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멈추지 못하는 노래

 

1587년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무력으로 이루어진 일본의 막부들을 통합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권력을 넘보는 세력들에게 외부의 적을 만들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 그 첫 걸음이 된 조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나는 싸우면 지는 일이 없고 치면 빼앗기 못하는 일이 없다. 명나라를 쳐들어가서 우리나라의 풍속으로 바꾸고 억만년쯤 일본제국의 정치를 시행하려한다....뒤 늦게 따라오는 자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협박 편지를 통보로 보낸다. 섬나라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가고 싶은 야욕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1592년(임진년) 4월13일 전쟁이 시작되었다.

‘칼의 노래’는 진정한 노래가 아니다. ‘울음’이다. 아산 현충사에 보관되어 있는 칼. 승자총통을 만들던 대장장이 ‘태구련’이 기증한 칼에 새겨진 검명 ‘一揮掃蕩 血染山河-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는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 이순신의 울음을 울었다.

일본 군이 마을마다 곡식을 쓸어가고 백성들을 잡아다가 자신의 노예로 부리는데, 임금이 불러들인 명나라 군사마저 우리곡식 우리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백성들은 흉년마저 들어 먹을 것이 없고 군사들에게 먹일 것이 없어서 병들고 굶어 죽는 병사가 늘어났다. 그 무렵의 백성들의 삶은 ‘부자가 서로 잡아먹고 부부가 서로 잡아먹었다. 뼈다귀를 길에 내버렸다-정비록-, 굶어 죽은 송장을 백성들이 덤벼들어 뜯어먹었다.-난중잡록-, 명나라 군사가 술취해 토한 것을 백성이 달려들어 빨아먹었다.-난중잡록-’이러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임금과 당파와 나라 사이의 이익을 떠나 괴로워하던 인간 이순신의 슬픔보다, 억울한 우리 백성들, 도망간 임금을 믿고 살아야 했던, 살아남기 위해 참혹했던 백성들이 보이는 듯 슬펐다.

임진년의 우리나라. 그 한 중앙에서 이순신은 모친을 잃은 슬픔과 자신의 삶이 비통하여 ‘어서 죽기를 바랐다’는 말을 했을다. 일본군과 어떤 협상이 있었던 것 같은 명나라 지휘자 담종인의 편지 ‘군사를 해산하고 고향으로 가라’는 말에 이순신은 ‘고향은 이미없다. 기어이 원수를 갚겠다. 적의 종자를 박멸할 것이다’라는 답장을 보내고 싶어 했다. 참으로 사람다운 말이었다. 하지만 ‘고향은 없다. 적의 동태를 보면 순순히 돌아갈 것 같지 않다. 우리 임금에게 너의 생각을 고하겠다.’라며 우리 군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명나라 지휘자에게 한마디 했다. 아들 이면을 죽인 아베 준이치를 베는 장면에서도 이순신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정치를 몰라도 되는 것이었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칠 때에는. 명예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굶어 죽는 백성들과 음식을 나눌 때에는.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몸이 떨어져 있으나 마음은 하나인 가족들.

이 땅에 ‘남자가 많으면 전쟁이 일어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남자들은 그처럼 ‘같이’‘나란히’‘함께’라는 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 나라는 당쟁과 파벌과 자신들의 이익이 우선인 나라가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누가 이순신처럼 자신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자신이 입을 것을 줄이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생각마저 들키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남자가 있는가. 우리나라를 먹으려는 적이 있기에 살아남아 맞서 싸웠고, 나라를 지키려고 목숨 바치는 백성들이 있기에 달빛 속의 칼의 노래를 듣는 남자. 지금은? 우리나라를 넘보지 않는가? 칼과 총으로만 하는 전쟁이 전쟁인가? 현대의 전쟁은 매일같이 일어나는데 우리나라의 남자들은 어디 있는가?

1598년11월19일 전쟁이 끝났다. 이순신도 떠났다. 작가 김훈선생님이 쓴 책머리 글에 ‘영웅이 아닌 나는 쓸쓸해서 속으로 울었다.’라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을 다 읽었다고 책을 저만치 두고 앉은 나도 영웅을 보지 못해 속으로 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지만, 영웅아닌자들이 영웅의 탈을 쓰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현재를 내려다보면서 이순신은 또 다른 칼의 노래를 듣는 것은 아니까? ‘싸움에 나서는 길에 백성들의 울부짖음을 듣고는 비참하고 불쌍하여 배에 태우고 싶으나 그러지 못해....’부르짖으며 울었다는 이순신의 마음이 오늘에는 없는 것인가.

