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책을 짚어들었다.

비 오는 오후...

어차피 게으른 주말을 보낼 것이라고 결심한 이상 끝까지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왠지 손이 가지 않았던 정유정의 “7년의 밤”.....

워낙 스릴러나 공포, 추리와 같은 류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더 그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유정의 7년의 밤 이야기는 한 사형수의 아들로부터 시작된다.

거대한 사건으로부터 변해버린 한 가족의 파멸......

 

이야기는 최서원이라는 고등학생 삶으로 시작하여 최서원의 12살 가족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직 야구선수 였던 아버지 최현수,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려고 악착같은 삶을 살아내려고 노력하는 어머니 강은주, 룸에이트 아저씨 안승환, 수목원 주인 오영제, 딸 오세령.....

 

세령호 사건으로 서원의 아버지는 살인마로 지목되고, 최서원은 그날로 살인자의 아들로 세상에 내몰리게 된다. 그러나 7년전 그날의 진실은 뭍혀진다. 그저 눈앞에 있는 것만이 세상에 진실인 듯이 말이다.

결국 7년전의 진실은 밝혀지게 되고 7년전의 사건의 전말이 모두 해결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였을까.... 책은 다 읽은 후에도 마음이 텅 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 책에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간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반드시 해야 할 선택과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짊어져야 하는 책임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에서는 사건의 발단이 되는 최현수의 교통사고에서의 선택이 불러오는 재앙처럼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그 선택에 대한 대가가 무엇이든 간에 그 책임 앞에서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을 글을 읽는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

라고 작가의 마지막말이 더욱 가슴에 남는 지도 모르겠다.

 

무료한 일상에서 열정을 느끼고 싶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이미 tvN의 최고의 강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김미경”

지금은 논문표절의 파문으로 그녀의 이름이 예전처럼 들리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그녀의 열정적인 강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읽게된 책이었다.

이러한 자기발전 서적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의 열정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왠지 텔레비전에서 느껴지는 열정만큼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왠지 어느 흔한 서적에서 읽을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들의 나열이라..... 지겹게 느껴졌다.

어쩌면 텔레비전의 강력하고도 인상깊은 강의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열정도 좋지만, 한번쯤은 쉬어가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인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숨가쁘게 앞만을 보며 달려가는 삶을 이야기 한다.

그래서 이글은 나에게 심한 이질감을 들게한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 말하는 버킷리스트는 꿈이 될 수 없다고 하지만, 성공한 자들의 버킷리스트는 드림리스트로 승격되어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는 그려지는 작가의 생각에도 난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평범한 버킷리스트라도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가는 냐에 따라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읽는 내내 마음속에서는 의문과 이질감을 남기게 하는 책이었다.

난 우리시대의 60~70년대의 이야기를 특히나 좋아한다. 변화가 가득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가 지금 현대를 살고 있던 나에게 열정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일제시대의 이야기도 좋아한다.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당한 현실속에서 고뇌했던 사람들의 모습과 이것을 이겨나가려는 우리 민족의 의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픈 역사를 바로 아는 것도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각에서 선택한 책이 [금지된 정원]이다.

풍수지리라는 소재에 조선의 지관들과 일본의 지관들의 치열한 대립구도 전개양식을 막연히 기대하고 선택한 책이건만, 책의 내용은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 이야기는 새로운 일본 총독 관저를 지을 명당자리를 찾으려는 내용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민족 정기를 파괴하기 위해서 교묘한 전략으로 이러한 일들을 하나하나 실시해 간다. 부임당시 죽음의 위기에 모면한 총독은 특히 “생명의 집”이라는 것에 집착을 하며 경복궁안의 새로운 총독관저를 찾기위해 혈안이 되어간다.

조선의 생명의 시작이라는 태실을 파괴하는 것에서 부터 그의 광기어린 행동은 자신이 한때나마 사랑했던 조선기생의 자궁을 적출하기에까지 이른다.

총독은 유명한 지관, 풍수사 등을 불러들이고, 결국 주인공인 김지관의 의견에 따라 경복궁의 안쪽이 아니라 신무문뒤 경복궁 후원에 짓게 된다.

결국 김지관은 지관으로서의 명분을 다해 최고의 명당의 자리를 알려주었으나, 그곳을 자치하는 자에 따라 최고의 흉지가 될 수 있는 자리를 권하게 되고 총독은 아무것도 모르는체 이러한 자신의 결정에 마냥 기뻐하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뭔가 뻔하고 격렬한 격전도 없이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다 읽고 난 뒤, 왠지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기분이 되어버렸다.

1926년 6.10만세 운동으로 핍박박는 조선의 사람들의 이야기, 서민들의 이야기, 나라를 찾고자 목숨을 거는 숭고한 이름없는 자의 이야기를 기대한 것은 너무나도 큰 희망이었을까~?

하루키, 세린, 지바사코루, 카케노 인물들의 이야기도 꽤 심도 있게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있긴하지만, 도대체 이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이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유의 연계성을 찾을 수가 없다.

마지막에 가서야 의문의 인물 안사장과 간간이 언급되던 정라정이 알고보니 독립투사였다는 결말이 허탈하기만 하다.

책을 읽고 이런 심한 허탈감이 든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책 한권을 쓰기 위해 작가가 겪어야 할 고통과 인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이 책에 대해 말한다면....글쎄~~~ 나의 취향에 맞지 않아서일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