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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수 화백의『禁曜日』은 소담출판사의 꼼꼼평가단을 통해 만나게 된 책이다. 금요일을 金曜日이 아닌 禁曜日로 표현한 제목이 재미있다는 생각과, 만화니까 부담이 없으리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서평단에 신청했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나의 생각이 오해였음을 느끼고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457쪽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웹툰에 연재했던 만화 작품이다. 약간 으스스 한 느낌이야 있겠지만, 크게 어려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26편의 작품 중에서 기분 좋게 읽은 작품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내용이 살벌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혐오스러운 장면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을 느낀 이유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찜찜하면서도 싸늘한 내용 전개 때문이다. 지금까지 읽은 괴담류 중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작품이었다.
 
둘째, 저자의 무한한 상상력과 냉철한 이성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호민의『신과 함께』와 제바스타인 피체크의『눈알수집가』를 떠올렸다. 『신과 함께』는 저승사자가 사람을 잡아가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무서운 내용일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공포를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저승3차사인 강림도령과 해원맥과 이덕춘의 인간미를 느끼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눈알수집가』는 내가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끔찍한 내용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리 잔인할 수 있을까 싶었고, 범인이 정말 눈알을 뽑지 않을까, 라는 공포를 느꼈을 정도이다. 그러나 결말 부문에서는 인간미를 느끼면서 안도할 수 있었는데……. 『禁曜日』은 『눈알수집가』같이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신과 함께』처럼 저승사자나 악령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른 소재의 26편 모두 공포감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셋째, 저자와 출판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이 책과 같은 장르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저자의 역량은 인정이 되고, 이런 장르를 선호하는 마니아층에게는 상당한 환영을 받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의 출판 시장이 그리 좋은 것 같지가 않고, 이런 장르는 마니아층이 넓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책은 많은 독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한 저자와, 이 책의 출판을 결정한 출판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 책은 우리나라 공포 추리 분야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리라고 본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으니 중학생 이상이라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공포와 추리 분야에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는 피했으면 좋을 듯하고, 특히 임신부들은 태교에 그리 좋지 않을 듯하니 출산 이후에 읽으면 좋을 듯하다. 

금요일, 배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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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작가의『홀리가든』은 소담출판사의 꼼꼼평가단을 통해 만나게 된 책이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책은 여덟 권 째 읽는 것이니 낯설지 않았다. 또한 아름다운 두 여성이 등을 마주대로 있는 표지 그림에서 묘한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반가움과 매력을 느끼면서 펼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작가와의 인연을 생각하면서 친밀감과 부담을 함께 갖고 책장을 넘겼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에쿠니 가오리 작가와는 상당한 인연이 있다.

 

​- 저물 듯 저물지 않은              -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 기억 깨물기                      - 등 뒤의 기억
- 개와 하모니카

​한 작가의 작품을 이만큼 읽은 경우는 열 손가락을 넘기지 않는 듯하다. 특히 외국 작가의 경우는 10권 이상 읽은 안비루 야스코의 ‘루루와 라라’시리즈 정도이다. 그러나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책을 펼치면서 부담을 느낀 이유는 저자의 책은 최소한 1/3 이상 읽어야 매력이 느껴지면서 몰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즉 에쿠니 가오리는 나와 잘 맞는 작가라고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주 만나고 있으니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 듯하다.
 
둘째, 젊은 여성들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하다. 이 작품에는 학창시절부터 친구인 노지마 가호와 고다 시즈에라는 두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 시점에서는 30대로 보이는데, 학창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의 가족과 친구 관계가 소상하게 소개되고 있다. 성적인 관계까지도 19금까지는 아니라도 그들의 생활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었다. 그저 젊은이들의 소소한 일상이 서로 얽히면서 흐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나이가 든 탓일까? 책장을 넘기면서 애처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지금이야 이렇게 즐긴다고 해도, 더 나이가 들어서 청춘이 시들어도 좋아하는 남자와 자유롭게 만나면서 나름의 삶을 즐기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셋째, 일본 작품의 정서를 확인하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 일본 작품의 정서가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지금까지 읽은 일본 작품들이 50편은 넘는 듯한데 개인적으로 느끼는 이미지는 섬세하고 까칠하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언행이나 심리묘사가 매우 세밀하면서 인물들은 기본적으로 선하지만, 나름의 정체성이 확고하여 다른 사람이 끼어들기 힘든 방어벽이 있다고 할까?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도 대부분 그렇다. 악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착한 어린이’형이나 모범생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도 없다.
 
