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똑똑한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남들이 말하는 고등교육을 받았고 스스로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물론 모든 분야에서 그런것은 아니지만^^)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나름 살아남기 위한 방법과 해결책으로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결정을 해야 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어느 정도는 나를 신뢰하고 있기에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않기 위해 심사숙고를 좀 심하게 하는 편인거 같다.

그런 나라도 모든 결정이 다 옳을 수 없고 긍정적인 면만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아직 그릇이 그만큼 되지 않아서겠지만 현명한 판단을 하려 해도 때론 어긋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분명 제대로 된 결정을 했다 생각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실수였음을 알아차리고 아차하는 때가 있으니 그 순간만큼은 머리속에 베일이 가리워지고 두 눈을 감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싶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보통사람들 뿐만 아니라 흔히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내린 결정이 늘 최고였음이 아니고 어쩔 땐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사는 동안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은 늘상 생기고 가지않은 길이 좋아보이고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한가지를 선택하고 나면 꼭 뒤돌아 볼만한 이유가 등장한다. 너무나 빠르게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이어서 그런지 충분한 생각를 하고 주변상황을 다 고려했으며 많은 정보를 보았음에도 실수가 생기기도 하고 그렇지 못해서 실수가 생기기도 하다.

이렇듯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하는 비정상적인 행동의 원인이 무엇일까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에서는 똑똑한 사람도 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우리의 생활에서 찾아내고 그 해결방법을 보여준다. 행동경제학의 대가인 마이클 모부신의 책으로 심리학이라면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조금 쉽게 다가온 책이다.

 

하긴 궁금하긴 했다. 타이거우즈나 클린턴 전 미대통령은 그 많은 부와 명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의 감정하나를 다스리지 못해 스캔들을 터트리고 정치의 선봉장에 있다 할 만한 사람들이 무당이나 점집을 찾아다니며 대선이나 정치생명의 기운을 물어보고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연구와 실험을 거듭한 끝에 발사되었을 콜롬비아 우주선의 폭팔의 문제집이 무엇이었을지 말이다. 우리가 똑똑하다고 말하는 것이 IQ라면 그들만큼 대단한 사람들도 없을진데 그럼 의사와 행동을 결정하는 머리와는 관계가 없나 싶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아주 유용하다. 평균이상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발생하는 오류들을 잡아주고 직관이나 자신의 경험에 의해 상황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피하고 어떤 상황이건 우리가 좀더 똑똑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객관적 시각, 선택의 폭 열어두기, 전문가보다 우수한 대중, 긍정적 의사결정의 적, 전체는 그 부분보다 영리하다, 상황과 맥락 바로보기, 보이지 않는 취약성, 실력과 운의 구별로 꼭지를 나누어 이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다. 

 

자 이제 저자의 말대로 두번생각하기를 통해 실수를 줄여가자. 나름 심사숙고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어쩜 우리는 너무나도 우리자신을 신뢰하고 믿기에 틀렸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이익이 되지 못하는 고집을 피울수도 있을 듯 하다. 매일 결정을 해야 하는 기업의 CEO나 투자가가 아니더라도 보통사람들에게도 물건을 사는데 충동적이거나 비합리적 소비패턴을 고칠 수 있을 듯 하다. 그래도 한번으로는 다 이해하지 못하니 두어번 읽어보았음 하는 책이다. 

 

원래 사상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이즘이나 장자, 맹자, 공자의 글이나 서양의 철학가들의 글은 일부러라도 잘 접하지 않으려 했던 거 같다. 읽어봐야 이해도 안되고 어렵기만 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거지.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편식의 정도가 심해 후후룩 국수먹듯 한순간에 읽어 버리는 행복감을 주는 소설류나 가벼운 산문, 여행집이 딱 내 스타일이라 생각했고 또 그런 책읽기에 빠져있었던 거 같다. 그래도 대단한 시련을 겪어봤다고도 세상을 오래 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할 수 없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힘겨움이 없츨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고 거기에 나이도 먹고 세상살이가 어렵다는 것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되다 보니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이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해서 그럴까.. 이럴 땐 이렇게 저럴땐 저렇게 하는 등의 지혜로운 말과 딱딱할거라 밀어놓았던 철학적 이야기들에서 삶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기도 하고 오지랖 넓게도 아는 척도 하게 되는 거 같다. 따로 찾아서 접하려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듯 기회가 생기면 안 놓치고 한 두권 옛 성인들의 글에서 내 일상을 이겨내는 힘을 키우려 하게 되었다.

