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에쿠니상의 책...

무려 아홉명의 여자들이 나온다.
얼마를 읽어도 이름을 제대로 외우지 못해 애먹었다.
이사람이 저사람이었나, 이 사람과 저사람이 부부였나...한참을 헤맸다.

아홉명이 나오지만 아주 개성이 다른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일상을 소중히 생각하고 조용조용하게 지내며 평화로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소재로도 이렇게 근사하나 글을 쓸 수 있다니...
역시 작가들 대단하다.
에쿠니의 책을 읽으면 늘 마음이 평화롭다.
그녀가 글을 쓰면서 느끼는 그런 감성을 내가 고스란히 잘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가 여려명의 여자가 나오니 자연스레 이들 중 누가 나와 비슷할까..를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는 '도우코'였다.
나와 같은 전업주부이고, 일상을 잘 즐기며 여유있고....또 뭐가 비슷했더라....?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도 있다. 
사쿠라코가 그렇고, 레이코와 에미코도 그랬다.
우선 사쿠라코는 아주 교만하고 집착이 강해 싫다.
누구에게 집착하는 것, 집착당하는 걸 싫어하는 나로서 전혀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다.
게다가 자신의 직장 선배의 남편을 아주 대놓고 유혹하고 스토킹하고, 세상 모든사람들의 일이 시시하다고 생각하고 한심하게 여기고, 아주 건방지고 오히려 사쿠라코가 아주 우스워보였다.(아.....소설책 인물에 너무 격분해버린 나...)
레이코는 왜 그런 결혼생활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남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면 물어보면 될것을...자신의 속마음이야 다치건 말건 겉으로 cool~~해보여야 한다는게 그녀의 인생지론인건지....
결국에야 뭐 보기좋게 솔로를 선언하지만...중간중간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었다.
에미코의 경우는 음......사실 좀 뭔가를 기대했었다.
그녀가 남편과 잘 지내오다가 느닷없이 이혼을 통보하고, 원래 사랑이 없는 결혼이었다는 말로 그 이혼을 정당화하려했던건 약간 실망스러웠다.
나름대로는 그녀가 혹시 레즈비언이거나 무슨 결혼의 비밀같은게 있었던게 아닐까 하고 상상했는데 살짝~ 실망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애리'였다.
예쁜 외모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사랑표현을 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겠다고 계획하고 결심하고 실천하고....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서까지.

나와 다른사람을 이해한다는건 참 어려운 일이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늘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하나 느낀 건 인생을 살면서 사랑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면 절대적으로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
생활의 활력이 되며, 어떤 일도 가능케 한다는 것, 
그래서 사랑이 좋다.

방금 마리이야기를 끝냈다.

한없이 마리에게 빠져들어 아직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두려움 없이 사랑을 했지만 그런 마리도 나중엔 사랑을 완성하지 못하는게 안타까웠고 그래서 더 슬펐나보다.

누군가 마리곁에 있어주기를 바랬다.

나중에 큐가 다 지친 모습으로 마리의 옆집으로 돌아왔을 땐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아까낮에 읽었던 부분중에는 도모유키라는 남자가 마리에게 청혼을 하게 되는데 마리가 그사람을, 또 그사람이 마리를 얼마나 사랑

하는지 알고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외로운 마리 드디어 외롭지 않겠구나 하는 맘에서였는지 나 기뻐서 눈물이 났다.

인생의 덧없음, 세월의 속도, 죽음...

최선을 다하여 사랑하고 다시 상처받아도 일어나고 도전하고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마리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이다. (나는 여자이지만..내가 되고싶은 여자??)

상처받기를 두려워하고 도전하기보다 먼저 실패를 두려워하는 나로서는 이런 마리가 너무 멋졌다.

한마디로 쿨하다.

그녀도 세월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지 나이가 들어가니 외로워하고 그 외로움이 그대로 내게 전해졌다.

마리로 인해 하루가 푸욱 가라앉았던 날이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어린시절의 마리나 중년의 마리나 마리도 나도 변하지 않는다. 큐도..

무책임하게 떠나갔던 엄마가 정말 기요스럽게 돌아왔지만 마리가 흔들림없이 잘 지내주어 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내 일도 아니면서 얼마나 빠져있었는지 ...

큐의 이야기도 기대된다. 

기대라기 보다는 마리이야기에서 비워졌던 부분을 큐이야기에서 채울 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