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나름 잘 그렸다. 기계로 찍어 놓은 듯한 인상이 아니고 사람이 직접 그린 느낌이 난다. 그리고 서울의 숨어 있는 모습을 알려 주고 있다는 점이 유익하다. 늘상 돌아다니는 서울이건만,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다. 그런데 실제로 가서 보고 싶지는 않다. 왜냐 하면 늘 책에서 만나는 것과 진짜 직접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자가 훨씬 멋있고 볼 만 하다. 그래서 실제 모습을 통해 실망하기도 싫고, 또 그렇게 실망스러울 정도의 차이를 느끼게 해 준 저자에게도 욕하기 싫어서 웬만 하면 난 찾아가지 않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그림을 통해 서울의 어떤 모습을 조명해 주는 것, 그 자체로 정말 멋지지만 막상 가서 보면 지저분하고 다시 찾기 싫어진다. 그러니 그냥 책으로만 만나는 것이 나는 좋다. 내가 좋다는데 누가 모라고 하겠는가. 아무튼 이 책에는 다양한 서울의 모습이 있다. 경복궁도 있고 광화문도 있다. 맨날 보는 것들에 어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해 놓은 듯하다. 난 그저 그림을 보면서 재미를 느낄 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소개해 주고 싶지는 않다. 귀찮아서 말이다.

연필로 스케치 한 느낌의 그림이다. 정형화 되어 있지 않고 흑백으로 처리되어 나름 오래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림처럼 서울이 그렇게 예술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돌로 만들어 놓은 다양한 서구열강식의 건축이 오늘날의 몰개성적인 높다란 유리건물보다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대로 보존해 놓았더라면 서울의 모습은 지금보다 확실히 멋졌을 것이다.

멋진 만화책이다. 내용도 멋지고 말이다. 일본 만화에 익숙한 나로서는 선뜻 이런 스타일의 그림이 내키지 않았으나 일어 보니 이내 매료 되었다. 만화를 한 편의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해야 한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여타의 만화가 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냥 이 만화의 스타일이 예술성 짙다는 것이다. 상업성보다는 말이다. 가치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이 만화는 소재가 굉장히 슬프고도 민감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이다. 가뜩이나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대량의 심각한 방사능이 누출되어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요즘, 이런 류의 만화가 앞 날을 가늠해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같다. 아시다시피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정말 최악의 사건이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유령의 도시로 방치될 수 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이 책은 이런 체르노빌을 슬프고도 여운있게 그림으로 잘 표현해 놓았다. 저자는 체르노빌 근처에 살면서 자기가 실제로 본 그곳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환경을 마치 예술작품을 표현하듯 그렇게 만들었다. 방사능의 수치가 아직도 여전히 높기만 한데, 그 곳에서 그는 체르노빌의 희망을 그린 것이다. 다양한 생각이 들어 있다. 단순히 재미만을 늘어 놓은, 일반적인 만화책과는 다르다. 체르노빌의 좀 더 구체적인 모습까지 그림으로 잘 표현해 놓은 것이다.

미국이야 예전부터 패권국가 아니었는가.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태평양전쟁에서 전면전을 치뤘었고, 결국 원자폭탄이라는 끔찍한 재앙을 겪으면서 무조건 항복을 했었다. 곧바로 맥아더를 중심으로 미군정이 시작되었고, 천황은 인간선언까지 해 가면서 굴욕을 맛봤다. 그 때부터 미국은 일본을 지배했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어떻게 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일본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한국, 동아사아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의 방대하 식견에 놀랄 것이다. 굉장히 구체적으로, 그리고 심층적으로 주요 사항을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굉장히 흥미롭다. 저자가 다루는 소재가 말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애초부터 팽창국가였다. 동아시아도 예외가 아니어서 냉전시대,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시도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우리에게 최고의 우방국가지만 그 이면에는 역시나 국제 사회 질서 속의 냉청한 이익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냉정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국이 어떻게 해서 동아시아에까지 그 세력을 뻗을 수 있었는지 제대로 알려 주고 있는 것이다. 다소 어려운 내용일 수 있으나 그간 일본과 미국, 한국과 미국이 걸어온 길을 상기해 본다면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오늘날, 그리고 미래의 미국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