가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진단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방식은, 뜻밖에도 ‘보조금’이다.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분야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근거에 대해서는 “공중파 드라마가 전형적인 과점 상황에 놓여 있어서” 방치한다고 다양성이 생겨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원의 기준은 이렇다. 문화다양성, 지역 드라마, 청년 고용.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마케팅 사회’의 성격이 강화되면서 텔레비전 광고액도 늘어났다. 하지만 산업별로 경쟁보다는 독점 혹은 과점 현상이 자리 잡으면서 텔레비전의 제품별 광고는 줄어드는 경향이 보였다. 게다가 ‘격차 사회’가 본격 형성되고 ‘신빈곤 현상’이 새롭게 나타났다. 국민들의 저축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텔레비전 광고의 주요 타깃인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도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요한 광고주였던 건설사들의 아파트 광고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물론 빈부격차가 심화되면 부자들은 더 많은 부를 쌓게 되지만 진짜 럭셔리 제품들은 아예 텔레비전 광고를 하지 않는다.
    (/ pp.72~73)

    들어오는 돈은 빤한데, 이를 당사자들 간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로 골머리를 앓는 시장, 여기에서 우리는 ‘쪽대본’으로 상징되는 열악한 생산 구조, 그리고 이보다 몇 배는 더 해결하기 어려운 한국 드라마의 ‘약한 고리들’만을 목격할 뿐이다. 그러니 당연히 검증된 출연진과 검증된 작가 그리고 단기간에 시청률을 높이는 효과를 입증한 ‘출생의 비밀’ 같은 장치들에 의존하게 된다. 여기에는 버라이어티쇼가 지난 10년 동안 해온 혁신이나 영화계의 장기 기획, 아니면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실험극 등이 들어설 공간이 거의 없다.
    (/ pp.80~81)

    농업을 연구하면서 농가를 방문할 때 텔레비전으로 압구정동 같은 서울 모습만을 보는 농촌 어린이들 모습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부산, 대구, 광주, 아니 그보다 훨씬 작은 지방도시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녹여낸 드라마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우리의 삶을 더 잘 비춰낼 수 있지 않겠는가? “세계적으로 사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생태학의 경구가 드라마에서도 통할 수 있다. 더 좋은 것은 지역경제에 대한 지원은 WTO 규정에도 예외 조항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보조금 시비가 일어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 p.95)

    * 시사교양 프로그램, PD, 배우, 작가
    시사교양을 문화경제학이라는 눈으로 볼 경우 의미있는 수치는 딱 하나다. 1%. 흔히 ‘애국가 시청률’이라고 부르는 이 수치를 시사교양은 까딱 잘못하면 밑돌게 된다. “사람들은 심야에 애국가가 나오면 잘 준비를 하면서 그냥 켜놓는데, 리모콘을 돌리다가 혹시라도 교육방송이나 시사방송, 토론방송이 나오면 황급히 채널을 돌린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시사교양 방송의 수익성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 경제적 수치를 들이대기 어려운 ‘진실의 가치’에 대해 사회가 어떻게 값을 매길 것인가 하는 것이 오히려 관건이다.

    비유하자면 ‘소통’의 가치를 얼마라고 할 것인가, 더 기술적으로 이야기하면 사회적 갈등 비용을 어떻게 경제성으로 평가할 것인가 같은 문제다. 진실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진실을 개떡 취급하는 사회에서 [PD수첩]의 경제적 가치는 개떡이 될 것이다.
    (/ p.102)

    진리와 소통의 가치에 대해 이 사회가 포괄적으로 내린 결정이 바로 공영방송 유지이다. 시장은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공중파 수신을 배제한 케이블 상품이나 텔레비전 수신기를 얼마든지 출시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불법 개조 텔레비전을 거래하는 지하시장이 얼마든지 형성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그런 귀찮은 일을 하기에는 시청료가 싼 탓도 있지만, 시사교양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서 국민들이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p.104)

