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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꽃들의 축제 : 한형조 교수의 금강경 소[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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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한형조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1년 03월 10일
  • 쪽수 : 504
  • ISBN : 978895461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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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여래는 오지 않는다. 다만 존재할 뿐!
    “우리는 누구나, 이미, 깨달음을 갖고 있다菩提般若之智 世人本自有之.”
    [금강경] 원전과 [오가해五家解]를 두루 섭렵해 새로운 언어로 탄생한 ‘지금’ ‘여기’의 위대한 경전을 읽는다.


    [금강경]은 배반의 텍스트이다. “여래는 없다!” 이 선언은 충격적이다. 육안으로는 여래를 볼 수 없다. 왜냐면 우리 눈에 비치는 사물은 다만 우리 욕망의 투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이미지’와 기대를 벗어날 때, 여래는 어느새 우리 앞에 와 있을 것이다. [금강경]의 유명한 사구게四句揭는 외친다. “여래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 때, 그때 너는 여래와 대면할 것이다.” 여래는 우리가 상상도 않던 곳에, 전혀 기대치 않던 곳에 있다. 이 소식을 본격 전하고 있는 경전이[화엄경]이고, 그 경전의 본래 이름이 [잡화경雜花經], 즉 허접한 꽃들의 축제였다.
    “네가 바로 부처이다心卽是佛!”[육조단경]이 전하려던 이 한 마디를, 저자는 동서양의 온갖 사유를 망라하며 새 언어로 번역해 들려준다.

    대승 반야의 핵심 경전, [금강경]의 의미
    [금강경]은 지금도 절간에서 늘 독송되는, 대승 반야의 핵심적 경전이다. 압축적이고 논리적인 [반야심경]에 비해, '금강경'은 흩은 곡조로 반복되고 변주된다. 촌철살인, 경구 경구마다, 깊은 의미와 통찰력을 갖춘 이 경전은 독자들을 번쩍이는 번개의 깨달음으로 인도한다.

    누구나 [금강경]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금강경] 원전과 [오가해五家解]가운데 혜능과 야부, 그리고 서구의 현대 불교학자인 콘즈E. Conze의 영역까지 모두 책에 담아냈다. 이 모두를 직접 번역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모든 고전이 그 시대의 언어로 다시 번역되어야 한다면 경전 또한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낯선 비의적 언어(한문 내지는 인도어)에 갇혀 있던 [금강경]을, 동시대인인 우리가 읽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과감한 번역과 때로 파천황의 표현을 사양하지 않았다.
    저자는 불교의 ‘안’에서뿐만 아니라, 더욱 “불교 밖을 통해” 불교를 알려준다. 서양의 그리스, 로마의 철학, 그리고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사유는 물론, 설화와 신화, 그리고 일상의 에피소드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어, 독자적 불교 해설의 경지를 열고 있다. 이를테면 스티브 잡스의 ‘커넥팅 도츠connecting dots’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연기의 인연을 논하는 식이다.
    이 책은 모던하고 경쾌하다. ‘모던하다’는 것은 현대적 소통에 철저하다는 뜻이고, 경쾌함은 도저한 장악에서 온다. 시인 정현종이 말했다. “생각하라, 얼마나 무거워야 가벼워지는지를……” 유머와 깊이를 함께 갖춘 책은 드물다. 독자들은 불교의 도저한 깊이, 바로 그 소식에 도달하기 위한 저자의 오랜 순례와 모색에 동참하는 행운을 누리게 될 것이다.

    허접한 꽃들의 군무
    -스스로에 대한 깨달음, 그리고 모두를 아우르는 상생의 이야기

    하여,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가. 그가 늘어놓은 촘촘한 해설은 결국 [금강경]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그의 시선은 철학과 종교를 뛰어넘은 곳에 닿아 있다.
    자아의 오래된 감옥을 성찰하고, 벗어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사물은 객관적 계기의 연대, 혹은 소통으로 태어나고, 우리는 그때 더불어 꽃피기 시작한다. 여기가 법계 우주의 실상이고, 불국토의 이상이 있는 곳이다. 그때 수많은 인간 군상은 ‘미망’과 ‘차별’을 벗고, 각자 그리고 더불어 꽃피기 시작한다. 거기가 있어야 할 모든 것이다. 야부 노인은 말한다. “내 집 안의 보물을 얻고 나면, 지저귀는 새, 산에 핀 꽃들이 온통 봄의 찬양임을 알게 된다.” 요컨대 우리 모두는 신분, 직업, 귀천, 인종, 빈부에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이 완전한 우주를 화엄(華嚴), 즉 꽃으로 장식하는 주인공들이다! 그 자부와 관용으로 사는 삶이 불교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금강경』소疏 서설
    1장 법회인유분法會因由分 - 경전의 무대
    2장 선현기청분善現起請分 - 붓다에게 길을 묻다
    3장 대승정종분大乘正宗分 - 거기 '나'는 없다
    4장 묘행무주분妙行無住分 - 세상에 공짜도 있다
    5장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 - "여래는 오지 않는다"
    종합 1장에서 5장까지 설파한 내용 정리Ⅰ두 번의 설법이 끝났다