   심술쟁이 유나가 놀려도 두산이랑 환희는 손 잡고 뛰어갔습니다. 등에 있던 가방도 따라서 춤을 추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까 두산이랑 유나가 부럽습니다.
 유나는 참 좋겠습니다. 짝꿍도 있고요. 나는 2학년인데 1학년 부터 한번도 짝꿍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계속 모둠별로 앉기 때문입니다. 두산이 같은 남자아이랑 짝꿍하면 재미있겠는데,  책에서는 이렇게 보여도 진짜로 짝꿍하면 안좋을 수도 있겠지요. 
 아파트 친구들 중에도 남자아이랑 여자아이가 짝꿍이라고 같이 다니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고 싸웠습니다. 그 뒤로 둘이는 서로 원수라고 하면서 길에서 만나도 인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또 일주일 쯤지나서는 손을 잡고 같이 학교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 나는 
'참, 이상한 애들이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친구에게 
'그 애들 정말 이상하지?'
하고 이야기를 퍼뜨렸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그 친구들이 부러워서 그랬던 것입니다. 사실은 내가 그 친구들과 같이 놀고 짝꿍이 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책 속에서 '심술쟁이 유나 할멈'은 어쩌면 환희와 두산이가 부러워서 그랬을 지도 모릅니다. 친하게 지내는 짝꿍이 있었다면 '심술쟁이 유나 할멈'도 착한 친구가 될 수 있을텐데 유나도 불쌍합니다. 나처럼 짝꿍이 없어서 가여웠습니다. 유나는 진짜로 심술쟁이는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다른 친구들이 보고 자기에게 친한 친구나 짝꿍이 있다는 것을 자랑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짝꿍이 없다는 것을 알면 손잡고 친한 것을 자랑하면서 다니지 않을테니까요.
 나도 2학년이 끝나고 3학년이 되면 짝꿍이 생길 겁니다. 그 때는 누구라도 내가 잘 해 줄겁니다. 처음 생기는 짝꿍이 어떤 친구일지 벌써 상상을 해보니 자꾸 웃음이 납니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보다 착하지도 않고 부지런 하지도 않습니다. ’덕님’이 처럼 몸이 아픈 엄마를 위해 일을 해 보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몸살이 든 엄머니가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면 배고프다고 짜증만 냈습니다. 또 ’선예’와 ’달이’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내 것을 아끼지 않고 주지도 못합니다. 형에 내 장난감을 가지고 놀 떄에도 
" 내꺼니까 만지지마!"
 하면서 형과 큰 소리가 날 때까지 싸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까 내가 부끄러워졌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을 때는 그냥 읽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니까 엄머가 부를 때에도 대답하는 소리가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엄마가 부르면 ’왜?’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넫 오늘은 나도 모르게
"네!"
 하면서 엄마에게 달려갔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엄마도 놀라서
"너 무슨 일있니? 혹시 나 한테 부탁 할 것 있니?"
 하면서 놀라워 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엄마를 쳐다보니까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부끄럽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큰돌이’처럼 부지런하고 착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나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학교에 가라고, 학원에 다니라고, 부모님이 걱정을 해도 ㅊ니구랑 노는 시간이 모자랄까봐 학원에 가기 싫다고 고집피운것이 창피했습니다. ’큰돌이’는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가르쳐 줬습니다. ’큰돌이’에게서 새로운 것, 모르는 것을 배워야만이 사람이 진짜 사나이가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늦게 오는 형을 기다릴 것입니다. 형이 좋아하는 캔 커피를 하나 샀습니다. 졸려서 기다리기 힘들까봐 쪽지도 써 놓았습니다. 
’형! 공부한다고 힘들지 커피한자 해! 화이팅!’
 이렇게 써 놓았는데 형이 좋아할까요? 
 ’덕님이’ ’선예’ ’달이’ ’선비와 큰돌이’ 에게서 나는 오늘 큰 소리로 잔소리 하는게 아닌데도 조용히 사나이가 되는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많은 말로 하지 않고도 따뜻한 마음을 가르쳐 주는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내가 벌써 '큰돌이'처럼 의리있고 부지런한 남자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