    PD들의 세계와 관련해서 저자가 주시하는 현상은 ‘고령화’다. 90년대 중반까지 각 방송사가 70~80명씩 뽑던 PD 인력이 10~20년 사이 10명 이내로 줄었다. 저자는 공영방송에 기업경영의 논리가 침투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집단이 바로 20대 방송사 입사 지망생들이며, 이는 방송에서의 특정 세대 과잉, 과소 대표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분야에서는 고용율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높이는 것이 목표지만, 방송 PD의 경우 10배는 높일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송산업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방송작가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요약하면, “젊은 여성들이 한때의 직업으로 선택했다가 저임금 격무에 시달리다 나이를 먹으면 후배들에게 밀려 퇴출되는, 전형적인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임금만이 아니라 인권과 처우 등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자살자들이 속출하는 이 분야에서 해결책은 ‘단체행동’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조합이든 ‘길드’든, 혹은 기존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 ‘협회’든, 처지가 다른 이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07년 말 할리우드의 미국작가길드 파업 당시의 구호 “펜슬 다운, 채널 다운!”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때 공채제로 굴러가던 배우들의 세계 역시 양극화가 너무 심해서 이런 다양한 처지와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대표 집단이 필요한데, 다행히 작가들과 달리 ‘연기자 노조’라는 형식상의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저자는 배우의 정치적 입장 표명의 문제, ‘거품’이라고 불리는 스타들의 몸값 문제, 아무런 규제 없이 작동하는 기획사 문제, 연령 문제를 살펴보고, ‘배우생협’이라는 독특한 모델을 제안하기도 한다.

    선진국이 될수록 문화에서 비롯되는 힘을 가진 이들의 지도력이 더 중요해지는 경향이 있다. 지금처럼 은근슬쩍 권력에 줄을 대는 것보다는 대중들에게 직접 자기 생각을 밝히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제일 좋아하는 남자 배우로 알랭 들롱을 든다. 우파 배우들이 당당하게 자신은 우파 혹은 보수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좌파들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다. 우리는 대통령선거에서 배우들을 비롯한 문화인들을 그냥 병풍처럼 사용할 뿐이다.
    (/ pp.131~132)

    * 출판(단행본, 문학, 사회과학, 잡지, 도서관과 서점)
    겉보기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출판은 매출액 대비 규모가 방송에 비해 두 배, 고용 효과는 10배 크다. 종사자 수로만 보면, 문화산업 종사자 중 절반 이상이 출판으로 먹고산다.
    다른 분야에 비해 비정규직 외주 인력의 비율도 낮고 문턱도 그리 높지 않아 고용 상황도 안정적인 편이지만 사회적인 인식은 낮은 편이어서 제고가 필요하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도 그렇지만 한국사회에서 텍스트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한국 사회의 놀라운 성장과 발전을 설명할 때 가장 앞서 나오는 말이 높은 문해율과 교육열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텍스트’의 세계, 곧 출판산업이다. 또 다른 문화 산업과 경쟁관계라기보다는 보완관계에 있는 전후방 산업으로서 중요성을 지닌다.
    이런 토대를 더 단단히 하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가령 단행본과 달리 존립 자체가 어려운 잡지를 산업 자금이나 연구개발 자금과 연동시켜 예산의 모수 자체를 변화시키는 발상의 전환이다. 또 지역 도서관과 지역 서점을 출판산업의 토대를 강화하는 거점으로 보고 함께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도 참조할 만하다. 시장 상황이 좋은 문학 분야에서는 실험 정신이 강화될 수 있도록 다양성을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예전의 1/10 수준으로 위축되어 저자가 “우표수집 시장과 유사하다”고 표현한 사회과학 분야와 관련해서는 (저자 본인의 경험을 농축한) 부록편의 ‘저자로 데뷔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약간의 팁’이 유용하다.

