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세상을 그리다

 

그림체와 내용이 잘 어울리는, 귀여운 책을 또 한 권 만났다. 핑이, 팡이, 퐁이라는 캐릭터들의 일상을 담은 <어떤 핑팡퐁>이다. 3가지 색깔을 지닌 핑팡퐁이. 주인공들을 바탕으로 이어지는 삶과 그 둘레로 이루어진 관계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백하다. 그저 누구나의 일상을 공유하며, 나누고자 한 글이라서 그럴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캐릭터들의 일상은 우리 삶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일치된다.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면서도 각 개인들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작품. 생(生)이라는 찰나 가운데 느껴지는 삶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그려낸 작품이다.

 

공간적 여백을 많이 두어 최대한 여유롭고, 편안하게 보도록 구성한 저자의 의도가 잘 느껴지는 작품이다. 카페 피파포를 이끌어가는 3명의 캐릭터와 그들을 둘러싼 관계들의 모양. 커피 용어로 쓰이는 “솔로(에스프레소 샷1), 도피오(샷2), 트리플(샷3), 룽고(샷 1개를 길게 당겨 많은 양으로 어우름)” 라는 구성의 양상이 다채로우면서도 특색 있게 다가온다.

 

“어느 때는 늘 혼자가 될 수밖에 없는, 솔로 에스프레소”

 

솔로(커피에서는 샷 1개를 솔로라고 한다. Espresso Solo). 고독에 대한 고찰. 예쁜 그림책 안에서 느껴지는 진지함이지만 내면의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누구나가 때로는 혼자가 되는 시간. 어떻게 보내고 또 어떻게 마주할지는 오직 본인의 몫.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지금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늘 점검하게 되는 진지한 자아상이다.

 

 

“사랑, 우정 등 둘이라는 관계에서 싹트는, 더블 에스프레소”

 

무서운 사람, 불편한 사람, 편한 사람, 사랑스러운 사람, 감사한 사람, 고마운 사람 등 나와 상대방이라는 직선적 연결은 곧 둘 사이의 관계를 의미한다. 마음이 맞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친근함과 편안함은 우정이라 부를 만 할 것이고, 달달하게 느껴지는 애틋함과 친밀함은 사랑이라 부를 만 할 것이다. 더블이라는 관계의 소중함이 그렇게 고독이 주는 외로움을 달랜다. 원샷 보다는 조금 더 진한 풍미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스펙트럼, 트리플 & 룽고”

 

주인공들과 함께 등장하는 10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있다. 자신의 일을 과묵하고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고릴라 스콧, 콘텐츠 회사의 대표이자 사업가로써의 냉철한 면모가 돋보이는 소키, 평범한 회사원이자 마음이 따뜻한 코코 등 관계 속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리고 그 ‘다름’은 나를 둘러싼 ‘우리’라는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저 사람은 틀린 것일까”, “저 사람은 다른 것일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 그렇기에 나와 맞는 비슷한 사람도 있고, 정 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결국에는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하 나 하 나 맞춰가며 세상의 하모니를 만든다. 보통의 삶이 조금은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빛나는 시간, 이를 통해 발전 또한 이뤄진다. 톱니바퀴 하 나 하 나의 뾰족한 특성들이 맞물려 동그란 원을 이루고 돌아가듯, 삶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며 나아가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어여쁘다. 틀린 사람은 없다. 그저 다른 차이를 가진 또 한 명의 특징 있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결국 ‘에스프레소 룽고’처럼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닐까.

 

“자연스러움”

 

자연스럽다는 것은 보태거나 숨김없이 나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그 모든 것을 마냥 꺼내 보일 수는 없을 터, 우리의 가면이 조금은 가볍고, 조금은 긍정적이길 바라본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인 행동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적인 마음. 캐릭터들이 전하는 이야기의 끈, 자연스러운 삶의 고민들 속에서 자연스러움은 무엇일까 그 깊이를 조금은 더 생각해보게 된다.

 

커피는 저마다 고유의 향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에스프레소로 향미를 추출한다고 해서 더블샷을 주문하면 그 향이 두 배로 강해지는 것이 아니며, 샷을 하나 마시건 둘을 마시건 양이 늘어남에 따라 그 향미가 조금 더 진하게 느껴질 뿐이라는 것.

