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당연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 이유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났지만 나 또한 내 자녀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들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일종의 책임감이라고나 할까, 암튼 삶은 분명 살아갈 가치가 있다. 물론 나도 가끔씩 부부 싸움을 한다던가 시댁 일로 잔뜩 스트레스를 받으면 삶이 그 가치를 잃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나 스스로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싶어진다면 더없이 어리석은 것이라 생각한다. 차라리 이혼을 택하는 게 맞지 않을까.
'마음가짐을 바꾸면 삶도 바뀐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이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러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 책의 내용들은 1884년과 1985년, 1986년에 하버드대학과 예일대학, 브라운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정리해서 잡지에 발표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신학과 철학적 색채가 강하다. 개인적으로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없기에 흥미롭게 잘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말하길 염세주의는 본질적으로 종교적인 병으로 사람들이 이 병에 아주 취약하다고 한다. 이는 기대하는 만큼 합당한 종교적 응답을 얻기 어렵기 때문으로 이 병에서 벗어나는 두 단계를 알려준다. 무엇이든 긍정적인 시각이 주는 효과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생각에 빠지면 자연의 배후에 신이 존재하며 자연은 신의 현현이라고 믿고 싶은 갈망과 자연 현상을 그 자체로 봐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언제나 모순을 느끼기 때문에 삶을 악몽이라고 여긴다는 저자의 말이 어느 정도 타당성 있어 보인다. 거의 모든 괴로움의 시초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생각을 멈추고 싶어도 자의로 멈추기 힘들 때가 많다.
불가분의 동반자적 관계인 아름다움과 추함, 사랑과 잔혹함, 삶과 죽음의 세계에게 신의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왜 신의 존재가 믿기 어려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 다분히 이중적이지만 솔직한 내 마음이다.
- 우리가 견뎌야 할 것은 이 짧은 삶뿐,
가장 확실한 것은 무덤이 주는 최고의 성스런 평화.
이런 생각들은 내게 위안이 된다. p 38
내가 본 수많은 종교인들 중 '무덤이 주는 최고의 성스런 평화'를 위안으로 삼는 이는 한 명도 없어 보인다.
종교에서 말하는 삶의 가치에서 저자는 "삶을 두려워하지 말라.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러면 그 믿음이 삶의 가치를 창조하게 도와줄 것이다."라고 얘기한다. 그래, 이때까지 살아온 삶이 굳이 두려울 필요가 없지!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만큼 나의 행복에 매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