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재테크 관련 상품’의 춘추전국시대다. 부자들의 목돈 만들기와 재산 불리기를 다룬 전문도서뿐만 아니라 경제신문과 주간지들이 앞다퉈 ‘돈 벌기 팁’을 제시하면서 그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독자들에게 색다른 방법론을 제시한 ‘10억 만들기’ 도서들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웬만한 재테크 도서들은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

 

하지만 이런 책들 대부분이 고수들의 노하우가 녹여진 일종의 ‘변칙 플레이’이고, 당시에 저자가 처한 환경도 크게 영향을 준다. 가령, 당시에 IMF였다던지, 아니면 주가가 폭등했다던지 등의 특수성이 숨어있다. 게다가 저자의 ‘운’도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발휘한다.

 

이렇듯 일반인들이 추종할 수 있는 항목은 극히 드물다. '10억=그림의 떡’이란 등식에 확신만을 더 강하게 심어줄 뿐이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라면 이런 책들을 오히려 멀리해야 할 것이다. 운동도 첫 기본자세를 정확하게 익혀야 응용동작을 할 수 있듯이, 처음부터 기본기 없이 ‘변칙 플레이’를 배운다면 나중에 교정하는데 향후 60~80년생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0년 안에 부자를 만드는 2030실전재테크’(이승호, 조영복, 송재상/ 272페이지/북오션/1만2,000원)란 도서는 재테크에 이제 막 눈을 뜨는 사회초년생들에겐 잘 만들어진 기본 학습서와 같다.

 

▲1부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부 재테크 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경제학 ▲3부 반드시 챙겨야 할 생활 속의 재테크 ▲4부 어떤 무기로 시장에 뛰어들 것인가 등의 단계뱔 구성이 지극히 자극적인 제목과 흥미위주 편성으로 독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여타 도서둘과 격이 다름을 알려준다.  

 

그리고 ‘복리’와 ‘단리’ 등 평소에 많이 듣지만 자세히 설명해 보라고 하면 막상 말문이 막히는 경제용어 및 개념을 알기 쉽게 풀어준다. 특히 금융상품 투자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상관관계 읽기’가 자주 거론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에 흡수된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재테크 용어도 필수다. '기대수익률'과 '산술평균', '기하평균' 등을 통해서 실제로 수익을 낸 케이스와 아닌 케이스를 명확하게 구분해 준다.

 

‘272 페이지 얇은 두께의 책에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과연 어디까지 해결될까’

 

필자는 최근 관심사항인 대출 관련 부분을 자세하게 읽으며 평가해보기로 했다.

 

저자는 ‘생활 습관을 금융 기관이 선호할 만한 방향으로 바꾸어 보자’고 권한다. 대출이란 상품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이 책은 신용평가의 2가지(신청, 행동)분류를 간략하게 짚어가며, 금융기관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꼼꼼하게 개인들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측정하고 있음을 주지시킨다.

 

가령 소액 금액을 가볍게 생각해 소홀히 여긴다든지, ‘이왕 연체가 되었으니 천천히 갚지.’라는 식의 시대착오적 발상에 대해 ‘신용등급을 한순간에 갉아먹을 수 있는 항목’이라며 일침을 가한다.

 

특히 TV대부업체의 조회기록은 치명적인 오점으로 이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1금융권에서의 대출 거부와 신용등급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반증으로 작은 금액이라도 이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장점은 방법론을 그때그때 제시한다는 것인데 ‘그래서 뭐~’ ‘그래서 어떻게?’라는 물음에 시원한 해석을 주지 못한 다른 책들의 구성이 아닌 ‘그러면 효율적인 대출전략은’ 식으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물론 설명은 부단히 교과서적이나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어 ‘유용했다’는 생각이 더 앞선다. 또한 금융상품의 이면을 지적, 관련 상품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설명한다. 그러므로 관련 위험성을 충분히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 책은 정작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대출상품 소개에 관해선 ‘미흡하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각 금융기관별로 어떤 상품들이 있는지를 ‘표’ 등을 이용해 구체적으로 언급해주길 바랬으나 ‘주택구입 관련 대출 상품에는 모기지론 이외에 근로자 및 서민 주택구입 자금 대출과 금융기관의 주택구입 자금 대출, 그리고 주택 담보 대출이 있다’는 식으로만 서술하여 상품간에 특징과 차이점을 단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이 책 중간중간에 쉬어가는 페이지로 ‘2030 부자를 만드는 경제상식’을 소개하고 있다. 가볍게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책의 저자인 이승호씨는 현 한화증권 서초PB센터에서 근무하며, KBS, 매일경제TV에서 투자전략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2007 부자들의 투자전략’과 ‘2008 재테크 투자전략’이 있다.