 

이번엔 노자다. '중국에서 존재하는 광활한 문자의 숲, 책의 바다 속에서 외국에 널리 소개되고 번역되어 읽히는 한권의 책이 바로 2천여 년 전에 쓰인 <도덕경>(p6) 이며 뉴욕타임즈에서 고금 10대 작가의 첫머리에 올릴만큼 칭송을 받고 있고 있는 인물이다. 2500년 전에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5천자안에 삶의 이치와 원리를 담고 현대인들이 가져야 할 마인드와 지적교양까지 망라하는 내용을 담아 내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노자강의>는 중국 최고의 석학이며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야오이밍 교수의 명강의를 통해 난해하고 추상적인 노자의 글을 좀더 생활속으로 끌어 내어 일반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백가강단>의 강좌를 모아 묶은 것이다. 현대인에게 존재하는 문제점인 음식, 성공, 현대 여성의 미, 연애와 결혼, 가정, 이혼들의 생활사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모든 처세의 고민거리들까지 명쾌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니 참 마음에 닿는 글들이 많다. 생명경시 풍조가 너무나도 심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해진 근래에 이들이 노자의 글을 먼저 읽어 보았다면 어땠을까? 내게 큰 걱정거리가 있는 까닭은 내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몸이 없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13장) (본문p74) 에서 말하듯 희노애락이 언제나 순서없이 찾아오는 인생에서 자신의 심리를 조절하고 생명을 사랑하고 소중히 하고 보호하는 지혜가 담긴 글로 자신의 마음을 건강하게 했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들까지 힘겹게 하는 선택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워진다.

 

심함을 버리고去甚 사치스럼움을 버리고 去奢 지나침을 버린다去泰 ( 29장) (본문p 126) 는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콕 밖힌 글이다. 저자는 이 글을 현대여성의 미에서 논하고 있지만 지나침은 세상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미의 지나침은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라는 병폐를 낳았고 성공의 열망에 대한 지나침은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너그러움과 배려라는 인간의 기본적 인성을 이기심으로 바꾸어 놓았다. 노자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道를 말한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人法地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地法天, 하늘은 도를 본받고 天 法道,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道法自然(25장) (본문p127)가끔 길을 다니다 보면 "인상이 참 좋아 보입니다. 덕이 많으시겠어요" 라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모두 도를 아십니까? 로 귀결되어 참 않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도道가 노자의 글속에서 새로움으로 느껴진다.

 

노자의 가르침은 이 뿐이 아니다. 타인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 知人者智 자신을 아는 사람은 명철하다 自知者明 (33장) (본문 p149) 이 또한 저자는 현대의 연애와 결혼에서 언급하지만 이 어찌 혼인에서만 필요한 일이겠는가. 인간은 무리속에서 생활해야 함이 분명하고 각양각색의 사람과의 부딛침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있는데 남을 알고 나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처세술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그랬을까 저자는 이 이야기를 10강에 다시 한번 끌어냄으로서 그 중요성을 알리고 기자와 동곽수의 이야기(p229-231)를 들어 역사와 현실을 인간관계를 총결하고 있으며 지금도 적용되는 현자로서의 노자의 말을 전한다.

 

또 하나의 인간관계에서의 배움은 '처하'였다. 사람을 잘 쓰는 이는 (먼저) 상대에서 낯춘다.善用人者爲之下 (68장) (본문 p258)왠지 나를 낮추면 손해보는 듯하고 현대에서는 뻔뻔함과 자신을 높이는 것이 최고의 처세술인것처럼 굳어지고 있기에 노자의 이말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극단적인 총명과 이기심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둘러쌓여있었지만 탁월한  리더쉽을 발휘했던 링컨이나 어린소녀에게 처하의 모습을 보인 아인슈타인의 일화를 보며 많은 수양과 수련을 거쳐 몸에 배게 한 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게 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노자를 철학적인 면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인 듯 하다. 철학가로서 노자를 말하고자 했다면 아마 이제껏 가졌던 철학은 심오하고 어렵다는 편견들에 가리워 노자의 지혜를 배우고 감동받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노자의 글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책을 읽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풍부한 예를 들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명인사들의 삶의 주춧돌이 되었던 진리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노자와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노자사상에도, 이를 전하는 저자의 쉽고도 명확한 풀이에 두번 감탄하게 된다. 웬만한 자기계발서보다도 훨씬 멋진 책이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성공으로 이끌수 있다는 노자의 <도덕경>에 사람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매료된 이유를 알수 있겠다. 