일본 작품에서 느끼는 또 다른 공통점은 성에 대한 개방성이다. 지금까지 읽은 작품 중에서 어린이용 작품인 루루와 라라 시리즈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정도를 빼놓고는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성에 대해서 지극히 자유롭다는 것이다. 여러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성적인 면에서는 1부 1처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떤 작품에서는 3대(조모-모친-손녀)가 모두 결혼과 관계없이 다른 남성과 성적인 관계를 맺으며, 그것을 가족들이 모두 인정 또는 묵인하고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이 작품에서도 두 여주인공 모두 공식적으로는 미혼이지만 상대 남성들이 다양하다. 직장 동료, 학창시절 친구, 유부남 등과 사랑을 나누면서 헤어지고 만나기가 반복되고 있다. 잘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녀들 자신은 물론 친구나 동료들도 그런 생활에 대해서 관대하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성적인 관념은 그런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일본의 작품들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는 혼란스러웠는데 지금은 무덤덤하게 느껴지니 어느새 나도 이런 분위기에 적응이 된 듯하다. 어쩌면 그런 풍조가 우리나라에까지 스며들어서 지금의 젊은이들은 내가 느꼈던 혼란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된다.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시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이미 흘러간 세대인 나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잘 모르겠다. 일단 나이가 적지 않은 남성의 입장인 나로서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저 젊은 여성들의 생활을 엿보는 듯한 호기심을 충족한 정도라고 할까? 그러나 30대 내외의 여성들은 이 책에서 무엇인가 느낄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여학생들이 읽어서 안 될 것은 없겠지만, 여고생 이하는 가능하면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인공들 같은 삶을 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홀리가든, 에쿠니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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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작가의『개와 하모니카』는 소담출판사의 꼼꼼평가단을 통해 만나게 된 책이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책은 일곱 권 째 읽는 것이니 책을 받는 순간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움을 느꼈다. 그런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작가와의 인연을 생각하면서 친밀감을 갖고 책장을 넘겼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에쿠니 가오리 작가와는 상당한 인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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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물 듯 저물지 않은
-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 기억 깨물기
- 등 뒤의 기억

​그래봤자 열권도 안 되는 분량이지만, 외국인 작가의 장편 작품을 이만큼 읽은 경우도 나로서는 유일하다. 학창 시절에 헤르만 헤세와 A J 크로닌의 작품에 심취했지만, 작품 수로는 다섯 손가락을 넘기지 못했다. 국내 작가의 경우는 이광수, 공지영 작가의 작품을 10여 편 읽었는데, 이광수의 작품은 고교시절 이전에 읽었으니 최근의 경우는 공지영 작가가 유일한 경우다. 작가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이유는 내게 있어서 일본 작가의 작품은 읽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인명과 지명이 익숙하지 않고, 작품 속의 정서에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탓인 듯하다. 특히 이성 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나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것이 많고,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구 작품보다 더 복잡하니 개방적이라고 해야 할지 문란하다고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너 시간 만에 완독을 했으니 독서에 있어서 친밀감이 그만큼 중요한 듯하다.
 
둘째, 에쿠니 가오리의 또 다른 면을 느꼈다. 작가의 단편을 읽기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읽은 6편의 공통점은 대개 방대한 분량이면서 1/3 이상을 읽을 때까지 작품의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주제가 무엇인지,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책장을 덮고 싶은 유혹을 견디며 상당 부분 읽은 뒤에야 재미가 느껴지고, 넘기면 넘길수록 몰입이 되곤 했다. 그런 것을 예상하고 긴장 속에 펼친 책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단편의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작가는 단편도 쓰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작가와 인간적으로 더 가까워졌다고 할까?
 
셋째, 다양한 사연 속에서 「천변풍경」이 떠올랐다. 이 작품집에는 서로 다른 여섯 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첫 작품 「개와 코스모스」는 공항의 국제선 도착 로비를 무대로 해서 국적, 성병, 연령 등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사연이 전개되고 있다. 외국인 청년, 소녀, 노부인, 대가족 등의 등장인물들은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탔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면서 한순간에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고 있는 것이다. 박태원의 「천변풍경」에서 여러 인물들이 청계천 주변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듯이……. 주인공이 따로 없으니 공통된 주제도 없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작가의 역량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각자가 살아가는 동네, 또는 일하는 직장에서 보고 겪은 일들을 이와 같이 글로 옮긴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보고 들은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 그것만으로도 소중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넷째, 흥미진진했지만 잘 이해가 안 되거나, 작품 속의 정서에서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다. 짤막한 단편들이지만 각 작품에서 개성과 매력을 느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작품마다 특색이 있었다. 그러나 몇 번을 읽어도 의미가 와닿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침실」에서 유부남인 후미이코는 5년 넘게 사귀던 애인인 리에에게서 이별을 통보받는다. 후미이코가 그 이유를 물으니 헤어진 그날 밤에는 알게 된다고 하는데, 후미이코는 알았는지 모르지만 나는 모르겠다. 「유가오」에서 그녀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죽였는지 역시 이해가 안 갔다. 「알렌타주」에서 ‘나’와 마누엘은 게이 부부다. 아마도 마누엘이 남성, 나는 ‘여성’역인가 보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읽는 내내 불편했다. 정조 관념이 희박한 일본의 성풍속도는 여러 작품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면역이 되었지만, 이런 종류의 사랑은 처음이라 당혹감을 느낀 듯하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잘 모르겠다. 일본 문학, 특히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세계에 친숙한 독자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19금인 작품은 아니지만, 고졸 이상의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