    텍스트 중의 텍스트라고 할 수 있는 책은 ‘읽는 재미’라는 오락의 기능도 있지만, 무엇보다 종합 지식을 선사한다는 큰 힘이 있다. 영상의 기본 역시 시나리오 같은 텍스트이다. 게다가 인터넷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화했지만, PC통신 시절부터 스마트폰까지, 사람들이 온라인에 접속하고 소통하는 기본 양식은 여전히 텍스트이다. 텍스트의 길이는 많이 짧아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텍스트 중심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재미없는 텔레비전 방송을 참고 보는 사람은 없고, 재미없는 DVD를 억지로 보는 사람은 비평가나 분석가밖에는 없을 것이다. 아마 문화 분야에서 재미없어도 참고 보는 것은 책과 스포츠 경기뿐일 것이다. 책, 특히 고전은 거듭 역전을 당하면서 결국은 아슬아슬하게 진 야구 경기보다 더 재미없다. 그래도 참고 보는 이유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에서 대기업 CEO까지, “제발 이것 좀 해라!”라고 사회와 국가가 권장하는 것은 오로지 독서뿐이다.
    (/ pp.158~159)

    장하준을 생각해보자. 첫 책인 [사다리 걷어차기]는 2004년에 나왔고, 대작이지만 마니아층을 제외한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읽으라고 해서 좀 반응이 있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2007년에 나온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장하준은 얼마간 사회과학 시장 구조에서 벗어났고, 여기에 국방부 불온도서 지정 건이 변수로 작용했다. 천하의 장하준이 여기까지 오는 데 7년이 걸렸다. 장하준만큼 세계적 테제를 내기가 힘들다면, 아마 10년 정도는 버텨야 할 것이다. 사회과학 분야의 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가늘고 길게’를 삶의 모토로 삼아야 할 것이다.
    (/ p.182)

    안 팔리는 책의 판매부수는 출판사들이 굳이 공개하지는 않지만 80퍼센트 이상의 책들이 서점에서 500~1000부 이상 팔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각종 연구과제로 지정되어 정부 지원을 받아 출간된 책들도 대부분 이 범주에 들어가며 무명 저자의 책은 도서관에서도 안 사준다. 자신이 계속해서 집필할 주제가 있다면, 어지간하면 처음 3~4년은 판매부수나 판매순위는 안 보는 쪽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살면서 한 번도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모범생 교수들이 살다 살다 이런 순위를 받기는 처음이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때마다 나는 순위에라도 오르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라고 위로해준다.
    (/ p.182)

    서점 하나 없는 아파트 단지에 입주해서 산다고 생각해보자. 반대로 작아도 제대로 된 서점이 한두 개 있을 뿐 아니라 헌책방도 버티고 있는 같은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있다고 해보자. 20년 후에 어떤 차이가 생길까? 동네 서점이 있는 곳에서 자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농촌이라면? 읍면에 동네 서점이 하나라도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문화적 환경은 엄청난 차이를 보일 것이다. 동네 서점이 일종의 도시 기반시설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병원과 학교 같은 지역 기반시설과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 병원도 돈을 버는 기관이지만 적어도 아직은 비영리법인으로 병원을 관리하면서 정책 지원을 하고 있지 않은가?
    (/ pp.207~208)

