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소설은 늘 풋풋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아프다. 모든 성장이 그렇듯, 기쁨과 아픔을 아우르며 그렇게 한 발작, 한 발작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들은 우리를 그들의 세계로 동화시킨다. 어른들의 과거이자 학생들의 현재, 아이들의 미래에 귀속 된 내용들은 모든 연령이 공감하며 읽기에 충분하다. 매번 볼 때마다 느끼지만 성장소설 속 주인공들이 이루어 가는 생(生)의 호흡은 참 아름답고 기특하다.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는 그런 학생들의 성장을 잘 담아내고 있다. 우리들의 학창시절을 회상하게 만들고, 어른으로서 자란 지금의 모습을 돌아보도록 만든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입장에서, 친구의 입장에서, 교사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내용들은 우리를 조금은 더 객관적인 독자로 거듭나도록 이끈다. 특정 시선으로 치우치지 않는 정직한 관점으로 바라 볼 수 있도록.

 

누구나가 그 시절, 성장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시간의 흐름은 우리의 촉을 무디게 만든다. 당시에는 “어른들은 왜 나의 마음을 몰라주지?”, “진정한 친구 관계란 무엇일까?”라는 생각들로 다양한 물음을 던졌으나,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어서일까. 아이들의 호소에 무심하게 반응하고, 또 반응조차 해주지 않는 부모의 모습은 변해버린 기성세대의 모습을 잘 반영한다. 아이와 대화할 때는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먼저 아이를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치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등장인물 현제, 제현, 지수, 혜진을 통해 보여주는 글의 내용은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주고, 진심으로 공감할 줄 아는 아이들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더불어 그들이 처한 환경으로 인해 받았던 상처들을 서로 보듬어가는 따뜻한 시선을 그려내고 있다. 그런 한편, 친구간의 사이와 관계의 끈을 어른들의 잣대로 판단하고 규정지어 끊어내려고 하는 부모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를 통해 대비되는 작품의 시선은 ‘순수하고 정직한 맑은 눈’이라는 정의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다. 부모교육을 위한 자료로써 활용되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도 있잖아. 나 이번엔 그거 한 번 믿어 보려고.”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스토리 속에서 점차 변해가며 발전하는 아이들과 부모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긍정적 청사진을 조망하고 있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사회적 관계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 서로 보듬어가며 그렇게 아픔을 극복 할 수 있다는 것. 가족 간은 물론이고, 친구, 동네 어르신, 지역사회 유관 기관들의 관심과 마음들이 모여 치유의 관계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소설 속에서 잠시 언급 되는 촛불의 모습은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꿋꿋하게 타오르는 우리의 청춘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으며,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다.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르며, 홀로 선 등잔의 밑은 어두운 법이다. 사회라는 거대한 테두리 안에 구성된 관계들이 서로의 어두움을 환하게 비춰줄 때, 우리 삶에 파고드는 험한 파도 또한 긍정적 결과로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며, 거친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는 그렇게 우리에게 많은 질문과 생각을 던진다. 아프지만, 찬란하게 피어날 젊은 청춘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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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트라우마를 아이를 통해 극복하려는 엄마, 그런 엄마로 인해 항상 눈치보고 자신의 생각보다는 엄마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아들이 되려는 아이. 엄마는 그 모든 것이 아이를 위한 것이고 사랑이라 말한다. 아이는 외롭다. 외톨이가 되어간다. 무엇이 진정한 사랑일까.

 

주변에서 보낸 성의를 감사하게 받아온 후유키. 엄마는 그런 성의를 더럽고 촌스럽다며 쓰레기 취급한다. 합창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아이를 보고 기뻐하다가도 합창대회 사진 한 장에 난폭해지는 엄마의 모습이다. 사진에 아들의 뒷모습만 나왔다며 학교를 찾아가 한바탕 벌이는 어머니. 아이는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본의 아니게 드러난 사실에 멋쩍어하는 선생님께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도입 부분부터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요즘 종종 불거지는 갑질의 논란, 치맛바람과 더불어 개인주의, 이기주의 등 그런 현실과 맞물려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학업에 치이고 경쟁에 시달리는 것과 더불어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떠맡은 아이들의 어깨가 좀처럼 가볍지 않다.

 

한편으로는 ‘어른’이라는 무게를 감당하기 버거운 성인 그리고 부모들의 고민과 부담감. 이 또한 작지는 않을 것이라. 생계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직장의 문제, 아이 문제, 부부간의 관계 등 더 많은 고민과 생각들이 많아지는 시기. 누구도 완벽한 어른이 될 수는 없으며, 때로는 약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 속 ‘어른’의 고충 또한 짐작되는 부분이다.

 

각자의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매일을 달리지만 좀처럼 개운하지 않은 어느 순간에는 누구나 외톨이가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 어머니, 교사 모두가 그런 외로움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 극복하고 또 성장해 나갈까.

