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의 작가 존 로널드 돌킨보다 먼저 인정받은 영웅 판타지 소설의 창시자 로버트 어빈 하워드

요즘 읽는 판타지 소설의 작가소개에는 기준이 돌킨인가 보다. 하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작가이니 돌킨과의 비교라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혹할 수 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솔로몬 케인>의 로버트 E. 하워드 처럼 왕성한 집필활동 중 서른 살의 나이에 권총자살로 스스로의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움이 있다면 영웅 판타지 소설에서의 작가의 영향력이 더욱 궁금해질 수 밖에 없겠다.

등장하는 여러 악의 캐릭터 - 뱀파이어나 뼈나 해골 나무에 스며있는 악령, 고릴라, 박쥐같은 괴물, 식인종, -가 지금까지도 판타지 소설의 주요 소재로 쓰여지고 있으며 이 외의 그가 쓴 다양한 분야 - 판타지 , 호러, 웨스턴, 탐정소설, 복싱, 역사- 의 인물들이 재생산되어 유명아이콘으로 자립잡았다 하니 참 대단한 작가가 아닐수 없다.

 

얼마나 흥미를 끄는 캐릭터였으면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을까 싶게 <솔로몬 케인>은 정의의 검객이며 방랑자이고 어두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물이다. 그를 지켜주는 무기인 허리에 찬 총과  등에 있는 레이피어, 손에 있는 피묻은 칼, 그리고 무표정하게 응시하는 긴 머리의 인물이 표지에 있으니 과묵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든든하게 지켜줄 듯한 모습에 영화속에서는 어떻게 그려졌을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소설과 영화가 동시에 나오면 둘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한데 이번에는 책을 먼저 읽게 되어 솔로몬 케인이란 인물을 글로 우선 만나게 된다. 영화 예고편을 보았을 때는 긴 장편의 소설이 원작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발행된 책을 보니 7편의 단편과 두편의 미완성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시나 영웅 판타지 소설답게 영국 청교도인 솔로몬 케인의 앞에는 잔인하고 호러스러운 악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인류기원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아프리카와 밀림 그리고 원시 도시를 배경으로 눈에 보여 공포스러운 존재와 주술 지팡이가 지켜주는 마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악령들과의 대결을 펼치기도 하면서 전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약속은 꼭 지킨다란 신념으로 유혈이 낭자하는 전투에서 상처를 입기도 하고 소녀를 구하기 위해 위험에 처하기도 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지만 낯선 곳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해결하는 카리스마는 역시 하는 감탄을 끌어낸다. 이런 멋진 모습도 있지만 때론 외로움이 물씬 묻어나기도 하여 강렬하고 날카로운 영웅의 뒤편에 감추어진 쓸쓸함도 느낄 수 있다.

 

아주 긴장감이 있거나 숨을 멈출 정도의 극악함이 있는 문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으스스한 분위기가 몸을 감싸며 한 편 한 편 끝날 때마다 서운함이라고나 할까 조그만 더 무엇이 있을거야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 하는 단편들이었던 거 같다. 만약 저자가 지금 살아있다면 살을 더 붙여 대작이나 연작이 나오지 않았을가 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어떤 동기로 행동하는지 분석해 보려고 한적도 없고 한번 마음먹은 후에는 흔들린 적도 없는 사람, 언제나 충동적이나 그 자신의 행동이 냉정하고 논리적인 명분에 따라 행해진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진 사람, 열광자의 어두운 운명을 타고난 협객이며, 한곳에 머물지 않고 바람처럼 떠돌면서도 선과 정의라는 이상에 스스로 어긋남이 없다는 한가지 점에서는 늘 일관적인 사람 <p119에서 발췌> 

 

저자는 해골의 달 편에 솔로몬 케인을 직접적으로 이렇게 묘사한다. 이런 남자 요즘 흔히 나쁜 남자지만 매력이 철철 흐르는 그런 사람 아닌가. 어둠에 있는 사악함과 광기의 세상과 싸워야 했던 고독한 캐릭터지만 왠지 보듬어 주고 싶은 이 남자, 솔로몬 케인을 만나러 영화관으로 가 봐야 겠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러때면 마구 웃을 수 있는 코메디 영화를 선택하거나 실컷 울어버릴 수 있는 멜로 감성영화 또는 잔인함이 있는 추리 스릴러 책을 읽는 것이 딱이다. 머리 속을 텅비게 만들어 하나에만 몰입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선택한 것이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잠을 잘 자게 한 후 다음 날을 맞이할 수 있게 한다. 물론 내 경우의 이야기이지만..

 

