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넙치. 이 책에는 수많은 요리재료들이 등장한다. 여성요리사들이 요리를 한다. 꽤나 재미가 있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유익함이 있다. 이런 부분은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들이다. 그냥 편안하게 읽다 보면 저절로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양철북으로 알려진 작가, 권터그라스의 작품이다. 굉장히 오래된 글이지만 구식적인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지금과도 비슷한 점이 많이 눈에 띈다. 사실 여성문제를 이처럼 자연스럽고 재밌게 풀어내는 것도 대단하거니와 다양한 요리의 세계로 안내하는 저자의 박학다식에 굉장한 놀라움을 느낀다. 넙치하는 다소 과격한(?) 제목이 매력적인 이 책은 우리사회에 아직도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굉장히 현실적인 책이다. 어떤 꿈과 같은 이상을 그리는 문학작품이라기 보다는 뭔가를 좀 우회적으로, 풍자적으로, 때로는 해학적으로 드러내는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난해한 글로 독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굉장히 재미가 있기 때문에 주제를 떠나서 제대로 글 자체를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리와 여자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들. 얼핏 보면 참 난해하고 지루하고 따분하게 만드는 주제일 듯 싶지만 그렇지가 않다. 같은 재료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맛있는 음식이 되기도 하고 맛없는 먹을 거리가 되기도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유익함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게 될 것이다.

 

역시나 일본말을 일본말로 공부하는 것은 정말 재미가 있다. 한국어로 된 일본어관련 책은 쓸떼 없는 잔소리 비슷한 말들만 가득해서 짜증이 나는데 이 책은 그런게 없어서 정말 좋다. 이 책은 일본어 필수단어들을 알려 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이 정말 단순하고 깔끔하다. 확실히 눈에 들어 오는 구성이 무척이나 맘에 든다. 일본어의 생명은 역시나 한자이다. 한자를 모르면 일본어를 모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어를 잘 하려면 무엇보다도 한자를 잘 알아야 한다. 흔히 사람들은 일본어라는 것이 우리와 어순이 똑같아서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혹시나 인내를 가지고 계속해서 일본어를 익혔다면 곧 한자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말도 한자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지만 일본어에서의 한자의 비중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어쩌면 일본어가 영어보다 더 어려운지도 모른다. 아니 더 어렵다고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말이다. 무수한 관용어와 동사, 형용사의 활용, 영어에는 없는 굉장히 복잡한 문법 사항들. 정말 어렵다. 물론 한국어보다는 문법적으로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어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존대말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일본어를 할 때에 반말을 굳이 할 상황이 없으니까 존대말로만 익혔다. 어차피 친구 사귈려고 공부하는 게 아니니까.  

 

러일전쟁은 일본의 승리였다. 그런데 그런 승리가 정말 패전국보다 더 처참한 형태로써 이겼다. 사실이다. 엄청난 병력에 손실을 입었다. 수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승리가 승리가 아니었다. 승전국으로서의 지위도, 체면도 구겨졌음은 당연하다. 미국은 이 기회를 틈타 러시아와 일본의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 강화회담을 이끌었다는 말이다. 포츠머스조약을 성사 시키면서 국제적인 위상을 얻었다. 일본은 겨우 겨우 사할린 절반을 얻었다. 깨름직하다. 일본내 여론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구열강 중에서도 대국인 러시아를, 그것도 최강이라 불리우는 발틱함대를 무찔렀는데 말이다. 이 책은 러일전쟁에 대해서 철저히 검증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러일전쟁을 평가하는 성격이 짙다. 과연 일본은 대국 러시아를 맞아 제대로 전쟁에서 승리한 것인지, 작전 및 전략에서 확실히 이긴 것인지 등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일본은 영국과 동맹을 맺고 있었다. 때문에 러시아의 발틱함대가 요동반도 및 한반도의 서해상에 모습을 드러내려면 엄청난 운항거리를 생각해야만 했던 것이다. 왜냐 하면 일본과 동맹을 맺고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굉장히 민감해 있던 영국이 러시아함대의 수에즈운하 통과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의 발틱함대는 실로 엄청난 거리를 힘들게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일본해군에게 패한 것이다.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