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은 만들기 어려운 책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림도 괜찮아야 하고, 스토리도 좋아야 하고. 연출력까지 좋아야 한다. 어익후; 소설가는 스토리 구성에만 신경쓰면 되는데, 만화가는 종합예술적인 역량을 요구하는 직업 중 하나다. 인터넷을 떠돌던 직업별 정신적, 유체적 스트레스 함수표가 갑자기 생각나는데, 내 기억으로는 만화작가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 모두에 최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었다. 후후. 이렇게 고난도의 역량(?)을 요구하는 직업이다보니 요즘은 함량미달의 작가들도 많고, 제작자들도 많다. 그래서 좋은 만화책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랜만에 정말로, 괜찮은 만화책을 만났다.
심야식당 1,2,3권이 바로 그것이다. 비슷한 리뷰를 쓰기가 귀찮아서 1권에만 리뷰를 쓰기로 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식당이 있다면, 내 집 근처에 이런 식당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야식당은 메뉴가 없는 집이다. 다만, 밤 늦게 열고-말 그대로 ‘심야’에 연다- 아침 일찍 닫는다. 손님이 와서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하면 주인이 만들어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누구는 파르페를 주문하고 누구는 김밥을 주문하면 그날그날 재료가 있는 가에 따라 주문이 접수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 이 식당이 유지될 수 있는 건, 하나의 ‘메뉴’에 목숨거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느지막한 시간에 식당에 와서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는 제각기 사연이 있다. 보통사람들에게는 없는, 그런 사연 말이다. 남들이 다 자는 시간에 심야식당에 와서 밥을 먹고는 제각기 일상 속으로 돌아간다. 이 심야식당은 그런 순간을 잡아낸 작품이다. 그림이 요란하지도 않으면서 굉장히 섬세하다. 배경이나 인물을 그린 걸 보면 ‘와, 캐릭터 잘 잡았는걸’이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연출력도 좋다. 주인이 음식 만드는 씬이나, 손님이 들어와 주문하는 씬 등도 잘 계산해서 그렸다. 스토리와 그림 그리고 연출까지 모두 만족하는 보기 드문 수작인 것이다!
잔잔한 가을, 겨울밤에 어울릴 만한 만화책이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 이런 심야식당이 서울 어딘가에도 열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사람 사는 ‘맛‘을 느껴주는 곳이 절실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