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도 나한테 미안하다고 좀 해
        -의좋은 형제-를 읽고

                                     경주초등학교 3학년5반 김균환

오늘도 엄마는 형 반찬만 고기를 줬다. 형은 고등학생이라서 많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나도 키가 많이 자랐다. 여름 방학 전에 보다 5센티미터나 자랐다. 그러니까 나도 고기반찬 많이 먹어야 한다. 그런데 엄마는 형만 맛있는 거 챙겨 준다.

형은 심술쟁이에다가 고집쟁이이고 나를 못살게 구는 나쁜 형이다. 내가 학교 앞에서 새로나온 지우개도 사다줬다. 예쁜 샤프도 사다 줬다. 어제는 아이스크림도 큰 걸로 사다줬다. 그런데 형은 한번도 고맙다고 안했다. 내 용돈 모아서 사 준 것이다. 공부한다고 너무 일찍 학교에 가고 밤늦게 오는 형이 불쌍했다. 그래서 내가 사 준 것인데 형은 그 때마다 그냥 받기만 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오리고기 반찬을 했다. 그런데 형은 손만 씻고 배고프다고 식탁에 앉았다. 그런데 엄마는 나만 샤워하고 오라고 했다,

“축구하다 왔니? 어서 씻고 와 땀 냄새 나잖아!”

내가 씻고 왔을 때 오리고기는 벌써 반 이상이 없어졌다. 그래도 끝까지 형은 다 먹고 씻으러 갔다. 나는 눈물이 났다. 배도 고팠지만 오리고기가 없어져서 나는 몇 번 못 집어 먹었기 때문이다.

“엄마! 왜 맨날 형만 고기 주는 건데!”

나는 그냥 울고 말았다. 지금까지 엄마와 형이 나한테 했던 모든 나쁜 것들이 생각났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쓰레기 치우라고 시키는 형과 형편을 드는 엄마. 퇴근이 늦은 엄마를 위해 빨래를 걷어서 개는 것도 내가 했는데 엄마는 형에게 동생 잘 봐줬다고 했다. 그것 말고도 참 많다. 그렇게 많은 일로 나를 괴롭히는 형과 엄마는 내가 읽은 ‘의좋은 형제’라는 책을 읽어 봐야 한다. 똑 같이 벼를 나누어도 동생에게 더 주려고 살짝 가져다 놓는 형이 나는 필요하다. 나는 얼마든지 내 벼를 형에게 몰래 갖다 줄 수 있는 동생이다. 우리 형은 이 책을 보고 많이 배워야 한다. 나 같은 동생이 있는 형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텐데, 어떻게 하면 형이 내 고기까지 다 먹은 것을 미안하다고 생각하게 될까?

현재를 볼 수 있는 과거를 듣자

 판소리는 적벽가, 수궁가,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이렇게 다섯마당이다. 이것은 초등학교 에서 배운 것이다. 그 뒤로 판소리에 대한 공부를 했거나 공연을 보거나 방송을 본 적도 없다. 물론 나뿐만아니라 현대의 청소년이라면 모두가 힙합을 알아야 하고 랩을 불러야 노래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판소리는 어른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은 것은 춘향전을 잘 모를 때 ‘쑥대머리’라는 것을 들어 본적이 있어서이다. 그 ‘쑥대머리’는 칼을 차고 감옥에 있던 춘향이가 님을 그리워하면서 부른 대목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에 가슴을 짓누르는 울분을 ‘쑥대머리’를 부르면서 토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번인가 들어보았다. 들을 때마다 뭔가 뭉클 솟아오르는 가슴, 어머니와 할머니들 그리고 여자들의 인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눈물이 핑 돌기까지 했다. 나에게 판소리는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 같았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 나는 것은 임 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이 보고 지고, .....손가락의 피를 내어 사정으로 편지헐까 간장의 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볼까. ..... 내가 만일에 님을 못 보고 옥중고혼이 되거드면 무덤 앞에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요 무덤 근처 섰는 낭기(나무)는 상사목(相思木)이 될 것이니 , 생전 사후 이 원통을 알아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님을 기다리다 속이 문드러져서 간장의 썩은 눈물이라고 까지 했다. 그 때의 님을 일제강점기시대의 ‘희망’ ‘나라’로 보고 울음을 토하면서 ‘쑥대머리’를 불렀다면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지 않을까? 이처럼 판소리의 가락도 중요하지만 그 대사들, 가사들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우리민족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도 소개가 되어 있는 ‘조선창극사’를 지은 정노식은 "앵명능언이부지기소이언(鸚鳴能言而不知基所以言: 앵무새는 능히 사람의 말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따라 운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소리만 잘 낸다고 판소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판소리를 주제로 했던 영화 ‘서편제’가 기억난다. 남자를 따라 갈까 걱정되던 딸에게 약을 먹여 눈을 멀게 한 아버지. 그는 딸이 소리를 잘하려면 가슴에 눈물. 한이 넘쳐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판소리는 우리의 아픔의 역사가 아닐까?

조선후기 지배계급은 부패했고, 당쟁은 끊이지 않았다. 양반들의 착취와 수탈은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나라에서 민중을 생각하는 양반들과 나라를 걱정하지만 뜻을 펼치지 못한 유생들 그리고 서민층의 문화공유로 인해서 태어난 것이 판소리라고 한다.

사람의 음성 하나로 우주의 소리, 자연의 소리. 있는 그대로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는 판소리. 춘향전에서 권력가들의 부정부패에 죄를 묻고 민중의 염원인 님을 만나게 해주는 설정. 그리고 흥부전에서는 형제애를 그린 것 같지만, 민중을 착취하는 양반층과 빼앗기기만 해도 다시 빼앗길 준비를 했던 서민들의 고충이 나타나 있다. 불쌍하고 가엾기만 한 흥부의 돈을 만들기 위한 몸부림은 그 시절 우리 서민들의 생활일 것이다. 그리고 심청전에는 유교와 불교 사이에서 서민들의 종교적 갈등, 그리고 몸을 팔아야 목돈을 만들었던 서민의 가난의 슬픔을 볼 수 있다. 마지막에 현대적으로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라고 할지모르지만 우리 서민들이 꿈꾸고 대리만족 할 수 있는 수직적 신분상승의 결말이 나는 아름답다고 생각 된다. 적벽가는 사실 마지막에 조조를 살려주는 관우의 호탕함보다. 전쟁터에서 죽어나가는 민중의 아픔이 더 잘 보이는 소리이다. 토끼전은 서민들이 삶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알 수 있다. 이렇듯 판소리들을 살펴보면 우리민중의 삶이 보이고 그들이 갈망하는 것이 보인다.

2003년 세계무형유산 으로 등록이 된 것을 아는 청소년이 얼마나 있을까? 서양의 고전음악을 정신훈련에 사용하는 것 보다 자연의 소리가 정신수양에 좋다고 많이들 듣는다. 그러나 판소리에 들어 있는 소리는 사람에게서 사람에게 가장 잘 전달되는 파장을 가진 소리라고 생각된다. 생활이 힘들 때 삶에 지쳤을 때 그럴 때 이제 부터는 판소리 한 대목을 듣고 가슴에 맞힌 것을 풀어보자.

우리의 가락인 ‘난타’가 전 세계적으로 상시 공연장을 가진 것처럼 우리의 판소리는 한국인의 정서를 잘 나타내는 ’가장 한국적인 음악’ 이기 때문에 더더욱 세계적인 음악으로 발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같은 곳에 우리 판소리 상시공연장이 생기지 못할 것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