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인의 소설집 무녀리에는 현란한 수식어나 내용의 화려함이 보이지 않는다.  휘황찬란한 도시의 느낌과는 다른 서민스러운 맛깔남이 있다고 해야 할까? 그것이 그녀의 소설집으로 빠져들게 한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옥탑방」「천사약국」「무녀리」「삶의 무늬」「오봉아재네 집」「유정리 세 동무」등 6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 소설집속에는  가깝지만 어느새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린 듯한 어버이 세대의 가난해서 평범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어쩜 무지하고 너무나 평범해서 가슴에 와 닿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평범한 인생이 공장에서 한쪽 팔을 잃고 성한 손 마저도 화공약품에 지져버린 남자와 그 아내.  반지하에서 옥탑방으로 이사오면서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며 행복을 느끼지만 아래층 음식점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형용할 수 없는 역겨움을 가져온다. 그마저도 아내의 유산으로 힘겨워하고... 그 쓸쓸함속에서 나오는 한마디.."괜찮다. 아기는 오늘밤에라도 또 가지면 되니까. 천사같은 내 아내야 울지마라"「옥탑방」

2008년을 사는 우리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고 산다.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도 많이 줄었고 성공해야 한다는 또는 지금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듯 하다. 그런 우리와 너무나도 다르지만 너무나도 비슷한 사회의 화려한 이면에 있는 불구자 노인들 창녀들 이야기 이다. 아프고 소외되고 손가락질 받고 사는 사람들에게도 인생은 있기에 매일을 살아가는 삶은 전쟁이지만 또한 지루하고 지리한 일상일 뿐이다. 그 속에도 사람들의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있고 다툼이 있으며 더 끈끈한 정이 느껴진다. 그들에게는 생활의 병이 있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우리에게는 마음의 병이 있다.

천사약국을 중심으로 텍사스촌의 철거와 개발에 따른 이기적이지만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천사약국> 남편을 피해 도망온 여자와 창녀촌의 여자들 밑바닥 인생살이 속에서 느껴지는 끈적한 서로에 대한 위로 <삶의 무늬> 처음 태어난 것이 죄도 아닌데 동생들을 건사해야 했던 큰언니 <무녀리>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결국 마지막 페이지에서 콧끝이 시큰했던 <오봉아채네 집> 구수한 사투리가 익숙치 않았지만 이것이 우리의 고향이라는 생각을 들게한 <유정리 세동무> 까지 아웃사이더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미소로 마무리짓게 하는 소설집이다.

ㅡ무녀리... 언행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못난 사람. 짐승의 한 태(胎)에서 나온 여러 마리의 새끼 중에 맨 먼저 나온 놈을 무녀리라고 한다(네이버 국어사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