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지난 주일에 1~2권을 흥미진진하게 완독한 뒤에 3~4권도 마저 읽기로 하고 빌린 것이다. 나는 아무리 만화라도 하루에 완독하고 리뷰까지 쓴 적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은 빌리자마자 바로 읽고 리뷰 작성을 시작했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이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개인적으로 뜻깊은 독서였다. 두 가지 면에서 뜻이 있는 책이다. 지금까지 읽은 만화가 천 권이 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원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처음으로 만났다. 두 번째는 몇 년 만에 길을 걸으면서 완독을 한 책이라는 것이다. 덥다고 느낄 정도로 포근한 날씨라 강림에서 월현리까지 11km를 걸어서 귀가했는데, 그 사이에 2권의 책을 완독했다. 5년 전에 교단에서 근무할 때는 길을 걸으면서 책을 읽은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상당히 드물었다. 시골에는 인도가 없으니 위험하기도 하고, 지나는 차들이 먼지를 날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야말로 독서삼매경에 잠기며 쉬지 않고 읽었다. 그만큼 재미가 있었다는 의미이다.

 

둘째,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개성적이면서 사실적이라서 더 많은 생각을 했다.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지만 자퇴를 한 고택일과 그의 친구 우상필, 역시 자퇴를 한 소경주 등과 같은 캐릭터를 교실에서 자주 만났던 듯하다. 그들의 이탈 행위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것까지도……. 지금은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지만, 교단 시절에는 버거웠던 듯하다. 지금의 사회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어떤 문제가 생겨서 불행해질 때는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그 이전까지 구제 불능의 문제아로 여기면서 더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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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가? 답이 없다는 것이 딱하다. 70년대 이전까지 우리 사회에는 그늘이 너무 많았다. 그야말로 먹을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탈선을 하는 청소년들이 있었다. 지금은 최소한의 복지 제도가 가동되고 있으므로 굶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도 문제 학생은 여전히 있지 않은가? 더 거칠고 살벌한 형태로……. 이 작품 속의 청소년들은 현실의 기준에서 바라보면 그나마 희망이 있는 경우인지도 모르겠다.

 

셋째, 원주에 연고가 있는 나로서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원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본 책이다. 작품의 절반 이상이 원주를 무대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작품에서는 원주의 특징을 거의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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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영화화되었다기에 검색을 해보았다. 영화에서는 택일이 가출한 곳이 원주가 아닌 군산으로 나온다고 한다. 즉, 이 작품에서 '원주'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다른 어느 지방 도시로 설정해도 작품 전개에 전혀 문제가 없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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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모처럼 나의 추리가 정확했음을 확인했다. 가출을 한 택일이 취직을 한 장풍반점의 주방장인 이거석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는 마동석 씨가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로 마동석 씨가 배역을 맡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잘 모르겠다. 주인공들은 10대 청소년이니 그들은 현실감을 느끼며 재미있게 볼 듯하다. 하지만 1~3권만 볼 때는 10대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무튼 내용으로는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4권까지 본 뒤에 권할 대상을 생각해 보겠다.

시동, 조금산, 시동3

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책이나 작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다. 사실 나는 만화를 즐기기는 해도 선호하는 작가(강풀, 주호민, 허영만, 박기정, 고우영 등)나 장르(역사, 문학) 위주로 본다. 조금산 작가에게는 죄송한 표현이나 웹툰에서 명성은 들었으나 작품을 본 적이 없다. 그림이 예쁘지도 않고, 내용치 거친 듯하니 가까이할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읽고 싶었던 만화는 모두 보았기 때문이고, 전체가 4편으로 완결이 되니 그리 부담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이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재미있게 책장을 넘기면서 작가의 명성을 확인했다. 작가는 웹툰에서 나름 지명도가 높은 작가였다.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은 없었으나 SNS 등에서 자주 접한 기억은 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독자들이 몰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1권을 읽은 뒤에 부담 없이 2권을 펼쳤고, 아마 3~4권도 읽게 될 듯하다. 명성이란 공연히 생긴 것이 아니고, 그만한 저력이 있었기 때문임을 확인했다.

 

둘째, 재미는 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주인공인 택일이는 18세다. 그렇다면 고2 또는 고3일 것이다. 그런 나이에 자퇴를 하고, 가출을 한 뒤에 원주까지 와서 음식점 배달을 하는 것이다. 음주, 흡연, 폭력……, 사회에서 말하는 불량 청소년의 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택일이의 친구인 상필이도 다를 바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가출은 하지 않은 정도이지만, 부모는 안 계시고 할머니와 살고 있으니, 사회적인 시선으로는 결손가정이라고 할까. 게다가 지금 알바로 하는 일이 사채업자를 따라다니면서 돈을 받는 일이다. 이 작품에서 표현한 이상의 험악한 일을 경험했을 것이다. 경주는 16세다. 그렇다면 중3 나이인데, 그녀 역시 가출을 한 상태다. 부모를 잃고 아빠의 친구인 복싱 체육관 관장에게서 자랐는데 아마도 폭력에 시다린 듯하다.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택일이 또래로 가출한 여학생 두 명……, 찜질방에서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다. 음주와 흡연은 기본이고, 술을 사주는 남자들을 따라다니는 것을 보니 그 이상의 일도 있는 듯하다. 등장인물이 황당한 허구가 아니라 있을 수 있는 현실이 아닌가? 기성세대인 나는, 아니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을 모르니 답답했다.

