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난... 꿈이 있었죠......"
5,6년 전의 일이었던 것 같다. 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인순이'씨의 <미니 콘서트> 현장에 있었던 어느 평일의 오후 3시즈음. 트레이드 마크인 환한 미소, 그리고 위트와 고마움이 섞인 겸손한 멘트를 고한 후 이어진 노래 <거위의 꿈>.
너무나 익숙한 멜로디에 그저 흐뭇하게 무대를 지켜보고 있는데.... 첫 가사속의 '꿈'이란 단어가 내 귓가에 닫는 순간 갑자기 콘서트 장이 아닌 진공 상태 속으로 순간 이동 한 마냥 멍한 상태가 되는가 싶더니 유난히 요동치는 심장 박동수를 달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그 기운이 울컥 솟으며 급기야 눈물이 내 볼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간 수차례 봐왔던 인순이씨의 무대였다. 지금껏 숱하게 들었던 그녀의 <거위의 꿈>이었다. 아니, 이 노래가 처음 발표된 1997년 2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카니발'이란 그룹과 그들의 대표곡인 '거위의 꿈'은 언제나 내 음악 카테고리에서 주옥같은 곡이고 가수였기에 지금도 원할 때마다 그들의 CD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그래서 그닥 오랜만이란 반가움의 느낌조차 가질 수 없는 너무도 친숙하고 익숙한 선율이고 가사였다.
인순이란 디바도, 거위의 꿈이란 명곡도, 무대가 주는 알 수 없는 흥분도, 간만의 콘서트 나들이가 안겨준 봄같은 설레임도....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꿈'....... 그랬다. 내 눈물의 발원지는 오로지 '꿈'이란 이 한 단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무리속에 평범하게 앉아있던 나를 일순간 자신의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수습 불가의 골칫덩어리로 만들며 무척이나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단 하나의 이유....바로 '꿈'이란 단어.
그 날 그 장소에서 그 순간 불현듯 깨달았다. 진짜 거짓말 안하고 '꿈'을, 아니 그 단어조차도 내가 새까맣게 잊고 지냈다는 것을...
"넌 꿈이 뭐니?" .... 아주 어릴 떄부터 줄기차게 던져지는 흔하디 흔한 어른들의 질문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그래서 그닥 거창할 것도 없었던 '꿈'이란 단어가 이런 어마어마한 파장의 충격을 안겨줄 만큼, 그야말로 내 인생의 사전에 '꿈'이란 단어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때의 나는, 그 당시의 내 생활은 그랬었다.
솔직히 그날 인순이씨의 거위의 꿈이란 노래는 내 기억에 전혀 없다. 그 후 이어진 그녀의 신나는 무대에도 내 마음은 전혀 가 닿지를 못했다. 그저 길다면 긴 한 시간여동안 오로지 '꿈'이란 단어 하나에 사로잡혀 그 어떤것도 느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그렇게 '꿈'이란 한 단어가 나에게 준 충격은 그 후로도 꽤나 오래 지속되었었다.
하지만 역시나 꿈이란 단어가 가져온 엄청난 충격을 현실로 곧바로 끄집어내기엔 미취학 어린 아이를 키우는 전업 주부 엄마의 삶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하루 24시간 중 자는 시간조차도 아이에게 뻗은 안테나를 완전히 접지 못하고 '희생'이란 단어를 이불삼듯 덮고 지내야 하는 엄마였기에....
그런데 얼마 전... 그동안 내재되어 있던 도화선을 끄집어 내주는 계기를 뜻하지 않게 마주하게 되었으니... 바로 도서관에서 무심코 집어든 책, 김수영의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를 통해서였다.
상고생으로선 처음으로 '도전 골든벨'을 울리며 유명인 반열에 오른, 그 후 휘황찬란했던 그녀의 질풍노도의 청소년기가 공개되면서 한시적 유명세로 끝나지 않고 더욱 화제몰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아주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 '김수영'.
이 책을 들춰보면 그랬던 그녀의 아픈 과거서부터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암선고, 그리고 그걸 계기로 더 넒은 세상을 향해 그녀가 어떻게 발을 내딛게 되었는지, 그 힘찬 발걸음을 계속 유지하며 더더욱 희망찬 행진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지, 그녀 스스로의 꿈을 하나하나씩 이뤄나가며 겪게 된 변화와 더불어 채워지는 행복, 또 그걸 통해 나아가 그녀의 삶이 다른 이들의 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까지 되었는지...
