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라는 영화를 보면서,
오랜만에 참 좋은 영화를 봤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흐뭇했다.
영화는 다소 외설스러울 수도 있을 만큼
15살 소년과 36살 여인의 은밀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었는지에 초점을 맞춘것 같다.
반면, 책에서는 여러가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나의 이해력 부족으로 책의 일부 밖에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뭐라고 해야할까?
작가는 내면의 감추고 싶은 부분까지도 발가벗은 듯 솔직히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한나가 마지막에 자살한 이유나 그외의 여러 상황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기에...더 어려웠던 것 같다.
선을 넘은 사랑
15살 소년과 36살 여인의 사랑..
사랑인 것인지, 욕망인 것인지..
후에 자신이 죄 외에 짓지도 않은 죄까지 덮어쓰고 종신형을 당한 한나에 대한 미하엘의 감정 역시
죄책감인 것인지, 자기 연민인 것인지...
미하엘의 말처럼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삶인 것인지..
전쟁을 겪은 세대와 겪지 않은 세대 간의 갈등
자신의 삶이 망가질 만큼 사랑했던, 한 여인 한나로 인해
전쟁이 끝난 이후에 태어난 미하엘은
유태인을 학살하는데 앞장섰던 한나를
이해해 보려고 몸부림 치지만 한나를 정죄할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하지만, 미하엘은 자신이 한나를 택했고 한나를 사랑했기에 자신 역시 유죄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미하엘이 한나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통해
현 세대의 독일인들이 전세대가 저지른 악행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들의 복잡한 감정을 대변하려고 한 것 같다.
길을 잘못든 삶
미하엘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결코 늦는법이란 없다..언제든지 시작하면 결코 안하는 것 보다는 낫다"라는 얘기 역시 잘못된 것이다.
" 배워야 할 때에 배우지 못해서, 한나의 삶은 실패한거야"
한나는 글을 읽고 쓸 줄 모른다는 비밀을 감추기 위해
직장에서 승진을 할 수도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야 했고, 자기가 저지르지 않은 죄까지 덮어써야만 했다.
한나는 차장으로 일할 때도, 유태인을 가스실로 보내는 일을 할 때도
맡은 일에 기계적으로 충실할 뿐 자신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죽어가는 사람을 직접 뽑았나요?" 가는 판사의 질문에
한나는 "판사님이라면 (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겠어요?" 라고 되묻는다.
미하엘이 보내준 책을 읽어준 테이프를 들으며
마침내 감옥에서 글을 배우게 됐을 때,
한나는 자기가 일하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태인이 쓴 책을 읽게 된다.
그때서야, 한나는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깨닫지 않았을까?
이 부분이 참 가슴이 쓰라렸다.
우리는 성실히 살아가지만,
때론 성실은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 천천히 볼 수 있는 눈을 빼앗아 가는 것 같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이런 얘기를 들었다.
" 학생들이 열심히, 잠도 안 자고 공부를 하죠... 잘못된 길로 달려가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지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 합니다."
미하엘은 한나의 삶을 통해
삶은 단순히 성실히 살아가서는 안된다는 걸...
자신이 삶이 가는 목적지와 의미를 깨달은 삶이어야 된다는 걸 관조하는 시선으로 얘기한다.
진정한 배려
한나가 문맹이라는 비밀을 알고 있는 미하엘은
한나가 문맹을 감추기 위해 자기가 짓지도 않은 죄까지 자진해서 복역하려는 모습에 고민한다.
이 문제에 대해 미하엘은 철학자인 아버지를 찾아간다.
아버지는 한 사람이 겪는 고통을 보편적인 상식의 잣대로 이해하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한나가 문맹인 사실을 밝히고 종신형을 살지 않게 되는 것은 보편적인 상식에 비추어 행복한 일이지만,
한나 스스로에게도 행복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
재판장에게 이 사실을 알려 한나를 구한다면, 자신의 죄책감을 덮을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미하엘은 한나의 자존심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배려라고 결론을 내리며, 한나의 결정을 존중한다.
이런 생각들 외에도 참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한 책이네요.
원서는 꼭 쉬운 편만은 아니지만 영화를 본 후에 봐서 수월히 볼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