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하는 프로그램마다 화제를 일으키는 나영석 사단이 예능 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인문 여행’ [알쓸신잡]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여행하며 인문학적 대화를 나누는 신선한 포맷으로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TV를 잘 보지않는 탓에 방송을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이나 기타 다른 방송에서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아무튼 그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한동안 우리나라에 인문학 열풍이 불기도 했다. 서점가에는 평소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인문학 관련 책들이 쏟아졌고, 관련 컨텐츠들도 많아졌다.
거기에 이 프로그램은 유시민, 김영하, 정재승, 황교익이라는 예능에서 보기 힘든 네 명의 지식인을 ‘잡학박사’라고 부르면서 한자리에 모았고, 거기에 편안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대화를 조율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유희열을 MC로 하여 자체 최고시청률 경신을 거듭해 나가면서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한 마디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 '알쓸신잡 시즌1'이 이번에는 책으로 돌아왔다.
책에서는 프로그램에서 했던 이야기들과 그 뒷 이야기들이 나오며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예전 프로그램에서의 기억을 되새김해주고 있다. 거기에 방송 내용을 토대로 하면서도 제작진의 눈으로 담아낸 현장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방송을 통해 돌아다녔던 각 도시의 모습을 감성 가득한 수채화로 담아낸 일러스트, 잡학박사들의 ‘보고 즐기고 먹는’ 여행 코스를 정리한 장소 팁과 추천 도서 및 추천 영화 등... 온갖 정보들은 방송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비로소 ‘잡학사전’이라는 프로그램 본래의 취지가 이 책에 이르러 완성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요즘같이 밖에 나가기 힘든 시기에 집에서 색다르게 여행하는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단순히 여행하는 게 아니라 지적으로도 알게모르게 다양한 지식들 또한 나에게 더해져 보고 듣고 느끼는 참 재미를 선사해주는 듯 싶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이래저래 시간을 내기 힘들다는 핑계로 단조로운 삶을 영위해나가고 있는내게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떠나는 게 아니라 여행을 준비하고 무엇을 보고 듣고 느낄지 준비해나가는 과정과 그 후의 이야기까지 알게 모르게 이 책은 큰 즐거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문득 이 책과 프로그램에서 소개해 준 도시들로 떠나보고 싶어진다. 실제로 가보고, 또 이 책을 또 다시 읽고 싶어진다.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과 책을 보고 다시 느끼는 것... 모르고 접했던 것과 알고 접했던 것은 또 다르게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전이기도 하지만 지침서이기도 한 거 같다. 저마다 다른 잡학박사들의 색다른 여행기가 될 수도 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