 

학창시절을 배경으로 그려진 <외톨이들>은 ‘금붕어의 죽음’이라는 단순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그것은 그저 촉발요인이 된 것일 뿐. 거시적으로 보면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 모인 집단 내의 문제, 교사들의 무관심과 안일한 태도. 일부 학생들의 권위의식과 지나친 집단 소속감, 미성숙한 행동에서 오는 상처들이 얽히고 설켜 있다. 그 안에서 받게 되는 존재들의 상처는 생각 이상으로 아프다. 작품에서는 그렇게 ‘모두’라는 테두리 안에 소속되지 못하는 아이들, 집단 따돌림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작품의 내용은 학교 안과 밖을 다룬다. 안에서는 ‘합창단’이라는 학교 동아리 활동, 밖으로는 가정과 지역사회를 토대로 한 내용이 그려진다. ‘합창’, ‘하모니’라는 명칭과 다르게 그 안에서는 벌어지는 일들은 전혀 조화롭지 않다. 모두가 다른, 아이들의 협동과 관계 향상보다는 사회에 내보이기 좋은 겉보기에만 뻔지르르한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책임자의 환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내키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해내는 구성원의 모습에서 ‘자율성’과 ‘흥미’가 교육적 요소로서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보여준다. 합창이 가지는 본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언제, 어디로 떠나가 버렸을까.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부모의 모습,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말없이 공감해주는 할머니의 모습 등은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 사람이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일깨워준다.

 

규할머니는 아이들 간의 관계 혹은 어린 학생들의 자신의 마음을 알아보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관계의 연결고리랄까. 겉모습과는 다르게 멀리 볼 줄 아는 혜안, 아이들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면서도 섣불리 다가가지 않는 자연스러움에서 상담가의 자질과 어른의 이미지가 잘 연결된다.

 

쟤는 사실 쓸쓸한 거야. 정말 친구가 필요하지.

지금처럼 쓸쓸한 날들에,

저렇게 보여도 지쳐 있다고,

 

다만

두려워서

발을 내디디지

못하는 거란다.

 

- p.129 -

 

나는 나이마다 저마다의 색이 존재한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저마다의 뚜렷한 색이 있다. 불타오르는 열정적 마음에서 잔잔히 타오르는 깊고 은은한 마음에 이르기까지, 색과 깊이가 다른 나이의 테. 그런 테와 색을 잘 표현해주는 어른의 모습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본연의 가치를 발견해가는 아이들의 모습, 외톨이에서 홀로서기로 이어지는 성장의 과정들은 작가의 말처럼 인간의 존엄성과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모나고 울퉁불퉁, 제각각인 광물이 깎이고 다듬어져 아름다운 다이아몬드가 되듯 그런 존재들의 성장이 더욱 빛나 보인다. 잔혹한 청춘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처럼.

 

“꼭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아”

 

당장 지금이 아니어도 결국은 이어지는 원의 둘레. 흔적은 남겠지만, 결국 치유될 수 있는 그 아픔의 과정. 다만 그 길이 너무 길지는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픔 속에 피어나는 해피엔딩이 우리의 에필로그가 되길 바라본다.

 

잎새 끝의 이슬이 반짝이는 아침에

무엇을 바라보나 아기 사슴의 눈동자.

모든 것이 날마다 새로워라

그런 세상을 나는 믿네

 

- p.2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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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걸어온 여정. 생각, 행동, 모습 자체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런 매일의 시간들이 고맙고 달콤했다며 수줍게 건네는 한 남자의 고백. 사랑하는 사람이 가지는 설렘과 부푼 감정, 감사와 긍정의 언어를 다채롭게 채색한 그림에세이. <우리가 함께 걷는 시간>이다.

 

세상

하나뿐인

내 편

 

걱정 마,

괜찮을 거야.

 

- p.92 -

 

저자는 그림을 그리는 남자다. ‘그그남’이라 표현하면 될까? 자신이 받는 사랑에 감사하고, 또 기꺼이 표현하는 그림 그리는 남자의 모습이 참 멋지다. ‘우연’이 만나 인연이 되고, ‘인연’이 이어져 부부의 연으로 결실을 맺은 그들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여느 커플들의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그들만의 고유한 사랑방식을 전하는 그림의 구성은 우리가 품었던 혹은 품고 있는 ‘사랑’의 온도와 적절히 어우러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공감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저자는 아내와 함께 한 모든 것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한다. 빛과 그림자에 온전히 빠져들었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그 또한 사랑하는 아내를 그림 속에 온전히 담고자 했다. 현실은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그 안에는 ‘행복’이 있었다. 깊은 만족감 속에서 그가 지인에게 보냈던 편지의 한 줄이 생각난다.

 

“저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합니다. 지금 작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모든 일상을 기록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 그만큼 설레고 기쁜 일도 없지 않을까. 나에 대한 기록과 더불어 상대방과 함께 하는 기쁨을 정성스럽게 담아낸 글과 그림. 작품에서는 은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긍정의 향이 풀풀 풍기고 있었다. 쓰고 그려나가는 과정에서의 감사, 그려진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 둘만의 미래를 또 다시 그려나가는 과정에의 감사. <우리가 함께 걷는 시간>은 독자들에게 ‘감사’와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건넨다. 둘이 걷는 길이 참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감성에세이다.

 

기쁘고 행복 할 때, 지치고 우울 할 때 그 모든 ‘때(時)’에 옆에서 오롯이 함께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 든든한 일도 없을 것이다.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그런 사람의 힘, 그런 사랑의 힘이 참 위대하다. 풍파 가운데 우뚝 선 등대처럼 서로를 향해 따뜻한 감정의 빛을 전하는 사랑의 등불. 그런 밝음이 있기에 오늘 우리의 삶도 빛나는 것 아닐까. 흔히 소유의 과정을 벗어나면 나눔의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 삶에서 반복되는 그런 사랑 나눔이 온전하고도 아름답게 빛나기를 기대해본다. <우리가 함께 걷는 시간>, 서로를 비춰주는 예쁜 마음에는 ‘행복’이라는 두 글자가 깃들어 있었다.

 

행복이란

서로를 생각하는 작은 마음

그거면 되는 거야.

 

- p.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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