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어디에 있는가/허영섭/채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만 태권도 선수의 실격패를 계기로 촉발된 반한 시위에 대해 한국 언론과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거기엔 당시 심판진이 한국인이었고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원인 외에 1992년 단교 당시의 서운했던 국민적 앙금이 함께 겹쳐진 결과였다.

 

1971년 10월 25일, 유엔에서 대만의 회원국 축출 결의안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대만의 저우슈카이 외교부장은 총회 단상에 올라가 유엔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유엔의 창설국으로 참여했던 중화민국, 즉 대만으로서는 그나마 마지막 자존심을 살리는 방법이었다.

발언을 마친 그의 얼굴에는 격정과 분노의 눈물이 거침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단교로 느낀 대만인의 분노 역시 그때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8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전체 면적 3만 6,180㎢이며 인구 2,300만명 규모의 대만.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 잊혀진 옛사랑 같은 나라에 대한 격정적인 웅변이다.

 

대만은 신해혁명에 성공한 쑨원의 중화민국에 역사적인 뿌리를 두고 있다.

뒤를 이은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는 두 차례의 국공합작 실패로 중국공산당에게 본토를 내주고 타이완 섬으로 후퇴를 결정하게 된다. 망명정부의 시작이었다. 1949년 12월의 일이다.

 

대만은 중국이 미국과 수교를 맺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무력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진먼다오에 대한 1949년 인민해방군 1만명의 기습 상륙과, 1958년 47만발의 포격으로

600여명이 사망하고 2,600여명이 부상하는 비극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진먼다오를 지하 요새화하고 국토 수호의 마지노선이라는 일념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침략을 막아냈다.

 

장제스는 이런 위협 속에서 계엄령하의 종신집권에 이어 아들에게 총통을 대물림하는 억압정치를 펼쳤다.

국민과 민주화 세력의 요구에 굴복하여 계엄령 해제와 총통 직접선거를 시행한 것은 1987년 이후의 일이었다. 그로 인한 부작용과 희생은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과 대동소이하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본 목표를 앞세우고 중국이 국제 사회에 나서면서 대만은 설 자리를 잃어갔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높아진 위상을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71년 유엔 축출을 시작으로 1979년 미국과, 1992년에는 혈맹 대한민국과 단교하면서 그 추락은 절정에 이르렀고 각종 국제기구의 자리마저 중국에 내어주는 고립무원에 빠졌다.

 

냉엄한 현실 앞에서 대만이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경제 발전 뿐이었다.

국제적 역경과 혼란한 국내 환경을 딛고 기적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하여 ‘아시아의 4마리의 용’으로 발돋움하였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양안 간 민간단체의 교류를 시작으로 경제적 교류 확대는 물론 관광과 결혼을 포함한 자유왕래를 보장하고 있는 현재로 이어졌다.

 

양안의 파고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지만 ‘차이완’이라고 불릴 정도의 경제협력 체제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집권 국민당 마잉지우 총통의 ‘일중각표’ 원칙에 입각한 삼불 정책도 일조하였다.

군사적 충돌의 상징 진먼다오가 ‘평화의 섬’으로 탈바꿈하여 본토 주민들의 관광지로 바뀌고 있는 것이 이를 상징한다.

중국 역시 각종 국제기구에 대만의 재가입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것으로 화답하고 있으며

대만이 독립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자극할 무력을 쓰지도 않을 것이다.

 

내부 정치세력간 갈등이나 국민적 화합과 부패 등 여러 사회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양안간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살린다면 ‘아시아 4마리의 용’에서 또 한 번 웅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대만 스스로 그 이름처럼 아시아의 ‘보물섬’으로 가꾸어 낼 날을 기대한다.

대만, 아시아네마리용, 대만한류, 차이완

 사랑아, 쉿!/고이케 류노스케/박현미/다산 북스

저자의 대표작《생각 버리기 연습》의 연장선에 있는 책이다.

사랑과 연애의 아픔을 불가의 업과 명상으로 치유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다양한 해결방법 중의 하나라고 이해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굳이 종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저자 역시 원하지 않는다.

연애를 시작한 후 언제부턴가 그 사람의 사랑이 식은 것 같고, 만나자고 해도 바쁘다는 핑계만 대고, 문자에 답장도 바로 보내지 않는다.

이런 불안감과 조바심은 원인을 찾을 수도, 해결할 수도 없이 가슴앓이만 할 뿐이다. 이런 것을 치료해 주는 의사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사랑 가슴앓이의 증상별 원인과 치유 방법에 관한 맞춤형 사랑 치료서라고나 할까?

이 책은 네 가지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장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감정이 조금씩 변해서 불편하고 불안해지는 이유를 불교에서 말하는 욕망, 분노, 미망이라는 세 개념으로 설명한다.