 

셋째, 원주에 대한 특징을 좀 더 보여주었으면, 그런 아쉬움을 느꼈다. 서울에 살던 택일이는 가출을 한 뒤 원주의 음식점에서 배달 일을 하고 있다. 1편의 절반, 2편의 대부분은 원주를 배경으로 해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원주를 상징하는 것은 원주터미널과 한지공원뿐이다. 나와 같이 원주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택일이가 가출한 곳이 원주라는 것이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는 주문을 받고 배달을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봉산동에 짜장 2그릇, 단계동에 짜장 1그릇 등으로 지역을 좀 더 소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택일이의 가출을 통해서 원주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작품의 의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잘 모르겠다. 주인공들은 10대 청소년이니 그들은 현실감을 느끼며 재미있게 볼 듯하다. 하지만 1~2권만 볼 때는 10대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무튼 내용으로는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4권까지 본 뒤에 권할 대상을 생각해 보겠다.

 

시동, 조금산

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책이나 작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다. 사실 나는 만화를 즐기기는 해도 선호하는 작가(강풀, 주호민, 허영만, 박기정, 고우영 등)나 장르(역사, 문학) 위주로 본다. 작가에게는 죄송한 표현이나 웹툰에서 명성은 들었으나 작품을 본 적이 없다. 그림이 예쁘지도 않고, 내용치 거친 듯하니 가까이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읽고 싶었던 만화는 모두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가 4편이니 그리 부담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이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내 예상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책장은 쉽게 넘겼다.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의미는 첫 장면부터 고교를 자퇴한 두 명(고택일과 우상필, 18세)이 초등학생(많아야 중학생)으로 보이는 세 명에게 금품을 탈취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즉 살벌한 내용들이다. 폭력, 흡연, 음주도 동반되고, 주인공인 택일의 어머니도 만만치 않았다. 전직 배구 선수 출신인 그녀는 말보다 몸이 앞서는 듯하니 택일이의 폭력 성향은 유전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여주인공인 듯한 소경주도 만만치 않았다. 16세면 중3 정도일 텐데,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권투를 배우다 가출을 한 듯한 그녀도 폭력, 흡연, 음주에서는 택일이와 막상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쉽게 넘긴 이유는 스토리 전개가 빨랐기 때문이다. 그림과 대사에 모든 내용이 담겨 있으니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둘째, 나의 흥미를 끈 것은 배경이 원주라는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던 택일이는 어머니가 검정고시 준비를 하라고 준 돈을 갖고 지향 없이 가출을 한다. 그곳이 하필이면 원주다. 터미널 매표원에게 만원으로 갈 수 있는 곳 아무 데나 차표를 달라고 하니, 매표원은 자기의 고향인 원주를 추천한 것이다. 동서울터미널, 원주터미널(더블유시티) 눈에 익은 곳이 아닌가? 지금까지 읽은 만화가 아마 천 권은 넘을 텐데, 원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처음 본다. 그러나 작가는 원주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것 같지는 않다. 나오는 지명은 더블유 시티와 한지공원뿐이다. 중국집(장풍반점) 배달부로 취직한 택일이가 배달을 할 때 봉산동이니 학성동이니 하는 지명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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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작가는 원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상식이 있는 듯하다. 소경주는 권투를 배우다 관장과 어떤 갈등이 있어서 가출을 한 듯한데……, 원주는 한때 권투의 도시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멕시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국민적인 영웅이었던 지용주 선수의 고향으로 상당히 큰 권투 전용 체육관이 있던 곳이다. 그런 곳이니 경주가 권투를 했다는 것도 현실감을 준다.

 

셋째, 문득 교단 시절이 떠올랐다. 고택일, 우상필, 소경주를 비롯하여 가출한 두 여고생, 그녀들과 어울리는 20대의 청년들……. 교사로 있을 때는 거의 매년 만났던 캐릭터다. 그들은 나름 얼마나 힘들었을까? 교사로서 나는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때늦게 반성을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출판사 리뷰에서 '방황과 반항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좌절과 성장, 가족과 인생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끝은 행복한 결말이 될 듯하다.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지 궁금하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잘 모르겠다. 주인공들은 10대 청소년이지만, 1권만 볼 때는 10대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재미는 있는 작품이다. 4권까지 본 뒤에 권할 대상을 생각해 보겠다.

 

시동, 조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