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유명한 ‘호밀밭의 파수꾼’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나는 호밀밭이라는 단어가 나오길래 목가적인 배경과 소년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줄거리는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상류 계층 소년이 가출을 해서 2박 3일을 뉴욕을 헤메는 이야기가 줄거리이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친구들, 배우, 우연히 만난 사람 거의 모두를 지루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혼자 있기는 싫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을 걸고, 연락을 하고, 결국 우울해 한다. 여자에게 관심은 있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바보 같을 뿐이다. 할머니가 넉넉하게 준 돈으로 호텔에 투숙하고, 택시를 타고, 술을 마시며 방황을 한다. 올리버 트위스트, 페스트와 같은 여타의 소설 주인공들이 하는 고생에 비하면 호화롭다고 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에게는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하는 실존적인 괴로움인 것 같다.

이렇게 방황하는 주인공은 앤톨리니 선생과 초등학생 여동생 피비에게서 나름의 답을 찾은 것 같다. (이 책은 앤톨리니 선생의 대사를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비겁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라고 번역했다. 무슨 소리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인터넷의 본문 인용을 보면 뒷 문장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이 문장이 더 맞지 않는가 한다.) 두 사람은 주인공이 자살할 생각이 아니면 무언가를 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타락이나 방황이 아닌 그가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한다. 주인공이 원하는 일은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사람이다. 그의 잔망스러운 여동생은 그에게 엉뚱한 짓 하지 말고 집에나 같이 가자며, 그렇지 않으면 그와 함께 가출을 하겠다며 여행 가방을 끌고 온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회전목마, 사랑하는 여동생의 즐거워하는 모습, 시원한 빗줄기와 함께 홀든 콜필드는 정신을 차리고 현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그가 원하는 ‘호밀밭의 파수꾼’은 꼭 꿈같은 세상 속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앤톨리니 선생이 이야기 했듯이, 그가 겪은 괴로움은 수 많은 사람이 해왔던 것이다. 그가 적절한 배움과 학력을 갖춘다면, 다음 세대에 그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애초에 파수꾼을 하려면 아이들로 대변되는 순수함을 무엇인가로부터 지켜야 한다. 그 무엇인가가 그가 지독히도 싫어하는 위선, 저열함, 허세가 아닌가. 파수꾼은 그가 제일 원하는 일인 동시에, 싫든 좋든 그가 싫어하는 무언가를 무조건 피하지 않고 양립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호밀맡의 파수꾼은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한 꿈이 아닌 것이다. 이 소설이 글쓴이의 자전적인 면도 있는 것 같고, 주인공은 독서와 영어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글쓰기로 순수함을 지켜나가지 않을까 싶다. 앤톨리니 선생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여동생 피비의 용기와 순수함, 그에 대한 애정이 결정적으로 우울의 소용돌이에서 손목을 잡아 끌어 나올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주인공은 스스로를 겁쟁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는 꽤 용감한 것 같다. 하기 싫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다년간 무책임하게 살며 네 번이나 퇴학당하기도 어렵다. 보통은 부모님과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하기 싫은 공부를 어찌어찌해서 졸업을 했을 것이다. 나중에는 아예 가출을 하여 돌아다니다가, 초등학생 어린 여동생에게서(어리다고 무시하지 않고) 깨달음을 얻고, 다시 학교에 다니기로 결심한다. 다른 사람을 해친 것도 아니고, 10대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깨달았으니 선방한 것 같다. 이 과정을 겪지 못해서 나이들어서 고생하거나, 나이가 들어도 자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2박 3일 간 가출한 청소년이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는 소설이다. 다 읽고 감상문도 쓰고 있지만, 내가 이해력이 좋지 못해서인가, 왜 이 소설이 다른 수 많은 문학을 제치고 칭송을 받는지는 알지 못했다. 책 좀 더 읽고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아일랜드’에 대해서는 남/북으로 나뉘어 있으며, 정치 상황이 복잡한 나라로 영국을 이루는 4나라 중 한 곳이라는 사실 밖에 몰랐다. 오스카 와일드를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며, 예전에 영국을 갔을 때 배삯이 부담이 되어 아일랜드까지 가지는 못했다. 아는 나라인 듯, 모르는 나라라 좀 더 알고 싶어져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서양 역사를 읽으면 정치와 종교가 맞물려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많이 보게 된다. 이 둘의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결국 강대국의 이해관계이다.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강한 나라는 엎치락뒤치락하며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익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중간에 낀 작고 힘이 없는 아일랜드와 같은 나라는 강대국의 이익에 끌려다니며 여기저기 터지는 것뿐이다. 몇 세기에 걸친 아일랜드의 고생이 이런 느낌이었다. 수세기에 걸친 정치적인 간섭과 원주민들에 대한 차별로 발생한 갈등은 아직까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아일랜드가 남북으로 나뉜 주요 원인 중에 하나이다. 한국이 남북으로 나뉘기는 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게서 독립은 한 상태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와 동시에 아일랜드는 놀라운 생명력과 문화의 보고이다. 수세기에 걸친 침략에도 아일랜드는 침략자들을 동화시키는 놀라운 마법을 부린다. 침략자 노르만족이 세운 도시 중 하나가 현재 남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이다. 이들은 아일랜드의 언어, 문화를 받아들이며 동화된다. 심지어 잉들랜드에서 파견된 사람들도 동화되어 버리니, 나중에 잉글랜드에서 다시 다른 사람들을 파견하고, 통혼하지 못하게 하고, 원주민을 차별하는 정책을 펴며 자신들이 파견한 지배 계층의 동화를 막으며 잉글랜드의 지배를 공고히 할 정도였다. 이러한 긴 수난의 역사, 대기근은 아일랜드를 힘들게 만들었을지언정 파괴하지는 못했다. 아일랜드는 중세의 암흑기도 피해가며 학자의 나라가 되었고,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나가며 아직도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 침략과 식민지를 겪은 한국인으로서 응원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아일랜드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 중 한국과 비슷한 문제들도 많다. 당대 사람들에게 혹독한 저평가를 받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의 반열로 올랐다는 공통점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이 글로만 보면 아일랜드가 우리보다 한 발짝 먼저 문제를 겪고, 먼저 해법을 내 놓으며 성장해간 부분이 있어 참고할 만 한 것 같다. 공무원 사회와 연금 개혁, 외국 자본 유치 문제, 도시 집중화, 이주민 문제 해결 등이 그렇다. 다른 나라의 해답이 우리나라에 꼭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참고해서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일랜드는 다년간의 수난의 역사를 이겨내고 성장하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유럽 대륙에서 날아온 불똥의 씨앗이 너무 복잡하여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정말 어렵다. 경제적인 발전과 더불어 해묵은 갈등을 어떻게 다루냐가 아일랜드의 행복을 결정하는 열쇠가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수난을 딛고 일어선 아일랜드가 힘든 갈등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조금씩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