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눈물이 많다. 영화를 보면서도 드라마를 보면서도 때론 소설책을 읽으면서도 눈물을 흘린다.

우는 것이 창피하다거나 난 왜 그럴까 하는 마음이 든 적은 없다. 그만큼 난 감성이 풍부하다는 얘기고 아직 내 마음은 메마르지 않았다는 증거이며 세상에는 감동받을 일도, 슬퍼할 일도, 너무나 기뻐서 눈물을 흘릴 일도 많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슬픔으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렸다. 소설로 접하기 전에 먼저 드라마로 몇 년쯤 전에 보았던 거 같아 검색을 해 보니 1996년도에 방영이 되었단다. 나문희가 어머니로서 열연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다. 그래 생각난다. 엄마와 둘이 앉아 티비로 보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지 서로 눈이 퉁퉁부은 눈을 쳐다보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낯설지 않았나 보다.

 

엄마.. 단어 하나를 입밖으로 되내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름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이르는 단어이며 수천번 수만번 말해도 하나도 바래어 없어지지 않을 엄마를 부르고 있다. 주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면서도 아파하거나 속상해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줄것이 없는지 고민하고 찾는 엄마를 보는 것은 어렵지 없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점점 이기적이 되어가는 현대에서 자신만을 아는 자식들에게 퍼도퍼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을 주시는 분이다. 내가족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여린 한몸 희생하는 것 정도야 희생으로 여기지도 않는 그분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고스란히 소설로 옮겨 놓았다.

 

호된 시집살이도 모자라 이젠 치매에 걸려 엄마만을 찾는 시어머니, 의료사고로 병원을 날리고 나이들어서까지 남의 병원 페이닥터를 하는 그러면서도 집안일에는 도통 관심도 없고 아내에게는 애정표현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남편, 유부남과의 위험한 사랑을 하면서 회사일에만 몰두하는 딸, 의대 입시를 치르고 정처없이 방황하는 아들 이들이 엄마가 따뜻하게 보듬고 안아야 하는 그리고 지켜야 하는 가족이다. 늘 한결같을 줄 알았던 엄마에게 자궁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이 나오고 엄마를 잃게 될 그래서 이제 기댈 곳 없는 가족들은 모두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저 운다. 시어머니 목을 조르며 나 없으면 어찌 살 거냐고 같이 떠나자고 절규하는 엄마의 모습에 울고, 모든 것을 맡겨놓고 가정을 아내를 돌아보지 못했던 남편의 어깨떨림에 울고, 철없이 나만을 생각하며 내 생각만 하며 늘 응성만 부렸던 자신이 한심스러 울고 있는 딸과 아들의 마음이 나같아 운다. 가족들도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지만 가장 서럽고 답답하고 슬픈 사람은 엄마 자신일거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삶을 정리해 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또 울수 밖에 없다.

 

이젠 울 엄마도 연세를 드셨다. 조금만 움직이셔도 아프다고 하시고 병원을 친구집처럼 드나드신다. 그런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는 게 나다. 자식은 나이를 먹어도 물가에 내 놓은 어린아이 같다고 밥은 챙겨 먹었는지 비가 온다는데 우산은 들고 나갔는지 하나하나 신경을 쓰시는 그 모습에 감사할지 모르고 늘 투정만 부리는 나를 생각하니 화가 난다. 왜 난 엄마가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으시라고 생각하는 우둔함을 가지고 있는 건지 한심스러워진다.

 

엄마는 떠났다. 자신을 바라봐 주는 남편의 품에서. 그런 엄마를 보며 또 운다. 그저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는 일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엄마 엄마를 부르며 사랑해를 말하며 말이다. 나는 이제 내 옆에서 다리가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엄마의 다리를 조용히 주물러 드리며 오늘 내가 받은 이 느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 겠다는 마음을 다잡는다. 소설속의 엄마는 떠났지만 아직 울 엄마는 내 곁에 계시니까 말이다. 

작가	:	김탁환 , 정재승 저
출간사	:	민음사
초판발행일	:	2010년 05월 10일
패키지	:	128 / 412쪽
ISBN-13	:	9788937483219
정가	:	15,000 원

김탁환과 정재승이 ‘통’했다! 정조 시대, 지식인 군상을 실감 나게 묘사한 ｢백탑파 시리즈｣와 임진왜란의 진정한 주인공 이순신의 존재 그 자체를 그려 낸 ’불멸의 이순신’ 등으로 시간 속에 소설의 날개를 펼쳐 온 소설가 김탁환과, ’과학 콘서트’로 한국인의 과학 눈높이를 업그레이드시키고, 21세기 과학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신경 물리학자 정재승이 소설을 ‘함께’ 썼다. 문학과 과학의 통섭 ∙ 융합을 향한 제일보라 할 수 있는 ’눈먼 시계공’(전2권)은 소설가와 과학자의 몽상과 지식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2049년이라는 30년 후의 서울을, 시대를, 그리고 인간을 생생하게 직조해 낸다. 소설가와 과학자의 우정의 산물인 이 작품은 한국 SF 문학사상 처음으로 중앙 일간지에 일일 연재되어 SF 팬은 물론이고 수많은 독자들과 지식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역사 소설가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의 뚝심과 재기발랄한 과학자가 치밀한 과학적 설정은 사이버네틱스(인공 생체 기술)와 로봇 공학, 그리고 최첨단 정보 기술로 뒤덮여 21세기 초반의 모습은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서울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범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죽은 자의 뇌에서 단기 기억을 추출해 내 영상으로 재현해 내는 장치인 스티머스, 이 스티머스를 이용해 범죄의 실마리를 찾는 서울 특별시 보안청 특수 수사대, 지상 최강의 로봇을 가리는 로봇 격투기 대회 ‘배틀원’, 이 배틀원을 둘러싼 자본가들과 과학자들의 경쟁심과 성취욕, 몸에서부터 자연까지 모두 기계화되어 오히려, 인공 환경이 더 자연스러운 유비쿼터스 도시 시스템. 이 모든 것을 배경으로 소설가와 과학자는 고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한국 소설은 이제 새로운 상상력의 광맥을 만났다. 미래 소설의 미래가 이 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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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모집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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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을 선정하여 김탁환, 정재승 선생님의 과학과 문학의 통섭 눈먼 시계공 1,2권 세트를 드립니다.

