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지만 그리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지금까지 빌린 만화 중에서 실망한 작품은 한 권도 없었기에 관장님의 책에 대한 안목을 믿었다고 할까? 그런 인연으로 만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아마도 한동안 힘든 나날이 될 듯하다. 이 책을 선택할 때 나의 생각은 전원생활을 소박하게 그리면서 약간은 웃음을 선사하리라고 기대했다.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지만 저자의 이름(이무기)이 그런 이미지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편을 보면서 절대로 편안한 작품이 아님을 깨달았다. 뒤늦게 출판사 서평을 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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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한민국이 공분(共憤)한다!!

역사 왜곡 논란에 분노한 네티즌들이 말하는 국사 교과서의 탄생!

일제(日帝)의 악랄한 식민 통치가 정점으로 치닫던 1942년

한반도의 가난한 시골 마을

평범한 14살 시골 소녀의 이야기… 소녀만 평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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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작가의 전작이 주로 개그물인 만큼

‘곱게 자란 자식’은 이무기 작가 특유의 개그를 기대하고 보게 된다.

그러나, 가볍게 시작한 마음은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하고

그 무게는 서서히 분노로 바뀌게 된다.

분노의 정점에서 폭발한 감정은 눈물이 흐르게 하고,

흐르는 눈물만큼 대한민국은 공분(共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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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있는가? 순박한 전원생활과는 거리가 멀고, 아마도 일제강점기의 징용, 징병, 위안부 등이 펼쳐질 듯하다. 짤막한 이야기도 아니고 9편까지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았으니, 결말도 그리 즐겁지 않을 듯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무거운 시절인데, 독서마저 이런 책을 해야 한다니, 라고 생각하니 한숨이 났다.

 

둘째, 2편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부터 옛날이 그리워졌다. 지금 나의 현실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1편의 나날이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일제의 수탈로 간난이네를 비롯하여 헐벗은 주민들은 힘겹게 연명하고 있었다. 어찌 삼곡면 피난골뿐일까. 조선의 모든 민중이 그렇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1930년대까지는 간난이네 5남매가 한 집에서 부모를 모시고 있었다. 그러나 친일주구 박출세에 의해 간난이네 부모는 반죽음을 당했고, 끝내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야 했다. 뿐인가? 동네의 장정들은 모두 징용으로 소집되었고, 간난이네 세 오빠 역시 그렇게 되었다. 일곱 명의 대가족이 뿔뿔이 흝어진 것이다. 떠난 이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셋째, 여자가 된 간난이의 앞날이 불안하다. 열네 살 간난이는 생리가 시작되었다. 어머니가 거동을 못하니 그런 것을 알 리가 없다. 무서운 병이 아닌가 두려워하던 간난이는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해결하였다. 그러나 여자가 되었다는 것은 또 다른 비극의 서막이 아닐까? 온 동리 총각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순분이, 간난이의 단짝인 개똥이……. 그 아이들은 어찌 될까? 건강한 남자는 징용이나 징병으로 끌려가고, 꽃다운 처녀들은 위안부로 끌려가던 그 시대가 새삼스럽게 아팠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책에 대한 안내라기보다 개인적인 감정을 쓰겠다. 하와이대의 마크 램지어와 그를 지지하는 토종왜구들에게 권하고 싶다. 다른 마음은 없다. 그들이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자신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학문적으로 인정할 것 같지는 않다. 책 한 권 읽는다고 뼛속까지 스며든 친일의 속성이 변하겠는가. 다만 마음이라도 뜨끔하게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곱게자란자식, 이무기, 곱게자란자식2

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지만 그리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지금까지 빌린 만화 중에서 실망한 작품은 한 권도 없었기에 관장님의 책에 대한 안목을 믿었다고 할까? 그런 인연으로 만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뜻밖에도 힘겹게 책장을 넘겼다. 뜻밖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나름 편안한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목이 약간 투박하기는 했지만,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순박한 내용을 담은 토속적인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첫 장면부터 쥐 떼가 개를 구박하는 등 괴기한 내용이 나오면서 섬뜩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사투리를 많이 쓰니 뜻이 금방 와닿지 않았다. 게다가 시대적 배경이 1930년대, 일제강점기이다. 작중 화자는 13세의 소녀인데, 그러면 혹시……? 정신대를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무거운 주제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이 책은 9편까지 있는 장편이다. 가뜩이나 힘겨운 세상인데 독서까지 그런 것을……! 그런 생각을 하니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둘째, 고통의 시기를 기록한 작가의 노고가 느껴졌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30~1940년대인데, 그 시대는 민족의 암흑기였다. 일제의 만행이 극에 달했고, 이광수, 최남선, 최린 등 한때 민족의 지성이었던 사람들이 친일의 길로 접어들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반면에 독립운동은 침체기에 접어들어서 해방에 대한 기대는 멀어지는 듯 보이던 절망의 시대였다. 징용, 징병, 정신대 등으로 수탈을 당해야 했던 민중들의 고통은 얼마나 컸겠는가? 작가는 그 시대의 언어와 복장과 건물과 작은 소품까지 일일이 고증을 하면서 복원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 시대를 기록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일 텐데 충실한 기록을 위해 노력한 작가의 의지를 뜻깊게 생각한다.

