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이덕무/권정권/미다스북스

간서치 이덕무.

독서계의 전설이 되어 명예의 전당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인물이다.

옮긴이의 양념 같은 해설이 독자의 이해를 더 쉽게 하였다.

주해가 뒷면에 실려 있어 읽다말고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편집상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끔은 세상을 조금 삐딱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또 다른 진실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와타나베 쇼이치는 그의 저서 『지적생활의 발견』에서 글을 읽거나 쓰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적인 독립이라고 강조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이 남자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이 되는가. 이에 대한 각오와 계획이 없다면 지적생활은 중대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덕무는 어떠하였던가. 그는 책 보는 즐거움 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이것은 그의 글 곳곳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가난해서 집은 쌀 한 말 놓아둘 만큼 작았지만, (...) 밥 짓는 연기 드물어 굶주리는 날이 많았지만, 붓을 잡고 문장을 지으면 아침에 피는 꽃처럼 화려하였다.

영화 속이라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장면이겠지만 현실에서 그의 가족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감당하여야 했을 고통은 어떠했겠는가.

그는 가장으로서 책무를 회피하고 무능을 고고한 인품과 청빈으로 미화하기까지 한다.

나는 닭 한 마리 잡아맬 능력도 없고, 돈 한 푼 없어 주머니가 텅 비어 있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네. 하지만 돈을 담처럼 쌓아놓은 사람들을 보면 실컷 비웃으며 침을 뱉어준다네.

아이들과 가족들이 굶주리고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노부가 돈을 벌기 위해 객지를 떠돌더라도 자신만 책 속에 파묻히는 즐거움만 있으면 더 바랄 것도 없는 철저한 이기주의자.

그의 이기심은 친구와의 사귐을 표한 글에서 절정에 달한다.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의 벗을 얻는다면, (...) 여린 아내에게 부탁해 백 번 달군 금침바늘로 내 벗의 얼굴을 수놓게 하리라.

자신의 즐거움을 채우기 위해서는 여린 아내의 배고픔과 아픔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의 현실에 대한 처방책과 변명은 어이없음을 넘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논어』한 권을 뽑아 세워서 바람을 막았는데, 그 방법이 효과가 있어서 그 상황에 잘 대처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대견해했다.

『맹자』일곱 편뿐인데,(...) 오랜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끝내 돈 2백 전에 팔아버렸다오. 그 돈으로 밥을 잔뜩 해먹고 희희낙락하며 영재에게 달려가 크게 자랑했다오.

당장을 모면하기 위한 부끄러운 행동을 자랑삼아 떠벌리고 다니기까지 하는 이런 행위가 과연 그가 추구했던 도문일치라는 유학의 전통적 문학관인가.

당시 모든 양반들의 인식이 그러했던 것이 아님은 그의 글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봉 조헌은 (...) 밤에는 책을 읽고 낮에는 밭을 갈았다. 밭두둑에 나무를 걸쳐 책을 세우고는 소를 몰고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책을 두루 읽었다. 밤에는 또한 어머니 방에 불을 때면서 불빛에 비춰 책을 보았다.

그의 학문적 성과나 책에 대한 열정이 시대를 넘어 본받아야 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를 본받아야 할 점은 딱 거기까지여야 한다.

그것마저 현실을 외면한 망상에 가득한 행동들로 인하여 빛을 잃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이덕무, 간서치, 청장관전서, 조선제일독서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독일 시적 사실주의의 대가

빌헬름 라베가 들려주는 전원 교향곡

 

유머를 이해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벽 또는 고상한 관중의 두뇌에 미세한 바늘을 꽂는 사람,

자신의 시대와 지나간 모든 시대의 옷가지를 거기에 거는 사람이다. _빌헬름 라베

 

라베는 자신의 꿈들을 작품에 구현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사실주의자다.

그는 꿈과 꿈의 실현을 현실과의 생생한 연관성 속에서 본다. _게오르그 루카치

 

라베의 소설은 동시대 독일 작가인 슈티프터나 슈토름, 마이어, 프라이타크, 폰타네보다 오히려

조지프 콘래드, 허먼 멜빌,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의 소설에 더 가까이 있다. _폴크마 잔더

 

 