모집 기간 : 5월 18일~ 5월 29일
당첨자 발표 : 5월 30일

* 당첨된 분들은 인터파크에 리뷰를 올려주세요.
(리뷰 작성 기간 : 6월 14일까지)

이 밑에 김탁환, 정재승님 강연회에도 많은 참여 바랍니다.

벌써 6회로구나..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 문학상 수상작을 읽는다.

이 상의 수상작은 항상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미실, 아내가 결혼했다, 슬롯, 스타일, 내심장을 쏴라 등 수상작들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감각있는 소재와 문체가 지루함을 벗어버리게 하고 심사위원들을 맡았던 중견작가들의 평과 내 느낌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좋았다. 그래서 6회밖에 안된 문학상이기는 하지만 늘 기대되고 궁금한 거 같다.

 

pc통신 추리소설 동호회에서 추리소설을 습작해 올리던 나는 그래도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군대를 제대하고 어느날 취직을 걱정하며 토익에나 매달리던 내게 다시 글을 쓸 기회가 찾아온다. 동호회시절의 나를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거액의 수표를 내밀며 누가봐도 완벽한 자살로 위장된 죽음을 스토리로 구성해 달라고 한다. 인물, 상황, 환경까지 모든 것이 갖춰진 데이타를 받아 실력을 발휘 한 편의 멋진 소설을 만들어 내는 것 정도야 내게 식은 죽 먹기다. 경찰도 검찰도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고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어느 날 내가 쓴 스토리가 진짜가 되어 누군가의 죽음에 개입이 된 것을 알게 된다. 내가 가지게 된 럭셔리한 새로운 삶은 그 댓가인 것이다.

 

이제는 나와 가까웠던 사람 현경을 죽여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내 시나리오대로 죽지 않는다. 그리고 발견된 그녀의 유서를 보며 나는 깊은 혼란에 빠진다. 진짜로 그녀는 나를 사랑했으며 나를 이해하려 했다. 회사가 나를 철저히 이용하기 위해 내 심리를 파악 성형수술까지도 서슴치 않았던 내 주변에 있던 여자들과는 달랐다는 생각이 들고 내게 세상을 위해 해 왔던 구조조정의 대상에 나 자신도 포함될 수 있다는 회의가 오는 순간 나는 콩고에 있는 고릴라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하지만 아직 내가 받을 충격은 끝이 아니었다.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누군가가 자신의 필요에 의해 타인의 죽음을 의뢰하는 회사가 버젓이 존재하는 세상이라면 무섭다. 아무리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고 구성원들이 하나의 소모품처럼 취급되어지는 직장에서 목숨을 연명하며 살기 위해 바둥거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 목숨마저도 내 것이 아닌 조직이나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끔찍한가 말이다. 주인공은 의뢰받은 킬링 시나리오를 키보드를 두드려 작성하고 회사는 티안나게 우연을 가장하여 암살에 성공하는 시나리오를 충실히 이행해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살인을 행한다. 그는 암살당하는자들의 죽음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그것도 안되면 메마르고 온기라고는 없는 존재이며 진짜로 실재하는지 알 수 없는 회사에게 책임을 미루고 죄책감을 던지고 있다. 혹여 나도 그렇지 않은가. 내 행복을 위한 남을 밞고 올라서는 일을 하거나 주위 누군가의 힘겨움과 쓰러짐에 애써 눈을 돌리기 위해 나 자신에게 적당한 이유를 붙여주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미드 범죄 스릴러 <CSI> 를 연상시킬 정도로 잘 읽히고 재미있었다는 심사단의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다. 가상시나리오를 이용한 암살로 완전범죄를 행하는 스토리는 흥미로우며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가는 주인공의 말투에서는 담담함과 건조함이 느껴지지만 진정한 구조는 결코 조정되지 않으며 사라지는 건 늘 그 구조의 구성원뿐이라는 본문의 글처럼 자신의 직업에 때론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들키기도 한다.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꾸만 안주를 하려고 한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도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 조금의 변화속에 다칠 내가 두려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항할 수 없음이 현대인이다. 어느 버라이어티프로그램에서 외치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이 웃기면서도 서글퍼지는지는 것은 이 패배주의자적인 사고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치 주인공처럼..

 

하지만 그보다 더 주의해서 들어야 했던 그의 말은 그가 마지막 했던 말이다. 결국 모든 걸 받아들이거나 체념할 거라는 말. 받아들이거나 체념하거나....... 과연 이 두단어의 거리는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p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