    * 영화, 연극, 애니메이션
    1990년대 중후반부터 다양한 요인이 결합해 가장 촉망받는 문화 분야로 발돋움했던 한국 영화산업이 2007년 이후 버블이 꺼지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다양한 통계와 현장 증언들을 참조해 이런 현실을 짚어보는 과정에서 저자는 ‘스크린쿼터’라는 흔히 간과되어온 기준을 추가한다. 2000년대 초반의 좋은 분위기에서 리스크 분산 장치, 스태프 처우 같은 문제를 정비해 체질 강화의 계기로 삼았어야 했는데, 그보다 (그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문화 개방을 서두름으로써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토대를 다지기 위한 제안으로는 ‘뒤에서 5등’인 고등학생들에게 카메라를 쥐어주는 것과, 20대들이 비교적 위험 부담이 적은 (시사)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들이 언급된다.
    연극을 영화와 드라마에 필요한 인력을 집중 훈련시켜 공급하는 후방산업이자, 실험극 등 새로운 요소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전방산업이라는 점을 인정해 산업 연관 효과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 대해서는 ‘국민의 정부’ 시절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으나 ‘컨텐츠’라는 명목하에 신매체에 집중한 방식이 한계가 있었음을 지적하고, 종사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또 청년들이 ‘충무로 방식’이라는 전통적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집단 작업의 장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인다.
    스크린쿼터제를 지키기 위해 영화감독과 배우 등 관련자들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결실로 드러난 ‘영화진흥위원회’라는 별도 기구와 달리 다른 문화 분야 지원 업무들이 문화예술위원회라는 통합기관에 뭉뚱그려져 있는 구조의 단점 역시 조목조목 따져본다. 또 근본적으로는 독일의 예술가사회보험제도나 프랑스의 앵테르미탕 같은 제도들처럼 일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의 구분이 모호한 예술인들에게 휴직 시 실업수당을 지불하는 방식의 복지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물론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최저생계비 수준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에서 20~30대 다큐 감독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고 제작비를 지원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다큐들을 방영해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는 오디션 기능도 별로 없는 오디션쇼 한두 개 없애고, 젊은 다큐 감독이나 인디영화 감독들의 공간을 만든다면 이거야말로 제대로 된 오디션이 될지 모른다. 과연 매주 한 편씩 채울 수 있을까 싶지만 그동안 만들어졌다가 사장된 작품들 수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한독협 등 전문 단체들의 협조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 편향이 걱정이라면 진보적인 영화와 보수적인 영화를 번갈아 상영하면 되지 않을까?
    (/ p.256)

    2010년 3분기에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 가구원은 3.32명이고, 월평균 수입은 366만 원이다. 그리고 오락과 문화에 13만 원 정도를 지출해서 문화계수는 3.58을 기록했다. 경제학자들은 소득 증가에 따른 지니계수 하락과 문화 지출 증가를 일종의 도식처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아직도 2003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셈이다. 도서계수를 계산해보면, 2003년 1퍼센트에서 2010년 0.6퍼센트로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음원 등 디지털 자료 구입비가 많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기록매체 구입비는 2003년 937원에서 2010년 313원으로 쉼 없이 줄어들고 있다.) 카메라 구입이나 반려동물 키우는 데는 돈을 더 들였다. 요즘 인터넷에 고양이 사진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좁은 방에서 혼자 살면서 고양이나 개를 키우면서 사진 찍는 사람, 이것이 최근 개인들의 전형적인 삶의 방식이 아닌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한국의 가계(중산층을 포함해서)는 그저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형편이다.
    (/ p.261)

