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인간의 의식의 무궁무진함에 대한 탐구는 역사성이 가미되어 예전에 ‘뇌’를 봤을 때보다 더 깊이있고 신비한 느낌이 든다.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전개와 속도감도 좋았다.
주인공은 르네 톨레다노라는 역사 교사이다. 그는 정말 우연히 최면을 접하게 되고, 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경찰서에 잡혀가기까지 한다. 겉으로는 인생이 꼬이는 것 같지만, 고생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삶의 목적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최면을 통해 지난 전생을 돌아다 보며, 자신이 지난 생의 여러 퍼즐이 맞춰진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역사 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왜곡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아버지께 들어왔고, 역사 교사로 태어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잊혀진 기억, 왜곡된 역사를 되살리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많은 작품들이 다룬 최면과 전생이 소재가 되기는 하는데, 식상하지는 않다. 주인공 르네는 우연히 최면을 하게 되고, 전생의 기억을 생생하게 겪게 된다. 주인공의 전생 최면 실력은 천재적인 속도로 발전을 하게 된다. 3~4번의 최면 후 최면술사가 없어도 혼자 최면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원하는 전생으로 갈 수 있고, 제 3자의 모습처럼 전생을 구경하기도 한다. 전생의 인물과 대화를 하더니, 같이 이동하여 과거의 시가지를 구경하기도 한다. 나중에는 전생의 자신을 불러올려 위급한 상황에 그들의 능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전생과 최면을 창의적으로 활용되어 소설을 읽는 동안 다음에 어떤 인물을 만날지, 어떤 능력을 사용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이 책은 르네 톨레다노의 현재, 르네의 과거가 한 장 씩 교차되며 전개가 된다. 각 장의 내용은 길지 않고 빠르게 진행이 되어 다른 세계를 왔다갔다 하더라도 헷갈리지 않는다. 현대와 과거의 풍경이 왔다갔다하며 영화적인 느낌을 더할 뿐이다. 르네가 역사적으로 왜곡된 사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므네모스라는 파일의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 최면의 역사나 기억과 관련된 신화 내용 등도 중간중간에 한 장씩 나온다. 이런 장도 소설에서 나오는 설정을 도와주며 지적인 재미도 준다.
르네는 엄청난 역사적 사실을 세상에 공개하려다 어의없는 일 때문에 계획이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그는 기존의 삶과 직장을 뒤로하고 자신의 목적에 더 부합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잊혀진 기억, 왜곡 뒤에 가려진 진실한 역사를 공유하고, 인류의 거대 기억 저장 창고에 도달할 수 있는 전생 퇴행 체험을 세상과 공유하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좋은 사람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가족드라마 같은 결말을 좋아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앞으로의 르네의 행보(여권도 없이 해외주재 유투버?)나 결과가 어떨지에 대해 열린 결말로 끝나서 너무 재미있게 보다가 갑자기 버려진 느낌이 든다. 르네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말려들고, 기존의 삶이 무너지는 고난을 겪으며 자신의 삶의 목적을 자각하고 전생부터 원하는 인생을 살게 된다. 목적을 따라가니 예상치도 못하게 도와주는 사람이 생기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나가게 된다. 소설 속 인물이고, 소설은 끝이 났지만, 르네가 자신의 소명을 다 이루고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