봄이라 나른했던 걸까. 생활에 활력이 자꾸만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꾸만 움츠러들고 있던 때였다. 한 권의 묵직한 책을 잡기까지 말이지. 종교적이거나 지극히 추리적인 머리가 있지는 않지만 아담과 이브가 에덴에서 쫓겨난 진짜 이유는? 이란 한 줄의 글이 눈에 들어왔고 오호 이거봐라 이것도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겠군 이란 생각이 들어 아무 부담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 해결책이 되어버렸다. 영국 작가 톰 녹스의 <창세기 비밀>은 터키에서 발굴된 고대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에 대한 팩션이다.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은 실제 존재했던 것일까? 종교와 과학이 부딪치는 가장 근원적인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창조냐 진화냐하는 부분임을 알고 있기에  1만 년의 비밀에 쌓여 세상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하고 있는 에덴동산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종교에 굉장한 힘을 실어 주지 않을까 싶었다.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이 이브가 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선악과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그게 아니구.. 라고 말하고 있기에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역시나 스릴러 분야의 팩션이 그렇듯 살인을 위한 잔인한 고문과 의문의 표식이 소설의 시작을 알린다. 머리카락을 밀리고 혀를 잘렸으며 가슴에 다윗의 별을 새긴채 죽음을기다리고 있던 영국 벤자민 프랭클린 박물관의 관리인이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쇄살인에 경시청의 포레스트 반장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쿠르드 지역에서는 괴베클리 테페의 유적발굴이 한창이다. 기자 로브 러트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지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그곳에 가는데 발굴 책임자였던 브라이트너 박사의 죽음과 함께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괴베클리 테페가 진짜 에덴동산이었다면 왜, 누가, 이 신성한 유적지를 땅속에 매장시켜 버린 것일까? 도대체 무슨 비밀이 숨어 있기에 쿠르드 사람들은 발굴에 호의적이지 못한 것이며 런던에서 일어나는 끔찍하다 못해 속을 메스껍게 할 정도의 잔인한 고문과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누구냐 말이다. 연결될 거 같지 않았던 영국과 터키의 상황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더니 어느 순간 한 점을 향해 가고 있다. 

 

정말 조사를 많이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에 등장하는 방대한 고고학적 지식들이 카톨릭, 중동지방의 고대종교들, 인신공희, 거인족, 거기에 호모사피엔스같은 고대 인간의 조상들까지 하나하나 잘 연결된 고리를 통해 한 순간도 눈을 뗄수 없는 박진감을 끌어내고 있다. 팩션이 물론 사실의 바탕위에 저자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요즘 일어나는 잔악무도한 범죄들을 보면 인간에게 물려진 폭력적이고 잔인하다는 DNA가 진짜로 존재하는 걸까 하는 마음에 두근두근 겁이 나기도 한다. 23개국 판권 수출을 이끌어내었다니 괜한 이유는 아니겠구나 싶게 탄탄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범인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하며 인류의 비밀을 추적해 가던 로브, 그리고 남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검은 책을 손에 넣기 위해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짓을 서슴치 않고 행하는 범인,  꼼꼼히 범인의 뒤를 파헤쳐 가는 형사 포레스트 이 세사람이 만나게 되는 순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멋진 책이다. 

 

느리게 행복하게 걷고 싶은 길

 

넉넉한 느낌이 나는 한 줄이다. 기억에서도 아스라이 남아 있는 제주 여행 .. 그때는 고즈넉한 발걸음으로 제주란 섬을 들여다 보지 못했던 거 같다. 여행도 마치 전쟁인것 처럼 짧은 체류시간동안 많은 것을 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차 한대를 렌트해서 부지런히 유명하다는 장소와 산수좋다는 곳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모든 것을 눈에 담고자 했고 마치 다시는 못 올 곳인양 부지런을 떨었던 추억이 있다. 한창 혈기 왕성했던 시절이어서 그랬던 거 같지는 않다. 다만 그만큼 내 삶에 여유가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올렛길이 인기다.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면 한시간 여 만에 닿을 수 있는 곳이기에 주말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올레길을 찾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걷는 것이 하나의 트랜드처럼 인기를 끌게 되어서 그랬을까 힘겨움이 있거나 삶에 지치고 쫓길때면 자신을 들여다 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걷기를 추천하거나 실행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무거웠던 마음이 따뜻한 햇살과 파란 하늘 초록빛 자연과 하나가 되면서 자신을 정화해 나갈 수 있다는 걷기.. 생각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그 길을 걷고 싶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페루의 잉카 트레일,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일, 히말라야 트레일,캐나다의 웨스트코스트 트레일, 미국 서부의 존 뮤어 트레일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걷기 길이 있다. . 20-30일 정도의 시간을 포터와 함께 또는 스스로 자신의 짐을 배낭에 메고 끊임없이 걸어가는 것이 쉬운일은 아닐텐데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때론 험하기도 하지만 그 아름답고 자연과 가장 가까울 수 있는 걷는 길을 찾아 온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길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이 있었는데 이젠 제주올레 트레일로 서운함을 날려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제주올레>의 저자 이해선은  시흥~광치기, 우도, 광치기~온평, 온형~표선, 표선~남원, 남원~쇠소까, 쇠소깍~외돌개, 외돌개~월평, 월드컵경기장~고근산~외돌개,  월평포구~대평포구, 대평~화순, 화순~하모, 모슬포~무릉, 무릉~한경, 용수포구~저지오름, 저지오름~한림항까지 16개의 올레길을 소개한다. 그냥 코스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만난 제주의 사람들, 순박한 인심, 그리고 표현하기 힘든 자연의 그 위대함을 조근조근 이야기 하고 있다. 그녀와 함께 올레길을 걷다보면 나도 그곳에 있는 것 같이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던 소리가 멈추고 마음에 햇살이 포근이 내려앉는다. 내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자연의 선물에 저절로 마음이 편해지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머리를 날리기도 하면서 불안하고 상처받고 그만 놓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던 세상살이의 짐을 덜어내게 된다.

 

안녕하세요.^^ 길을 걸으며 인사하는 사람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있다. 그저 끊없이 펼쳐진 길을 걸어가는 듯 하지만 그 안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것,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그들과 마음을 나누게 되는 것, 내가 태어남을 감사하게 여기게 만드는 것, 걷는 것이란 그런 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마음에 바람이 분다. 그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세상을 만나러 가고픈 생각이다. 봄도 되었는데 올레길을 걸으러 제주도로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