두 번째 장은, 대표적인 사례들을 모아서 적절한 대응 방법을 모색한다. 유형별 구체적인 사안마다 치유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랑이 식은 것일까? 라는 의문에 대해서는 남녀 사이의 교제는 필연적으로 ‘익숙함’이 따라오게 되고, 그래서 매너리즘이라고 불리는 시기가 찾아오게 된다고 말하면서

처음에 나에게 잘 대해주었던 것은 그 사람의 본질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번뇌라는 감독의 명령에 따라 멋진 젠틀맨을 연기하고 있는 것에 불과 하며 그것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럴 때는 일부러라도 연인에게 자상하게 대해 주고 좋은 곳에서 데이트도 해 보고 애정어린 말도 건네다 보면 온화한 행복감을 느끼게 되어 실증이라는 미망을 풀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세 번째 장은 사랑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연습의 장이다.

사랑의 행로에서 따라오는 괴로운 생각 열다섯 개를 모아서 증상별 해결 방법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힌트까지 제시하고 있다.

고민2 -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아요

그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너는 내 문자에 당장 답장을 해야 해. 그리고 내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실감이 계속 솟구쳐 나올 수 있도록 해야지.’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의 연인 역시 아마도 원래는 자주 문자를 주고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진단한다.

그 사람의 본래 모습을 수용해 주고 나르시시즘에 빠져든 자아욕망을 걷어내는 그때부터 진짜 연애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명상을 이용하여 평소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불안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와 나의 온도 차를 인정하는 사랑만이 불안을 줄이고 행복한 관계를 유지시켜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누구나 초보 사랑 운전자이다.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하지만 실망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사랑과 연애의 본질이니까.

수많은 초보 사랑 운전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책이다.

행복한사랑연습, 사랑아쉿, 고이케류노스케

  

지적생활의 발견/와타나베 쇼이치/김욱/위즈덤하우스

“지적생활”이란 개념을 정리하고 실생활에 구체적 도움까지 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지적생활”란 이런 것이다.

가끔씩 나이가 들어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보내는 삶을 떠올리곤 한다. 모든 의무와 책임감으로부터 해방되어 매일매일 새로운 책을 사들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정년 후의 인생이 지금부터 기다려진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지만 누구도 쉽게 이룰 수 없는 생활에 대한 길잡이였다.

내가 이 책을 쓴 의도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일상생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저자가 말하는 “지적생활”의 실천 방법은,

첫째, 일상에서 책과 함께 하는 습관이 먼저 들어야 한다.

책을 읽다가 곧 실증을 내고 다른 일을 찾는다면 지적생활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평소 짜투리 시간을 잘 이용하면 작은 것들이 모여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1천권의 책을 읽었노라는 어느 블로거의 엄청난 경험담이 떠오르며 그 분의 혜안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

둘째, 경제적인 자립이 최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급한데 글을 읽고 쓰는 생활을 꿈꾸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저자는 경제적인 독립의 중요성에 대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이 남자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이 되는가. 이에 대한 각오와 계획이 없다면 지적생활은 중대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준엄한 경고와 함께, 자신의 빚을 갚는데 평생을 매달렸던 영국 소설가 월터 스콧과 젊은 시절 재산을 모아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어 노후에 “지적생활”에 매진하였던 데이비드 흄의 실례를 대비시키고 있다.

셋째, 지적 생활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서재가 꼭 필요하다.

3면이 천장까지 닿는 책장을 갖추고 창밖을 조망할 수 있는 꿈같은 곳이 아니어도 방이나 거실을 이용한 자신만의 서재라면 충분하다고

하였다.

삭막한 도시의 아파트에 살고 있을지라도 지적생활을 위한 나만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면 일상은 결코 삭막하지 않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보다 직접 사서 읽으라고 말한다.

책을 정독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읽으면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그 부분에 바로 메모하거나 표시를 해두는 것이다. 나는 흥미를 느끼는 대목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쳐두는데, 중요도에 따라 몇 겹씩 쳐두기도 한다.

별도의 노트에 정리하는 번거로움과 시간 낭비를 줄이고 반복해서 읽거나 다른 글에 참고자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여러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읽는 책들도 양서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계속 사서 읽다보면 그것 또한 큰 재산이 된다고 한다. ‘책의 질’은 반드시 ‘내용의 질’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넷째, 글은 무조건 기계적으로 우선 쓰기부터 시작하라.

영감이 떠오르길 마냥 기다리지 말고 쓰다보면 영감이 떠오를 때가 생긴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강조해 온 사항이며 나 자신의 서평

작업에서도 명심해야 할 일이었다.

은퇴 후 책을 읽고 쓰는 생활을 목표로 지금부터 조금씩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지 4년째다.

어지럽던 책들을 거실 양쪽 벽에 맞추어 넣은 책장에 정리도 하고 읽은 후에는 작은 의견이나마 꼭꼭 적어 두는 버릇도 들이고자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지적생활”에 다름 아님을 느끼며 마음

뿌듯하였다.

이 책은 단순히 책을 읽거나 쓰는 방법 뿐 아니라 “지적생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과 그 실천방안은 물론 주변의 일까지를 망라한 종합 지침서라 유용함이 더 컸다.

지적생활, 독서삼매경, 은퇴후인생, 경제적자립,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