 

공동저자인 조영복씨는 현 세무회계사무소 대표로 재직중이며, 주식영업, 리스크관리, 자산영업, PB기획의 전문가다. 집필에 함께 참여한 송재상씨는 보험을 비롯한 세금 전문가로써 세무회계사무소 대표이자 신구대학 세무회계학과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다.

 

다음은 이 책 속의 Q&A 중 눈에 띄는 내용만 간추려 정리한 것.

 

‘마이너스 통장, 있어야 한다 없어도 된다’

-필요도 없는데 만들면 불필요한 곳의 지출은 물론이고 어느새 대출 한도까지 채워서 쓰게 될 수 있으니 급하게 만들기보다는 1년 정도의 직장생활을 경험한 뒤에 개인의 수입, 소비 및 지출 패턴을 어느 정도 파악한 뒤에 본인에게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할 것.

 

카드 현금서비스는 개인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현금 서비스의 이용 횟수와 금액이 많은 경우 개인의 신용등급은 급격하게 떨어지니 될수록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신용하락은 순식간이지만 회복 속도는 더디다.

 

월급이 2개월간 밀렸을 때 ‘저금리 생계비 지원 상품’도 있다

-임금체불 근로자의 생계비도 빌려준다. 대부 대상은 2개월 이상 임금이 체불된 재직중인 근로자다. 체불 임금의 범위 내에서 5백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연리 3.4%에 1년 거치 3년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매월 2회 접수 실시하며, 생활안정 자금 대출과 마찬가지로 저임금 우선 선발을 실시하고 있다.

 

장기 실업자, 창업하려는데 돈이 없을 경우

-장기간 취업에 실패하고 담보 보증 능력이 취약한 계층과 신규 청년 실업자들의 생계형 창업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실직 여성가장 창업지원 자금과 마찬가지로 현재는 자금이 소진된 상태이고 2007년부터 새로운 재원을 가지고 창업지원 사업을 진행하려고 협의중인 상태다. 신청 자격은 전직실업자로서 세대주 또는 주 소독원인 자로 전공 및 보유 국가기술 자격증 관련 업종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자가 해당된다. 

 

 

정신분석 전문의에 날카로운 분석과 해학이 묻어난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인생과 방어 기재, 일과 인관관계, 사랑과 결혼,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 굵직한 5갈래로 나뉜다. 

이 책의 논조는 대부분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다. 나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 것이며, 그렇다고 나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식이다.

책장을 닫고 '긍정의 힘을 무조건 믿으면 된다'라는 식의 타이름도 애당초 없다. 시종일관 저자는 독자와의 거리를 연속해서 두며, 제 3자의 입장에서 부드러운 어조로 따지고 든다. 

책을 읽은 후에 당장 어떤 대목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유해한 것이며, 덮고 난 후에 가치관의 충돌로 뇌피질이 뒤엉켜버렸다면 이는 무해한 것이다.

수많은 심리학 저서를 접해봤으나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종전의 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얼마전 우연찮게도 인터파크 도서 담당자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는데 이 책이 다음주 베스트 10위권에 들었단다.

이해를 돕기 위한 책속의 사례들은 지극히 교과서적인 거기에 구시대적인 평범함으로 치장됐다. 

마마보이가 등장하고, 알람에 맞춰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직장인의 모습도 그려진다.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 나오고, 피해자 증후군을 가진 사람도 출연한다.

저자는 이 같이 일상 드라마 속 사람들의 통념을 심판대에 끌어 올려, 왜 어디서부터가 잘못인가를 조목조목 따진다.

모든 세대가 아닌 유독 서른 살 세대에게서 건져낼 만한 특별한 것이 있겠나마는 이 책의 2막 '서른 살, 방어 기재'라는 부분은 새로운 재발견이었다.

단락의 소제목만을 나열하면, '왜 세상을 믿지 못하는가?', '그녀에게 중학교 이전 기억이 거의 없었던 이유', '지금 극복하지 않으면 평생 끌려 다닐 문제',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 '피해자 증후군을 경계하라' 등 2000년 서른 살 세대들이 당장 직면한 사회관, 인생관, 직업관 등등의 총체적인 문제를 믹서해 명쾌한 답변을 내려준다.

독자들의 흥미를 돕우기 이 책은 저자의 영화적 지식을 총동원한다. '카프카의 변신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사실'이란 단락에선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주인공 매기가 권투 중 척수 손상을 입어 전신마비자 되자 그녀의 가족들이 그녀의 마비된 손을 강제로 움직여 사인을 하게 한 다음 상금을 가로채는 장면을 언급한다.

성공 강박증, '낀 세대'가 받는 스트레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등 쉽게 와닿지는 않지만 꼭 알아보고야 말겠다는 지적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들이 중간중간 배열돼 읽는 맛을 더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을 꼽으면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책의 전부를 탐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픈 부위에 적당한 약을 처방해야 하듯 이 책 역시 당장 그런 처지에 놓여있지 않는 독자에겐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뿐이다.