    6장 정신희유분正信希有分 - 뗏목으로서의 불교
    7장 무득무설분無得無說分 - 무위법無爲法 안의 개성들
    8장 의법출생분依法出生分 - 이 사구게四句偈를 수지하는 복덕이
    9장 일상무상분一相無相分 - 아라한, 혹은 불교적 성숙의 네 단계
    종합 1장에서 9장까지의 가르침 정리Ⅰ"산은 산, 그리고 물은 물"

    10장 장엄정토분莊嚴淨土分 - 누가 불국토佛國土를 장엄하는가
    11장 무위복승분無爲福勝分 - 온 세상을 얻고도 이 진실을 놓치면
    12장 존중정교분尊重正敎分 - 『금강경』은 어디 있는가
    13장 여법수지분如法受持分 - 이 지혜를 '반야바라밀'이라 이름하노니
    14장 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 - 법문을 듣고 뜨겁게 울다
    마무리 왜 불교인가 - 무실무허無實無虛, 삶의 역설적 기술

    부록 혜능의 『금강경 구결口訣』, 그 서문序을 읽는다

    본문중에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공덕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은 보살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람이다. 사회의 미덕은 이런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학창 시절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학자금을 지원받은 사람이 나중에 직장을 갖게 되거나, 사업을 운영하게 되면 그 은혜를 자신도 모르는 어느 어려운 학생을 위해 베푼다. 보시는 그래서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이 다른 것이 아름답다.”
    법정 스님은 언젠가 산속의 토굴 생활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겨울 한 철 나려고 들어가보면, 쌀독에 쌀이 그득한 것이다. 한 철 염치없이 공양한 다음, 날이 풀려 내려올 때, 그 쌀독을 다시 채워 놓고 내려온다고 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게 자연과 인간세의 실상 아닐까. 주고받음은 비대칭적이고, 교환exchange은 특수하게가 아니라 ‘일반적general’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예를 들면 ‘내리사랑’이라 부모의 은혜는 대체로 갚지 못하고, 자기 자식에게로 내려가고, 내 생존은 나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땀과 피의 네트워크 위에 서 있다.
    생각해보라. 우리의 주고받음을 엄격하게 경계지을 수 있는가. 작은 도움들, 협력들, 배려들은 계산할 수 없고, 특히나 우리네 삶에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 가령 하늘과 땅 등이 가장 크게 간여한다. 또 그것을 따지지 않는 문명일수록 사람 사이에 정이 있다.

    지혜의 눈 법안法眼은 이미지와 소문, 매스컴과 선전, 권력과 이데올로기에 휘둘리지 않는 차가운 통찰력이고, 사물을 자기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전체와의 연관 속에서, 스피노자의 표현을 빌리면 ‘영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우주적 개방성이다. 불교는 이 곡절을 휘몰아 공空이라는 한마디 말로 압축했다!
    공空이란, 혜능의 표현을 빌리면, ‘유有와 무無사이에서의 오랜 방황’을 끝내는 일이다. 그것은 다른 말로 “그렇다”와 “아니다”의 부저를 신경질적으로 눌러대는 분별分別, vikalpa의 뿌리 깊은 습성, 즉 이변二邊을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 토대를 떠나기를 두려워하지만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불교는 다독인다. 공空은 이처럼 자신을 비우고 오랜 습관을 넘어서는 작업이지만, 또 한편 불공不空이라, 가득차 있기도 하다. [대승기신론]이 이 두 측면을 동시에 다루는 것을 기억할 것인데, 혜능은 이 불공의 반야바라밀을 특유한 돈교 어법으로 표현했다. “자심여래自心如來는 자오자각自悟自覺이라, 번뇌와 망념을 여읜 이 마음에서, 복락이 스스로를 무한히 펼쳐간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동해안의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랐다. 부산의 경남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불교로 동양학에 입문하여, 일상에서 구원을 모색하는 유학을 공부했다. 다산 정약용의 고전해석학(經學)을 다룬 “주희에서 정약용으로의 철학적 전환”으로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띠풀로 덮인 동아시아 고전의 옛길을 헤쳐왔다. 고전을 통해 삶의 길을 배우고, 문명의 비평적 전망을 탐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왜 동양철학인가](2000), [왜 조선유학인가](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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