그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진행형인 미래까지.. '꿈'과 맞물리며 어울어지는 그녀의 삶을 참으로 흥미진진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한 장 한 장마다 그녀의 희망찬 기운이 묻어나 있어 마치 봄날의 푸릇푸릇한 새싹을 마주하는 듯한 싱그러움을 한껏 맛볼 수 있는 너무나도 기분좋은 그녀 인생의 고백서인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
환하게 웃고 있는 현재 '김수영'씨의 얼굴에선 과거 그 어떤 암울했던 흔적을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만나며 나 역시 오랜 시간 빠져나오려 죽도록 허우적거렸지만 결국 그보다 더한 늪 속으로 다시금 가라앉는 작업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었던 시간속에서 조금씩 나만의 패이스로 발을 떼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환한 미소만큼이나 이 책을 읽는 내내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아니 맘 속이 환해졌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진짜... 한동안 억지웃음만 지을 수 밖에 없었던 나였는데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그녀란 빛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더니 그 곳에 조금씩 희망이란 긍정의 씨앗까지 품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그녀 말처럼 지끔껏 나를 노예로 묶어놓았던 건 내 자신이었던 거야.
실은 모든 답은 그 어디,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내 자신, 내 안에 있어 왔는데... 모든 걸 풀 수 있는 열쇠는 이미 예전부터 내 손안에 쥐어져 있었는데...
이제는 그 어떤 걸 이유로라도 더는 끌려다니지 말자. 비극의 주인공은 그만. 그리고 이제 더는 생각조차도 그만. 지금부터는 행동으로 얻자. 긍정적인 마음으로 능동적으로 그렇게 나의 하루를 살자. 더는 하루를 힘들게 버티지 말자.'
출구없는 미로속에 갇혀있는 것처럼 답답했던 가슴과 머리에 책을 읽으면서 선명한 도안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덮은 지금... 난 이미 벌써 그녀와 함께 웃고 있었다.
그렇게 난.. 줄곧 외면해 왔을 뿐이지 이미 나 자신 속에 있던 나를 둘러싼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그녀를 통해서 가감없이 담대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정면돌파의 스타트를 끊으며 내 시간을 지배하는 주인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그 순간을 돌아본다. 그 순간이 지니는 의미를.
깨달음은 언제나 늦다.....
일정한 슬픔없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잃어버린 꿈, 호기심, 미래에 대한 희망.
언제부터 장래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게 된걸까?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1년 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 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sbs 드라마 <연애시대> 중 이동진(감우성)의 나레이션]
이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2006년 명품 드라마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sbs 드라마 [연애시대]의 한 나레이션이 떠올랐다. 이동진역의 감우성씨가 잔잔한 음악에 조용한 목소리를 실어 또박또박 독백하듯 들려주던 '연애'에 대한 생각.
그땐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더이상 새로울것도 설레일 것도 없는 일상에, 우리들의 메말라진 가슴에 장래희망과도 같은 들뜸을 안겨주는 건 연애라고... 그렇게 결론과 초점이 '연애'란 단어에 맞춰졌었는데, 7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떠올리다 보니 그때는 부수적 역할이었던 '꿈, 호기심, 장래 희망'이란 단어가 부각이 되며 그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시금 나의 가슴에 잔잔한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다행이다. 내 자신의 소리에 이제는 솔직하게 반응할 수 있어서. 내 바람을 더는 외면하지 않아서... 더 늦지 않은 지금 깨달을 수 있어서...
그리고 다짐한다. 하루를 기분좋게 살아가며 내일도 역시 부푸른 희망을 노래할 수 있고, 이제는 그 모든 것에 설레일 수 있는 자격을 내 자신에게 안겨주는 나의 '꿈'이란 단어 자체에 충실할 거라고...
김수영씨 말처럼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이제는 생각하는 대로 살 거라고....
그렇게 난 오늘을 살아갈 거라고...
멈추지마꿈부터다시써봐김수영꿈전도사이제나도꿈의도화선에불을지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