필자는 '사랑과 결혼'을 다룬 4단락은 읽는둥 마는둥 했다. 당장 현 처지가 정반대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2단락 서른살 방어 기제 부분은 꼼꼼히 훑어보고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봐야하나? 정답은 삶의 피로감이 엄습해 올때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단락을 찾아 '차를 마시듯' 읽어보면 된다.

책을 처음 받았을때 어느 화가의 잘 그린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책 겉표지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표지에 녹여진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대한민국 진화론’ 촌스런 책 제목보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끌었던 것은 책 우측상단에 마치 CI처럼 새겨진 ‘삼성전자 최초 여성임원 이현정’이란 문구다. ‘무소불위’의 삼성전자 여성 임직원의 자화자찬 자서전 정도이겠거니 하고 책장을 넘겼는데 이 곳엔 예상 밖에 실랄한 굿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사회의 고질병에 매스를 든 그가 조목조목 지적한 사안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의 해묵은 고민을 풀어준 대목은 기득권층의 진입장벽으로 제2의 인생을 편의점에서 보낼 수 밖에 없는 대기업 이사들의 한 맺힌 이야기였다.

문제의 내용을 발췌해보면 우선 글의 소제목은 ‘두 번째 기회가 오지 않는 나라’이다.

-사회 곳곳에 나이 제한이 있다. 몇 살 이상이면 신입사원으로서 원서를 낼 기회조차 주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또는 졸업 후 1년 이내로 자격을 제한하기도 한다. 때를 놓치면 영원히 회복하기 어려운 사회구조다. 두 번째, 세 번째 기회를 용납하지 않는 것은 비단 나이 제한만이 아니다. 젊었을 때부터 잔뼈가 굵은 사람들로만 똘똘 뭉친 조직에는 외부인이 쉽사리 들어갈 수 없는 이중 삼중의 잠금 장치가 돼 있다 예전에 비해 제도적으로 명시된 제한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나 관행이라는 이름의 제한은 여전하다.-

지은이는 우리사회엔 유난히 자격시험이 많다고 지적한다.

-공무원 9급도 시험을 보아야 하고 공기업도 시험을 보아야 들어갈 수 있다. 사시, 외시, 행시 무슨 시험이 그리 많은지 헤아릴 수도 없다.-

이를 두고 지은이는 특수 이익집단이 합법적으로 자신의 권익을 침해 당하지 않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해석한다.

-그런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시험제도는 정말 그 직종에 필요한 기본 자질을 보장하는 수단이라기보단 그 집단에 이미 들어가 있는 구성원들의 배타적인 권리를 보장하는데 더 유용하다-

이 때문에 소요된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주지하며, 기득권층의 진입장벽을 한번 더 강조한다

-누구나 시험만 붙으면 되니 공평하고 열린 기회라고 할지 몰라도 실제로 그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드는 기회비용이 엄청나기에 웬만한 희생과 각오 없이는 뚫기 어려운 관문이다-

지은이는 또한 시험뿐만 아니라 제 2의 경력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배타적인 진입장벽이 곳곳에 숨어 있다고 말한다.

-왜 대기업 간부 출신의 음식점 사장님들이 그리 많은지 이해가 된다. 구조조정 등으로 제 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할 때 다른 조직의 진입장벽이 워낙 높기에 대부분 자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열린 미국사회의 단면을 살짝 들추며, 지은이는 한국사회의 초라한 단상에 혀를 찬다

-미국IT 우량기업들이 불황의 여파로 동료, 상사, 부하 직원들 중에 졸지에 회사를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을 때 이들은 상당수가 중, 고등학교 교사가 됐다. 미국에도 교사노동조합이 있지만 교사들의 복리와 권리를 위해 투쟁하지 외부인의 진입을 차단하지는 않는다. IT업계에서 나온 초보 선생님들의 상당수가 이공계 박사학위 소지자였고 업계 경험이 있어서 학생들에게 생생한 현장 경험을 전해줄 수 있었다.-

“미국 사회는 우리보다 기회가 많기에 이런 일들이 가능하지 않는가! 우리는 한정된 사회자원을 두고 많은 사람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야 하기에 불가능하다.”라고 반문할 독자들에게 지은이는 일체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문화적 요인에서 찾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청년실업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다면 진입장벽이 좀 낮아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졸청년실업이 심각하지 않았던 1970, 80년대에도 우리 사회는 두 번째, 세 번째 기회를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 우리의 경직성은 어쩔 수 없는 환경 때문이라기보다 사회에 내재돼 있는 문화적 요소이기 때문.-

지은이는 다음 단락에서 기회가 없는 이 땅에서 우리는 어떤 생존 전략을 써야 하나라는 주제로 ‘죽기 아니면 살기 식 한탕주의가 남긴 것’이란 소제목을 다시 던진다.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직접 읽어보기 바란다.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