    * 대중가요, 인디음악, 클래식, 국악
    한국 음악산업이 어렵다는 것 역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다른 나라 역시 상황이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 음악산업이 ‘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사회경제적 배경을 살펴보는 데 집중한다. 먼저 저자는 음악산업에서의 본원상품과 파생상품을 음반(앨범)과 음원(외 공연 등 기타 수익 포함)으로 구분해 분석한다. 본원상품인 앨범이 정상적으로 유통되어야 파생시장 및 전체시장도 커지는데, 한국에서는 특히 앨범이 망했다는 것이다. 앨범을 사고팔며 문화구심지 역할을 했던 동네 음반가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고, 정부는 디지털 전환만이 발전이라 생각하는 실책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향산업에서 일부를 원천기술에 해당하는 가수와 밴드의 활동 기반 조성에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사실 오늘날 한국에서 록, 힙합, 발라드 등 장르와 상관없이 아이돌이 아닌 음악가들은 “인디 뮤지션”이 되었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이 이끈 대중음악의 획일화 경향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저자는 이들이 시장을 망친 것이 아니라, 이미 망한 시장에 그나마 ‘아이돌’이라도 들어와서 다른 관련 부문을 먹여살렸다고 평가한다. 물론 이러한 집중투자 방식은 망해가는 시장의 “막판 대바겐세일”과 같은 요소로, 장기적으로 본원상품이 살아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한다. 따라서 아이돌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인권을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예정된 문화부 내 연예기획사 관리팀이 어서 만들어져서 매년 백서라도 발간할 것을 촉구한다.)
    클래식과 국악에 대해서는 거의 특혜에 가까운 지원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에 대해 종사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일부는 의무감에, 일부는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그리고 대다수는 그저 대학에 가려고 국악과 클래식을 택하는 현실에서 이 음악들이 생명력을 얻기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한국에서 이들 음악과 묘하게 연결된 토건과 사교육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나는 가수다]라는 버라이어티쇼가 인기다. 신인이 아닌 성공한 최정상급 가수들끼리 경쟁한다는 점이 일반적인 오디션쇼와 다르다. 마치 거물들이 모두 나서는 대선이나 총선의 텔레비전 토론 혹은 최고 인기 연예인들이 경쟁하던 [명랑운동회]를 연상케 할 정도이다. 이 기막힌 현상은, 기획력의 승리라기보다는 음반시장 몰락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톱클래스의 영화배우들을 앉혀놓고 누가 대사 전달력이 좋고 표정 연기를 잘하는가 혹은 누가 즉흥 대사를 잘하나 등을 평가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방송이 가능할까? 음악시장의 몰락으로 별 중의 별로 살아도 좋았을 대중음악계 최고 스타들끼리 서바이벌 게임에 나서게 되었다. 잔인한 현실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음악을 살려야 할 것 아니냐는 제작진의 말을 특별히 반박할 수가 없다.
    (/ pp.290~291)

    간단히 계산해도 우리는 매년 1조 원 이상을 홈시어터나 카오디오, 아니면 하이엔드 오디오 구입에 쓰고 있다. 그런데 DVD, CD, LP 모두 합쳐 가계 지출이 300원? 높게 추정해도 전체 600억 원 정도인 앨범시장과 비교해보면 토건 한국의 양상이 가정집에서도 펼쳐지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도서관 짓느라 도서 구입비가 없고 학교 인프라 늘리느라 정작 학생들 급식 보조할 돈이 없고 오디오 콤포넌트 사느라 앨범 살 돈이 없다. 전부 토건 시대의 ‘뽀다구’ 문화의 잔재인 셈이다. 21세기 들어 우리는 하드웨어 시대를 극복하고 소프트웨어 시대를 맞는다고 했는데 죄다 말장난이었던 셈이다.
    (/ p.293)

    어떤 시장이나 본원상품이라는 게 있다.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는 원천상품이기도 하고 전체 시장의 추세를 이끄는 상품이다. 석유에서는 휘발유보다 항공유가 옥탄가가 높고 더 비싸지만, 항공유를 중심으로 가격을 책정하지는 않는다.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벙커C유가 한때 휘발유보다 많이 소비되었지만 역시 마찬가지이다. 영화는 극장 관람이 본원상품이고 DVD나 캐릭터 등 나머지 파생상품의 크기도 본원상품에 따라 결정된다. 책 시장에서는 음악으로 치면 LP나 CD에 해당하는 종이책을 아직도 사고판다.
    (/ p.294)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교감을 통한 ‘메타’ 대화 혹은 상호 발전이 있다고 할 때, 좋아하는 곡을 하나만 선택해서 듣는 것과 일련의 작업이 하나의 세트로 모인 앨범 전체를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확실히 앨범 전체를 듣는 팬이 음악을 총체적으로 소비한다고 할 수 있다. 앨범이라는 양식이 무너지면, 결국 음악산업이 파편화되면서 내부의 역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 p.296)

