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빅브라더’라는 말을 무슨 전문용어 처럼 쓰기 시작했다. 실상, 이 말을 쓰는 사람중에 1984를 읽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1984는 저자가 수십년 전에 1984년의 유럽을 상상해 쓴 책이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오싹하리 만치 닮아 있다.

당장 집을 나서는 순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부터 CCTV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거리로 나가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여가 생활을 즐기러 찾는 극장, 내 돈 내고 물건을 사러 가는 쇼핑센터에도 곳곳에 감시의 눈길이 있다. 안전을 위해, 정의를 위해서라는 온갖 핑계로 서로가 서로의 빅브라더가 되어 감시한다. 이제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집안에까지 CCTV를 들여놓고 있다.

인터넷에는 온갖 정보가 떠돌아 다니지만 과연 그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뭐가 사실이고 진실인지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조작될 수 있다. 또다른 ‘빅브라더’에 의해.

이 책안에 등장하는 ‘빅브라더’는 실체가 없다. 어찌보면 그것은 특정 개인이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가 아닌 사회 전반에 깔린 타인에 의한 타인의 감시일지도 모른다. 단지 그렇게 움직이도록 사람들을 유도하기만 하면 누구든 다른 누군가의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 인간은 그토록 쉽게 전체주의와 통제사회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20세기에 전체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쓰여졌다는 이 소설이 정작 21세기의 현실을 반영한 듯 읽히는 건 뭘까. 과연 우리는 한 세기를 지나오며 진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학적 영문독해 기술

독해 책을 찾던 중 제목에 ‘과학적’이란 말이 들어가 있어서 집어들었던 책. 얼마나 과학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영문독해에 필요한 정보들을 잘 정리해둔 책 같다. 앞부분은 독해 공부의 기본적인 요령과 속독에 대해 소개하고 3장에서는 좀더 세부적인 문법과 숙어 등을 정리해놓고 있다.

단지, 중간에 나오는 속독기술은 좀 의문이 드는 부분. 토익이나 텝스같은 시험이 목표라고 한다면 유용할 수 있겠다 싶기도 한데 단순히 독해력을 높이고 싶은 거라면 꼭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너무 빨리 읽는데만 몰두하다가 오히려 읽기의 재미와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 말이지.

문법도 사소한 것까지 나열하기 보다 독해에서 핵심적으로 필요한 부분들만 정리해 두었다. 기초적인 영문법과 어휘는 되는데 독해가 잘 안 되다면 한번 읽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독해에 필요한 핵심요소, 한국 사람이 영어를 공부하면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나름 잘 정리해둔 것 같다.

아쉬운 점이라면, 저자가 영어는 얼마나 잘 하나 모르겠는데 한국어 실력은 좀 아니더라는 것. 간혹 어색한 표현과 오타로 읽기가 불편했다. 저자가 실수가 많았다면 편집자라도 잘 챙겼어야 할텐데, 영어도 좋지만 정확한 영어 공부를 위해서도 정확한 한국어 사용이 아쉽다.

말로는 과학적이라고 해놨지만 결국 오랜 훈련이 필요하고 이것저것 외워야 할 것도 많다. 지름길은 없다. 뭘 해도 결국 스스로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하는 법.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재미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저속하고 유치하고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재미는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이 책은 게임 개발자에 의해 상당부분 컴퓨터게임의 시각으로 쓰여지기는 했지만 “재미”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나름의 고찰을 담고 있다. 인간의 뇌구조가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이 두 발 동물이 재미를 추구하는지부터 시작해서 더 큰 재미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아쉬우면서도 안타까운 부분은 재미의 본질을 좀더 깊이 있게 다루기 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하는 일은 가치있는 일이야. 그러니 게임을 무시하지마.”라는 저자의 처절한 외침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애들은 재미있게 놀게 놔두면 안 되고 게임은 마약이고 4대악이라고 믿는 꼰대들을 설득하는데는 쓸모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재미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에서는 조금 많이 부족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게임이 예술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음악이나 미술, 문학과 비교하며 언젠간 게임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상한”예술이 되길 기대하는 듯 보인다. 게임이 예술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게임의 가능성을 가로막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게임은 이미 그 자체로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게임이 굳이 문학이나 미술의 범주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문제는 재미다. 정말 재미를 위해 게임을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지금 하는 게임이 재미가 없다면 그냥 그만두면 된다. 지겹고 피곤한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거다.

게임을 하면서도 자기가 플레이하는 게임에 대해, 재미에 대해 뭔가 찜찜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혹은 게임을 X무시 하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설득해야 한다면 이 책의 내용이 꽤 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재미를 알고 자신의 재미를 확신한다면 굳이 이 책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그냥 하던 게임을 계속 즐기면 된다. 질릴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