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밀러의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나의 내면(생각)에서 나오는 것인지 하나님의 뜻인지 모르겠지만 무엇인가를 실행한 것이 있다. 그 결과는 내가 바랐던 것과는 다르게 나왔지만 후회는 없고 아쉬움은 남았다. 이 책을 2010년 12월 말에 읽고 그 날 실행에 옮겼는데 벌써 시간은 2월 초순이다. 아직까지 나에게 생긴 일이 내 인생의 그림에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 분의 뜻이 무엇인지 살아가면서 또는 그 분을 직접 만날 때 전해들을 수 있겠지.

 책은 도널드가 쓴 책을 영화화 하고자 연락해 온 사람들과 만나면서 시작된다. 어떤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인지를 알기 위해 저자는 글쓰기 특강 같은 세미나에 참석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 분의 뜻과 더불어 자신 마음 구석에 있는 하나의 십자가인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의 화해를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이 평소에 시도해 보지 않았던 위기를 인위적으로 조성(?)하여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실제 삶에서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구성요소를 배우게 된다. 누구나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는 간극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간극을 좁혀가는 것이 헛똑똑이로 살지 않는 방법이라고 나는 느꼈다. 그러기에 어쩌면 답이 나온 상황에서 나는 무엇인가를 실행했던 것이고.

 그 때의 느낌과 기억이 아직 내 머리와 일기장에 있다. 내년 이 맘 때 그 느낌과 기억에 어떤 왜곡이 일어났는지 나는 어떤 그림을 향해 나아갈지 궁금해진다.

KTX, 대구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독자의 몫이기도 하겠지만 그 의도하는 바를 너무 막연하게 보여주는 것은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 더불어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 폴의 신작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연휴기간에 책을 읽었다. 폴의 어떤 작품보다 흡입력이 있어서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incest를 묘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오래 전 마광수 교수의 판금조치가 떠올랐다. 마교수는 시대를 잘못 타고 난 것인지 이상한 작가로 낙인이 찍힌 반면 폴의 소설은 19금도 붙지 않고 그대로 출간이 되었다. 시대가 좋아진 것이겠지.

 서사구조는 중간까지는 술술 읽히다가 결말부분에 가서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아니 의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서사 위주로 보는 나로서는 그 심오한 schema를 알 수가 없다. 추리 소설이 아니라서 어떤 반전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깨닫는 것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단지 책을 읽으면서 작년 초에 보았던 영화 ‘다우트(doubt)’가 생각났다. 차라리 소설이 ‘다우트’처럼 독자에게 누가 진실인지 판단하게 했으면 나았을 텐데. 책 소개 기사에서 보이는 폴이 강조하는 ‘우연’이 한 사람의 일생을 바꾼다는 것은 꼭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으니 이번 책에서 굳이 또 말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과하면 지겹다)

 대개의 독자는(특히나 여성) 이 책을 읽고 불편한 느낌을 가질 것 같다. 워커가 굳이 어떤 의도로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고백했는지 논하기에 앞서 동서양을 떠나 incest를 언급하기에는 꺼림직한 무엇인가 있는 것이다.(문득 파엘로의 ‘11분’이 생각난다.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에게 선물했는데 나중에 책을 읽고 나서 괜히 선물했구나 하는 기억이 있다.) 역자 후기에 보이는 편지 1,2,3에 보이는 인칭의 변화를 통한 울림은 그다지 큰 것 같지 않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못 찾는 나로서는 서사에 만족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서사마저 다른 소설보다 못했다.

폴오스터, incest

 어렸을 때 불렀던 동요가 있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젓가락 두 짝이 똑같아요~’처럼 문답이 있는 내용인데 이 책은 문학 작품 속에서 유사한 것들을 찾아 나름의 설명을 하고 있는 책이다. ‘이 땅에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처럼 어쩌면 예술이라는 것이 자연을 모방하고 해석하는 것이라고 할 때 그 하위 장르인 문학 역시 인간이 살고 있는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문학 작품 역시 그 안에서 오마주 또는 모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웬만한 독서를 하지 않고는 이런 것을 찾기 쉽지 않을 텐데 저자의 노력을 독자인 나는 편하게 누릴 수 있었다. 문학을 직업으로 삼지 않고 취미 생활의 한 방법으로 독서를 한다면 저자처럼 이러한 분석 정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것이 다다르고 싶은 목적이 아닌지 생각해봤다. 책만 읽어서는 알 수 없고 독서 모임의 토론을 통해 발견 할 수 있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경험했다.

 책은 소설뿐만이 아니라 시와 소설, 소설과 소설, 고전과 현대 소설 등 닮은 꼴을 하고 있는 작품을 보여주며 그 연결고리를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읽은 작품보다는 못 읽은 작품이 더 많은데도 큰 어려움 없이 읽어 낼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저자의 친절함과 누구라고 읽을 수 있게 끌어들일 수 있는 흡입력이 돋보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아우를 위하여’가 유사한 서사 구조를 가졌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갈등의 해결 부분의 미세한 차이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일본 작품을 표절한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런 의견도 개진 되었는데 표절, 모방, 오마주 이 세가지가 어떠한 경계와 기준을 가지고 구분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표절을 하고도 나중에 오마주라 하면 면죄부가 적용되는 것인지. 역으로 우리 작품을 모방한 것이 아닐까 하는 대목도 있다. ‘낭만파 남편의 편지’를 ‘정체성’이 표절한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들만큼 두 작품은 비슷한데 시기적으로는 전자가 앞서있다. 어쩌면 인간의 상상과 경험이라는 것이 다른 면도 있겠지만 같은 면도 많아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 책에서는 주로 국내 작품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앞으로 저자의 책이 외연을 넓혀서 나라간의 거울도 다루었으면 흥미롭다는 생각을 한다.(가령, 전래 동화 같은 경우는 유사하지 않은가) 같은 소재를 작가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보는 것이라든지 말이다.

 2011년 첫 책으로 이 책을 완독했는데 독서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자극이 되었다. 더불어 우리 작품을 너무 읽지 않았구나 라는 탄식도 들었고. ‘거울’을 통해서 지금의 나를 보고 2012년의 나를 비추어 보고 싶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보다는 달라져 있을 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