    인디 가수들의 현실을 조사하면서 나는 한국에서 문화경제학과 생태경제학은 다를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화 쪽이 더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 고유한 것들, 의미 있는 것들은 어느 구석에서 죽어
    가고 있었다. 공장식 축산을 도입하면서 소와 돼지의 개체수는 엄청나게 늘었지만, 보존 가치가 있는 종은 대부분 위기를 맞은 것과 비슷하다. 강화도의 도요새, 울산의 고래 혹은 지리산의 로드킬을 연구할 때와도 비슷하다. 데이터도 별로 없고, 사람들은 어김없이 그건 뭐하러 뒤져보느냐고 묻는다. 보람은 있었으나, 연구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비관적인 생각이 들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고라니나 포획된 고래에게는 물어볼 수가 없는데, 문화산업 현장의 사람들에게는 뭐가 문제고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물어볼 수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물어봐도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고 더 답답해질 뿐이지만.
    (/ p.316)

    * 스포츠
    ‘국민생활체육활동 참여실태조사’ 자료를 살펴보는 데서 시작하는 저자는 “퍼블릭 골프장”을 만든다고 골프장에 보조하는 사업은 계급적인 문제도 있지만 남성, 40~50대에 편중된 보조금 정책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걷기와 등산을 제외하면 한국에서는 수영이 세대별, 직업별, 성별, 거주지별 편차가 없는 진짜 평등한 운동이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스포츠에서의 본원상품은 ‘올림픽 메달’, ‘월드컵 4강’이 아니라 ‘사회체육’ 혹은 ‘생활체육’인데, 여태까지 본원상품에 대한 투자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엘리트 체육만 키워온 것이 한국 스포츠의 근본적인 문제이다. 이런 압축성장 과정에서 OECD 국가 중 한국에서만 두 가지 이례적 형태가 생겨났는데 바로 중등과정의 체육학교와 체육연금이다. 체육학교는 학생의 인권(학습권)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고, 체육연금은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을 온통 국수주의자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또 스포츠의 사회문화적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높은 자살률, 급속히 증가하는 우울증 등을 방치하는 사회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시련을 겪게 된다. ‘공존과 연대’라는 시대적 필요에 맞추어 스포츠에서의 ‘정의(正義)’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물을 늘리고 독거노인이나 무직자 등이 경제적 부담 없이 오도록 하는 것은 물론, 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과 스포츠 업계 종사자들의 인권에 대한 부분도 빼고 넘어갈 수 없다. 선수들이 장기적으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엘리트 체육과 사회체육의 간격을 좁혀주는 조절이 필요하고, 수영강사, 골프장 캐디 등 그늘에 가려진 이들의 기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체력지수에서 확인되는 한국 국민들의 체력은 OECD 최하위이다. 그야말로 우리는 저질체력이다. 거기다 자신이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이유가 시설 부족 때문(14.2퍼센트)이 아니라 게을러서라고(64.3퍼센트) 자책하는 정말 착한 국민들이 한국인들이다.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2000년에는 50퍼센트였으니까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셈이다.
    (/ p.347)

    2008년 국가대표 숫자는 994명으로, 2005년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중이다. 등록 선수 역시 12만 8249명으로 2003년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중이다. 시장의 확대로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는 늘었겠지만 선수들의 숫자는 주는 중이다. 국가대표나 프로팀 등에 치중하는 엘리트 스포츠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현재 체육중학교는 7개교가 있고 학생 수는 740명, 졸업생은 4079명이 있다. 체육고등학교는 더 많아서 15개교에 재학생 3625명, 졸업생 2만 9557명이 있다. 2007년 기준으로 대학의 체육학과 학생들만 5만 7000명이 넘는다. 학부생과 중복 계산될 수도 있는데, 석사과정 1470명, 박사과정 1328명이다. 여기에 전문대학생도 2만 3000명가량 된다. 국가대표는 정원이 1000명도 안 되고, 지금까지 스포츠 연금을 받는 사람은 100명 정도다. 이들을 다 연금이라는 배에 태우고 갈 방법도 없다. 엘리트 스포츠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키울 만큼 키웠는데, 이제는 정말 한계에 왔다.
    (/ p.349)