 

내 꿈은 여행을 하는 것이다. 세계를 보고 싶고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고 그들의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은 것 그것이 꿈이다. 삶에 쫓긴다는 이유로 지금의 자리를 보존해야 한다는 생활고로 인해 욕심만큼 여행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3-4년 마다 한번씩 발품을 팔아 다녀오는 낯선 나라와 도시들은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그토록 사진에 찍히기를 싫어하는 나지만 그 황홀한 풍경들을 평온한 시가지를 수수한 사람들과 있었음을 남기고 싶어 열심히 사진을 찍어 놓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빛바랜 사진속에서 추억을 끌어 내어 안게 되는 기쁨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물론 이 책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는 여행기는 아니다. 하지만 '세계의 도시를 가다'라는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고 6개국 12개 도시를 탐방했다는 부럼움과 휘리릭 넘겨만 보아도 눈에 띄는 멋진 사진들 덕분이었다. 쩝.. 어쩌면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들만 콕 찝어 놓았는지 얄미울 정도다. 저자들이 직접 미국 독일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일본 등을 취재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신문에 연재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던 던 기사들을 모아 묶었다. 아직도 머리속에 계획만 그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가깝지만 멀어서 못가본 나라 일본, 건축학을 전공하고 있는 친구의 '한번 놀러와 놀라운 건물들이 많아' 란 얘기를 들었던 독일의 뒤스부르크, 에센, 베를린 게다 언젠가는 박물관 순례로 유럽을 돌리라 결심하게 만들었던 런던과 파리까지 환상속으로 그려내고 있었던 도시들의 디자인 공학을 함께 할 수 있게 했다. 여행을 하면서도 멋지다 정도로 지나쳤었던 콘크리트와 철제의 도시 건축물들을 새롭게 볼 수 있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잇속에 맞추어서 평수가 나오는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건축물이라 생각했었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가다 서울을 보면 아무런 미학도 없고 삐쭉삐쭉 들쑥날쑥하게 쏟아 있는 빌딩숲을 스치거나 온통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아파트촌을 지나쳐야 하는 것처럼 선진국화 되어 있는 도시들은 그렇고 개발이 덜 이루어진 곳은 들과 산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다라고 말이다. 물론 요즘은 서울도 디자인 거리로 탈바꿈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지켜야 할 것들을 개발이라는 이름과 과시욕으로 인해 마구 파헤쳐 획일화 시켜버리는 것이 다반사였기에 그닥 기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도심계획이란 것이 보여지기 위해 예쁘고 멋있게 만드는 것 뿐만이 아니라 공간을 재 구성하고 주민들에게 만남과 휴식의 장소를 선물하기도 하며 역사를 담아 후세들에게 교육의 장을 제공하는 등 역활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철거 위기에 놓인 공장과 건물들을 환경공원으로 탈바꿈시켜줌으로서 낡은 것을 버리지 않고 디자인이란 옷을 입혀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추억을 보존시킨 것이다. 또한 옛것을 소중히 여기고 문화와 역사를 거리와 건축물안에 함축시켜 관광자원으로도 개발하고 주민들의 자긍심도 높여주는 계기를 만련하기도 한다. 역사가 스며있지만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기 어려웠던  철거하기 직전의 화물수송철로에  꽃을 심고 벤치를 만드는 등의 문화공원으로의 변신은 시민들의 동참과 기업의 사회적 공헌덕분이었다. 이처럼 저자들이 찾았던 도시들은 모두 특색있고 활기차며 과거와 현실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디자인 도시의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물건 하나를 살때도 품질이 아무리 좋다 한들 디자인이 이뻐야 손이 가듯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보는 것만으로 만족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온통 회색으로만 둘러쌓여도 불만없이 생활하던 공간들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도심속에서도 알록달록 색을 입히고 감탄이 튀어나오는 설계로 디자인 된 건물들이 주목받고 나무와 꽃을 보며 차 한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쉼터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내내 한번 꼭 가보고 싶다를 연발하던 도시들을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부러움 가득 담은 채 읽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