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조카 둘이 있다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관심사에 나도 눈길이 머물게 된다. 큰 녀석과 작은 녀석이 나이차가 좀 나는데 작은 조카녀석은 주로 형이 쓰는 장난감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자꾸만 뺏어 놀려고 하는 고집을 부린다. 아무래도 형 것이 더 좋아보이나 보다. 그렇지만 이 녀석에게도 나름의 영역이 있으니 바로 공룡이다. 초등학생인 큰 조카는 이제 공룡은 접은 듯 하나 이제 다섯살이 된 작은 조카에게 공룡은 발음도 잘 안되던 세살시절부터 책과 모형물과 만화를 통해 열혈 팬이였던 듯 하다.

 

대형 화보가 200종이나 있다는 말에 서슴없이 선택했다. 바로 삼성출판사의 <공룡박사>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게 온통 공룡화보 뿐이다. 이렇게 공룡의 종류가 많았나 싶게 넘겨도 끝없이 공룡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책을 펼치고 머리를 모으고 누워 조카와 둘이 이건 ... 이건...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재미가 너무 좋다. 나는 구별도 안되는 공룡들인데 어쩌면 그렇게 이름도 잘 외우고 있는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녀석 대신 나는 얼른 이름과 살던 시기등의 설명을 컨닝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아는척을 해야지 원 이모 체면이 서질 않는다.

 

그저 화보속으로만 빠져드는 작은 녀석에겐 공룡이란, 공룡의 종류, 공룡이 살던 시대,육식공룡의 사냥법, 초식공룡의 방어법등의 페이지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나 보다. 그런데 이젠 큰 조카의 차례다.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들은 신이나서 공룡 하나하나를 보며 동생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하고 아 공룡의 이름에도 뜻이 있구나, 이건 내가 모르는 공룡인데 하며 은근 재미있는 눈치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룡학자이융남 박사가 추천한 책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전문가의 감수를 거친만큼 최신에 이름이 빠뀐 공룡이라든지 최근에 화석이 발견된 공룡등에 대한 정보와 같은 좀더 알차고 정확하며 흥미로운 내용들이 아이들에게 재미뿐만 아니라  200여종이나 되는 공룡과 중생대 파충류를 엄선 비슷비슷한 공룡을 특징과 살던 시기 살던 곳까지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으니 살아있는 과학교육의 장을 열어 주는 듯 하다.

 

한동안은 이 책을 끼고 살것이 분명하다. 책을 들고 뛰어와 공룡에 대한 한동안 이야기를 조잘조잘 할거고 글을 읽게 되면 더욱 흥미있어 할 것이다. 이 책 한권으로 이모 체면 좀 섰다. ^^

 

햇살좋은 날 한 젊은 여성이 파리의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시킨다. 무표정한 얼굴의 여인은 결심한 듯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낸 후 핸드백에서 총을 꺼내 스스로를 쏜다. 거리는 우왕자왕 비명소리와 함께  시끄러운데 유유히 그 자리를 빠져 나가는 사람이 있다. 물론 아무도 그를 신경쓰지는 않았다..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이렇듯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라면 550여페이지에 가까운 이 책을 읽는데도 부담이 없겠다 싶었다. 이제는 소설의 소재로 흔해진 과학과 종교과 미스테리와의 만남이 또 한번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떨어지는 사과를 통해 중력의 법칙을 알았고 중학교 과학시간에 F=ma와 작용·반작용의 법칙으로 나를 힘겹게 했던 아이작 뉴턴의 발자취와 연금술의 비밀이 어떻게 소설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지 너무나도 기대되는 시작이었다. 정말일까? 팩션은 그런 끌림이 있다. 진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잘 버무려져 있지만 읽는 독자로서는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을 갖게 된다.

 

도대체 두 아이의 어머니이지 출판사 편집장이었던 마이브릿 포센은 왜 그토록 끔찍한 선택을 했던 것일까? 그녀의 전 남편인 에벤 빅은 이해할 수 없었던 마이의 행동에 의문을 품고 그녀의 행적을 쫓아 조사를 해보기로 한다.마이는 마치 에벤이 어떻게 할 것이란 것을 예상했던 양 그들만이 알수 있는 암호로 여러 곳에 단서를 남기고 그녀가 기획하던 뉴턴에 관한 책에 접근하면 할수록 이 천재과학자의 삶에 감추어져 있던 비밀들이 결국 마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금기시 되었던 연금술에 심취했던 뉴턴, 그의 수수께기 같은 삶과 연금술에 과한 필사본을 찾아낸 마이, 이를 세상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결사적으로 막는 비밀단체, 마이의 죽음을 쫓다 진실을 보게 되는 에벤까지 그들이 행동했던 시간은 달랐지만 같은 곳을 보고 있었고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소설은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더해지는 긴장감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궁금함에 더해 수학과 교수였던 에벤의 직업을 이용 현란한 숫자들의 파티를 열고 있다. 읽을 수록 신기한 면이 많았던 숫자가 가지는 독특함과 숫자사이의 연관성은 수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수 없었던 숫자세계의 묘미를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책을 읽다말고 정말일까 싶어 몇몇의 숫자를 선택해 연산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웃어버렸을 만큼 빨려들게 한다. 단순히 미스테리만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숫자를 통해 인간의 삶이 단순치 않다는 것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며 무슨일을 만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심오한 뜻마저 담고 있어 읽는 내내 좋았던 거 같다.

