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사는 10살 소녀 에스더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 <에스더가 사는 세상>은 풍자만화라고 한다.
10살 소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상을 이야기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속으로 '도대체 어느 부분이 풍자인거지?', 심지어는 '이거 어른을 풍자하는 게 아니라 에스더를 풍자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는 어른들의 세상', '풍자만화'라는 타이틀을 보며 어른들을 풍자하는 것이리라 의심치 않으며 열심히 어른을 풍자한 부분이 어디에 있을지 찾아보았다.
하지만 내가 순수함을 잃어버려서인지 딱히 어른을 풍자하는 부분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에스더와 그 주위의 아이들을 비판해야 할 듯 싶은데,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다' 뭐 그런 식으로의 풍자인건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거울 그런거라면 어른이 나쁘게 그려져야 하는데 딱히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애들이 생각없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삐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에스더의 행각(?)을 보면 어린아이도 마냥 순수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혀로 키스한 건 나라에 따른 차이이기 때문에 그것에서는 에스더가 문제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다만 친구관계에 있어서 왕따를 동조하면서 그 애에게 서슴치 않고 욕을 하는 모습은 오히려 에스더가 비판받아야 될 부분이라고 본다.
그리고 베스트프렌드 유제니 집에 놀러갔을 때 어떻게 이런 난장판인 집에서 살 수 있냐고 아무렇지 않게 물어본 게... 무슨 생각으로 한 말인지 모르겠다.
더 어이없는 건 유제니는 당연히 화가 나서 자기네 집 화장실만한 집에서 어떻게 살 수 있냐고 말했는데 이에 어이없어하는 에스더... (에스더야, 너는 네가 한 행동을 돌아볼 줄 모르는거니?)
여름방학 캠프 때 일화는 정말 에스더가 남 생각 안하고 사는 것 같이 보이게 한다.
유제니는 에스더 따라 온 것일텐데 정작 에스더는 캠프에서 마음에 드는 애 만났다고 유제니 냅두고 홀랑 그 애한테 가버리는건 도대체 무슨 생각이여?
그리고 어디 나갈때만이라도 유제니 끼워주면 좋을 것을 그 애랑만 다니는데다 새로운 베스트프렌드란다;;;
댄스파티 때 에스더 때문에 유제니 혼자 남겨져 있었고만 그걸 가지고 '불쌍한 유제니'라니...
에스더한테 있어서 베스트프렌드는 자기 마음에 드는 아이로 쉽게 갈아끼울수 있는 그런 존재인가보다.
에스더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한 부분에서도 역시 마음에 썩 내키진 않았다.
중학생 때 자기는 예쁜 모습을 상상해놓고서 친구들은 여드름 난 돼지라니;; 지가 제일 예뻐보이고 싶은 걸까?(어떻게 보면 정말 내 눈이 정말 삐뚤어진 것 같다..)
물론 여기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에스더가 섹시해야 먹히는 세상이라고 말한 거.
우리나라 아이돌 옷차림이나 컨셉 보면 좀 심하다 싶을 때가 있는데 프랑스도 섹시해야 먹히는가보다.
읽으면서 또 느낀 점이 우리나라만 외모지상주의가 심한 줄 알았는데 프랑스도 외모지상주의가 없진 않은가보다.
만화를 보면서 약간 불편했던 게 에스더가 자꾸 못생긴 사람이 나오면 계속 못생겼다고 말한다.
한 두 번이면 그러려니 하겠다만 몇몇 특정 인물이 나올 때는 계속해서 '너무 못생겼어'라는 말을 사용한다.
아직 어린아이라서 그런지 약간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게 조심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에스더가 다니는 학교의 남자아이들은 더 가관이다.
특히 집에 돈이 많은 애들은 인생 막 사는 것 같다.(부모는 왜 애들은 그냥 냅두는건가... 한 번 쯤은 크게 혼나도록 해야 하는데..)
허세와 욕 지껄이는 건 기본이고 여자애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도 모자라서 학교에서 유폰을 본다.
무슨 초딩이 학교에서 핸드폰으로 대놓고 유폰을 보고 그걸 선생님한테 당당히 말할 수 있는건가... 진짜 생각 없이 사는 것 같다.
이 책은 내가 예상했던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런 식의 내용과는 빗나갔다.
요즘 어린애들 장난 아니라더니 프랑스의 아이들도 예외없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순수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