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쉬어도,

그 무엇을 사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후회와 반성은 이제 그만!

‘할 수 있다’는 다그침도 이제 그만!

지금부터 나는 무엇이든 진정하고 싶어질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책 표지의 문구가 날 사로잡았다.

‘할 수 있다’는 다짐도 이제는 서서히 지쳐갈 때 쯤 이 책 접하게 된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꼭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은 아니라는 작가의 독특한 발상이 흥미로웠다.

작가는 세상에서 요구하고 바라는 무언가 보다는 의미있는 자신의 인생을 사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에게 ‘성공했다’라는 소리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속에 좀 더 귀를 귀울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혼자 자겠다고 하던 그 밤처럼 살아. 그때 자네가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거나 눈치를 보지 않아서 좋았어. 사람들은 생각만큼 다른 사람 사정에 큰 관심 없어. 그런데 늘 남이 어떻게 볼까, 재다가 일생을 보내지. 그러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때가 와서야 후회하지. 좀 더 나답게 살아도 좋았을 걸 하고 말이야.”-p119

 

"저는 승진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상사들에게 할 말은 해요. 그래선지 제가 말하면 긴장하면서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아요. 확실하지 않은 미래 때문에 미리부터 숨죽이고 살고 싶진 않아요.“ -p125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죠.” -p125

 

세상을 살면서 나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새삼 깨달을 때가 있다.

나의 이런 마음을 알듯이 이미 많은 서적들은 “도전하라! 이겨내라! 안주하지마라!” 라는 말을 내뱉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말들에 부담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꼭 무언가에 도전하고 이겨내고 안주하지 않는 삶만이 명예롭고 가치있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오히려 내가 나답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가치있음을 말해준다.

 

단거리 레이스를 달릴 때 눈앞에 보이는 골인지점을 향해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전력질주를 한다. 그리고 어서 이 모든 것이 끝나고 빨리 쉬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긴 레이스라면 쉬어가며 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사람를 이기는 레이스가 아닌 나의 길을 가기위한 레이스에서 말이다.

뭐 거창한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겠지만, 누군가가 인정해 주지는 않더라도 조금은 늦더라도 나다운 인생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본 이야기, 어디서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공감있게 풀어낸 이야기............

흔한 소재이기에 더욱 편하고 쉽게 받아드릴 수 있었고, 새로운 관점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분명 내가 좋아하는 류의 소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는 왠지 손이 간다.

뭔가 그녀의 글에서는 그녀만의 따뜻함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다.

이번 소설 <잡동사니> 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좋아하는 밝고 명쾌한 소설은 아니지만, 서정적인 이야기의 분위기가 나를 잡아당긴다.

다른 소설 <달콤한 거짓말>, <빨간 장화>에서의 완벽하기위한 불완전한 결혼생활을 보여주는 것과 같이 이번소설에서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부가 등장한다.

그 부부는 하라와 쇼코이다.

부부간의 외도를 당연시 받아드리고 인정하는 이상한 부부생활을 그리고 있지만, 그 둘은 서로를 끔찍이 사랑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부부관계에서 지켜야 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아주 시원하게 무너뜨리면서 말이다.

그러한 것들은 별로 중요한 것들이 아니라는 듯이.......

그리고 예쁘장한 여고생 미우미는 자신의 아버지뻘이나 되는 하라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관계를 맺게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미우미의 아버지와 하라의 부인 쇼코도 푸켓에서 정사의 관계를 가진관계로 설정되어있다.

이러한 일그러진 관계에서 각자만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것이 그냥 한 낱의 추억인 잡동사니가 되어 버리던지 아니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잼과 같은 사랑이건 그들의 사랑은 계속된다.

 

 

이 글은 나에게 사람들의 관계의 얽힘이 잡동사니처럼 잡다하게 얽혀져 있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인생이라는 것도 이러한 잡동사니 같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어떠한 것도 완벽한 것이 없듯이 우리가 말하는 인생이라는 것도 이러한 잡다한 것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책에서 말하는 인생의 얽힘이 조금 파격적이긴 하지만, 그러한 격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인생이라는 것은 다른 인생과의 얽힘으로 완성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른살이라는 나이가 생각지도 못하게 빨리 다가왔다.

내 20대가 송두리째 사라져버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30대가 되어버린 느낌.... 그래서 꿈꿔보지 못한 내 20대가 더 안탁까운 느낌이 든다.

그럴 때 내 서른살이 멋져지기를 바라는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책이다.

서른살에도 꿈꾸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선물한 이의 고마운 마음과는 다르게 책의 내용이 참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도 짧은 글들.......

어느 누구에게 한번쯤은 들은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 말들의 나열......들....

그래서 선물한 사람의 마음과는 다르게 내 서른살의 꿈을 더 넓혀주지는 못한 것 같아 안탁까운 느낌이 든다.

그렇게 살아야 바르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알지만, 그곳에 이르는 길을 알 수 없기에 많은 사람들은 좌절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몇 구절을 한번 적어본다.

“인생의 상처는 자기 스스로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겁내지 말라. 그대는 아픈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썩어가는 부위에 약을 발라 부드러운 새살이 돋아나게 할 수 있다. 썩어가는 부위에 약을 발라 부드러운 새살이 돋아나게 할 수 있다. 그대의 잃어버린 자긍심을 찾아라. 가장 간단하고도 어려운 치료법이긴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만큼 강력한 방법은 없다. 더 이상 아픔에 길들여지기 전에, 더 이상 상처가 곪기 전에 칼을 들어 베어내야 한다.”-p70

 

"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더욱이 복잡한 현실 속에서 우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결국 자기안에 밝혀놓은 불빛을 믿고 그 불빛을 따라갈 일이다. 세상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지 않으려면 자기 안의 가치를 믿어야 한다.“-p127

 

"지금까지 타인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살아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다. 이제부터라도 불신을 초래하는 습관들과 결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이아몬드 원석이 하나의 빝나는 보석이 되기까지 수많은 연마의 과정을 거치듯이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다면 진솔한 관계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p145

 

"우리의 생각도 이렇게 여러 단계의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 머릿속생각을 바로 꺼내면 풋내가 날 수 있다. 풋내 나는 음식을 먹을 수 없듯이 제대로 숙성 발효되지 못한 생각은 잘못된 언동을 유발하고, 타인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p168

 

"지금 사방이 가로막힌 절망의 동굴에 갇혀 아파하고 있는가. 고독의 술잔을 기울이며 혼자라는 외로움에 울고 있는가. 그내는 혼자가 아니다. 적어도 절망의 나락에서 돌아온 한 사람만큼은 당신 곁을 지켜주고 있다. 그대와 같은 사연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 아픔을 이해한다.“ -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