 

낯선 이름의 저자다. 덴마크 출생에 노르웨이에 거주하는 북미권 저자는 익숙치 않다. 그럼에도 저자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 지는 것은 한 순간도 놓칠 수 없이 따라가게 만들었던 탄탄한 구성과 문체가 나를 사로 잡았음이렸다.

 

이건 보너스?^^

두제곱의 수와 세제곱의 수 사이에 존재하는 유일한 수는26?.

세자리 숫자 하나를 임의로 추출한 뒤, 그 숫자를 거꾸로 배열한 수를 빼면 어떤 수가 나오는데 이수는 항상 99로 나뉘어 진다는 사실.. 이 때 나오는 숫자의 중간에 위치한 수는 항상 9?

친구숫자 : 220, 284와 같이 모든 인수를 구해 모두 더하면 서로가 나오는 운명적인 상관관계에 있는 숫자.

가깝지만 참 먼 나라가 일본이다. 중국과 한국 일본 이 세나라의 역사는 뗄레야 뗄수 없는 끈쩍끈쩍한 관계이지만  소설이나 영화, 문화재등을 통해 그나마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중국에 비해  일본의 역사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뿌리깊이 박혀있는 일본에 대한 묵은 감정 때문인지 알려 하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그들의 역사를 살짝이나마 들여다 볼 기회를 이 두권의 책  <메이지 일본의 알몸을 훔쳐보다>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일들이 낯선 외부인들에게는 신비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가 있다. 프랑스인 화가 조르주 페르디낭 비고가 약관의 나이로 1880년대 일본에서 본 것들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엄청났던 시절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일본 사회는 비고의 눈에 기묘하게 비쳤고 그는 이를 한 장 한 장의 캐리커쳐로 남기기 시작한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에 삽화를 먼저 보았다. 휘리릭 넘겨 가는 삽화속에는 근대 일본인들의 생활사가 담겨있어 흥미를 끈다. 에너지 넘쳤던 일본의 분위기는 당시 철도풍경을 알 수 있는 삽화들을 통해 기차 내부, 일·이·삼등실의 승객들 모습, 우리에게도 익숙한 역에 정차했을 때 기차로 달려드는 상인들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또한 전쟁을 준비하는 일본에게 가장 중요했던 병사들, 정치가나 고위관료들, 어떻게 훔쳐보고 그릴 수 있었는지가 더욱 신기한 게이샤, 창부들의 은밀한 생활사뿐만 아니라 혼탕, 훈도시차림으로 길을 다니는 등의 남녀에 상관없이 성에 관해 이해의 폭이 넓었던 일본인들의 문화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삽화들이 생생하고 생동감있고 표정들을 가진 인물들로 그득하다.  

 

물론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같은 동양권에 있는 내게도 이렇듯 생소한 장면들과 무지했던 일본 문화들이 신기하게 보이는데 서양인에게는 어땠을지 상상이 간다. 그에게는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로움이었을 것이며 남기고 싶은기록이었들 듯하다.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전통이 변하기도 하고 일상에 스며들기도 하며 그 안에서 과거의 습관들을 꿋꿋히 지키며 살고 있는 민초들의 모습이 공존하면서 이 풍자화가의 손놀림을 바쁘게 만들었던 거 같다.

 

비고의 기록은 상상력을 발동시킨다. 비고의 그림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현대와 같이 기록을 할 수 있는 기기들이 충분치 않았던 시대에 삽화라 할지라도 다양한 분야의 사실감 있는 표현으로 인하여 역사를 연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데 있지 않았을까 싶다. 꼭지별로 삽화들에 대한 해석과 흐름을 알 수 있어 읽기에도 수월하다. 다만 그림은 프랑스인이 그리고 해석은 일본인이 했으니 그리 나쁜 말들이 있을리는 만무하다.  그냥 일본의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대 초반까지의 일본의 생활을 부담없이 보기에는 좋았던 책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