 

“완전한 ‘나’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으며 아이는 어른이 된다.”고 표현한 저자의 말처럼 완벽할 순 없지만 조금은 더 진하고 풍미 있는 사람이 되길 소망해본다. <어떤 핑팡퐁>은 그렇게, 작은 책 안에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학습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보는 편이다. 특히 창의력과 기억력, 공부법 쪽에 관심이 많다보니 관련 책들을 많이 챙겨보곤 한다. 이번 책 <실수연발 건망증 투성이는 어떻게 기억력 천재가 됐을까?>는 그중 학습과 관련된 기억력을 다룬다. 뇌의 특성을 살펴보고, 우리 뇌가 좋아하는 부분을 설명해주면서 내용이 시작된다. 크게 보면 뇌의 특성, 기억 관련 기본적 원리, 생활기억, 학습기억, 업무기억으로 나뉘어져 있다. 길게 만들어진 제목만 보더라도 우리의 기억력을 테스트하고자 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기억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고 뇌가 하는 것이라 말하며, 뇌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저자. 뇌가 좋아하는 정보의 특성을 3가지로 나눠보면 시각, 공간, 공감각적 정보를 좋아한다는 점.

 

시각정보

공간정보

공감각 정보

 

1. 단순히 보고 말하는 것 보다는 뚜렷한 이미지로 세심하게 관찰하고, 글자로 구성된 경우보다는 이를 이미지화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2. 시각정보의 일종이지만 기본적인 이미지를 보다 입체적으로 구성한 정보라고 볼 수 있다. 특정의 공간을 기억하며 외운 내용을 떠올리는 ‘장소법’이 대표적인 전략이다.

 

3. 시각적인 부분, 공간적인 부분에 감각적인 특징을 추가한 정보다. 예를 들면 피자그림과 피자를 먹었던 장소, 거기에 공간을 가득 메운 피자 냄새와 쭉 늘어나는 치즈의 모습을 상상한 경우다.

이러한 뇌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기억전략이 만들어졌다. 모든 전략의 시작이자 중심은 ‘관찰’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연습 문제들을 살펴보면 그동안 우리가 사물을 볼 때 얼마나 대충보고 있었는가를 실감나게 한다. 20~30개의 이미지를 5분 정도 구체적이고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기억법에서 말하는 관찰이다. 공부에 적용해도 좋은 부분, 단순히 봤다고 해서 내가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본 내용을 돌려보고 조직화 해보고, 머릿속에 떠올려보고, 기존 경험들과 연결해보는 과정으로 충분히 집중해서 살피는 것이 중요한 것.

 

기억법으로 대표되는 전략들의 기본적 원리는 무엇일까?

 

첫째는 이해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일단 외워야 하는 경우에 적용하기 좋은 전략으로 책에서는 “연상기억법”이라 부른다. 교육심리학 이론에서는 보통 핵심어전략과 패그워드 기법이라고 표현한다. 핵심어전략은 외워야하는 문자나 문장을 비슷한 발음이나 모양의 친숙한 이미지와 연결시켜서 암기하는 방법이다. 자신의 장기기억 속에 이미 저장된 이미지를 떠올려 외워야 할 것을 연상시키는 방법이다. 패그워드기법은 외위야 할 것에 숫자나 운율을 더한 것으로 아주 쉽게 예를 들면 공, 일차선, 이사, 삼성, 사과 등을 외운다고 할 때 1은 일차선 2는 이사 3은 삼성 4는 사과 이런 식으로 숫자와 비슷한 발음이나 이미지를 연결시켜서 암기하는 방법이다.

 

둘째, 순서까지 기억하는 약어법.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를 문자전략이라 하여 앞 글자를 따서 외우는 두문자어 기법과 앞 글자를 모아서 의미있는 문장으로 다시 만들어 외우는 어구만들기 기법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이를 통합하여 ‘약어법’이라 칭하고 있다.

 

[예시]

별사탕, 궁수, 마녀, 거북이, 공룡

두문자어 -> 별궁마거공

어구만들기-> 별궁에 있는 너 임마! 거기 공 좀 주워와!

 

셋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스토리텔링’. 외워야 할 것들의 키워드를 모아 스토리로 재구성하는 전략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공감각적 정보를 더하면 뇌에 더욱 각인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생생하게 연상하고 드라마 찍듯 영상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의 특성과 3가지 기본적인 전략을 응용하여 실생활, 학습,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이상적이었던 내용은 <에빙하우스 망각주기>에 관한 이론이다. 나 또한 기억력과 관련하여 복습의 시기를 설정하는 것은 에빙하우스의 이론이 정확하다고 알고 있었으나 저자는 다른 이론을 제시하고 있었다.