 

셋째, 우리말의 보물창고를 보는 정겨움을 느꼈다. 사실 생소한 전라도 사투리들이 읽기는 힘들었다. 더구나 그 그 시대의 민중은 학교 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토종 사투리다. 어떤 대목에서는 그 뜻을 헤아리기 위해서 다시 앞으로 넘어가서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지금은 듣기 어려운 사라져가는 언어인 사투리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우리 것에 대한 정겨움이 느껴졌다.

 

넷째, 친일청산을 방해한 부류, 특히 이승만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이 작품에는 이승만은 나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을 떠올린 이유는 박출세(면서기)의 만행에 의해 동리 사람들이 핍박을 받고, 끝내 간난이 부모가 죽음 직전까지 몰렸을 때다. 그런 친일파들이 해방 이후에 처형되었다는 기록을 거의 보지 못했다. 반민특위를 해체함으로써 친일청산의 기회를 무산시킨 것만으로도 이승만의 행위는 일제강점기의 어떤 친일분자도 더 큰 죄악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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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악질 친일파 중에 한 명은 많은 독립운동가를 고문했던 친일 경찰 노덕술일 것이다. 그는 반민특위에 체포되었으나 이승만 정권에 의해 풀려난 후 중용이 되었다. 1930~1940년대 가장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는 김구 선생과 김두봉 장군이라고 한다. 노덕술은 해방된 조국에서 김두봉 장군을 체포해서 고문을 했고, 그것이 김두봉 장군이 월북을 한 동기 중에 하나였다고 한다. 노덕술 같은 자가 해방된 이후에 호의호식을 하면서 천수를 누린 나라이니, 이 작품의 박출세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되었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는 책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를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중학생 이상이면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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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자란자식, 이무기, 곱게자란자식1

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지난 주일에 1~2권을 흥미진진하게 완독한 뒤에 3~4권도 마저 읽기로 하고 빌린 것이다. 나는 아무리 만화라도 하루에 완독하고 리뷰까지 쓴 적이 많지 않은데, 3~4권은 빌리자마자 바로 읽고 리뷰 작성을 시작했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이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무난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글쎄……,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결말이 허탈할 수도 있다. 무엇이건 확실하게 해결된 것은 없으니. 그러나 택일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택일이 어머니가 이런저런 경제적인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면 너무 작위적이지 않겠는가. 택일이, 상필이, 경주가 더 이상 타락하지 않고 이런 정도로 마무리가 되는 것이 현실에 가까운 결말이 될 듯하다.

 

둘째,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혼동을 피하게 해주는 것 같다. 등장인물이 여러 명 나오는 만화를 보면, 가끔 인물들이 혼동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인물이 누구인지 생각이 안 나거나, 다른 인물로 착각이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에서 택일이는 노란색 염색, 경주는 빨간색으로 염색을 한 것으로 나온다. 마동석 씨와 닮은 거석은 워낙 특이한 얼굴이다. 혼동되는 사람은 택일이가 취업한 장풍반점의 사장과 배달부인 배구만인데, 그들은 얼굴형이나 인상은 유사하지만 결정적으로 머리 모양이 다르다. 그밖에 상필이가 일을 하는 사채업 사무실 사람들도 머리 모양이 확연하게 다르니 쉽게 구별이 갔다. 확연히 구별되는 캐릭터들은 독자들이 몰입을 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셋째, 개인적인 체험에 의한 나의 착각을 4편에서야 깨달았다. 이 책에서 경주는 복싱 체육관에서 생활하다가 가출을 한 것으로 나온다. 1편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지용주 선수 등을 배출하면서 한때 한국 복싱의 메카였던 원주를 떠올리면서, 경주가 혹시 원주 출신의 유명 선수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경주는 서울의 복싱 체육관에서 가출을 해서 원주까지 온 경우였다. 원주 복싱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셈이다. 작가는 원주 출신이 아니니 원주의 복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을 수도 있다. '아는 것이 병'이었다고 할까? 작품과 전혀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지식을 갖고 엉뚱한 비약을 한 셈이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재미있는 작품이다. 주인공들은 10대 청소년이니 그들은 현실감을 느끼며 재미있게 볼 듯하고, 20대 이상의 세대도 몰입을 하면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굳이 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흥미진진한 작품이니, 잠시 심심파적의 소일거리로는 훌륭하겠지만, 큰 교훈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읽으면 안 될 작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재미는 있지만 청소년들에게 권장할 정도는 아니라고 느꼈자. 하지만 작품 속에서 특별히 악랄하다고 할 인물은 없으니, 주변의 인물들을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작용은 할 듯하다.

 

시동, 조금산, 시동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