<포겔장의 서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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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베는 프로이센이 덴마크, 오스트리아, 프랑스와 벌인 전쟁과 소독일 통일(1871), 산업혁명 등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대변혁의 시기를 살았다. 시대적 혼란과 소요 속에서도 조용한 소시민적 생활을 영위했던 그는 작품을 통해 당시 사회의 문제와 대결하고자 했다. 이러한 그의 문제의식은 “당시 사회를 묘파한 날카로운 비평가”(헤르만 헬머스), “시민사회의 세속화된 현실에 개입하려고 애쓴 당시 독일의 유일한 사실주의 작가”(요아힘 보르트만)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포겔장의 서류들]은 산업혁명과 독일통일 이후 자본주의가 득세한 독일사회를 배경으로, 시민적 가치관의 변화와 시민계급의 정체성 혼란을 집중적으로 논한 라베의 후기 대표작이다. 소설 속 화자이자 서류 작성자인 칼 크룸하르트는 자본주의 이전의 목가적인 세계와 이후의 세속화된 현실 사이, 서로 다른 두 세계관과 가치관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고뇌하며 글쓰기를 통해 사투를 벌이는 작가로서의 라베 자신을 닮았다. 칼은 시민사회의 규범과 윤리를 충실히 준수하면서 살아가지만, 그 사회에 내재된 모순과 체제적 결함에 부딪쳐 부서지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 고독한 영혼이 꿈꾸는 일탈과 시적 비상에 대한 동경, 전원마을에서 보낸 유년시절을 향한 향수를 가슴에 품은 채 평생을 묵묵히 살아간다. 그가 객관적 문서의 형태로 기록하고자 하는 지난날들의 모든 기억은, 진부한 일상과 아름다운 시가 어우러진 전원 교향곡이 되어 때로는 평온하게, 때로는 거세게 흐르며 그의 마음과 글을 흐트러뜨린다.

 

<포겔장의 서류들> 리뷰어 모집!!

 

 

응모방법 : 포스트를 스크랩 해주시고, URL 및 읽고 싶은 이유를 남겨주세요. 
모집기간 : 10월 18일 ~10월 23일
발표 : 10월 24일
모집인원 : 5명

 
많은 참여 부탁드릴게요^^

 쌀/쑤퉁/김은신/아고라

중국의 가난하고 험난했던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는 영화 같은 소설이다.

생존하는 것 외에 가치 있는 일이란 없다는 처절한 몸부림이 연민으로 다가온다.

배고픔과 가난을 견디다 못해 생쌀을 씹으면서 석탄 기차를 타고 도시로 온 우룽은

돼지머리 한 점을 얻어먹기 위해 깡패들에게 “아버지”라고 부르는 치욕도 마다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굶주린 배를 채워 살아남는 것이었다.

“아버지”

우룽의 목소리가 힘없이 부두에 울려 퍼졌다.

우룽은 자신의 그림자를 보면서 자신이 정말 개 같다고 생각했다.

우룽은 배고픔 이상으로 고아로서 받아온 별시를 견딜 수 없었다.

“두고 봐! 두고 보라고! 내가 거렁뱅이인지 아닌지 꼭 알려줄테니 두고 보라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우룽이 말했다.

그것이 사람들에 대해 증오와 복수의 씨앗을 싹트게 했을 것이다.

펑 사장네 쌀집에서 일하게 된 우룽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됨을 직감한다.

하얀 눈처럼 수북이 쌓인 쌀, 아리땁고 농염한 여인, 사람과 재물. 지금 우룽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그가 머릿속으로 그리던 천국의 모습과 아주 가까웠다.

펑 사장네 두 딸과 차례로 결혼을 하여 쌀집을 차지하고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지만

그 악은 자식들에게 대물림되어 되돌아왔다.

극악무도한 업보의 시발점에는 우룽이 있었다. 죄악의 포문을 열었던 우룽의 악행들로 인해 쌀집 일가는 각종 형식의 형벌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우룽은 그런 아들이나 며느리들의 불행마저도 관심이 없었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쌀 뿐이었다.

쌀이야말로 목숨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삶의 기둥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쌀은 언제나 그에게 따뜻하고 상쾌한 기분을 안겨 주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살아있는 것이었으며 둘째, 사람답게 사는 것이었다.

펑 사장은 뒤늦게 우룽이 집안의 큰 화근덩어리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그놈은 화근덩어리야. 그놈을 없애지 않는 한 우리 집안은 쑥대밭이 되고 말 거야”

우룽은 고향 땅을 사들이며 금의환향을 꿈꾼다.

두 눈을 잃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죽음을 직감할 무렵에 화물 열차 한 칸에 하얀 쌀을 가득 채우고 그 위에 누워 고향으로 향하다 끝내 숨을 거둔다.

“이 쌀을 빼면 내게 남은 게 무엇이 있느냐?”

저자는 마지막까지 한마디의 꿈이나 희망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 비정함을 보인다.

그것은 자신의 배만 불리고 있는 위정자들과 외세에 맞서 싸울 줄 모르는 나태한 국민들에 대한 조롱으로 들린다.

“흥! 차리리 네 처자식을 죽인 그 일본 놈들을 찾아가 목을 따지 그러느냐?”

“내가 이 총을 줄 테니 (...) 네가 그럴 수 있겠느냔 말이다!”

이 땅을 누가 차지하든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국민들의 생각을 대변하기도 한다.

“뭘 하든 살아남기만 하면 그만이야. 살아남기만 하면 되지 누구한테 빌붙는 게 뭐가 대수야?”

이것이 금위환향하고자 했던 우룽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하게 한 이유였을 것이다.

쌀, 쑤퉁,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