 

<반복주기에 따른 기억효과의 차이 - Bahrick & Phelps. 1979>

 

A그룹 매일 반복해서 암기

B그룹 하루 간격을 두고 암기

C그룹 30일 간격을 두고 암기

 

결론은 어떨까? 8년의 걸친 실험 결과 가장 정확하고, 많이 기억하고 있는 집단은 C집단이었다고 한다. 즉, 암기한 내용의 복습은 최대한 간격주기를 넓히는 것이 좋다는 것. 저자는 논문을 근거로 하여 그 적정 시기를 50%정도만 기억날 때로 정하고 있었다. 기존에 외워두었던 내용들이 반 정도밖에 생각 안날 때가 복습이 이루어져야할 주기라는 것. 개인마다의 복습주기를 확인하고 자신만의 50%주기를 찾아 이를 발판으로 학습 계획을 짜두면 충분히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억력 관련 책을 보면 보통 기억력 챔피언의 카드나 숫자암기, 기억술 관련 이론들에만 초점이 맞추어 진 경우가 많다. 이번 작품은 관련 이론들을 실생활 기억, 공부를 위한 기억, 업무처리를 위한 기억으로 나누어 각 각에서의 적절한 적용방법을 제시했다는 부분에서 특히 눈여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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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랑

엽서

 

그리고

 

다만, 오늘 여기

 

 

시(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랑이라,

사랑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는

그대를 위해 내가 써 내려갔던 글이라.

설레는 마음 부여잡고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정성스레 써내려갔던 사랑의 글귀,

그 마음을 담은 편지라.

 

- 눈망울 듦 -

 

이번 책 <다만 오늘 여기>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담아 놓은 작품집이다. 예쁘고 반듯하게 차려입은 엽서들이 한 장 한 장 모여 ‘엽서북’이라는 작품이 된 케이스다. 정성껏 차려 놓은 밥상, 누군가를 생각하며 오래토록 저어, 예쁜 찻잔에 담아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 그런 분위기와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작품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는 풀꽃 시인으로도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글귀를 담은 엽서. 저자가 말했던 시 속의 이야기처럼 자세히 그리고 오래도록 두고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한 아름이다. 그래서 그럴까, 서로를 안아 감싸듯 한 올 한 올 붙어있는 엽서를 뜯어내기조차 망설여지는 그런 예쁜 글이고 시(詩)다. 소중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보내기에는 더 없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시 몇 소절을 떠올려본다.

 

“선물,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었습니다

 

- 선물 / 나태주 -

 

나태주 시인은 사랑을 노래한다. 아름답고도 찬란한 사랑, 첫사랑마저 소중하다고 여길 만큼,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마저 감사하다고 여길 만큼, 그렇게 대상의 모든 것을 사랑했던 그이기에, 시의 언어와 운율로 전해지는 감동 또한 오롯하다. 시인에게는 오늘이라는 지금.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선물이었다. 오늘 우리에겐 무엇이 선물이었을까. 하루를 되새겨보며 그렇게 오늘을 곱씹어본다.

 

돌담에 기대어 누군가 기다리리

끝내 오지 않는다 해도 좋으리

 

시든 뒤에도 떨어지지 않는

담쟁이덩굴 잎

 

오지 않는다 해도 싫어지지 않는

그이기에.

 

- 별곡집 / 나태주 -

 

저자는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는 소동파의 말을 인용하여 우리에게 시를 건넨다. 그 또한 같은 심정으로 시를 생각하고 쓴다고 말한다. 독자들을 ‘눈이 맑은 당신’이라 칭하며 전하는 시의 구절들. 그 울림은 시를 읽는 독자들이 그들만의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세상이 한 결 밝아지고, 고요해지며, 향기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냈다는 그의 말에는 그렇게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힘겨운 세상 속에서 아름다운 글의 향기를 느끼며 조금은 편해지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 소복이 담겨 있었다. 꽃처럼 예쁘게 피어난 시 속의 사랑예찬이다.

 

지구는 하나

꽃도 하나

 

너는 내가 피워낸

붉은 꽃 한 송이

 

푸른 지구 위에 피어난

꽃이 아름답다

 

바람 부는 지구 위에

네가 아름답다.

 

- 지구는 하나 / 나태주 -

 

다만 오늘 여기에 아름다움으로 자리 잡은 시의 글귀들을 가득 품어본다. 감성 지긋한 사랑의 속삭임과 설렘 속 울림에 맘껏 취하고 싶은 여름밤이다.

 

내 사랑 그대 위해

나는 무엇이 되랴

 

그대가 맨몸으로 잠깨는

강물이라면 나는

아침 햇살 속을 날으는 새떼의 날개

 

그대가 들판 위에 피어 웃는

이름 모를 꽃이라면 나는

들꽃의 귀밑볼을 간질이는 바람의 손

 

그대가 깜깜한 깜깜한

밤중의 어둠이라면 나는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사람의 발

그대가 눈물 머금은

밤하늘의 별이라면 나는

별을 바라보며 울고 섰는 사람의 눈

 

내 사랑 그대 위해

나는 무엇이 되랴

 

- 내 사랑 그대 위해 / 나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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