    제일 심각해 보인 이들은 수영장의 여자 강사들이었다. 대부분 비정규직이었는데 다들 저체온증을 호소했다. 물에 장시간 들어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사실 수영 교육을 위해서 늘 물에 들어가 있을 필요는 없지만 수강생들이 그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불임 등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아주 컸다. 내가 수영장 강사에 대한 조사를 하던 즈음에 참여연대에서 소비자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로 수영장 관련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여성들은 매달 생리로 수영장에 갈 수 없는 날이 있는데, 남성과 같은 비용을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적절한 해법을 찾는 방향으로 논의되었는데, 이러한 소비자 권리 찾기와 비교하면 사회체육에서의 인권이 얼마나 무시되고 있는지 알 만하지 않은가?
    (/ p.376)

    목차

    1장. 방송은 이제 언어다
    1.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국가와 시장
    2. 버라이어티쇼, 탈계몽주의 시대의 언어
    3. 막장 드라마와 본방 사수!
    4. 드라마 보조금
    5. 시사교양, 애국가 시청률과 경쟁 중
    6. 순둥이 PD들, 분노의 길로
    7. 펜슬 다운, 채널 다운!
    8. 배우생협과 배우재단

    부록
    1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 그리고 검열 부록
    2 최문순 전 MBC 사장과의 대화

    2장. 텍스트는 문화의 기본
    1. 책의 오묘한 매력
    2. 에디터와 평생직장
    3. 한국 문학, 아방가르드여 영원하라
    4. 사회과학, 금지된 것이 아름답다
    5. 잡지, 숨 넘어간다, 숨 넘어가
    6. 도서관, 사서 선생님, 동네 책방

    부록
    1 지난 30년 동안의 베스트셀러들
    2 저자로 데뷔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약간의 팁

    3장. 영화의 찬란한 유혹
    1. 이 정권 이후, 영화가 살아 있을까?
    2. 뒤에서 5등에게 카메라를
    3. 다큐멘터리, 20대를 위한 돌파구
    4. 애니메이션, 내용 먼저 고민하자
    5. 연극, 기묘한 미니멀리즘

    부록
    1 한국 영화 세 번의 변곡점
    2 충무로에서 일하는 법

    4장. 누구나 악기 하나쯤 연주할 수 있는 나라
    1. 왜 800만 인구 스위스보다 못하나
    2. 아이돌 가수, 지속 가능한 음악
    3. 인디 음악과 소리의 세계
    4. 신자유주의와 토건 앞에 선 클래식
    5. 국악, 다시 민중 속으로
    6. 낙원상가를 지키자

    5장. 한국 스포츠의 발전과 진보는?
    1. 파리 수영장에서 만난 할머니들
    2. 스포츠 압축성장과 해체 과정
    3. 나 홀로 헬스
    4. 스포츠와 인권
    5. 스포츠에서의 발전, 진보, 아방가르드란?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8.02~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51종
    판매수 41,223권

    경제학자.
    두 아이의 아빠다. 성격은 못됐고 말은 까칠하다. 늘 명랑하고 싶어 하지만 그마저도 잘 안 된다. 욕심과 의무감 대신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보람으로 살아가는 경제를 기다린다. 대표 저서로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88만원 세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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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74~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와[장정일 삼국지] 일러스트로 데뷔했다.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고대 그리스 로마 문학을 전공하고 있다.[히틀러의 성공시대]를 한겨레신문에서 호평 현재했으며,[르네상스 미술 이야기][히틀러의 성공시대] 등 다수의 작품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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